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88)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88화
사실 이 시기에도 잠수함이라는 함정은 이제 곧 등장할 비행기라는 물건과 비교했을 때 세계 각국의 해군에게 있어 그렇게 새로운 물건은 아니었다.
당장 처음으로 잠수함이라 부를 수 있는 함정이 군사용으로 사용되었던 사례를 19세기도 아닌 18세기인 1775년 데이비드 부쉬넬이라는 미국인이 선보인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잠수함은 승조원이 한 명밖에 타지 못한다는 단점과 어뢰라는 무기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라는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이렇다 할 전과도 내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잠수함은 오래전부터 군사적 목적으로의 사용이라는 목표와 연결되어 있었다.
거기에 이미 잠수함을 통한 군사적 성과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장 40여 년 전에 남북전쟁이 점차 끝을 향해가던 1864년 당시 남부 육군 소속이던 잠수함 헌리호가 본인도 침몰했을지언정 북부군 소속 함정인 후사토닉호를 격침시켰다는 사례가 있었으니까.
거기에 어뢰라는 무기의 개발과 진보는 잠수함의 군사적 가치에 세계 각국 해군이 더욱 주목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별다른 수면 아래 감시방법이 없는 지금, 바닷속에서 머무르며 어뢰라는 걸출한 무기를 다룰 수 있는 함선의 출현은 앞으로의 해상전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거라고 말하는 듯했다.
“잠수함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다른 생각을 하느라 못들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군.”
로제스트벤스키는 자신이 들었다고 생각한 말이 정말 맞는 말인지 재차 확인하고는 안심했다.
만약 본인이 잘못 들었거나 아니면 환청을 들었던 거라면 지금도 인자한 웃음을 보여주고 있는 차르-로제스트벤스키는 어째선지 오한이 들었다-는 몰라도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전쟁 장관이나 재무장관이 가만있지 않았으리라.
‘쿠로파트킨 저 자식은 나하고 나이도 같으면서…….’
잠시 중장의 머릿속에 삐딱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두뇌를 이용해 차르가 어째서 잠수함이라는 단어를 꺼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과정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해군의 전력 약화와 관련된 말을 꺼냈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앉게 된 자신에게 차르가 잠수함이라는 말을 꺼냈다면 이는 곧 러시아 제국 해군이 잠수함을 도입하는 건 어떻겠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러시아 제국의 최고 군 통수권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너무나도 간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
다만 중장의 머릿속에서 차르의 말에 대한 의미파악이 빠르게 끝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입 밖으로의 말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니콜라이가 로제스트벤스키가 들은 것이 맞다고 확인해 줬음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고 있지 않은 중장을 바라보는 두 장관의 눈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장관들이 아닌 차르의 표정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우선 폐하께서 잠수함이라는 말을 다른 때도 아닌 지금, 거기에 내게 하셨다는 것만 보더라도 지금까지 해군을 아예 신경 쓰시지 않고 계셨다는 게 아니란 건 확실하다.’
사실 로제스트벤스키가 귀족 사회의 규탄을 받았던 것은 지난 발언으로 인한 게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영관급도 아닌 중위이던 시절부터 귀족들에게는 ‘싹수가 노란 애송이’라는 말을 들어왔었기 때문이다.
“초급 장교 시절부터 제국 해군의 전력 증강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드러냈던 자네라면 잠수함이라는 새로운 장난감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생각을 했던 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니콜라이의 입에서 추가로 나온 말은 그의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가 전투 도중 사망한 함장을 대신해 추가 피해 없는 후퇴는 물론이고 상대 전함에 대한 피해까지 입혔다는 것에 대한 공훈을 인정받아 중위로 진급하며 훈장까지 수여 받았던 1877년.
이대로면 젊은 전쟁 영웅으로서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받았다고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런 길을 걸을 생각이 없었다.
러시아-튀르크 전쟁이 끝난 후 한 지역신문에 공개적으로 러시아 함대의 낙후된 현실과 비리의 온상인 건함 건조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게재했던 그는, 당시 해군 부장이었던 레솝스키 제독의 보호가 아니었다면 거기서 군 생활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을 것이다.
레솝스키 제독의 보호와 공훈에 더불어 얼마 전에 훈장을 받은 사람을 바로 처벌하기는 좀 그렇지 않냐는 여론 덕에 군 생활을 이어나갈 수는 있었지만, 대신 당시 막 창설된 불가리아 해군으로의 파견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일이 있던 이후로는 레솝스키의 처지를 생각해 이렇다 할 돌출행동은 해오지 않았지만, 로제스트벤스키가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은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우선…….”
로제스트벤스키는 이내 입을 열었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별로 목이 타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입술과 혀가 자꾸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물이라도 좀 마시고 싶으나 그런다면 지금 머릿속에 정리된 내용이 헝클어지기라도 할 것 같아 잘 나오지도 않는 침으로 입술을 적신 뒤 그는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잠수함이라는 물건은 단순히 흥미로운 장난감 정도로 끝나지 않을 함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내가 듣기로 국내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지킬 영국 해군 내에서는 잠수함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대부분이라고 들었는데. 자네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군?”
자신이 대답하기가 무섭게 다시금 질문을 던져오는 차르를 보고 있자니 어째서 본인의 동료들과 관료들이 차르를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알 것 같았지만, 로제스트벤스키는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그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미약한 실은 중장이 보기에 차르의 얼굴에 서려 있는 감정이 분노나 비꼼이 아니라 흥미와 자신을 시험하는 듯한 호기심이라는 것이었다.
“영국 친구들이 제 안방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저희의 도움을 받았지만, 해군 하나만큼은 끝내준다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잠수함을 어떤 이유로 비난하는지를 생각한다면 그 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로제스트벤스키는 잠시 말을 멈춘 뒤 헛기침을 했다.
입안이 마른 상태로 말을 하다 보니 목소리가 갈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중장이 말을 멈추자 차르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중장은 그 질문에 마치 준비라도 해온 양 매끄럽게 대답했다.
“애시당초 그들이 하는 안 좋은 평가의 근거가 성능이 부족하다거나 아니면 현대 해전 환경 속에서 써먹을 수 없다는 게 아니라 비신사적이고 야만적인 물건이라는 데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잠수함이 정말로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다면 미국에 있는 초승달 조선소에 자신들의 요구 조건에 맞는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겠냐고 묻지도 않았었겠지요.”
이 시기의 영국 해군은 앞에서는 잠수함을 비난하면서도 뒤로는 현재 최고의 잠수함 조선소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초승달 조선소에는 건조를 의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런 군사적인 목적의 의뢰를 러시아 제국 장성인 로제스트벤스키가 알기란 쉽지 않았겠지만, 경제 공황 이후 러시아 제국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미국인 사업가들이 넌지시 흘려준 정보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중장은 자신의 대답이 차르를 만족시켰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니콜라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진지함이었으니까.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군, 중장.”
달라진 것은 표정만이 아니었다.
말하는 어조 또한 방금 전보다 반 옥타브는 내려간 걸 알 수 있었다.
차르는 팔걸이에 걸치고 있던 팔을 들어 탁자에 올렸다. 그리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손깍지를 입 앞에 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 말대로네. 만약 장어 젤리 친구들이 진심으로 잠수함을 낮게 평가했다면 저렇게 발주의뢰서를 넣지도 않았었겠지. 겉으로야 자신들이 신사라며 고상한 척하지만, 막상 지구상에서 가장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바로 저 친구들이니 말이야.”
차르는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영국의 음흉함을 비판했다.
중장은 자신이 느끼기에는 차르가 가진 음험함 또한 영국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말을 아꼈다.
차르는 로제스트벤스키의 이런 생각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듯 조용한 어조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까 말한 내용은 사실 나도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네. 러시아 제국 해군의 규모는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지만, 자네 말대로 동서로 지나치게 긴 데다 겨울이면 작전이 제한되는 환경상 각지에 나뉘어 있고,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에 비하면 성능조차 뒤떨어지고 있지. 우리가 세계 최초로 순양전함인 표트르 대제의 이름을 딴 벨리키 함을 건조한 나라임에도 말이네.”
사실 러시아 제국의 해군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들이라고 해서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몇몇 사례에서는 제국 해군이 시대의 흐름을 선도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경제적, 기술적 한계로 인해 지지부진하고 있는 동안 경쟁자들은 이미 저 멀리까지 달아나 버렸지. 이제 와서 똑같은 길을 통해 저들을 따라잡으려고 한다면 어마어마한 시간에 더불어 더욱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할 걸세.”
“그래서 폐하께서는 잠수함을 통해 그 격차를 줄이려고 하시는 거군요.”
차르에 말에 대답한 것은 중장이 아닌 비테였다.
재무장관인 그로서는 돈 잡아먹는 하마일 군사 관련 사업에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상시였다면 그의 말에 니콜라이가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비테의 말에 차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격차를 줄이는 게 아니네. 나는 잠수함을 이용한다면 우리가 그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세상 물정 모른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답이 나오자 니콜라이를 제외한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격차를 벌린다니.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
길거리의 행인이, 아니, 다른 부서의 장관이 했어도 비웃음만을 샀을 말이지만, 방금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러시아 제국의 황제가 한 말은 아무리 허무맹랑해 보이는 말이더라도 우습게 여길 수가 없는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거기에 그가 지금까지 믿기 힘든 행보를 보여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어느 누구도 섣부르게 말을 꺼낼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이 분위기를 깬 것 또한 차르였다.
“물론 단기간 만에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최소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거기에 국내는 물론이고 국외에서는 여러 비웃음들이 쏟아질 거네. 이미 실패가 확정된 거나 다름없는 청년학파의 길을 따라간다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확신하네. 아무리 저들이 거대한 함선을 만든다 할지라도 바닷속에서의 비수는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저들이 위풍당당한 함대를 이끌고 자부심에 가득 차 있을 때 그들을 거꾸러트리는 건 똑같은 형태를 한 함대가 아닌 바닷속의 늑대들일 거라고 말이야.”
#작가의 말
사실 러시아 제국은 세계 최초의 작전 잠수함 전대를 무려 1905년에 만들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러일 전쟁 당시 왜 이런 잠수함들을 사용하지 않았냐고 물으신다면…… 독일에다 주문한 어뢰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단하다! 러시아 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