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90)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90화
대영제국이 대영제국이라 불릴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충성스러운 런던의 시민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야 언젠가 귀환하실 여왕 폐하와 그분의 빈자리를 지키고 있는 섭정저하가 아니겠는가?]지난 시절 나라를 송두리째 뒤집어놓았던 폭동이 다른 어느 곳도 아니고 이곳 런던에서 발생했던 걸 생각해 보면, 그들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 아니면 이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담겨 있는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그들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야 오대양 육대주에 걸쳐 있으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 수 있게 해준 광대한 영토인 게 당연하지 않나?]과거 사실상의 내란이었던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병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유지하려 애쓴 인도를 비롯해 전성기 때보다는 영토가 줄긴 했으나 여전히 거대하다고 할 수 있는 식민지가 그들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사실 영국 국왕이 황제를 자칭할 수 있게 된 건 무굴 제국의 제위를 겸한 후부터였으므로 그들의 말이 옳다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대영제국을 ‘대영제국’이라 불리게 해주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알맞은 대답은 이것이었다.
[해군력.]공군은커녕 비행기도 없는 이 시대에 섬나라인 영국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병사들이 단체로 물 위를 걷는 기적을 각성하지 않는 이상에야 배가 필수적이었다.
전 유럽을 석권하며 희대의 군사 천재라 불리었던 나폴레옹조차 고작해야 30㎞밖에 되지 않는 칼레와 도버 사이에 있는 바다를 건너지 못해 결국은 패배하지 않았던가.
대영제국이 유럽의 변방인 촌구석에서 지금의 위치로 올라오게 된 시발점이 16세기 무적함대라 불리던 에스파냐의 해군을 엘리자베스 여왕의 심복이었던 드레이크 제독이 아르마다 해전을 통해 박살 낸 순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영국과 해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당장 이들이 자랑하는 식민지 또한 해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확보하는 게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잠수함이라…….’
그리고 그런 대영제국의 해군을 총괄하는 위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1 해군 경이라는 자리에 올라 있는 존 아버스노트 피셔는 최근 들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이제 내전의 상처도 슬슬 아물어간다고 하지만 지난 폭동이 영국 내부에 남긴 흉터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본래라면 그 또한 아직 이 자리에 앉을 연공이 되지 않았지만, 왕실조차 피해가지 못한 폭도들의 칼날이 해군성에도 닿았기에 현재 피셔가 영국 왕립 해군의 최고위층에 앉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폭동이 남기고 간 것은 단순히 재산적 피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영국에게 있어 행운인 것은 이 피셔라는 사람의 능력이 결코 안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는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본인들이 잠시 주춤거리는 사이 무서운 속도로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는 독일을 상대하기에 최고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그의 최근 고민은 다름 아닌 새로이 나타난 잠수함이라는 물건이었다.
그가 속해 있는 왕립 해군 내에서 잠수함이라는 장난감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피셔가 보기에는 왕립 해군 또한 이 장난감에 대해 연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나라가 잠수함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이 새로운 함정이 쓸모없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영국 내에서 잠수함의 전략적, 전술적 가치와 능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피셔의 번뜩이는 통찰력은 전통의 열강인 프랑스와 떠오르는 열강인 미국의 해군 수뇌부가 잠수함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 자체로 잠수함이 실전에서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위력을 가진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겠는가?
물론 프랑스가 청년학파라는 거대한 삽질에서 빠져나온 지 고작해야 1~2년밖에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피셔가 보기에 프랑스는 본인들의 실책을 빠르게 복구할 능력도 그리고 의지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독일이 해군에 대한 예산을 무서운 속도로 올리고 있는 지금, 전통적으로 생산해 오던 함선만으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아직도 독일과 전함만 따져봤을 때의 전력 차이가 4배가 넘을 정도로 영국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티르피츠 제독의 지휘 아래에서 빌헬름 2세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매년 해군에 대한 예산 증가율이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 독일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영국 해군 또한 예산을 삭감 받지는 않고 있었으나 파괴된 기반시설이나 혼란을 틈타 들고 일어난 식민지들을 진압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 이제 곧 런던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간다지만 여전히 수도에 주둔 중인 러시아 군대에 지급할 보급품들, 그리고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본토에 새로 만든 사단 등으로 인해 이전처럼 압도적인 함선 건조량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잠수함이라, 정말로 이게 해답인 걸까?’
그러나 여전히 잠수함이라는 물건에 대한 의구심은 피셔의 마음속에서 가실 줄을 몰랐다.
미국이나 프랑스가 잠수함에 대해 투자를 한다는 것으로 가치가 있다는 게 증명되었다고는 하나 본인들이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해군 경 님, 러시아 제국 주재 무관으로부터의 공문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조선소에서 새로운 함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새로운 함이라니, 러시아 그 친구들이 말인가? 허, 뭐 그렇게 중요할 것 같지는 않네만 알겠네.”
오늘도 왕립 해군의 전력 증강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피츠에게 러시아로부터 전해져온 소식은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포를 제거하고 동일 구경의 그것도 대구경으로 주포를 통일…… 거기에 함선의 방어력은 본인들이 탑재한 주포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마치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던 아르키메데스의 심정이 이랬을까.
피셔는 자신이 고민했던 전력 증강의 방법을 찾은 듯했다.
항상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보일 것 같던 해답을 찾던 도중 누군가 불쑥 나타나 눈앞에 정답지를 들이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가 기쁨에 잠겼던 것도 잠시. 이내 이 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떠올린 피셔는 경악했다.
이러한 함선이 본인들의 영토 안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 현재는 동맹국이라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 간의 전면전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전쟁 상태였던 러시아 제국에서 건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폐, 폐하를, 아니, 섭정 전하를 뵈어야만 한다! 어서!”
피셔의 머릿속에는 러시아 제국에서 만들고 있다는 이 함선을 한시라도 빨리 본인들이 더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런 정보를 스파이도 아닌 주재 무관이 그것도 기밀 전보가 아닌 통상 전보로 보내올 정도로 쉽게 구했다는 사실은 그의 생각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에 한 척이라도 만들어진다면 이전까지의 전함들은 고철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르는 이 가공할 전함을 다른 유지비만 퍼먹는 함선들을 스크랩처리 하면서까지 건조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에 가득 차 있었다.
본래 보유하고 있던 함선들도 애물단지로 보이기 시작한 그에게 잠수함이라는 단어는 이미 잊힌 지 오래였다.
바야흐로 진정한 전함 건조 경쟁 시대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무대의 위에서 마지막에 웃을 사람이 누군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연극의 마지막은 화려한 불꽃이 될 것이 분명했다.
생명을 불사르고 사람이 단순한 자원으로 취급되는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에서 말이다.
* * *
내가 바라던 소식이 들어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열리곤 하는 외국의 대사와 주재 무관들이 참석하는 연회장소에서 슬쩍 정보를 흘린 뒤 냄새를 맡은 이들이 적당히 파헤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만 기밀을 유지하고 있으면 그들에게 정보가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였으니까.
“아무래도 영국의 제1 해군경이 꽤 나 놀란 모양입니다. 정보원들의 말에 따르면 그가 전보를 받자마자 바로 섭정을 만나기 위해 서두르며 길을 나섰다고 하더군요.”
나에게 관련된 소식을 전한 건 다름 아닌 마카로프였다.
로제스트벤스키가 원래 부임하고 있던 해군 포술장에서 물러나 황립 아카데미로 자리를 옮긴 만큼 나와 만나는 게 더 쉬웠지만, 표면상 그는 내 분노를 사 좌천당한 것이었기에 그와 자주 만난다는 건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 영국이 움직였으면 조만간 프랑스나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도 알게 되겠군.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나?”
“먼저 물속에서 움직이는 함선인 만큼 수압을 견디고 혹시라도 침수가 발생했을 시 복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잠수함의 내부를 격벽으로 나누고 침수가 진행되는 부위를 쉽게 격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생존성이 증가할 테니까요.”
현대전에서는 잠수함의 제1 덕목이 탐지장치에 포착되지 않는 은밀성이라고 하지만 지금 시대에서는 조금 달랐다.
그 이유는 현재 기술로 수면 아래에서 항해 중인 잠수함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수함이 움직이면서 엔진 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이를 잡아낼 수 있는 탐지장치가 조악하게나마 개발되려면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더 있어야 했다.
청탐자 본인이 탑승한 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바다에서 발생하는 소음 사이에서 잠수함의 소리를 잡아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기에는 아직까지 기술력이 부족했다.
“조만간 미국에다 주문한 잠수함들이 도착할 테니 연구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마카로프 제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고 있었다.
아직도 잠수함의 실물을 보지도 못했음에도 사전에 확보한 설계도면을 통해 격벽의 구조나 개선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주고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자네의 헌신을 기대하겠네.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의 희생으로 얻어낸 기회 아닌가. 듣기로는 해군 내에서 중장의 이미지가 거의 순교자에 가깝다고 하던데.”
“감사합니다, 폐하.”
내 농담에 마카로프 제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제국 해군 내에서 로제스트벤스키에 대한 이미지는 본인을 희생해서 전함을 만들어 낸 성자에 가까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요직 중의 요직이던 해군성 포술부장에서 물러나 한직으로만 보이는 황립 아카데미에 소속된 연구직으로 간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가 좌천되면서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았기에 괘씸죄로 좌천당했음에도 차르인 내가 새로운 해군 전함을 건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막상 이런 소식을 들은 당사자는 코웃음치며 이리 말했지만.
‘그 자식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뒤로는 이번 사업에서 뜯어먹을 곳은 어디 없을까만 찾고 있을 겁니다.’
이러니 사정을 아는 마카로프 제독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