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9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91화
64장 못생겼지만 든든한
내가 뿌린 씨앗은 생각보다도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까지 뿌리를 내리면서 자라나고 있었다.
프랑스야 유럽 내에서 잠수함과 관련해서는 가장 선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라였기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청년학파에 대한 역풍이 상당한 듯했다.
1899년까지만 하더라도 잠수함의 유용함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적인 훈련까지 했을 정도였음에도 추가적인 잠수함 도입 계획을 취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형 어뢰정들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판단하기에 연식이 오래되어 보이는 잠수함들도 함께 스크랩 처리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측에서 스크랩, 즉 폐기처분 한다는 잠수함들 중 일부를 싼값에 들여와 연구진들에게 쥐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나는 프랑스 대사에게 보낼 간단한 전문을 작성하자 이내 이번 일의 목표였던 피셔가 떠올랐다.
영국의 제1 해군경 피셔가 러시아 제국이 지금까지와는 설계 개념이 다른 전함을 건조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놀랍게도 벌써 한 척의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룩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영국의 섭정인 사촌 형이 그의 공을 높이 사 훈장과 함께 기념행사까지 열어줬다고 하는데, 그가 즉위한 이후 들어오는 소식들 대부분이 안 좋은 종류이던 데 비해 모처럼 현재 자신들이 보유한 해군력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계속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정말로 드레드노트급 전함의 개발이 지금 영국 해군의 위치를 더 굳건하게 만들어 줄지는 의문이지만.’
드레드노트급 전함의 위력은 실제로도 대단했다.
이 전함이 만들어지자 열강들의 군사전문가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지금까지의 해군 순위는 드레드노트의 탄생 이후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앞으로의 해군력은 어느 나라가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이 전함을 보유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테니까.]그리고 영국은 가장 먼저 이 무시무시한 병기를 손에 넣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신의 왕좌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순위가 상관없다는 말은 영국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지.’
이는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도전자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말과도 똑같았다.
지금에야 영국이 드레드노트를 한 척 먼저 보유함으로써 앞서나가고 있지만, 이전까지의 함선들이 이 전함 하나로 의미가 없어진 지금.
오히려 그들에게는 따라잡아야 하는 격차가 줄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었으니까.
‘실제로 원 역사에서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건조하는 것에 반대하던 이들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지.’
독일의 경우로 살펴봤을 때 드레드노트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영국과의 스코어가-전함의 비율로 따졌을 때-10:1이었지만, 이 괴물이 만들어지고 나서의 스코어는 1:0이라고 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내가 알기로는 결국 독일이 영국을 따라잡는 데 실패했지만, 과연 영국에 잇따른 악재가 겹친 지금도 그럴지는 조금 의문인데.’
그렇다 해도 독일이 자신들의 생각대로 영국을 따라잡거나 아니면 추월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낫다고 할 수 있었다.
부잣집이 망해도 3대는 간다는데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나라는 기업으로 따지면 초거대 재벌이라 할 수 있는 대영제국이었으니까.
거기에 피셔를 비롯한 영국의 수뇌부 또한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었기에 아마 그들로서도 사활을 걸면서까지 전함들을 찍어내려 할 것이다.
그러면 독일 또한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 어떻게서든 드레드노트를 확보하려 들 것이고 두 나라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프랑스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기에 이 세 나라는 앞으로도 박 터지는 머니 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본래라면 여기에 일본도 한 발 걸쳐야 하겠지만.’
극동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협상이 끝난 이후 일본은 협정에서 요구하는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기에 이런 머니 게임에 뛰어들 여유가 없었다.
오-헝 제국이나 이탈리아, 오스만 제국과 같은 나라들도 어떻게든 한 척이나마 확보하기 위해 이리저리 애를 쓸 테고.
‘그러면 우리는 저들이 본인들의 곳간에서 꺼내온 돈들로 서로 뺨을 날리려 애쓸 때 따라 하는 척만 해주면 되겠군.’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도 드레드노트가 개발된 후 전함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방법들을 사용했던 것과는 별개로 유보트와 같은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열강들이 잠수함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은 건 아니었던 걸 알 수 있지만, 적어도 시간은 더 벌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거는 좀 아쉽게 됐군.’
바다와 관련해서는 일이 내 생각대로 돌아갔지만, 아무래도 하늘과 관련된 일은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못한 모양이었다.
치올콥스키를 위시한 황립 아카데미 회원들을 통해 비행기를 먼저 만들려고 했건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역사를 바꾸지 못한 것 같았다.
내 손에 들려있는 영자 신문에 적힌 대로면 라이트 형제가 우리보다 한발 빨랐기 때문이다.
‘1904년이라…….’
본래 그들이 성공했던 해인 1903년보다 1년이 늦긴 했어도 두 형제는 기어코 인류가 지금까지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공간인-우주를 제외하자면-하늘에 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치올콥스키 또한 항공역학이라는 학문에 있어 훌륭한 학자이자 기술자였지만, 아무래도 전문분야가 조금 다르다 보니 일을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은 모양이었다.
치올콥스키는 항공역학 중에서도 아직 ‘학문’이라는 기틀이 채 잡히지도 않은 로켓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십시오, 폐하.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향해 전진하는 인류를 말입니다. 지구는 분명 인류를 탄생시키고 지금까지 우리가 발전할 수 있도록 품어준 요람일지도 모르지만, 인류는 언젠가 이 요람을 벗어나야 할 겁니다.
그와 가장 최근에 만났을 때 치올콥스키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면, 원 역사보다 빨리 지원을 받게 된 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꿈을 더 빨리 찾게 된 모양이었다.
비행기 프로젝트에 들어간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속이 좀 쓰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책임을 물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로켓 공학으로 뽑아먹으면 될 텐데 뭐하러?’
거기에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했음에도 몇 년간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한 채 힘든 생활을 이어나갔다는 걸 생각해 보면 차라리 잘됐다고도 볼 수 있었다.
지난번 미국에서 일어난 공황을 통해 연결된 미국 내 기업들과의 연결망을 통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라이트 형제에 러시아 제국이 흥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할 수도 있을 테니까.
‘정 아니면 브라노벨 소속인 알렉산드르 바리를 통해서 연락을 취할 수도 있겠군.’
러시아계 미국인인 바리가 알래스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브라노벨의 석유 시추 작업과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제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그를 통해 접근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아마 앞으로 1년간은 라이트 형제의 성공을 시기한 미국 과학계 때문에 소송에 시달리게 될 텐데. 라이트 형제가 소송에 치를 떨고 있을 그때 우리 러시아 제국은 국제 저작권 협약인 베른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꼬셔봐도 되겠군.’
그런 식으로 라이트 형제를 데려온다면 미국 과학계가 길길이 날뛸 수도 있겠지만, 뭐 저들이 어쩌겠는가? 꼬우면 지들도 차르하든가.
“폐하, 실례합니다만, 전쟁부에서 폐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아, 들어오라고 하게.”
우선은 비행기와 관련해서 대략적인 행동 방침을 정하기가 무섭게 이때를 기다렸는지는 몰라도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이전부터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긴 했다.
내가 무슨 결심을 하거나 아니면 어떤 생각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는 일 말이다.
마치 실력이 모자란 작가가 사건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써먹는 편의주의적 전개처럼.
이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던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생각 외의 사람이었지만, 나에게는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이였다.
“안녕하십니까, 폐하. 오랜만에 찾아뵙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아니네, 그래. 지난 수료식 이후로 처음이던가? 아니면…….”
“그 후로 전쟁부에 몇 번 오셨을 당시 뵙긴 했습니다. 물론 폐하께서는 부서 전체를 순방하시느라 저를 못 보셨을 테지만요.”
양복을 마치 자신의 몸처럼 입고 있으면서 안경이 인상적인 사내는 바로 브론시테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레닌을 따르며 러시아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며 트로츠키라고 불려야 했겠지만, 역사의 흐름을 비튼 나라는 존재로 인해 차르 정을 유지하는 데 한몫을 보태고 있는 관료가 된 그를 보고 있자니 새삼 내가 한 행동들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 어디 전쟁부 업무는 할 만한가?”
“폐하의 은혜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교육과 경험 그리고 러시아 제국의 우수한 선배 관료들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오데사에서 만났던 그 아직은 미숙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었던 안경잡이 꼬마는 이미 사라진 모양이었다.
대신 잘 단련된 칼이나 관리된 총처럼 제 몫을 충실히 수행해 줄 청년이 한 명 생겨났지만.
내가 황태자 시절부터 실시했던 교육 프로그램의 처음 기수이자 첫 번째 수석 졸업생인 브론시테인은 본인에게 주어진 부서 선택 기회에서 전쟁부를 선택했었다.
그의 뒤를 이었던 차석 졸업생인 주가슈빌리는 특이하게도 신성종무원을 선택했었고.
두 사람 모두 우수한 재원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처음에는 틈틈이 관련 보고를 나에게 전달하라고 했었지만, 이내 이어지는 개혁의 폭풍으로 인한 업무의 과다로 인해 스톨리핀에게 두 사람을 관리하라고 한 뒤로는 크게 신경 써주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스톨리핀이 얘기해 주는 바로는 두 사람 모두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행정적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우수한 관료로서 일하고 있다는 가슴이 든든해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오늘 제가 이렇게 뵙기를 청한 건…….”
브론시테인은 말끝을 흐렸다. 그가 말을 끝맺지 않은 이유는 긴장해서가 아닌 것 같았다.
“이곳만큼 귀가 많지만 입도 무거운 곳은 없으니 안심하고 말하게.”
“예, 이전에 명령하셨던 트랙터와 관련된 사업에 진척이 있었다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 뵙기를 청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접 내렸던 명령이었던 만큼 전쟁부에서도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우수한 능력을 가진 관료들을 통해 진행한 모양이었다. 브론시테인은 그 관료들에 포함된 모양이었고.
“진척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건가?”
“현재 시제품 한 대가 완성되어 폐하께 보여드릴 성능 시연을 할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오. 하늘에서는 내 뜻이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땅 위에서는 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모양인 듯했다.
나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브론시테인에게 물었다.
“혹시 시제품의 이름도 벌써 정해져 있나?”
“예, 폐하께 바치는 존경과 경의를 담아 차르 트랙터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차르 트랙터……?
‘설마, 아니겠지?’
나는 내 기억 속 저편에 있는 차르 전차라 이름 붙었던 괴악한 물건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