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19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94화
“고오~맙습니다, 우리 차석님. 격려 해주신 덕분에 힘이 막 샘솟는 것 같습니다. 예!”
두 사람이 여전히 교육받던 시절이라면 가벼운 실험.
예를 들자면 누구의 뺨이 외부로의 충격-이라 쓰고 주먹이라 읽는-이 들어왔을 때 더 탄력적인지 서로의 몸을 통해 알아보았겠지만, 다행히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그 꼬리 부분은 어떻게 하기로 한 거야. 아무래도 연결 부위의 유연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결정됐겠지? 그러면 연결 부위에 사용될 철부터 손 봐야 할 텐데. 연철이면서도 너무 강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꽤나 힘들겠…….”
“떼버리기로 했어.”
자신을 향해 소리치고 말없이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 브론시테인을 향해 본인이 한 추측들을 말하던 주가슈빌리는 상대방으로부터 들려온 말에 잠시 사고가 멈췄다.
“뭐를?”
주가슈빌리는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두개골 내에 있는 뇌를 혹사시키면서 생각하는 것보다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본다는 정확하고 쉬우며 빠른 길 말이다.
그렇게 하기로 한 데에는 브론시테인으로부터 돌아온 말이 그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도 한몫했다.
보통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발견됐다면 그걸 어떻게 하면 고칠지를 생각하지 아예 없애버리지는 않지 않던가?
아니, 공학적인 계산을 통해 그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붙여놨던 거 아닌가?
아니면 뭐 문제가 없으면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아도 된다. 뭐 이런 사고방식인 건가?
청년은 자신의 친구의 입에서 나올 말만을 기다렸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서. 그러니까 그들이 했던 일이 아예 쓸모가 없었다는 대답과는 다른 말이 나오기를 말이다.
“꼬리 바퀴 말이야. 떼버렸다고. 그게 없어도 잘나가던데?”
하지만 희망은 배신당하기에 희망이라고 했던가.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주가슈빌리의 청력이 나이에 걸맞게 아주 정상이라는 것만 재확인시켜 주었다.
“어, 그래, 어…… 그렇단 말이지? 자, 잘됐네! 그럼 폐하 앞에서 발생한 문제는 다 해결된 거니 이제 끝난 거 아니야?”
괜한 걱정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바람에 차르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주가슈빌리는 그답지 않게 친구를 위로해 주는 말을 꺼냈다.
방금 그의 친구가 어딘가 달관한 듯한 태도로 꼬리가 없어도 별 상관 없다는 얘기를 할 때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잘못해서 혼나는 거라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 해도 되는 일을 건드렸다가 괜히 욕먹는다는 게 얼마나 사람을 허무하게 만드는지 주가슈빌리는 경험해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알 것 같았다.
그나마 그래서 일거리라도 줄지 않았냐는 식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돌리려 애쓴 그였지만, 브론시테인은 이 주제가 나온 김에 한풀이라도 하겠다는 양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이라도 끝났으면 다행이었겠지. 꼬리 바퀴를 제거하면 뭐가 줄어들겠냐? 그래. 무게가 줄어들겠지. 그럼 무게가 줄어드는 건 뭘 의미하겠냐? 맞아. 그동안 설치하지 못했던 내부 무장이나 그걸 운용할 승무원을 추가해도 된다는 걸 뜻한다고. 그러면 그것만 대충 쑤셔 박으면 끝나지 않겠냐고? 마치 서른 넘도록 숫총각인 놈처럼 아무 데다 쑤셔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내가 이렇게 술을 마실 일도 없었겠지. 아니다. 술은 마셨을 수도 있겠네. 축하한다는 의미로 말이야.”
평상시 과묵한 편은 아니었어도 쓸데없는 말은 안 하는 편이었던 그가 이럴 정도라니 주가슈빌리는 팔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전쟁성에서의 나날이 브론시테인에게 미친 영향은 그의 생각보다 큰 모양이었다.
자신의 친우가 놀라건 말건 유태인 청년은 계속해서 마치 기관총처럼 입을 통해 언어라는 탄환을 쏘아댔다.
“대충 총은 앞쪽에 그리고 승무원도 당연히 앞에 탑승시킨다고 모든 일이 끝나면 얼마나 좋겠냐. 그런데 만약 그랬다가 무게중심이 어긋나서 폐하 앞에서 다시 실시할 시연에서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겠냐? 그래. 원점에서부터 다시 한번 설계를 점검해 봐야겠지. 점검해 보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그러고 나면 우리를 기다리는 게 뭐겠냐? 이미 만들어진 걸 다시 한번 더 뜯어보고 어디 고장 난 곳은 없나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중간중간 질문형식의 말이 이어졌지만 브론시테인은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닌 것처럼 주가슈빌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언어의 폭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가슈빌리는 이제 보드카만 홀짝이며 본인이 불러온 이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30분 동안 신세 한탄의 탈을 쓴 폭풍이 지나가고 나자 남은 건 빈 보드카 병과 주가슈빌리 혼자 먹고 있었기에 절반 이상이 남은 안주뿐이었다.
이야기를 하고 있던 당사자 2명 중 한 명은 제풀에 지쳐 방금까지의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혹시라도 자신이 또 말을 잘못할까 봐 조용히 하고 있었다.
“……보드카나 추가할까?”
“……그래.”
짧은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고 나자 남은 건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폐허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깨려는 듯-본인이 만든 거나 다름없지만-브론시테인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여튼 그렇게 돼서 새로 만들 트랙터는 툴라-맥심 기관총을 탑재하게 될 것 같다. 거기에 운용 인원 한 명에 탄약까지 더하면 빡빡할 수도 있겠지만, 기술자들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하니 뭐, 우선 시도는 해봐야지. 폐하가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씀도 있고.”
“폐하께서?”
아까의 말투보다는 점잖아진 브론시테인은 10년은 늙은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개선할 점들을 쫘악 나열하시면서 이러이러한 점들은 한 번쯤 손대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게 본인의 생각이시라면서 부담감은 가지지 말라고 하시면서 부담을 주는 훈시를 하신 다음 이런 말로 시연을 마무리 하셨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더니 최대한 니콜라이의 어조를 흉내내며 말했다.
“흠, 흠, ‘나는 이 물건이 우리 장병들이 타고 다니는 관으로 취급받는 걸 원하지 않네. 예산이나 시간적인 측면은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튼튼하고 신뢰성 있게 만들도록 하게. 생김새야 아무리 못생겨도 좋으니 병사들이 전장에서 이것과 함께 작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따뜻한 보르시를 한 접시 먹은 것처럼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야. 알겠나?’라고 말씀하셨다고.”
“정말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그래, 그것 때문에 장갑 두께를 늘리네 마네 하면서 기술진들끼리 싸웠다니까. 그리고 내가 아무리 간이 크다지만 폐하의 말씀을 왜곡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브론시테인은 새로 나온 보드카의 뚜껑을 열며 대답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들은 주가슈빌리는 턱을 쓰다듬으며 곰곰이 생각하다 자기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못생겼지만 든든하게 라면 딱 네 여자친구한테 어울리는 말 아니냐?”
“아니, 근데 이 자식이 진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술집의 한구석에서 다시금 폭풍우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 * *
이번에 만들어진 트랙터의 시연을 보고 난 뒤 6개월이 흘렀지만, 아직 그때 밝혀진 문제점들을 개선한 물건의 시운전을 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가 바쁘기도 했고 아무래도 기술진들도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는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생각보다 라이트 형제들과의 협상이 쉽게 마무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만드는 동안 스미소니언 과학 협회 소속이던 새뮤얼 랭글리 박사에게 조언을 구한 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먼저 동력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어버리자 질투심에 눈이 먼 박사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사회적 지위나 명망 등과 같은 모든 수를 이용해 형제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랭글리 박사가 보기에는 박사 학위도 없고 과학 협회 소속도 아닌 학부생 수준도 되지 못하는 아마추어들이 본인의 업적을 훔쳐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자신과 연이 닿아 있는 언론을 통한 흑색선전은 물론이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훔친 걸로 비행기를 만들었다면서 소송까지 하고 있는 듯했다.
라이트 형제는 형제대로 조언을 구했던 건 맞지만, 본인들이 만들어낸 비행기와 랭글리 박사가 만들고 있던 비행기의 구조나 원리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사회적 지위에서 밀리다 보니 많이 힘든 상황인 것 같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물론입니다! 우선 자세한 사항은 직접 만나서 얘기해 보도록 하지요!]그래서였을까. 미국 국적도 가지고 있는 알렉산드르 바리를 통해 라이트 형제에게 연락했을 때의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협조적이었다.
별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직접 러시아 제국으로 와서 이야기하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라이트 형제가 오는데 들어가는 경비는 우리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하자 과장을 좀 보태서 눈물 몇 방울을 흘릴 것 같았다는 건 비밀로 하기로 하자.
시작이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러시아 제국에 온 형제들과의 협상은 매우 순항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기나기면서도 매우 고통스러운 소송과정을 더 이상 도맡아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인 것 같았다.
러시아 제국은 국제 저작권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상대방에게 배째라는 식으로 나가도 되겠지만, 우리는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어차피 재판으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이쪽이 100% 승소할 법정 싸움을 피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재판을 신경 쓸 필요도 없이 브라노벨이나 지난 경제 협정으로 쌓은 미국 재계나 법조계 측과의 연결 고리를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미국 정부 측에서 비행기라는 어마어마한 물건을 개발한 형제가 기술 기반을 송두리째 러시아 제국에 가져다 바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의 친애하는 랭글리 박사께서 본인이 소속된 스미소니언 협회까지 이용해서 하고 계신 흑색선전 덕분에 미국 내부에서 라이트 형제의 이미지는 사기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미국 내 신문들이 나보고 쓸모없는 얼음 상자를 돈을 줘가며 사간 자비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기꾼까지 떠안으려 하는 걸 보니 자비로운 멍청이인 게 틀림없다는 기사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고 하던가?’
이것 때문에 윈체스터 사에서 은근슬쩍 내가 모델이 된 총기 광고를 내렸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건 내게 있어 손해도 아니었다.
어차피 러시아 제국 내에서의 내 이미지는 이미 확고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내가 미쳐서 피의 일요일과 같은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에야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은 저들이 나를 비웃고 있다고 하지만 10년 아니, 5년만 지나도 저들은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오리 새끼들 사이에 있는 백조 그것도 황금 깃털을 가진 백조를 내쫓았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