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00)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00화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이슈가 되기 전에는 당연한 말이지만, 독일 내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기껏해야 방첩이나 정보수집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프랑스가 헛다리를 짚는 것을 보고 남몰래 미소를 지었을 뿐 일반 대중들은 신문에도 나지 않은 이 사건에 대해 알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일주일에 걸쳐 우주를 만드셨고 프랑스인들은 단 하루 만에 스파이를 만들어냈다.]그나마 정보국 내부에서 나온 이 농담이 독일인들이 드레퓌스 사건이 이슈가 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인식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흔한 유대인들에 대한 고정 관념과 차별의식이 만들어낸 사건이라 여겨졌던 이번 일이 이내 프랑스 내부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풍이 되자 얘기는 조금 달라졌다.
드레퓌스가 자신들과 내통한 스파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하에-프랑스 사회가 혼란스러워질수록 그들에게 이득이었기에-독일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 의견 표명은 없었다.
하지만, 적성국인 프랑스의 국민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물어뜯는다는 것만으로도 독일 언론에는 좋은 기삿거리가 되었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술자리 안줏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게는 아프리카에서의 충돌부터 보불 전쟁, 나폴레옹 전쟁에 이르기까지 현재 독일 제국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프로이센과 프랑스는 앙숙 중의 앙숙이었으니까.
상대방의 불행은 곧 우리의 행복이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저 멍청한 놈들이 서로 물어뜯으면서 길거리에 나뒹구는 꼴 좀 보라지!]독일 제국 내부도 조용하다고만은 할 수 없었지만, 현재의 프랑스처럼 수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소요사태가 일어나지는 않고 있었기에 독일인들은 진심과 열정을 다해 그들의 이웃을 비웃어주고 있었다.
여기서 끝났다면 니콜라이에게는 무엇보다도 행복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독일인들은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벼운 이벤트를 즐겨서 좋고 니콜라이는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실책에 더 이상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프랑스도 언론의 자유와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비웃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지 드레퓌스 사건의 여파가 몇 주가 넘도록 이어지자 슬슬 독일 내부에서는 다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이전의 영국처럼 내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저 정도로 서로 편을 갈라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면 이번 일을 본인들이 어떻게 이용할 수 있지도 않겠는가?
물론 이렇다 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프랑스와의 전면전을 외치는 사람은 적었지만, 독일 제국에게 있어 불행은 이런 다른 목소리의 선두주자가 다름 아닌 그들의 황제.
빌헬름 2세였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짐이 지금 프랑스와 전쟁을 하자고 말하는 게 아니지 않소!”
평상시에는 젊은 시절 보불 전쟁에서 보여주었던 용감함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었는지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을 가진 참모총장인 소 몰트케의 성향에 따라 참모본부는 그다지 시끄럽지는 않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이미 제국해군청을 몇 차례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는 폭풍이 참모본부에 상륙했기 때문이었다.
그 폭풍의 이름은 영광스러운 호엔촐레른의 적자이자 독일 제국의 지배자인 빌헬름이었다.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저도 압니다. 하지만 폐하, 지금처럼 제대로 된 작전계획도 채 설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움직임은 자칫 우리도 미처 예견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부디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사실 빌헬름이라는 폭풍이 참모본부를 덮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빌헬름도 처음에는 프랑스가 드레퓌스 사건으로 시끌시끌했음에도 별로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이웃나라에서 벌어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코미디보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정한 독일이 제1 열강으로 도약하기 위해 거꾸러뜨려야만 하는 상대인 영국을 따라잡기 위한 전함 건조가 더 중요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무성과 정보부를 통해 들어오는 소식들은 그의 마음속 우선순위를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사실 지난 보불 전쟁에서는 프랑스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독일과 프랑스의 체급 차는 상당했기에 독일인들은 내심 프랑스와의 정면 승부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바다로는 영국이 서쪽으로는 프랑스가 동쪽으로는 러시아라는 적성국 혹은 불편한 관계의 국가들로 둘러싸인 독일은 항상 편집증적인 망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만 하더라도 버거울 수 있는 적이 삼면으로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데 마침 이 와중에 가뜩이나 보불 전쟁의 원한을 갚겠다고 벼르고 있던 프랑스의 내부에서 무언가 큰일이 발생한 건 몇몇 독일인들에게 기회로 여겨졌다.
지난 시절 영국에서 벌어졌던 반란 당시 독일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 러시아에 과실들을 고스란히 빼앗겼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이번에는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영국과 프랑스가 가까워지는 데다 러시아도 저렇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조그마한 도박수조차 두지 못한단 말이오? 신중하다는 것은 물론 좋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가만히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신중한 것 아닌가?”
폭언으로까지 들릴 수 있는 말들이 카이저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지만, 소(小)몰트케는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군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던 애를 썼다.
“폐하, 저 또한 지금 프랑스는 약간의 외부 충격만으로도 세차게 흔들릴 수 있는 갈대와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심스럽게 행동해야만 합니다. 본디 프랑스인들이란 저들끼리 갈라져서 싸우다가도 외부의 위협이 있다고 느껴진다면 급속도로 결집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이러한 프랑스인들의 특성을 지난 대프랑스 동맹 전쟁이나 나폴레옹 전쟁, 또 보불 전쟁에서도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프랑스 대혁명 이후, 무려 4개의 정부가 10년도 채 되지 않는 세월 동안 세워지고 무너지는 것을 반복할 정도로 분열되어 있던 프랑스.
그 나라가 본인들을 겨냥한 군사 동맹이 체결되었다는 걸 알자마자 라 마르세예즈를 불러대며 똘똘 뭉쳤던 일은 그 후로 1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다른 유럽 국가들에 하나의 신화로 남아 있었다.
거기에 프랑스 혼자서 영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을 때려눕힌 거나 다름없는 나폴레옹 전쟁이나, 본인들이 승리하긴 했어도 파리 시민들이 나폴레옹 3세의 항복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프로이센에 동물원에 있던 코끼리까지 잡아 먹어가며 저항했던 파리 포위전은 독일로 하여금 프랑스가 만만치 않은 국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소 몰트케는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여전히 미흡한 작전 계획과 영국과 프랑스의 동맹이 단기간 내에 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 설명하며 러시아 또한 젊은 차르의 지도 아래 빠르게 발전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광대한 국토로 인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황제를 설득하는 과정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눈물 몇 방울을 찔끔 흘리기에 충분했다.
“알았소. 참모총장이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우선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지. 하지만! 참모총장을 위시한 참모본부는 이번 일이 더 장기화됐을 경우 우리 독일 제국이 얻을 수 있는 전술, 전략적 성과나 아니면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 게 더 현명한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도록 하시오. 이건 황제로서 내리는 명령이니 참모총장 또한 따를 것이라 믿겠소.”
“예, 폐하. 제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바로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폐하, 제국해군청으로 가실 시간이십니다. 티르피츠 장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크흠, 참모총장이 숙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성과를 거둘 것이라 믿고 있소.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소 몰트케는 빌헬름을 수행하던 무관이 그의 다음 일정을 넌지시 얘기하자 내심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카이저는 이제 자신이 아닌 다음 희생양을 향해 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폭탄 돌리기와도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속으로 티르피츠를 향해 짤막한 애도의 말을 보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실 있었다고 해도 하지 않았겠지만. 그는 지금 이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으니까.
그렇게 빌헬름이라는 폭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다시금 평상시의 조용한 분위기를 되찾은 참모총장실이었지만,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이 방의 주인인 몰트케 본인부터가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겠는가?
“저, 각하. 아까 폐하께서 말씀하신 연구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현재 별다른 업무를 맡고 있지 않은…….”
“일단은 그것보다는 슐리펜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하는 데 더 집중을 하도록 하지. 폐하께서 지시하신 내용은 일단은 내가 직접 담당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보고를 올리도록 하고.”
“예? 하지만 각하.”
비서의 반응을 들은 몰트케는 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내 창밖을 내다보던 자세에서 몸을 돌린 뒤 본인을 수행하는 젊은 장교를 바라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자네, 보불 전쟁의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나?”
비서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자랑스럽다는 태도로 본인의 직속상관을 향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나폴레옹 3세의 항복으로 따지자면 고작해야 1개월 반 정도였으며 르망 전투로 프랑스의 잔존병력이 소멸했던 시점으로 따져도 6개월이 채 되지 않습니다.”
위대한 전략가이자 군인이었던 숙부의 가장 빛나던 순간이자 본인도 야전에서 조국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위해 뛰어다녔던 때가 떠올랐는지 몰트케의 얼굴에도 아까와는 다른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는 이내 미소를 지우고 다시금 비서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랬지. 그럼 베를린 조약이 맺어지며 제국의 외교 관계가 재정립되게 된 전쟁이었던 러시아-튀르크 전쟁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알고 있나?”
아까까지와는 상관없는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져대는 참모총장의 저의가 무엇인지 비서는 의아했지만, 군인으로서 단련된 정신은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기보다는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자연스럽게 말하도록 만들었다.
“예, 11개월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잘 알고 있군. 자네 같은 우수한 인재가 있다니 독일 제국 군의 앞날이 밝겠어.”
“칭찬 감사합니다, 각하.”
비서가 막힘없이 질문들에 대답을 했음에도 몰트케의 표정은 말과는 달리 어두웠다.
그는 이내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아까보다 조용한 어투로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그럼 자네가 생각하기에 유럽 대륙에서 다시금 전쟁이 발생한다면 과연 전쟁 기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나?”
참모총장의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어도 비서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절하다고 느껴지는 기간을 말했다.
“음, 어느 국가 간의 전쟁인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1년에서 2년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1년에서 2년.
그의 대답을 들은 몰트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숙부가 본인에게 몇 번이고 말했던 내용과는 정반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나도 자네와 같은 패기가 남아 있다면 좋으련만.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그에게 항상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와도 같은 숙부는 이렇게 말했었다.
다음번에 유럽 대륙에서 터질 전쟁은 과거 참혹하기 짝이 없었던 30년 전쟁보다도 더 길고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소 몰트케 또한 숙부의 그 암울한 말에 동의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