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0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02화
66장 일, 일, 일
합리주의와 극단주의, 이성과 감성, 여태까지 핍박받아 온 민족에 대한 생각 차이, 프랑스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세기의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막이 지금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올라가고 있었다!
이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 내가 생각하고 짜놓았던 대전략의 틀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하고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머릿속에서 드레퓌스와 관련된 점유율은 잠시 다른 일로 인해 낮춰져 있었다.
“정말이지 멋진 비행이더군. 잘 봤네. 이거야말로 우리 인류가 산과 바다에 이어 드디어 하늘까지 정복했다는 가장 큰 증거 아니겠나. 자네들이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겠네.”
푸르르르르…….
방금 시연을 마치고 착륙한 비행기의 시동이 꺼져가는 소리를 들으며 내가 말했다.
이번 비행의 파일럿은 다름 아닌 윌버 라이트였는데 사실 지금 지구에서 그만큼 숙련된 파일럿은 없다고 할 수 있었으므로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감탄하며 내밀은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감사드립니다, 폐하. 만족하셨다니 다행이군요. 사실 조금 조마조마했지 뭡니까. 시동을 걸 때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혹시라도 비행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부터 폐하께서 흡족해하실 정도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말입니다.”
“정말로 그런 걱정을 했단 말인가? 그런 마음을 안은 채로 했다기엔 환상적일 정도로 우아한 비행이었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공연보다도 말이야.”
지금 한 말은 진심이었다.
과거보다는 덜해졌다고는 해도 인류 최초의 비행기가-그 이후로 개조를 거듭한 새로운 버전이라고는 하지만-하늘을 나는 것을 직접 내 눈으로 본다는 게 사학도로서의 마음을 끓어오르게끔 했으니까.
프랑스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드레퓌스 재판이 앞으로의 미래에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만을 기다리며 전전긍긍할 수는 없었다.
재판이 다시 이루어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후로도 처리해야 하는 일의 총합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조금씩이나마 더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그럼 드디어 우리 위대한 하늘의 정복자님과 계약을 할 시간이 되었군. 가지. 조금 귀찮을지 몰라도 이런 식으로 기념 촬영과 기록을 남기는 게 어떤 의미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니.”
그래도 그중 한 가지인 라이트 형제와의 계약은 오늘로 마무리가 될 예정이었다.
이제 시연까지 봤으니 잘 꾸며진 장소에서 서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악수를 하며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기만 하면 가장 큰 고비인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하는 건 끝나는 거였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큰 틀에서 내가 방향을 제시하면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진들이 노력해 줄 예정이었으니 이번 일과 관련해서 앞으로 나에게 남은 일은 그들이 올린 계획을 한 번씩 검토한 뒤 도장이나 사인을 해주는 것만 존재했다.
사실 그것보다는 좀 더 할 일이 많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런 건 지금 생각하기 싫었다.
“폐하께서 말씀하신 사업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나 제 형이나 앞으로 무던히 애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나와 형인 윌버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의 내용은 걱정스러웠지만, 그의 어조를 듣자 하니 앞으로 일할 게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사실 아직 1시간도 채 날지 못하는 비행기로 광활한 러시아의 도시와 도시를 잇는 항공 우편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내 말에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조금은 예상외였다.
보통 기술자들은 이런 식의 무리한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들었을 때 그건 조금 힘들 것 같다거나, 시간과 예산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하는 반면에, 이 영민하면서도 통찰력이 대단한 두 형제는 한국으로 치면 무쇠팔이라 불리던 누군가가 떠오르는 ‘마, 함 해보입시더!’와 같은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다른 사람들이 새와 같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던 물건들에 몰입하고 있을 때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배가 물에 뜰 수 있게끔 해주는 부력에 집중함으로써 가장 먼저 비행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겠지.
나는 두 사람의 태도에 흡족한 마음으로 약속했다.
“그에 필요한 예산이나 인력은 내가 가능한 부분에서는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우선은 항속거리나 최대 이륙 중량을 높이는 데만 신경 쓰도록 해주게.”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행기들끼리의 항공전을 생각하면 이 2가지만큼이나 속도도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앞서 말한 사항들을 해결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포탄이나 전차 등을 생산하고 소총이나 교범, 교리 등을 개선함으로써 야전에서의 전투력을 높이려 애를 썼다.
그러나 독일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선 항공 정찰을 통한 철저한 정찰과 그를 통한 작전 수립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특히나 개전 초기에는 병사들이 가지고 있을 비행기에 대한 인식이 미흡할 걸 생각하면 비행기를 통한 정찰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맵핵이나 다름없었다.
원래 역사에서 1차 세계 대전 당시 러시아의 가장 큰 군사적 성과이자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성공적인 공세였던 브루실로프 공세의 배경에도 철저한 항공 정찰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보다 공중전 용 장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건 잊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든 걸 한 번에 추진할 수는 없었으니 지금은 그보다 비행기 자체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비행기를 통한 우편수송이 보편화 된다면 도로를 만들거나 철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예산을 항공 산업으로 돌려 모든 운송이나 이동을 비행기로 할 수도 있겠군요. 거기에 지금처럼 대륙과 대륙을 오고 가려면 최소 몇 달은 걸리기에 해외여행은 그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는 부자들이나 하는 거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다 즐길 수 있는 게 될 테고요. 어느 한 국가에 무언가 물자가 부족하다고 한다면 더 빠른 지원도 가능하게 되겠지요.”
나와 동생인 오빌이 대화하는 내용을 듣던 윌버는 기대된다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의 관점이 지금과 같은 기술발전을 바라보는 대다수 유럽이나 미국인들의 인식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기술의 발달이 모든 사회 문제나 갈등을 봉합해 주는 치트키와도 같으며 이렇게 문명이 발전해 나갈수록 구성원들이 과실을 나눠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미래는 아름다울 것이라는 시각.
“……그런 날이 온다면 좋겠군.”
다만 기술이 발달해도 여전히 해외여행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며 과학의 발전이 세계 평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아는 나로서는 이런 말 정도밖에 해주지 못했다.
이들 형제 또한 비행기를 발명한 이후의 경험으로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목격했었음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자 과거의 이상적이면서도 나이브한 모습이 되살아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저 이들이 다가올 미래에 지나친 충격을 받지 않기를 바랐다.
이상주의자의 사망원인 1위는 바로 현실이었으니까.
* * *
“올해 새로 건설할 예정인 철도의 길이는 여러분 앞에 있는 서류에 쓰여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 건설할 새로운 노선의 출발역은…….”
라이트 형제와의 정식 계약 체결 다음 날 열린 장관 회의의 중심 의제는 새로 건설될 서부 철도 노선이었다.
베르스타라는 괴상망측하기 짝이 없는 도량형에서 벗어나 정부 부처에서나마 미터법이 완전히 정착한 것 같았기에 나는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테가 말한 서류들에 쓰여 있는 도량형들은 전부 미터법에 근거한 숫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참 생각해 보면 기나긴 싸움이었다.
한 국가의 도량형을 통째로 바꾼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도 그걸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지난날들이었다.
그동안 심심찮게 공식 문서에서도 미터법으로 표기된 숫자 옆에 괄호로 베르스타 단위로 환산한 숫자들이 써진 걸 보고 부글거리는 마음을 삭여야 했던 세월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공장 노동자들에게 복지 명목으로 교육을 실시하면서 새로운 도량형 교육을 병행하지 않았다면 아마 더더욱 늦어졌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현장에서는 심심찮게 원래 사용하던 도량형과 미터법 사이에서의 혼동이 일어나고 있겠지.
그걸 막기 위해 국가에서 주도하는 공사와 같은 중요한 곳에는 감독관들이 파견되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시골 마을이나 변두리에서 진행되는 소소한 공사에까지 관료들을 보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라이트 형제와의 대화에서 항공 운수에 대해 얘기하고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들도 시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각 국가들은 국가 내부 수송력의 대부분을 바로 기차에 의존해야만 했다.
자동차는 아직까지 대량 운송을 하기에는 성능이 부족했고 강을 통한 수운도 자연환경에 따른 제한이 많은 만큼 사시사철 운행이 가능하면서도 엄청난 양을 동시에 나르는 게 가능한 철도가 운송 시장을 지배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 제국이 슐리펜 계획을 짜면서 프랑스를 먼저 단기간에 무너뜨린 다음 러시아를 상대한다는 얼핏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작전을 세웠던 이유도 바로 러시아의 철도 수송력이 빈약하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시대에는 군대의 기동력=철도의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면 전쟁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독일 제국은 변태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철도를 건설하고 시간표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오죽 편집증적으로 계획을 세웠으면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독일 제국의 벨기에 침공 당시 황제인 빌헬름 2세가 멈추라고 했는데도 소 몰트케가 이미 시작된 이상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겠는가.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는 철도망을 계속해서 확충해 나가야 했다.
사실 이런 공사는 도시로 밀려드는 노동자들을 어느 정도 흡수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노동위원회의 감시와 개정된 노동법을 통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 만큼 공장에서 고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잉여 노동력들을 국가에서 고용하지 않는다면 기껏 안정시켜 놓은 소수민족들에 대한 혐오범죄나 유서 깊은 포그롬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없었기에 철도망 확충 사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식의 단순 노동직이 대다수인 일자리 정책은 그 한계가 명확하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다.’
지금 시행 중인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다른 대책도 마련하는 것이 좋겠지만, 아마 그때가 되면 저절로 해소될 가능성도 컸다.
전후복구사업이라면 없는 노동력도 끌어다 써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