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1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11화
니콜라예프 참모 학교에서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있는 교육생들은 그 어느 순간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심지어 포상과 페널티가 걸려 있는 모의전을 준비하고 실제로 시행할 때보다도 말이다!
사실 교육생들만 긴장감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항상 무게감을 잡아가며 그들을 통제하던 교관이나 조교들도 교육생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저마다 긴장과 걱정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다들 연습한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다, 알겠나?”
“예!”
“좋아.”
평상시였다면 목소리가 작다는 등의 되지도 않는 트집을 잡았을 군기 담당 교관도 오늘만큼은 별다른 터치를 추가적으로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교육생들을 더 조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차라리 평상시보다 조금은 풀어줌으로써 긴장감을 풀도록 만들어야지 중요한 행사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엄격하게 구는 것은 더 큰 실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들 사이에 서 있는 샤보쉬니코프의 심정도 다른 교육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는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 더 긴장한 상태였다.
그가 평균 이상으로 겁이 많거나 아니면 간-과 담대함의 과학적 상관관계는 없다고 하지만-이 더 작아서가 아니었다.
‘저 재수 없는 안경잡이가 저런 얼굴을 하는 건 처음 보는데.’
샤보쉬니코프의 동기들은 최근까지 내기지만 사실상 성립이 되지 않는 내기를 하고 있었다.
성립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사람들이 한쪽에만 돈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본인들이 수료하기 전까지 그가 방금 생각한 재수 없는 안경잡이, 즉 브론시테인의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는 일이 생기겠느냐는 내기였다.
그의 동기들이 건 쪽은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었고, 샤보쉬니코프도 물론 동료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의 생각이 옳은 것처럼 보였다.
‘저 녀석이 저렇게 땀을 흘리는 건 처음 보는데.’
모의전이 이루어지는 교장에서도 자신들만큼 격렬하게 움직이지는 않아도 훈련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특성상 힘든 기색이라도 낼 법했건만, 브론시테인은 그 순간마저도 표정의 변화는커녕 땀도 별로 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본 교육생들 사이에서 사실 저 안경잡이는 사람이 아니라 차르께서 우리를 감시하시기 위해 보낸 인형인 게 분명하다는 말이 퍼져 나가는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브론시테인도 차르의 현지 지도를 위한 방문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는 평범한 하급자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다른 교관들처럼 호들갑을 떠는 정도는 아니었어도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 중 가장 동요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으니까.
브론시테인의 그러한 모습을 보자 샤보쉬니코프는 쌤통이라는 마음보다는 걱정과 안도감이 먼저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또한 차르의 방문을 기다리는 하급자와 같은 입장이었기에 브론시테인을 마음 놓고 비웃을 수 없었으며, 저런 놈도 저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면 얼마나 차르가 깐깐한 사람이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을 보니 저 안경잡이도 인형이 아닌 사람이었구나 하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 그가 다른 교육생들만큼 긴장하지는 않게 해주고 있었다.
“부대, 차렷!”
샤보쉬니코프가 속으로 브론시테인의 가슴 속에 있는 것이 밀랍이 아닌 실제로 뛰고 있는 심장이라는 생각을 하며 낄낄대던 와중 들려온 훈련대장의 우렁찬 목소리는 다시금 그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사실 이번이 그가 자신이 충성을 바치는 상대이자 살아가고 있는 제국의 황제인 니콜라이를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TV는커녕 라디오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러시아 제국의 시골에서 살았기에 모습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처음 듣는 순간이기도 했다.
교육생들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데는 이러한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주군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했으니까.
황제의 등장을 알리는 화려한 미사여구로 장식된 말들과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군악대의 연주, 그리고 본인들이 매 순간순간마다 맞춰서 실시한 칼 같은 제식의 향연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이러한 흐름은 마치 폭풍과도 같아서 교육생들은 머리로 생각하기에 앞서 몸이 기억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자신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무아지경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가 그들은 언제부턴가 본인들의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마노프 가의 헤라클레스라 불리었던 알렉산드르 3세의 핏줄을 이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풍채와 더불어 멋들어진 콧수염과 함께 조금은 비어 있는 이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군. 러시아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그대들과 이렇게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기쁘네.”
차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니콜라이의 목소리를 들은 샤보쉬니코프의 첫 생각은 예상보다 어조나 목소리가 강렬하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대중연설을 즐겨한다는 차르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연설을 하는 데 있어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냐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목소리에 담겨 있는 카리스마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로서는 조금 심심한 첫인상이었다.
“먼저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에 대해서 자네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 아무렴, 그렇고말고. 이렇게 쉬운 문제를 그대들 같은 우수한 인재들이 모를 리가 없지 않나.”
‘최근 들어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감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나 발칸 반도에서의 수상쩍은 움직임 때문이시겠지.’
차르가 러시아는 유럽 대륙의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공개적인 성명을 발표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난 지금.
니콜라예프 참모학교에 있는 사람들 중 조만간 전쟁이 터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차르가 그러한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가 이미 유럽 대륙의 평화가 깨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걸 의미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차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래, 뭘 숨기겠나. 이곳 참모학교 주방장의 솜씨가 너무나도 훌륭하기 때문이지.”
본인들이 예상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교육생들 사이에서는 피식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귀관들이 모의전과 같은 육체적인 훈련을 함께하지 않았다면 교육생들에게 지급될 제복에 들어갈 천이 2배는 늘어났을 거라는 둥, 황궁에 남아있는 주방장이 이 말을 들으면 서운해할지도 모르니 방금까지의 말은 못들은 걸로 해달라는 등의 농담이 이어졌다.
그러자 이제는 교육생뿐만 아니라 조교나 교관들 사이에서도 억누른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아무래도 본격적인 연설을 하기에 앞서 가벼운 농담을 통해 분위기를 풀려고 했던 판단이 괜찮게 작용한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연설들의 대부분은 시작부터 잔뜩 무게를 잡고 시작하거나 아니면 비장한 분위기에서 행해졌었으니까.
물론 연설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것으로 무언가를 얻는다기보다는 하나의 확언 혹은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 내가 말할 내용이 매우 무겁다는 것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귀관들은 이곳 참모학교에서 우수한 교관들을 통해 이루어진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서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의 전장은 그대들이 역사책에서 보았던 영웅과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그런 곳과는 다를 것이란 걸 말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로부터 낭만적인 시를 빼앗아갔는가?”
나는 좌중들을 잠시 둘러보았다.
연설을 하기에 앞서 브론시테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주목할만한 교육생, 샤보쉬니코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다른 교육생들은 아까의 농담에 연장선인 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지금부터 핵심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란 걸 느끼고 있는 눈치였다.
“바로 기술의 발달이다. 과거에는 한 사람이 열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실력의 격차가 있어야 했지만, 현대는 다르다는 것을 귀관들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수십 년의 수련을 거친 전사가 단 하루만 교육을 받은 병사에게 죽임을 당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어 버린 지도 오래지만, 기술의 발전은 이제 그보다 더 나아가 버렸다.”
바야흐로 화력적인 요소가 기동적인 요소를 압도하는 시대였다.
기관총으로 대표되는 화력 앞에서 수천 년 동안 인류의 가장 강력한 병과였던 기병들은 그저 보병들보다 조금 더 큰 그래서 더 맞추기 쉬운 표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로도 기병이라는 병과는 사라지지 않고 유지됐지만, 이전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유럽 전역에 감돌고 있는 불운한 기운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확신을 하고 있다. 이번에 유럽 대륙 내에서 불운한 사건이 터진다면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리고 경험했던 그 어떤 전쟁과도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이다. 인간의 목숨이 마치 탄알과도 같은 하나의 자원으로만 여겨질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 귀관들이 제 몫을 다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을 저울 위에 올려 그 눈금을 읽어야 하는 행위의 최종 책임자는 바로, 나였다.
‘전술적으로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피해’, ‘전략적 승리를 위한 피해 감수’와 같은 말들로 포장된 행위의 무게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어깨 위에 올려져 있었다.
‘전선 상에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음.’이라는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담겨 있을지는 감히 나조차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했으며 이는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었다.
지난 시절 니콜라이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던 때부터 기꺼이 짊어지기로 한 것이기도 했다.
그나마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참호전이라는 희대의 지옥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한 준비 등을 여태까지 해왔으나, 아무래도 세상은 이러한 대비가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다시 말해, 참호전을 극복할 수 있는 장비들이 나올 때까지는 우리도 인력을 갈아 넣을 수밖에 없다는 걸 뜻하기도 했다.
마치 고기분쇄기에 고기를 넣으면 어떻게 될지를 알면서도, 전체를 살리기 위해 오른손을 집어넣어야만 하는 처지가 된 것 같았다.
“위대한 러시아 제국에 승리와 영광이 있기를.”
프랑스 측이 국경 지대로 이동하고 있는 독일군이 본래의 주둔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를 적대적인 행위로 인식할 것이며, 총동원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연설이 끝난 직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