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1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12화
프랑스가 독일에 최종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날, 유럽은 바쁘게 돌아갔다.
저마다 본인들이 이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에 대해 계산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마치 거미줄과도 같은 동맹과 협약, 그리고 비밀 조약 등은 유럽의 각 나라 수뇌부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끔 강제했다.
자신들도 까먹고 있던 조약들이 잊힌 기억과 창고 속에서 다시금 되살아나기도 하였다.
다른 나라로부터 날아온 지난 시절의 청구서 등은 이번 충돌이 시작은 충동적이었을지 몰라도, 결과는 파멸적일 거라는 미래를 예고하고 있었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전쟁이 양 국가뿐만 아니라 전 유럽을 넘어 세계가 휘말리는 진흙탕이 될지도 모른다는 건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니콜라이와 같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급변하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상황에 대한 영국의 행보를 결정하기 위해 버킹엄에 모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였다.
“이번 전쟁에 끼어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여전히 인도의 상황은 불안하며 지난 총독들의 항명 이후로 아직도 본국과 식민지 사이의 관계가 예전 같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독일이 미래에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면적인 참전을 하는 것은 겨우 지난 상흔에서 회복하고 있는 경제와 사회에 직격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그중 목소리가 가장 큰 것은 여태까지의 영국이 그래왔듯, 군대를 파병하는 등의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 대신 물자 등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개입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이번 일에서 발을 빼자는 의견이었다.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현재 영국의 상태로 비추어 봤을 때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의견이기도 했다.
코뮌은 사라졌다고는 해도 그 일이 대영제국에 남긴 상흔은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레드 코트들도 병사와 귀족 출신 장교들 사이에 불신이 남아 있었으며, 다행히 해군력은 여전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앞서 있다고 해도 그 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만 했다.
평시인 지금도 그 덩치를 유지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형편상 돈이 몇 배로 들어갈 게 분명한 전쟁으로의 진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전통적으로 영국이 유럽 대륙에서 이루어지는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걸 꺼려 하는 고립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나폴레옹 전쟁에서도 초반에는 총과 칼이 아닌 돈과 상품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영국의 ‘전통적인 전쟁’을 수행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고립주의야말로 이득은 챙기면서 리스크는 회피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기도 했으니까.
비록 전제 조건이 여러 가지 필요하긴 했어도, 영국은 바다라는 자연환경을 통해 고립주의를 견지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국가들과의 국경선이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가장 어려운 조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이기도 했다.
다만 이와는 반대되는 얘기도 나오고 있었다.
고립주의의 조건 중 하나인 압도적인 힘을 대영제국이 더는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혹은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지금은 괜찮더라도 조만간 따라잡힐 거라는 위기의식이 그들로 하여금 더는 관망만 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이야 우리의 해군력이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열강들보다 우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거라고 보십니까? 우리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동안, 아니, 오히려 지난번의 그 끔찍한 일로 인해 뒤로 후퇴하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제 그 선봉장에는 확장 의욕을 숨기지도 않는 독일 제국이 있단 말입니다! 이제는 이를 가만히 묵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개입을 해야만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독일 제국이라면 프랑스를 이기기 위해서 벨기에도 얼마든지 침공할 수 있는 놈들입니다. 만약 벨기에가 함락된다면 브뤼허도 놈들이 점령할 테고, 벨기에의 항구도시들을 독일 놈들이 차지한다는 얘기는 도버 해협으로의 위협이 현실화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개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소리 높여 말하는 이들이었으나, 거기에 반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즉각 들려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독일이 프랑스와 러시아를 양쪽에 둔 상태로 우리 영국까지 적으로 돌리려 할 리가 없지 않소! 벨기에는 우리 영국이 독립 보장을 걸어놓은 상태인데 어떻게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할 수 있다는 말이오!”
“거기에 지난 시절 대영제국이 세계를 호령하던 때에도 하지 않았던 적극적 개입을 지금 와서 시작하자니 지금 제정신이오? 그렇다면 거기에 필요한 재원들은 다 어디서 마련한단 거요? 설마 자네의 사재라도 출연할 생각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제자리에 머물러 있자는 말입니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로 과거에만 매달려서 말입니다!”
앞서 말했듯 고립주의 정책을 고수하자는 측의 목소리가 크긴 했지만, 이들도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양측 사이의 대립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의회에 표결을 맡김으로써 영국이 자랑하는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해결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문이 생기겠지만, 현재 런던에서 의회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시절 코뮌 반란 이후 대부분의 왕족들이 실종된 뒤, 러시아와 여전히 왕실에 충성을 바치던 로얄 네이비의 힘을 빌려 귀국한 조지가 대다수의 실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런던이 함락되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 왕실뿐이 아니라 수도에 체류하고 있던 귀족들이 화를 당한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당시 러시아를 방문한 일행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들의 대다수는 코뮌의 손길을 피하지 못했으니까.
역설적이게도 왕정과 귀족들을 몰아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고 일어났던 코뮌의 결과는 왕정의 귀환으로 귀결된 것이다.
뭐, 호칭이야 국왕 폐하가 아닌 섭정공이었지만.
조지는 손을 내저어 혼란스러운 장내를 조용하게 만든 뒤 입을 열었다.
“현시점에서 독일 해군과 맞붙게 된다면 승률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가?”
“전쟁에는 절대가 없다곤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해군은 여전히 프랑스와 독일 해군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1 해군 경인 피셔의 대답을 들은 조지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같은 자리에 해군 장관이 배석하고 있음에도 그 휘하인 해군 경이 대답하는 광경이 이상하긴 했지만, 역으로 이를 통해 지금 섭정공이 가장 믿고 있는 집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런던이 혼돈과 파괴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동안 귀족과 왕족뿐만 아니라 중앙행정부에서 일하던 행정인력들도 상했던 것에 비해, 왕립 해군은 비교적 온전히 인력을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최근 만들어진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피셔 경이 주축이 되어 건조한 것을 생각해 보면 현재 그는 영국 정부의 2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하, 현재의 재정 상태로는 본격적인 군사작전을 취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단기간이야 괜찮겠지만, 만약 지금의 갈등이 자칫 장기화되는 날에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나 곤란하게 될 것 같소?”
“예?”
자신을 향해 의아하다는 듯 되묻는 관료를 향해 섭정공은 다시금 되물었다. 답답하다는 기색이 담긴 것은 덤이었다.
“만약 장기화되는 날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럼 구체적으로 얼마나 사태가 길어지면 그렇게 될지 계산을 해봤을 것 아니오.”
“아니, 저, 그게, 구체적인 날짜는…….”
말을 더듬거리는 관료를 보는 섭정공의 눈에는 분노나 경멸보다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저 사람이 현재 대영제국의 상태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코뮌 이후 영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부분의 상처를 치유한 것처럼 보였어도, 속으로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수두룩한 상태였다.
일순간에 날아간 행정력은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부랴부랴 식민지를 비롯해 지방에서 인력들을 끌어모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솔즈베리 후작을 떠나보낸 뒤 조지가 피셔를 총애하는 데에는 그가 찬란했던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물론 해군 경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이유도 있긴 했지만.
‘할머니께서 왕위에 계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유능한 관료들과 귀족들이 수없이 많았었겠지.’
다만 조지는 자신이 한 질문에 적극적 개입을 반대하는 측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긴 했어도, 그들의 말대로 하자는 쪽으로 마음의 추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당장 이 자리에서 결정하진 않겠지만, 이대로 가면 영국은 이번 전쟁에서도 또다시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중립을 지킬 것처럼 보였다.
조지의 머릿속에 지난 시절의 기억이 없었다면 아마 이번 회의에서 결정이 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지금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는 게 좋겠군. 양쪽 말에 모두 일리가 있으니 당장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관망하다가 더 유리한 쪽에 붙거나 혹은 조금 불리한 쪽을 지원함으로써 유럽 대륙이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겠어.”
방금 섭정공이 말한 대로 한다면 경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무역이 끊기기에 시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조지가 느끼기에는 이번 결정은 그러한 일을 감안하더라도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러시아에 머물면서 본국으로부터의 소식만을 기다렸던 불안함으로 점철되었던 그 시간은 그가 어떠한 결정을 내림에 있어 신중함의 탈을 쓴 망설임을 하도록 만들었다.
별다른 결론이 나지 않은 채 회의가 끝난 그날 밤, 조지의 처소로 러시아 공사가 방문하기 전까지는.
* * *
“전하라고 하신 내용이 무사히 조지 섭정에게 전달됐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좋아, 이제 시작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떠한 사건을 통해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물며 그 일이 자신의 가족들이 전부 생사불명이 된 데다 본인이 그전까지 쌓아 올린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이었다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리고 조지와 영국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현재 영국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는 당시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