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13)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13화
“벨기에 방면으로 진출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경에 있는 저 요새 지대를 돌파해야만 하는데 조금만 계산해 보더라도 그런다면 러시아 놈들이 우리의 부드러운 아랫배를 가차 없이 찌르고 들어올 겁니다!”
“제아무리 영국이 휘청거리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해군력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데다 공업력을 생각해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상대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공개적으로 독립을 보장한 벨기에를 침공한다는 건 가뜩이나 많은 적은 상태에 있는 우리가 막강한 적을 하나 더 만드는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오!”
“스당에서의 기적이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며 요새 지대로 병사들을 돌격시키자는 말입니까? 성공이 증명된 전략을 또 사용한다니 참 현명한 선택이군요. 지금의 프랑스에는 그때와 다르게 사로잡으면 전쟁이 끝나는 황제도 없다는 게 문제지만 말입니다!”
“놈들이 알자스-로렌 방면으로 진격해 올 것이 분명한바, 차라리 놈들의 공격을 한번 막아내고 역습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평상시 참모총장인 몰트케의 성향대로 조용하진 않아도 시끄럽지는 않았던 독일 제국의 참모본부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폭발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빌헬름의 야심 찬 생각이었던 프랑스가 내부사정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틈타 단숨에 박살 낸다는 계획은 박살이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헤헤, 사실 국경지대에서 훈련 좀 한 거였습니다. 다시 주둔지로 돌려보내겠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막상 앞서 말한 과격한 계획을 세웠던 빌헬름 황제는 프랑스가 생각보다 빨리 내부 혼란을 수습하자 사태를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건 어떻겠냐는 눈치였으나 국내 여론은 아무래도 황제와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이 황제의 뜻이라 생각한 언론사들은 연일 호전적인 메시지를 1면에 실어 날랐으며 대중들 또한 전쟁이 다가왔다 생각했는지 모병소에는 매일같이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밤마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독일의 노래’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나 또한 당신처럼 프랑스와의 전쟁에 찬성하고 있다는 의사표현으로 기능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전쟁에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연대를 말하며 군복무 거부 운동을 하자고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있었었다’.
이러한 얘기를 꺼내는 ‘매국노’에 대한 대중들의 적절한 조치가 있었던 후에는 그들을 찾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런 세상에, 자네 방금 뭐라고 했나? 알자스-로렌 방면에서 이루어질 프랑스군의 공격을 방어한 뒤 역습? 어떻게 이곳 참모본부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의문이군. 당장 나가게. 지금 당장!”
그런 만큼 몰트케의 신경도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의 기준에서 수준 이하인 의견을 입 밖으로 내뱉은 참모에게 가차 없이 축객령을 내릴 정도로 몰트케는 예민해진 상태였다.
이런 식으로 국민 여론에 떠밀려 개전을 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은 전형적인 프로이센 귀족인 그에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와는 별개로 방어한 뒤 역공을 취하자는 의견은 성립이 되지 않는 계획이기도 했다.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프랑스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3개월! 러시아 놈들이 병력을 동원하는데 걸릴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프랑스를 무너뜨려야만 한다. 프랑스를 정리한 뒤 병력을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2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역습이라니! 하!”
참모총장은 어이없다는 듯한 감탄사를 내뱉음으로써 방금 자신이 느낀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는 이런 의견이 나올 정도로 참모본부가 아직 전쟁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원래 역사에서 독일 제국의 대전략이었던 슐리펜 계획 자체는 알프레드 폰 슐리펜에 의해 이미 완성이 된 상태였지만,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 과연 말이 되는 계획인가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명확한 작전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만 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 제국군 내에서 가장 지지를 받으며 그나마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슐리펜 계획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도박적이며 해결이 불가능한 사항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럼 만약 러시아가 예상보다 빠른 시간 만에 동원령을 끝마치고 동프로이센 지역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슐리펜은 우선은 동맹국인 오-헝 제국과 이탈리아 왕국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병력만으로 러시아의 공격을 막거나, 심지어 정 막기 힘들다면 동프로이센 지역은 포기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융커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계획을 선택하자니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양 국가 사이에 놓여 있는 국경은 1,000㎞가 훌쩍 넘는 길이였지만, 대규모의 군사 이동이 가능한 지역을 생각하자면 서로가 어디로 진격해올지 알 수밖에 없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번뜩이는 영감으로는 부족했다.
이럴 때는 영감보다는 광기가 더 필요했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공격하고 어떻게 방어할지를 알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가능성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대방이 설마 이런 방법을 사용하겠냐며 대책을 세워두지 않은 전략을 가지고 있는 쪽이 더 높게 가져갈 수 있을 테니까.
“우리가 벨기에를 통과해 프랑스로 진출한다고 해서 영국이 무조건적으로 참전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도 해봐야 합니다. 과연 벨기에 회랑을 이용해 진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전술적 이득이 영국의 참전을 감수할 정도로 큰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프랑스와 비교했을 때는 약하다고 할지라도 벨기에 또한 리에주 일대에 걸쳐 강력한 요새 지대를 가지고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벨기에를 통해 프랑스를 침공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큰 근거가 무엇입니까? 벨기에를 점령한다면 프랑스가 미처 대처를 할 수 없는 시간에 파리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것 아닙니까? 그런데 만약 리에주 지대에서 공격이 돈좌되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될 겁니다.”
“벨기에를 침공한다 해도 영국이 참전할 확률은 낮을 거라 생각됩니다. 비록 저들이 신형 전함을 건조하는 등의 행위로 자신들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적인 불안 요소가 넘쳐나는 데다 여전히 지난 런던 코뮌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전면적인 개입을 선택할지는 의문입니다. 거기에 혹시라도 영국이 참전한다 할지라도.”
외눈 안경이 인상적인 장교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자기 안방도 제대로 간수 못 하는 놈들이 과연 위협적인 존재로 작용할지는 잘 모르겠군요.”
독일 제국군 내에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국 육군 내에서는 영국을 이전보다는 얕잡아보는 시각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면적이고도 치밀한 반란에 의해서도 아닌 다소 우발적인 소요사태가 발전해 런던을 함락시켰다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몰트케는 방금 발언한 장교만큼 영국을 우습게 보지는 않았지만, 그 또한 영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앞서도 언급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광기가 해답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중립국을 침공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통로를 확보한다든지와 같은 광기 말이다.
“해군 측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과연 영국이 참전을 결정한다면 프랑스와 영국의 해군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텐데 가능할 거라고 보십니까?”
참모총장은 해군에게로 공을 돌렸다.
본격적인 전쟁을 대비하는 회의이다 보니 해군 장관인 티르피츠 제독 또한 배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폐하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에서 우리 제국 해군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소. 양적인 면으로나 질적인 면 양쪽으로 말이오. 그 결과 나는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소. 프랑스 해군과 우리가 단독으로 맞붙는다면 승리는 우리의 것일 거라고 말이오. 하지만 음…… 영국이 거기에 가세를 한다면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대답만 가능할 것 같군.”
티르피츠 제독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고요해졌다.
방금 영국을 깔보는 듯한 이야기를 꺼냈던 외눈 안경의 장교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영국이 비록 자신의 수도를 지키지 못했을지언정 그들이 대영제국이라 불릴 수 있게 만들어준 해군만큼은 여전히 건재한 상태였으니까.
‘……어쩔 수 없군. 다시 한번 폐하를 찾아뵙는 수밖에.’
몰트케의 생각은 지당했다.
이런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야말로 최고 책임자가 결단을 내려줘야 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 * *
내가 조지에게 요구한 사항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만약 벨기에가 독일에 의해 공격당한다면 그 행위를 영국을 향한 적대행위로 인식해 달라는 게 전부였으니까.
애시당초 벨기에와 네덜란드와 같은 저지대 지역에 대한 공격을 대영제국 국익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오던 영국에게는 당연한 걸 요구한 셈이기도 했다.
그러나 원 역사에서 실제로 벨기에가 공격당했음에도 당시 내각 내에서 전쟁에 참전할지에 대한 거부 의견이 많았던 걸 생각하면, 지금처럼 영국이 예전만 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보험을 들어놓는 게 필요해 보였다.
조지가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이유에는 내가 지난 시절 그에게 끼친 영향력도 있겠지만, 설마 독일이 벨기에를 공격하겠냐는 생각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앞에 당면한 적도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적을 또 하나 만들 선택을 하겠냐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면서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마 독일은 벨기에 방면으로의 진출을 포기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건 그들이 멍청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방법만이 우리가 자신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기 전에 앞에 있는 프랑스라는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정도로 똑똑하기 때문이었다.
‘아니지, 오히려 벨기에를 침공해야만 승리의 가능성이 있는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멍청하다고 봐야지 맞는 거 일 수도 있겠군.’
흔히 대전기의 독일을 일컬어 전술적 승리에 매몰되어 전략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나라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그것보다 독일 제국을 잘 설명한 말이 없을 것 같았다.
1차 세계 대전에서는 전술적 승리에만 몰두하다 원 목표인 프랑스에 대한 승리를 이루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잠자던 거인인 미국의 참전까지 불러일으켰으니 말이다.
거기에 내가 존재함으로써 그들이 마주하게 될 불행은 아마 원래 독일에 예정되어 있던 것보다 더 지독하게 변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