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1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14화
프랑스 측의 최후통첩과도 같은 공식 입장이 나오고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장에라도 전쟁이 터질 것만 같았던 분위기였던 것 치고는 조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측이 다시금 서로 웃으며 방금까지의 일은 가벼운 해프닝이라 생각합시다, 라며 손을 내밀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독일은 국경 지대로 군대를 추가적으로 보내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미 증강된 병력을 되돌리지도 않았으며 프랑스도 총동원령을 내리지는 않았을지언정 모병소로 몰려드는 청년들을 자제시키지 않았다.
본래라면 이런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유럽의 균형자를 자처하며 나섰던 영국도 별다른 말 없이 잠잠했으며 지난번 아프리카에서 두 나라가 충돌했을 때 영국 대신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았던 러시아도 얼마 전 독일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했을 때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의 유럽은 강제적으로 멈추게 해줄 방지턱이나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기관차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닌 거대한 기관차 2대가 서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뒤에는 동맹과 조약으로 얽힌 나라들이라는 객실들마저 주렁주렁 매단 채로.
미국에서야 텍사스에서 폐기될 예정인 기관차 2대를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유흥을 위한 행사도 개최했다고 하지만, 이건 유흥이 아니었으며 행사는 더더욱 아니었다.
여태까지 아프리카 위기와 같은 일들을 겪어오면서 이번에도 전면전이 터지기 전에 사태가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도 차츰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 지대에 전운이 흐르자 이 두 국가만큼이나 긴장감에 휩싸이게 된 것은 바로 벨기에였다.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콩고의 학살자이자 인간 백정이라 불리며 콩고민들의 악몽으로 군림하던 레오폴트 2세였으나 이러한 악명은 독일과 프랑스라는 두 거인의 충돌 속에서 벨기에를 지키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독일이 우리나라를 침공한다면 우리 군이 자력으로 물리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오?”
“폐하, 저희는 지금까지 있었던 유럽 내의 충돌에서 중립을 지켜왔으며 이번에도 중립을 지킬 예정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과거보다는 약해졌다고 하나 영국이 여전히 우리의 뒤를 봐주고 있는데 설마 독일이 국경을 넘겠습니까? 너무 걱정 마시지요.”
원래 역사에서는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콩고에서 이루어지던 잔혹 행위와 끔찍한 수탈 행위 등을 조사하고 발표한 로저 캐즈민트의 활약으로 지금 시점에서는 벨기에 현지에서의 여론도 별로 좋지 않았겠지만, 영국이 혼란에 빠진 것의 나비효과로 인해 레오폴트 2세는 여전히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벨기에의 근대화를 이끌어 낸 명군이자 식민지를 인도적인 수단으로 다스리는 인자한 자였다.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보는 것인지 정부 관료들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레오폴트 2세는 독일의 카이저, 빌헬름을 믿지 않고 있었다.
“아니, 우리는 위기감을 가져야만 하네. 독일의 저 애송이가 프랑스를 이겨 먹기 위해 어떤 수단도 불사할 놈이라는 걸 벌써 잊은 건가? 독일이 프랑스의 성명 발표 이후 지나치게 조용한 것이 오히려 더 불안하단 말이야.”
그의 예측은 맞았다고 할 수 있었다. 독일의 참모본부 내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혼재하던 벨기에 침공은 몰트케가 카이저와 독대를 하고 난 뒤 상세한 진격 계획을 짜는 방향으로 넘어간 뒤였으니까.
“제가 직접 리에주 요새 지대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저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아까는 독일이 우리 벨기에를 침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독일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데 어째서 내가 리에주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건가?”
이런 와중 자신이 직접 국경 지대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다름 아닌 알베르 왕세자였다.
아홉 살의 나이에 폐렴으로 요절한 레오폴트 2세의 아들인 레오폴드를 대신해 왕세자 직위를 수행하고 있는 그도 독일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다. 다만 너무 노골적인 경계는 오히려 독일을 자극할 수 있으니 왕세자가 리에주를 방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철도 산업 육성을 위한 격려차 방문이라고 하도록 하지.”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그리고 영국에 전문을 보내게. 우리 벨기에의 독립 보장과 관련해 다시 한번 확답을 듣고 싶다고 말이야. 나 또한 그대들처럼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해놓아야 할 테니까. 그리고 이에 소모될 자원이나 재화를 충당해야 할 테니 콩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고무의 양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겠군.”
이렇듯 사건의 중심은 유럽이었으나 이에 영향을 받는 것은 유럽 대륙만이 아니었다.
이번 대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님에도 단순히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를 흘릴 사람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었다.
평생 가보지도 못할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피와 땀을 흘려야 하는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 지대에 전운이 흐르는 것과는 상관없이 예전부터 복잡하기 짝이 없었던 발칸 반도의 정세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지난 그리스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금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한-혹은 회복했다고 생각하는-국가도 있었으며 여전히 오-헝 제국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도 남아 있었다.
화약고라는 이명답게 발칸 반도 또한 두 강대국의 충돌에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민족, 종교, 언어, 역사적 감정 등등 셀 수도 없이 얽힌 과거와 이유는 발칸도 이번 전쟁의 주 무대는 아닐지라도 보조 무대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 촉수를 뻗치고 있는 두 식민제국이 서로를 향해 갈고 닦은 송곳니를 드러내자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은 유럽 본토만이 아니었다.
유럽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검은 황금의 대륙, 아프리카도 전쟁 준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대륙의 원래 주인인 사람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대지와 하늘은 이들 조상의 것이었지만, 현재의 그들은 이 땅의 주인이 아니었으니까.
지난 아프리카 위기 이후로 기껏 봉합된 것처럼 보였던 갈등이 재점화될 기미를 보이자 식민지 주둔군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으며 가뜩이나 지난 보어 전쟁에서 쌓였던 악감정을 여전히 가지고 있던 이들은 상부에 보고도 없이 상대방을 도발하는 등의 행위를 이어나갔다.
이렇듯 유럽 본토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비롯한 식민지들에서 여러 위기 조짐이 발견되고 있던 시점.
이번 무대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오-헝 제국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당연했다.
“아무래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취소해야 할 것 같소. 폐하께서 현재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그만 수도로 돌아오라고 하시는군.”
“최근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인가요?”
“그렇소. 우리와 독일 제국이 동맹관계인 이상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이번 일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으니까.”
지난번 요제프 황제의 명을 받아 제국 내의 소수민족들의 비중이 높은 지역들을 순방하고 있던 페르디난트 황태자는 본인의 아내가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의 결혼은 여러 가지 의미로 세기의 결혼이라고 할 수 있었던 만큼 조피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아니 평상시에도 자신을 향해 걱정과 미안함이 담긴 눈빛을 보내곤 했다.
“너무 그렇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소. 가장 큰 장애물이라 여겨졌던 영국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진 데다 프랑스도 아직까지 내부 갈등을 모두 봉합하지 못한 상태로 여겨지니까. 거기에 지금 러시아 제국의 차르인 니콜라이는 당신도 알다시피 내 친우이지 않소?”
“그게 정말인가요?”
“그럼, 그렇고말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는 게 좋겠구려. 나는 조금만 더 있다가 들어갈 테니.”
“알겠어요, 너무 늦게 올라오지 마셔요.”
조피가 가벼운 키스와 함께 방으로 올라가자 페르디난트의 얼굴은 아까 아내에게 말할 때와는 달리 굳어있었다.
방금 그가 조피에게 한 말은 안심을 시키기 위해서 한 말에 불과하다는 걸 페르디난트 본인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니콜라이 사이에 개인적인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맞지만, 황족들 간의 친교와 혈연만으로 국가 정책이 결정되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흘렀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거기에 아마 전쟁이 터지면 오-헝 제국과 반대편에 서게 될 영국과 프랑스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긴 했어도 페르디난트는 그들보다 현재의 오-헝 제국이 더 전쟁을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군대 내에서 사용하는 말만 하더라도 서너 가지가 넘는 군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비록 공식적인 언어는 독일어 한 가지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황태자는 알고 있었다.
‘수도로 돌아가는 즉시 폐하께 참전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려야겠다. 거기에 러시아는 물론이고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도 물밑접촉을 해야만 해. 이탈리아 내부에서 티롤을 비롯한 소위 ‘미회수된 이탈리아’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은 같은 삼국동맹에 속해 있지만, 혹시 다른 마음을 품을지도 모른다.’
황태자가 느끼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전면전에 뛰어드는 것은 제국을 영광의 길이 아닌 도살장으로 밀어 넣는 것과 똑같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그가 황제의 명을 받아 지방을 순방하는 동안 더더욱 강해졌다.
‘퍼레이드 옆에서 나를 향해 꽃가루를 뿌려주던 이들 뒤로 보이던 사람들, 환영한다는 손수건을 흔드는 사람들 뒤로 무표정하게 박수만을 치고 있던 이들…….’
공개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지만, 지방의 이러한 반응들은 오-헝 제국에 대해 소수민족들이 보내던 태도나 가지고 있던 인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이런 내부 사정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제국은 다가올 전쟁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 절대로!’
페르디난트는 한시라도 빨리 황제가 있는 수도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일 예정된, 줄이고 줄인 일정의 마지막 행사인 카퍼레이드를 마쳐야만 했다.
‘그래도 이곳 사라예보의 분위기는 다른 곳보다는 그다지 나쁜 것 같지 않아 다행이군. 내일 행사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