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20)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20화
조지는 뛰어난 연설가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의 사촌인 니콜라이가 황태자 시절부터 선동에 가까운 연설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왔던 것과는 달리, 조지가 영국 정계에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제외한 왕실 일원들이 사라지게 된 계기인 런던 코뮌 이후였기 때문이다.
당시 런던에 있지도 않은 데다 외세의 힘을 빌려 돌아왔다는 것밖에 없는 그가 섭정 직위에 오르는 것이 정당하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신기하게도 런던 탈환 이후로도 장시간 이어진 혼란 동안 하나같이 런던 코뮌과 연결고리가 있거나 혹은 외국에 있는 인민주의자들과 결탁을 했다는 죄목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조지의 행동은 어용 언론들로부터 단호하게 위협에 대처하시는 섭정저하라는 찬사를 듣기에 충분했다.
다만 제1 계승자도 아니었던 데다 제대로 된 제왕학 교육도 미처 다 받지 못한 조지가 섭정 직위를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만약 그가 자신의 의무이자 업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영국 왕실의 종언이 찾아올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국왕 신분도 아닌 섭정의 직위로서 영국 의회에 행차한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어떤 영국 국왕보다도 당당했으며 강력해 보였다.
그가 단상에서 연설한 내용 들과 어조, 솜씨는 평이했으나 조지 본인이 원하던 결과를 이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섭정의 사전에 예정이나 협의가 되지 않은 연설이 끝나고 이루어진 표결에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현재 유럽 대륙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개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던 의원들이 이러한 연설 한 번만으로 본인들의 태도를 바꾸는 풍경은 의회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자부하던 영국이라기엔 여러모로 씁쓸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조지의 연설 이후로 자신의 신념을 굽힌 것은 아니었다.
앞서 압도적으로 찬성표가 나왔다고는 했지만, ‘압도적’이라는 말은 적게나마 반대로 투표한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투표 결과 이번 독일의 벨기에 침공을 규탄하고 24시간 이내로 독일이 벨기에 영토로 진입한 자신들의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는다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실질적인 실력 행사에 나선다는 결의안이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섭정저하 만세! 대영제국 만세!”
의장이 결의안이 통과되었음을 선언함과 동시에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과거였다면 이러한 결의안에 대해 상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느냐와 같은 절차가 추가적으로 남아 있었겠지만, 현재와 같은 비상시국에 양원제를 유지하는 것은 빠른 대응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명목으로 임시 의회만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은 결의안이 바로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뤘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나는 섭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까의 패기롭던 초선의원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이번 결의안에 찬성을 던지기는 했어도 과연 지금과 같은 모습이 본인이 생각하던 위대한 대영제국이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섭정 저하께서 지난 혼란을 몰아내시고 다시금 런던에서 정당한 법 집행과 정의가 실현될 수 있게 해주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저하의 연설 한 번만으로 투표 결과가 결정된다면 과연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다면 의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아닌가.’
젊은 초선의원 윈스턴 처칠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가진 의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거기에 저하께서도 처음에는 이러한 직접적인 개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고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렇게 태도를 변경하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런던 내에 주둔하고 있던 러시아군들은 이미 철수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버킹엄궁에 미치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짙다 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혹시 저하께서 영국의 국익을 고려해서 의사를 바꾸신 게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차르에 의한 일은 아닐까?’
윈스턴은 불안했다.
분명 그 또한 이번 일에 대해 영국이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 결의안 투표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것은 대영제국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며 흔들리는 대영제국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 의한 것이었다.
만약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번 일이 러시아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면 그건 영국이 더 이상 대영제국이 아니라.
‘그렇다면 저하께서 대영제국의 적법한 후계자이자 섭정이신 게 아니라 사실상 러시아의 속주 총독이나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처칠은 본인이 한 생각에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이 아무래도 많이 피곤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입 밖으로 내뱉는 즉시 의원이고 뭐고 체제를 위협하는 인민주의자로 몰릴 생각을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저녁에 스카치 한 잔 마시고 푹 쉬어야겠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다니.’
그는 애써 오늘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위스키의 힘을 빌려 숙면을 취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불안감을 떨쳐내려 애썼다.
* * *
“영국이 독일에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조지 섭정이 폐하께 개인적으로 보낸 서신입니다.”
다행히 나의 친애하는 사촌은 이번에도 내 기대에 부응해 준 모양이었다.
비록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지상군을 파견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얘기와 그들의 자랑인 함대 또한 출동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가 더 걸릴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 있긴 했어도 영국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득은 상당했다.
“좋아, 우선은 한 시름 덜겠군.”
다른 나라들에 우리가 잠수함을 양산하고 있다는 걸 숨기기 위해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한 척 건조했다며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수상함의 대다수는 독일 제국의 해군과 정면 대결하기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노후함이었기 때문이다.
로제스트벤스키로부터 잠수함대가 유의미한 전술적 성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보고가 올라온 이상 그들을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다행히 그 시간은 우리가 아닌 영국인들이 벌어줄 모양이었지만.
‘어쩌면 시간 벌이가 아니라 결정타를 날릴 수도 있을 것 같군.’
아무리 이전만 못 하다고는 해도 대영제국은 여전히 확고부동한 해군력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성과는 단순히 시간을 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확실한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끝날지도 몰랐다.
“공세 준비는?”
“공식적으로 총동원령이 발령된 것은 독일군이 벨기에의 국경을 넘었다는 게 확인된 직후였습니다만, 폐하께서 이전부터 독일과의 국경지대에 조금씩 병력을 확충해 놓으신 덕분에 앞으로 늦어도 2주, 빠르면 열흘 이내에 동프로이센 지역으로의 공세가 가능할 정도의 병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현지에 도착한 부대 지휘관들에게 독단적인 공격은 금지한다는 명령을 다시 한번 내리도록. 나는 우리 병사들이 불필요한 생생한 리에주 간접 체험을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폐하.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비록 독일 제국군의 주력이 프랑스 방면으로 집중되어 있다고는 해도 동프로이센 지역에 건설되어 있는 요새지대를 생각하자면 섣부른 공격은 감자 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했다.
지금이야 프랑스도 러시아 제국의 끔찍한 교통사정을-그들이 생각하기에-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재촉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저들이 외무부의 문턱이 닳을 정도로 드나들 때까지, 다시 말해 프랑스의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를 때까지 적극적인 공세에는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비단 이번 대전뿐만 아니라 더 먼 미래도 생각해야 하는 나로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힘을 뺀 이후에 소위 말하는 막타를 치는 게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이득이 된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트랙터 양산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건가?”
그런 점에서 공세를 펼침에 있어 병사들이 기관총에 쓸려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줄여줄 전차의 양산은 내가 우선시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였다.
상황이 중대한 만큼 함께 배석해 있던 비테는 땀이 좀 나는지 들고 있는 손수건으로 자신의 이마를 닦은 후 내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여태껏 항상 침착한 모습만을 보여왔던 그로서도 이번 전쟁은 아무래도 조금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사실 현재 러시아 제국에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가 비테인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가 대답하는 어조는 평상시처럼 평온하다는 점에서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던
원래 역사에서의 러시아 제국과 지금의 러시아 제국은 다르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제국 내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분량은 10대이며 미국에 생산 외주를 맡긴 뒤 완성된 것까지 합친다면 총 35대 정도가 준비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조만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트랙터가 10대 더 있는 걸 고려한다면 공세 작전까지는 최소 45대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45대라.
실제로 영국이 처음으로 솜 전투에서 전차를 투입했을 당시의 개수가 50여 대였던 걸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다만 그때보다 뒤떨어진 기술 수준이나 아니면 제국의 낙후된 공업 시설을 생각한다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영국도 준비한 전차는 50여 대였지만, 실제로는 기능 고장 등의 이유로 인해 단 20여 대 정도만이 실전에 투입됐었으니까.
“우선은 일반 트랙터도 장갑을 추가함으로써 임시 엄폐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게. 단순히 총알 정도만 막을 수 있어도 꽤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분명히 원래 역사보다 내가 처한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영국이 내가 알던 역사와는 달리 제한적인 개입을 한다고는 해도 독일 제국의 배후 방어와 대러시아 전선의 압박을 줄여줄 오-헝 제국도 이탈리아 왕국과의 갈등으로 인해 떨어져 나간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황태자 시절부터 관료들뿐만 아니라 나까지 갈아 넣으면서 시행한 정책들은 위기의 상황이 되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빌헬름도 아마 국내 여론의 영향을 받아 개전을 선포하긴 했어도 오-헝 제국이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될 줄은 몰랐겠지.
아마 지금쯤이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현재 독일제국의 수뇌부라면 자신들이 여태까지 선조들이 이뤄낸 것들을 날려 먹을지도 모른다는 걸 느끼고 있겠지.
다만 이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되돌아가기엔 늦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에게 그나마 허락된 최선의 결말은 러시아가 후방을 공격하기 이전에 프랑스를 정리하고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과연 그들의 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들의 도박이 실패할 것이라는 데 전 재산을 배팅할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