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2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22화
69장 전선
벨기에 리에주 전역에서 공격자와 방어자는 서로 본인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공격 측인 독일군은 리에주 본 요새에 대한 공격 대신 주위의 소 요새들을 공략함으로써 리에주 도심지와 요새 사이의 보급선과 연결고리를 끊고 기차역을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벨기에 측의 움직임은 리에주 지역을 사수하는 게 어려워진 것으로 판명된 이상 알베르를 비롯한 핵심 인력들을 외부로 탈출시키고 앤트워프에 조성된 요새지대가 조금이라도 더 준비할 수 있도록 지연전과 기만전을 수행하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리에주 지역이 함락된다는 것은 독일군이 이러한 요새지대에 대한 공략능력과 돌파능력을 갖췄다는 걸 의미했으며.
벨기에의 함락은 시간문제이며 독일이 확보한 회랑을 통해 본인들의 숙적인 프랑스로의 침공을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위대한 국가의 청년들이여! 나라의 부름에 응하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프랑스의 총동원령은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지난 보불 전쟁의 패배 이후 복수심과 함께 날카로운 칼날을 함께 벼려오던 프랑스는 이번에는 과거와는 달리 독일이 손쉬운 승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전선으로의 병력 이동은 어떻습니까?”
“현재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20일 이내에는 총동원령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리 시내에서는 위풍당당한 기병대의 행진이 이어졌으며 시민들은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승리를 기원하며 꽃을 뿌리고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서부지역에서 진정한 힘과 힘의 맞대결이 시작하려고 있는 시간 독일제국의 핵심집단인 융커들의 아킬레스건이며 부드러운 아랫배라 할 수 있는 동부지역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제발, 제발…….”
동프로이센의 핵심 도시인 쾨니히스베르크에 대한 공세 임무를 맡은 부대 휘하에 있는 특임 소대의 소대장으로 부임한 샤보슈니코프는 참모학교에서 교육받던 시절을 제외하자면 가장 큰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 본인의 행동 하나로 승패가 결정되는 입장에 쳐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서는 그의 소대원들이 샤보슈니코프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들의 젊은 소대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내 그가 떨리는 손으로 결정을 내리자 결과를 확인한 주위에서는 탄식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거봐! 내가 소대장님이 이기신다고 했지? 패배에 건 놈들은 빨리빨리 판돈을 내놓도록.”
“소대장님, 이건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제 부식비까지 가져가셔야만 속이 시원하신 겁니까?”
“미안하네만 병사, 승부는 승부인 법.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지 않겠나. 자네야말로 상관을 신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룬다고 생각하게.”
샤보슈니코프가 자신을 향해 애원하는 병사에게 당당한 태도로 얘기하자 돈을 잃은 자들에게서는 가벼운 야유가 돈을 얻은 자들로부터는 찬사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렇다. 이들은 지금 러시아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카드게임인 ‘두라크(바보)’라는 명칭을 가진 놀이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가 나치에 의해 침공당했을 때 서부전선에서 벌어졌던 ‘가짜 전쟁’의 모습이 현재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한 판만 더 하시죠, 소대장님. 설마 따고 바로 도망가시는 분은 아니라고 믿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샤보슈니코프를 향해 같이 게임을 하던 병사가 가벼운 도발을 날렸지만, 그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교육받으면서 가장 먼저 배웠던 게 뭔지 아나? 바로 어떻게 공격을 할지를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언제 후퇴해야 하는지를 아는 거라네. 게임 즐거웠네.”
소대장은 병사들의 장난스러운 야유를 뒤로 한 채 막사로 돌아갔다.
본래 구타와 딱딱한 격식이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러시아 제국군이었지만, 이들의 모습은 매우 자유분방해 보였다.
과거 차르의 군제 개혁 이후로 이전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시작한 집단이긴 했어도 특임소대의 분위기는 분명히 더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사실 이들은 샤보슈니코프가 중앙아시아에 있던 시절 데리고 있던 부하 중 그가 직접 뽑은 병사들로 구성된 집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샤보슈니코프가 이끌고 있는 특임소대는 러시아 제국군 중 가장 먼저 독일의 영토를 밟아본 부대이기도 했다.
프-러 동맹조약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가 전시 상태에 돌입한 지 2주가량이 지났을 때 니콜라이가 공세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무려 30여 개의 보병사단과 6개의 기병사단이 동원된 이 공세는 고작 하루 만에 마무리되었다.
독일군의 반격으로 인한 것이 아닌 러시아 제국 군 총사령관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니콜라이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지만.
국경수비대와의 가벼운 전투, 그것도 승리를 거뒀음에도 다시금 국경지대로 물러난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독일 측은 본래라면 서부전선으로 가야 하는 병력을 동부지대로 돌리는 것으로 대답했다.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본인들의 생각보다 빠른, 러시아가 보여준 자신들의 근거지에 대한 공격에 융커 집단은 발작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프랑스에서는 추가적인 공세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연일 보내어왔지만.
그때마다 니콜라이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앞서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성급하게 실시한 공세 작전의 실패로 인한 피해 복구가 아직 다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미 서부 전역에서의 독일군 압박을 완화한다는 전략적 목표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동맹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사단의 재편성과 공세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다시금 쾨니히스베르크의 이름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갈 것.]표면상으로는 러시아군의 동원령이 채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동맹국의 요청을 받아 공세 작전을 실행한 데다 실제로 독일측이 서부전선으로 갈 병력의 일부를 다시금 동부전선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게 보이는 만큼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다행히 병사들의 산탄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다만 타부대 병사들로부터 너희들은 동물이나 잡는 데 사용하는 저급한 무기를 제식 병기로 가지고 있느냐는 시비가 종종 걸려온다고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의 치아를 수집해온다고 하니 이것도 조만간 해결될 것 같습니다.”
“보급관께서 그런 일을 부추기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때마다 타 부대 지휘관에게 가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건 저란 말입니다.”
막사로 돌아온 샤보슈니코프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보급관과 대화를 하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당장 저번 주만 하더라도 그가 다른 부대에 ‘가벼운 충돌’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녀온 횟수가 2번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끔은 그보다 상급자인 위치에 있는 지휘관과 대화를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도 종종 발생하곤 했지만.
차르가 직접 관심을 보였다는 배경이 있는 샤보슈니코프를 상대로 원리 원칙을 내세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그럴 때마다 젊은 소대장의 배는 스트레스성 복통을 호소하곤 했지만.
방금까지 그가 직접 병사들과 카드게임을 하던 이유도 그날에는 다른 부대와의 패싸움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적당한 순간에 빠져주면 카드게임 결과에 몰입한 병사들이 자기들끼리 다시금 내기판을 여느라 바빴으니까.
“가끔은 부대 내에서 저런 도박판이 열리는 것을 방조하는 걸 넘어 지휘관인 제가 조장하는 게 아닌지 회의감이 드는군요.”
샤보슈니코프의 가벼운 푸념에 군대에 몸을 담은 지 20년이 넘어가는 경력의 보급관은 멋들어진 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제가 지금까지 군 생활을 하면서 만나본 지휘관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잘하고 계시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세 손가락 중에 첫 번째인가요?”
“그건 첫 번째 실전이 끝난 이후에 답변해드리도록 하지요.”
“첫 전투가 끝나고 난 뒤 제가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상태였으면 좋겠군요. 우리에게 할당된 임무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니니 말입니다.”
그가 소대장으로 부임하고 있는 특임소대의 다른 명칭은 충격부대이기도 했다.
이들은 본인들에게 붙은 명칭에 어울리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상대방의 참호 안으로 들어가 적군을 와해하고 도심지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투입돼야 했기에.
소대 전원에게 산탄총과 함께 권총이 지급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기도 했다.
“그런 말씀은 병사들 앞에서는 삼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야 상관없지만, 자칫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설마 방금 그 말로 저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소대장의 장난기가 섞인 말을 들은 보급관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을 하더니 똑같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세 손가락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바뀌었다고 답변드리지요.”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합시다.”
“이야기를 돌리는 실력은 제가 지금까지 뵌 분 중 가장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샤보슈니코프의 마음이 상했다는 듯한 연기를 마지막으로 둘의 대화는 업무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얼마 전에 신청한 산탄총의 수리 도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든지 아니면 철모를 꼭 써야하냐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병사들이 꽤 있다든지와 같은 말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전선으로 수송되어온 물건들이 뭔지 혹시 소대장님은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병사들이 궁금해하더군요.”
“요즘 도착한 물건 말입니까? 아, 혹시 물탱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물탱크요?”
“예, 제가 듣기로는 취사 활동과 식수 공급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 낸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병사들이 수통에 담아가는 물만으로는 부족할 걸 걱정했다고 했던가.”
일반적인 소대장이었다면 이러한 정보를 접하는 것도 어려웠겠지만, 샤보슈니코프는 특임소대장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대대급 지휘관 회의까지 배석할 수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별다른 발언권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제국군의 암호체계가 독일 측에 비해 수준이 낮다는 걸 아는 상층부는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비밀병기의 정보가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점을 항상 우려했으며 그들이 도달한 결론은 적을 속이기 이전에 아군을 먼저 속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불가피한 결정이기도 했다.
독일군의 주력이 서부에 묶여 있는 동안 동프로이센 지역을 장악하겠다는 전략목표를 가진 입장에선 본인들이 가진 패를 최대한 숨겨야만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의 질적인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해도 시대적 그리고 기술적 한계상 잘 정비된 방어 시설에 대한 공격은 함부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것도 독일을 상대로 한다면 더더욱.
“음, 물론 식수 보급이 중요한 문제라는 건 저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제 욕심 같아서는 거대한 물탱크를 만들기보다는 적군의 기관총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물건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군요. 특히나 상대방의 참호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야 하는 저희로서는 더더욱 말입니다.”
보급관의 드문 투정에 샤보슈니코프는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