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24)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24화
인류 역사에서 하늘은 최후의 미개척지와도 같은 위치에 있는 공간이었다.
다양한 설화나 신화에서 절대자나 비범한 인물이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것으로 표현되곤 했으며 함부로 하늘을 날려고 드는 인간에 대한 처벌 또한 심심치 않게 나타나곤 했다.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얻으려 애쓰다 실패하는 사람을 일컬어 ‘이카로스의 날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만 보더라도 인류가 하늘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러시아 제국 육군 소속 항공정찰대에 소속된 파일럿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인 듯했다.
그들은 다른 건 몰라도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본인들의 날개가 녹아내리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부우웅!
처녀비행에 앞서 자신이 타고 있는 기체의 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는 조종사는 교육과정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귀관들이 찍는 사진 한 장마다 공세 도중 사라질 아군의 1개 중대가 다시금 되살아날 것이며 귀관들이 무사히 귀환할 때마다 상대방의 방어선은 1㎞ 이상 뒤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정찰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반드시 돌아와야만 한다.’
가벼운 상념과 함께 기능 점검을 마친 그는 지상요원들을 향해 문제가 없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정규전에 동원된 항공기들의 비행이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단 한 가지.
현재 러시아군과 대치하고 있는 독일군의 방어진지와 참호선, 그리고 배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항속거리와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기체의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했기에 본래의 안이었던 2인승 비행기를 만듦으로써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것 대신 조종사가 촬영 임무까지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 정도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군사적 혁명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일단 이륙하고 난 뒤에 조종사들은 철저히 개인의 판단으로만 행동해야 했다.
GPS는 고사하고 무전기도 없는 시대상 이들은 종이 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시계를 통해 본인들의 작전 행위를 결정해야 했다.
야간비행은 꿈도 꾸지 못했기에 훤한 대낮에 이루어지는 비행이었지만, 독일군이 자신들의 모습을 찍어대는 항공기에 대한 대공 사격을 실시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사람들이 본인의 머리 위를 아무런 공격행위 없이 날아다니는 물체가 사실은 바로 앞에 있는 적군의 보병보다 더 큰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아직 꽤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경험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상대방도 그다지 오래 지나지 않아 대공 교리를 확립하고 본인들도 항공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쾨니히스베르크가 여전히 본연의 이름으로 불릴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윽고 활주로를 달려 공중으로 비상한 조종사의 머릿속으로 교관의 말이 다시금 울려 퍼졌다.
-놈들에게 우리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줘라!
제1 황립 공중 정찰 비행단 ‘차르의 눈’의 첫 출격이었다.
* * *
“그동안 오래 기다렸다. 이 신사라고는 할 수 없는 망나니 녀석들아.”
샤보슈니코프는 자신의 부하들을 둘러보며 얘기했다.
그가 방금 한 말의 내용은 장난스러웠지만, 소대원들의 표정은 평소와는 달리 굳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젊은 소대장이 이들을 중앙아시아에서부터 데려오고 또 그동안 분위기를 자유롭게 풀어준 이유이기도 했다.
평상시의 규율은 제대로 지키면서 전장에서는 빌빌거리는 애송이들보다, 평소에는 껄렁대도 실전에서는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는 군인이 100배는 낫다는 게 그의 평상시 생각이었으니까.
“드디어 내일, 동이 트는 시각을 기해 우리는 모든 전선에 걸쳐 전면적인 공세를 실시한다. 이는 폐하의 재가가 떨어진 작전이며 지금의 마치 소꿉장난이라도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샤보슈니코프가 말한 것처럼 현재 전선의 상태가 그리 나이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한 차례의 큰 전투 이후 소강상태라는 느낌이 더 강했으며 오늘만 하더라도 그들이 소속된 대대에서 3명이나 밥을 먹던 와중에 포탄을 맞고 불귀의 객이 되는 일이 일어났었으니까.
다만 중앙아시아에서부터 실전을 경험해온 특임소대에 있어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부드럽다고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낮에 순찰을 돌며 만났던 주민 중 일부가 밤에는 입에 칼을 꼬나문 채로 내 목을 노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목화 농사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부족들이 미리 넌지시 얘기를 해주곤 했지만,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던 중앙아시아보다는 차라리 적이라도 명확한 이곳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소대원들이 적지 않았다.
국가주의와 이권 분배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의 장악력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어도 아직까지 그 지역이 러시아 제국과 완벽하게 융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과거의 모래 맛 나는 기억을 뒤로한 채 샤보슈니코프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소대는 작전이 시작되는 05시를 기해 행동을 개시한다. 이동하는 경로는 다음과 같으며 귀관들은 그동안 훈련받아왔던 데로 상대방의 참호선에 구축되어 있는 방어 시설물들을 무력화 혹은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소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임무 브리핑이라기엔 호화스러운 광경이었다.
정밀하게 그려진 데다 다양한 군사 기호와 약어들이 쓰여 있는 지도는 중대급, 아니, 대대급은 가야 볼 수 있을 수준으로 보였다.
이들이 이 정도의 특혜를 받는 것은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라는 점도 있었지만, 과거 군사학교에서 맺은 브론시테인과의 인연도 한몫하고 있었다.
“소대장님 그럼 저희들은 본대와 따로 떨어져서 이동하게 되는 겁니까?”
“그렇다.”
그가 브리핑 도중 나온 질문에 즉답하자 소대원들 사이로 가벼운 웅성거림이 스쳐 지나갔다.
본대와 분리돼서 움직인다니.
특임소대인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인원수가 적어진다는 말은 자신을 대신해서 총알을 맞아줄 인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기관총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더욱 그렇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걱정은 특임소대장인 샤보슈니코프도 염려하던 사항이었다.
그가 군사학교 시절 몇 번이고 경험한 게 바로 이미 조직되어 있는 방어선에 보병들이 돌격하는 것은 인명과 탄약을 바꾸는 행위와 동일하다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이번만큼은 그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도 좋을 것 같았다.
샤보슈니코프는 지휘관 회의에서 받아온 걸 꺼내며 가벼운 미소와 함께 말을 덧붙였다.
“장교의 지갑도 털어먹던 배짱을 가진 사나이들이 이렇게 겁을 먹어서야 되겠나? 어쩔 수 없군. 내가 자네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물건을 보여주도록 하지.”
차르의 눈들이 가져온 정보가 적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차르의 송곳니 중 하나의 손에 사진이라는 형태로 들려 있었다.
“썩은 양배추 놈들이 웅크리고 있을 참호까지는 어떻게든 무사히 데려다줄 테니 도착하고 나서도 벌벌 떨지는 않아줬으면 좋겠군.”
젊은 소대장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 *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포병이라는 병과의 역사는 길다고 할 수 있었다.
과거 화약을 사용하는 무기가 없던 시절부터 투석기와 같은 공성 병기를 운용하는 것은 포병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포병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면 최소한 기틀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불과 5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현재의 포병들은 희대의 군사적 천재인 나폴레옹이 포병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제시한 방법들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니까.
물론 상대방을 육안으로 확인해야지만 타격할 수 있었던 전열 보병 시대와는 달리, 놀라울 정도의 기술 발전으로 사거리가 증가하여 덕분에 적을 보지 않고도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지니게 됐어도, 여전히 포병이 제대로 사격을 하기 위해선 ‘관측’이라는 행위가 선행되어야만 했다.
“세상이 변했군. 일일이 직접 발로 뛰지 않고도 적군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다니.”
한 포반장의 중얼거림은 현재 사격준비를 위한 방열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러시아 포병대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었다.
‘직접’ 현장에 나가 ‘직접’ 적군의 위치를 두 눈으로 확인한 뒤 다시금 ‘직접’ 발로 뛰어 포병대에 정보를 전달할 전령을 보내야만 했던 관측이 항공정찰이라는 행위 하나로 해결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빠른 방열은 처음인 것 같은데.”
“이제 사격 명령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원래와 비교하면 3분의 1도 걸리지 않는 시간 만에 방열을 완료했다는 것에 기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병사들.
사내는 그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 또한 방열이 쉬워졌다는 것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지만, 군인으로서의 감이 그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격을 준비하는 게 쉬워졌다는 얘기는 사람을 죽이는 건 몇 배나 더 쉬워졌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가?’
포반장은 자신들의 옆에 쌓여있는 포탄들을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 * *
나폴레옹이나 프리드리히 대제와 같은 특이 사례를 제외하고는 근대 시대의 군주가 직접 지휘권을 잡고 군 작전을 총괄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제정이나 왕정이 유지되는 시대인 만큼 명목상의 군 총사령관은 군주가 맡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작전 계획 등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군인들이 세우는 게 더 나았으니까.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황태자 시절 자칫하면 대규모 반란으로 번질 수 있던 안디잔 사태를 조기에 진압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당시 떠돌던 말인 ‘내가 신묘한 군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든지가 아닌, 당시까지만 해도 써먹을 수 있던 미래 지식과 행운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가족들과 헤어져 전방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나는 작전 계획을 만드는 데 있어 세세하게 개입하는 대신 보다 잘할 수 있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등의 일이나 아니면 여러 행정 업무들을 처리하는 등의 업무야말로 내 주특기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군대에 항공기를 통한 정찰이라는 신문물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전부터 누적되어 온 군사적 업적이나 기관총으로 대표되는 충격 요법 등을 기억하는 장성들이었기에 얘기가 비교적 쉽게 풀리기는 했어도 꽤 힘든 시간이었다는 건 분명했다.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과 대비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사람인지라 이번 공세를 앞두고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이 작전은 현재 러시아의 가용한 모든 자원과 전력을 이용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는 말은 즉 이번 공세가 실패한다면 앞으로의 전황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