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25)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25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인간’이라는 동물은 여타 다른 포식자에 속해 있는 동물들이나 심지어 초식동물과 비교했을 때도 연약하기 짝이 없는 신체적 스펙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과 동물들이 본인들의 발톱으로 사냥감을 공격할 때 인간의 손톱과 발톱은 다른 동물의 가죽도 가르지 못한다.
초식동물들이 특유의 소화 능력으로 단순한 풀 에서도 영양분을 뽑아낼 때 인간의 치아는 딱딱한 견과류의 껍질을 부수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러나 인간의 조상들은 총은커녕 철제 도구도 없던 시절부터 본인들보다 몇 배는 거대한 맘모스와 같은 동물들을 사냥해 왔으며 심지어는 멸종까지 시켜왔다.
인류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 계층이 된 건 한참 전의 일인 것이다.
이렇게 인류가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지배종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과거로부터의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존재했지만, 그러한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를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나 단점을 보완하는 행위 또한 무수히 있어왔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식의 학습능력은 현재 양면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독일군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벨기에를 집어삼키고 파리 코앞까지 진격했던 독일군이었지만, 그들의 진격은 어느새 멈춰 버린 채 몇 달이 흘러가고 있었다.
독일의 전술, 전략적 행동의 기초가 되었던 슐리펜 계획은 이미 휴짓조각으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그러나 독일군은 지난 몇 달간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교훈을 얻어낼 수 있었다.
[아!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와 기술력으로는 잘 구축된 방어선에 의존해 수비를 하고 있는 동급의 상대를 때려눕힐 수가 없구나!]그리고 이 교훈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상대방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명제가 분명해 보였다.
그것도 러시아라면 더욱더 말이다.
본인들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공업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프랑스나 영국과는 달리 차가운 동토의 제국은 몇 계단은 아래에 있어 보였으니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소수의 병력만으로도 월등히 많은 숫자의 적군을 막아낼 수 있는 상황에서 동부전선에 이렇게 대규모의 병력을 주둔시킬 필요가 있는가? 거기에 러시아는 제대로 된 공격도 하고 있지 않은데?]지난 초가을 자신들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동원령을 끝마치고 국경을 넘어 동프로이센 지역으로 진입한 러시아군을 보고 독일군의 수뇌부는 경악했다.
이대로라면 본인들 가문의 영지나 쾨니히스베르크가 문제가 아니라 베를린도 위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그들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단 하루의 진군을 끝마친 뒤, 다시금 국경을 넘어 본인들의 영토로 돌아갔음에도 본래라면 서부전선으로 가야 하는 병력의 일부를 몰트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부전선으로 보낸 것은, 당시 융커들이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었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독일 제국의 문제점을 드러낸 장면이기도 했다.
국가를 건 도박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택보다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온 자신들의 영지를 지킨다는 선택을 우선시한 순간 그들이 애지중지하던 단기 결전의 교과서인 슐리펜 계획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었으니까.
프랑스의 국경지대를 돌파하고 파리로의 경주를 이어나가던 독일군에게 찾아온 공세종말점이 이 판단이 아니었다면 더 늦게 찾아왔을 거라고 몰트케가 한탄했지만, 이미 배는 떠나간 뒤였다.
그러나 몰트케는 여전히 독일 제국의 참모총장이었으며 자신의 사명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벌어졌던 회전의 승리와 계속해서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하는 러시아 제국의 행동을 근거로 결국에는 융커들과의 논쟁에서 승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멍청한 데다 겁만 많은 슬라브놈들하고 대치만 하느라 좀이 쑤셨는데 잘됐군.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얘기할 수 있는 무용담이 없어 걱정했었는데 말이야.]아직 전쟁 초기였기에 병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번 전쟁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으며, 동부전선의 전시 같지 않은 전시상황은 그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에서 전쟁의 낭만과 영광이라는 신기루가 여전히 남아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동화적 감상에 빠져 있는 병사들 사이에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서부전선에서는 매일같이 대대 하나가 증발한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일까?]전쟁에 임하는 나라들이 으레 그러하듯 독일 제국 또한 보도관제를 실시하고 있었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물론 한꺼번에 많은 숫자의 병력을 이동시키면 혹시라도 러시아 제국이 다른 움직임을 취할지도 모른다는 판단하에 참모본부의 세밀한 계산에 따라 서부로의 증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지속적인 재배치로 인해 현재 동부전선에 배치된 독일군의 숫자는 처음과 비교했을 때 4분의 3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독일 제국군의 수뇌부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새로이 방어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보완책을 실행하긴 했어도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현재 동부전선에 배치되어 있는 병사들의 대다수가 새로 모집된 신병이라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밀어내면 파리를 함락시킬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참모본부는 가장 전투력이 높은 부대가 서부전선에 오기를 바랐으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기초적인 군사훈련 정도만 받은 신병들이 메꾸고 있었다.
참모본부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데에는 전쟁 초기 리에주 전역에서 벨기에의 군인들이 보여준 분투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초콜릿 병사에 불과한 벨기에 놈들이 방어시설에 의존해 저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었는데 우리 독일제국의 병사들이라면 저것의 몇 배는 되는 방어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몰트케를 비롯한 참모진들의 판단에는 근거가 있었으며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가장 최근에 벌어졌던 러시아군과의 회전에서 자신들이 승리하지 않았던가!
야전에서도 승리하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수비하는 쪽이 이전보다 몇 배는 유리해진 방어전은 당연히 이기지 않겠냐는 계산이었다.
분명히 합리적이었으며 타당한 결론이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는데, 이들이 세운 계산 공식에 몇 가지의 변수가 빠져있었다는 점이었다.
러시아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기 전날 동부전선의 독일 병사들은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경험을 마주했다.
그들이 난생처음 보는 게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수의 정보에 밝은 병사들이 저건 비행기라고 얘기를 했지만, 대다수의 병사들에게는 그저 이름은 몰라도 신기한 물체에 불과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가슴이 훈훈해질 정도였다.
몇몇 병사들이 날아온 방향을 생각하면 러시아의 것이 분명한 비행기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조종사도 그들의 몸짓에 맞춰 날개를 흔듦으로써 대답을 해주는 풍경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지식한 초병들은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자신의 상관에게 보고를 했으나 그들의 말은 소대장 수준에서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비행기라는 물건의 군사적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채 이루어지지 않은 독일 제국군 내에서 이번 일의 중요함을 아는 사람은 불행하게도 없었다.
쾅! 콰광!
다음 날 러시아군의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일선 장교들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자신들의 동맹국인 프랑스에 본인들은 러-프 동맹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고의적으로 싸우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걸 어필이라도 하려는 양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에 몇 발의 포탄을 쏘아대던 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은 다 잤군.”
“일어난 김에 내기할 사람은 없나? 나는 앞으로 30분 이내에 포격이 끝난다는 데 걸지.”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이건만 포탄을 쏘아대는 러시아에 대한 가벼운 불평과 함께 얼마나 포격이 지속될지에 대한 내기까지 할 정도였지만, 이들의 여유가 사라지는 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번 진지와 17번 진지가 포탄에 직격당했습니다!”
“상급부대와의 통신선이 끊어졌습니다! 거기에 포격으로 인한 통신선 손상으로 각 제대와 제대로 연락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대 지휘본부가 포격 당했습니다! 지금으로선 소대장님이 최고 선임자이십니다!”
평소보다 많은 포탄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느끼기가 무섭게 각 제대로부터 달려온 전령들이 쏟아내는 보고는 현장 장교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만 하더라도 피해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포격으로 인해 미처 도달하지 못한 전령들까지 고려한다면 전선에 구멍이 생겨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포병대에 대 포병 사격을 요청한다고 해!”
“날이 아직 밝지 않아 관측이 힘든 데다 이미 아군 포병 진지에도 포탄이 쏟아지고 있어 힘들다고 합니다. 놈들이 우리의 진지 배치를 훤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전령을 더 보내야만 합니다! 지금 저희는 눈뜬장님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일선 장교들은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통신선이 잘려나가고 방어진지가 터져 나가며 전령들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포격 이후에 분명히 이루어질 상대방의 공세를 전선 전체의 유기적인 방어가 아닌 각 진지가 독자적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마저도 포격으로 인한 전력손실 때문에 절반 이하의 전투력을 보유한 상태로 말이다.
러시아 제국군의 포격은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정확했으며 무자비했다.
그러나 독일군 또한 분명히 강군이었다.
경험이 없는 신병들이 대다수였음에도 이러한 포격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이들은 자신들이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어서 움직여! 놈들이 공격해 오기 전에 기관총 진지를 확보해야 한다!”
“뭣들하고 있나! 기관총이 망가졌으면 치장물자를 가져와야지! 내가 니들 엄마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하나! 엉덩이를 걷어차기 전에 빨리 달려가지 못해?”
포격이 뜸해지기 시작하자 독일군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통신선의 손상으로 인해 유기적인 움직임은 힘들어졌지만, 그들의 자랑인 임무형 지휘체계가 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신병이 많다고는 해도 군대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부사관과 몇 안 되는 선임병들 덕분에 독일군은 빠른 속도로 혼란을 복구하고 있었다.
“현재 상황은?”
“여전히 전령을 통한 접촉 외에 다른 부대와 연락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방어진지의 7할 정도를 다시금 점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관총도 포격으로 파괴된 것을 제외하고는 다시금 설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분명 이 시대의 전쟁은 공격자보다 방어자가 월등히 유리했다.
벨기에에서 그랬으며 프랑스에서도 그러하였듯 독일군은 본인들이 불의의 일격을 크게 한 방 얻어맞긴 했어도 충분히 성공적으로 방어를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아무리 러시아 포병대의 실력이 뛰어날지라도 전면적인 공세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포격을 멈출 수밖에 없을 테니까.
첫 실전에 그것도 방금과 같은 대규모 포격을 처음으로 겪어본 신병들이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던 데는 이러한 믿음도 한몫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