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27)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27화
독일제국의 참모본부는 일종의 낙관론을 가지고 있었다.
여태껏 해왔던 대로만 한다면 이번 전쟁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록 러시아 제국이 나폴레옹을 무너뜨리면서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고는 하나, 크림 전쟁에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모습들로 인해 러시아가 나폴레옹을 상대로 거둔 군사적 승리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지, 프랑스의 황제보다 러시아의 차르가 강해서 얻은 게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들이 보기에 일반 보병들에게 들려줄 장비조차 여전히 프랑스나 미국에 생산 외주를 맡기고 있는 러시아 제국의 한심한 공업력은 참모진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전투력이 낮을 거라는 인식을 품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러시아 제국의 육군은 그 숫자만 많을 뿐 제대로 된 훈련도 장비도 갖추지 못한 덩치만 큰 2류 군대였으며 해군 또한 총 배수량만 클 뿐 노후화됐으며, 정비도 확실히 받지 못한 구세대로 여겨졌다.
물론 최근 들어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서 어느 정도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게 사실이었다.
일본에 황태자의 피습사건을 빌미 삼아 목줄을 채우는가 하면 조선반도 내에서 벌어졌던 지상전에서도 압승을 거뒀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청나라에서 벌어졌던 야만적인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러시아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독일의 공사관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서양 열강 병력의 소속도 바로 러시아였으니까.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은 의례 다음과 같은 말들과 함께 폄훼되기 일쑤였다.
[미개한 동양인 원숭이들이 상대인데 당연히 거둬야만 하는 결과 아닌가? 설마 일본이나 청나라를 상대로 러시아가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 여긴 사람이 있기는 한가? 의화단 진압은 러시아 제국이 혼자서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열강들과 함께 어린아이의 손목을 비튼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장 먼저 대처를 했다고는 하나 청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게 러시아라는 걸 모두 잊어버린 것인가?]또한 조선 반도에서 벌어졌던 지상전의 압도적인 전과는 청일 전쟁의 여파로 해군력이 소멸한 일본을 상대로 러시아가 제해권을 장악함으로써 보급로를 차단한 뒤에 싸운 것의 결과이기에 가능했다고 여겨졌다.
탄약과 식량을 공급받지 못한 군대만큼 무력한 존재는 없는 게 당연했으니까.
그렇기에 자신들이 벨기에를 침공한 직후, 오-헝 제국이 황태자 부부의 피습사건으로 인해 이탈리아와 전시 상태에 들어감으로써 제대로 된 도움을 제공할 수 없게 되었을 때도 독일제국의 참모본부는 뜻밖의 악재라 생각했을 뿐 절망감에 빠지지는 않았다.
영국이 여전히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지난날의 내상을 치유하느라 이번 사태에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뒤늦게나마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을 때는 참모진들도 긴장감에 휩싸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방위조약도 체결되지 않은 프랑스와 영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지도 못하고 있는 데다,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도 아닌 해군력만을 동원하고 있다는 걸 파악한 뒤로는 그들의 위기감도 어느 정도 누그러진 후였다.
물론 대영제국의 해군은 여전히 섣부르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에 본인들의 해군력이 묶일 수밖에 없다는 전술적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프랑스만 정리한다면 해결될 문제라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러시아의 초기 공세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러한 생각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방어가 성공한 뒤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러시아군이 질서정연하게 퇴각함으로써 추가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지만, 가뜩이나 빈약한 철도망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는 빠른 복구가 어렵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이번 동부에서 발생한 재앙에 가까운 상황에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것이 마치 거짓말이라는 양 전 전선에 걸쳐 진행된 러시아의 공세에 의해 본인들이 구축해 놓았던 방어선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처음 러시아가 동부전선에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몰트케를 비롯한 참모본부는 쉽게 방어해 낼 수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에는 서부전선에서 병사들의 피와 죽음으로 얻어낸 교훈인 잘 구축된 참호선은 엄청난 방어력을 가지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악화되어 가는 상황은 자신들이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그나마 독일 동부전선 사령부의 분투와 더 이상 진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통신체계의 한계로 듣지 못하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무시한 일부 러시아군의 공세종말점을 노린 반격을 통해 다시금 전선을 안정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참모본부는 또 다른 폭풍을 맞이해야만 했다.
“제국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 건물 안 어딘가에 독일과 황제 폐하가 아닌 다른 국가와 다른 사람에게 충성을 바치는 내부의 적이 있는 게 분명하군! 도대체 놈들이 전방 방어선의 취약지점과 배치 상태를 어떻게 손금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었단 말인가! 심지어 몇몇 러시아 놈들은 우리 측의 신병들보다 참호 내부의 지리를 더 잘 아는 듯이 움직였다고도 하더군!”
날이 갈수록 신경질적인 반응이 늘어만 가는 몰트케는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공세에 대한 대응이 먼저라는 판단을 내릴 정도의 분별력은 남아 있었지만, 현재의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던 그 몰트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사실 이번에 그들이 마주한 재앙과도 같은 결과의 책임 소재를 따져보자면 몰트케의 비중이 절대로 낮다고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것도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독일군의 참호선을 마치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양 돌파한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진실은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내부의 스파이가 정보를 빼돌린 것이 아닌 공세에 앞서 이루어진 항공정찰을 통한 정보수집의 결과였다.
하지만, 미증유의 사태로 충격과 혼란 속에서 병사들이 의문의 물체가 러시아 진영으로부터 날아오는 걸 목격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발굴되지 못하고 있었다.
“방첩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이건 직무유기를 넘어선 반역행위야! 놈들이 핵심 방어 시설들에 대한 정보를 빼돌리는 것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은 우리 방첩대가 생각 이상으로 무능하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태업을 했다는 얘기 아닌가! 내 말이 틀렸나?”
폭언에 가까운 질책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몰트케 앞의 참모들은 반론은커녕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장군참모장의 화풀이는 영원토록 이어질 것 같았지만, 이러한 칼날과 같은 분위기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함에 따라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손에 황제의 칙서를 들고 등장한 사내를 몰트케는 충혈된 눈으로 쳐다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군. 집에 가서 좀 쉬는 게 좋겠어. 자네 만큼이나 엉망인 상태일 동부전선의 병사들은 그럴 수 없을 테지만.”
“아무래도 폐하께서 이번 일을 어찌 해결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셨나 보군. 콜마르 남작께서 이곳까지 오신 걸 보니.”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폐하께서 결정을 내리신 게 아니라 자네가 결정을 내렸다고 해야겠지. 그게 더 모양새가 좋지 않겠나. 이건 폐하께서 자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적힌 문서네.”
콜마르는 몰트케에게 독일 제국의 문양이 박힌 인장으로 봉인된 쪽지를 넘겼다.
[건강과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몰트케 장군참모장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며 금일 부로 콜마르 남작이 장군참모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림.]빌헬름의 서명으로 끝맺어진 것을 확인한 몰트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본인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재앙이 일어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말이다.
“패장의 변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조언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내부에 적이 있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장군참모장님.”
몰트케가 여전히 오해가 담겨 있는 말만을 남긴 채 저택으로 돌아간 뒤 장군참모장의 자리에 앉은 콜마르는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전선에 열려있는 구멍들을 닫고 놈들이 확보한 돌출부를 잘라내는 것이다. 동부전선에 주둔하고 있던 병력들을 지속적으로 축소한 결과 현재 상황으로는 동부군 단독으로 반격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콜마르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지도 위의 몇몇 곳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서부전선으로부터 병력을 다시금 동부전선으로 보낸다는 것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귀관들도 알고 있을 테지만, 이번 러시아의 공세는 현재 프랑스가 받고 있는 압력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동프로이센 지역이 아닌 다른 곳을 통해 이번 위기를 타개해야만 한다.”
새로운 장군참모장의 말이 끝나자 참모들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오스만을 끌어들이실 생각이십니까? 이번 공세의 규모나 준비 기간을 봤을 때 러시아 제국 또한 동프로이센 지역을 제외하고는 방어가 취약해져 있을 테니 오스만을 통해 중앙아시아 지역을 공격한다면…….”
그가 이런 말을 하는 데는 콜마르가 무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스만 제국에 파견을 나가 있던 인사라는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콜마르가 오스만 제국군 내부에 쌓아 올린 인맥들은 상당했으니까.
그러나 장군참모장은 고개를 저었다.
비록 그가 현재 오스만의 권력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는 하나 단순히 이런 인맥만으로 불리해 보이는 전쟁에 참전하도록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세 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 당장의 전세는 독일이 불리한 게 분명했으니까.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들려있지 않은 카드에 대한 미련은 버리도록 하게. 대신 현재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지. 제국 해군이 프랑스와 영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고는 해도 프랑스 해군의 작전능력을 생각해 보면 실질적인 적은 영국 해군뿐이라고 할 수 있지. 거기에 러시아의 해군 함정 대다수는 노후화된 구형함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여전히 발트해의 제해권은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탕!
콜마르는 탁자를 가볍게 내리치며 말했다.
“놈들이 우리의 의표를 찔렀듯이 우리도 놈들의 의표를 찔러야 하네! 제해권을 바탕으로 러시아 놈들의 보급선과 허리를 잘라낸 다음이라면 오스만을 끌어들인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그가 말한 대로 오스만을 참전시키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다.
아무리 나중에 2배로 갚겠다며 돈을 빌려달라 말해도 무작정 믿어달라고 말하는 것과 담보를 보여주며 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다만 문제는 콜마르의 장대한 계획에는 넘어야 하는 산들이 꽤나 많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