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29)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29화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독일군은 그동안 본인들이 쌓아온 명성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부전선의 재앙과도 같은 결과가 전해졌을 당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혼란이 수습된 것만으로도 이들은 자신들이 현재 유럽 대륙에서 제일가는 강군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독일군은 본인들에게 기대됐던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전차와 신무기로부터 오는 충격과 그동안 우습게만 봐왔던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크게 한 방 맞았음에도 구성원들은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가 의외의 성과를 냈다고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서부전선에서는 독일이 선전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본래 역사보다 서부로의 병력 집중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몰트케와 융커들의 걱정으로 인한 동부로의 병력 분산이 덜 발생한 결과 프랑스는 더욱 거센 공세를 마주해야만 했다.
다행히 파리가 함락되는 끔찍한-프랑스의 입장에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더 큰 영토를 잃어야만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만간 원래의 슐리펜 작전보다 훨씬 오래 걸리긴 했어도 프랑스를 먼저 정리한 뒤 러시아를 상대한다는 독일 입장에서는 최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거 아니냐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이 아닌 이곳에서 보낼지 몰라도 내년에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희망찬 말들이 전선의 병사들 사이에서 오고 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알다시피 그들의 기대는 추운 겨울바람과 함께 온 러시아인들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으며 동부 최대의 도시인 쾨니히스베르크마저 위협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독일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파리만 함락시키면 된다!”
현재 독일군의 주요 전장은 엄연히 서부전선이었으며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상황은 어디까지나 주력병력이 프랑스와의 전장으로 떠난 상황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공세의 결과로 인해 러시아군의 군정을 받게 된 지역의 주민들은 다르게 생각할지 몰라도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프랑스만 정리한다면 금방 러시아도 혼쭐을 내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지난 보불전쟁 이후로 전쟁에서 실패를 한 적이 없는 무적과도 같은 나라 아니던가!
다만 카이저와 융커 출신이 많은 참모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공세로 위협을 받고 있는 쾨니히스베르크와 동프로이센 지역은 그들의 정신적 고향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영지였으니까.
“한시라도 빨리 저 야만인들의 손에서 우리의 영지를 되찾아야만 한다!”
이러한 상층부의 생각은 서부전선으로 가야 할 병력들을 다시금 동부전선으로 돌리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병력 운용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독일의 기차망이 정교하고 운송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계획을 실행하는 주체가 망가지기 시작하면 본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본래 계획과 다른 위치에 엉뚱한 부대가 내리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우리가 요청한 탄약은 분명 7.7㎝ 포탄이었을 텐데 도대체 왜 이 화물칸에는 구명조끼가 가득 차 있는 건지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말해보게. 설마 참모본부에서는 우리 병사들이 바다를 헤엄쳐 놈들의 후방으로 상륙하는 걸 바라는 건가?”
새로 취임한 장군참모장이 부임과 동시에 준비한-융커와 카이저의 입김이 잔뜩 들어간- 반격 작전을 위한 구명조끼들이 서부전선에 있는 포병대에 전달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이러한 희극이 일어났어도 콜마르가 준비한 반격 작전이 제대로 시행되기만 했다면 몇 개의 해프닝들로만 마무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씹어먹을 땅개 새끼들! 내가 그렇게 반대했건만!”
반격 작전의 결말이 귀중하디 귀중한 전함의 침몰과 원래 목적인 반격이 아닌 쾨니히스베르크에 병력을 충원하는 것으로 끝난 걸 들은 티르피츠의 노호성이 현재 제국 해군의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동프로이센 지역과의 육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해로마저 위태로워졌다는 말은 앞으로 동부 지역에 보급을 하는 데 있어 추가적인 지출이 필요하다는 얘기와도 같았다.
독일은 바다와 지상을 가리지 않고 여태껏 영국과 프랑스만이 링 위에 있는 줄 알았건만, 이제는 거기에 러시아를 더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걸 강제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독일이 여태껏 본인들이 수행해 왔던 전쟁과는 다른 양상의 전쟁을 마주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들은 여태껏 자신들이 공격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이 방어자의 입장으로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는 지금은 미미할지 몰라도 독일인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을 심어두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영원한 승자가 아니란 것을.
독일 제국 또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들이 제국이 된 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패배를 가져다주는 나라가 영국, 프랑스가 아닌.
러시아 제국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 * *
“차르 폐하 만세! 러시아 제국 만세!”
“위대한 승리 만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은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쟁 중이었기에 지난 시절보다는 도심의 밝기가 어두웠을지언정 술집에 모여있는 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병역을 수행하기에는 나이가 들었다고 할 수 있는 중년들 사이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존재 자체로 러시아 제국의 여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었다.
다른 나라들은 전선으로 보내기 바쁜 젊은이들이 비록 이전보다는 근로시간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전장이 아닌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러시아 제국의 병역 자원이 딴 국가들에 비해 풍부하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과 몸 곳곳에 검댕을 묻히고 꾀죄죄한 옷을 입고 있지만, 전선에서 들려온 희소식에 기뻐하는 그들 사이로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깔끔한 차림을 한 사내가 홀로 앉아 투덜거리고 있었다.
“하여튼 이 자식은 변한 게 없다니까.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이놈이 시간약속을 지키는 걸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
“좀 섭섭한데, 내가 너한테 그 정도로 신뢰도가 낮단 말이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말이 아무래도 맞는 듯했다.
안경을 쓴 사내가 가볍게 투덜거린 말을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도 용케 들었는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온 청년이 그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장난스럽게 대답했으니까.
“그것도 차르께서 직접 말씀하신 일을 처리하느라 늦은 건데 말이지.”
이 술집 안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처럼 꾀죄죄한 옷차림을 한 채로 서운하다는 듯 말하는 사내는 바로 주가슈빌리였다.
얼마 전 니콜라이가 명령한 볼가강 유역에서 최근 정교회의 교리와는 다른 설교를 하고 다니는 자칭 신부를 조사 및 ‘처리’하라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돌아온 그였기에 가능한 투정이기도 했다.
“너만 폐하를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닌데 유난 떨기는. 그렇게 따지자면 그저께까지만 해도 전선 근처에서 일하던 나는 어떻고?”
브론시테인은 여태까지 그래왔듯 그의 악우가 말한 내용을 받아치며 대답했다.
이 유태인 청년 또한 전선에 직접 나가지는 않고 있었지만, 새로이 만들어진 특무부대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이상 전선 근처가 직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서로 간의 장난스러운 비난과 욕설 그리고 술잔이 오고 가자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으로 넘어갔다. 정확히는 주가슈빌리가 브론시테인에게 일방적으로 묻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조지아 청년이 맡고 있는 업무는 군사적인 분야와는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가 오흐라나와 함께 움직이는 신성종무원의 비밀스러운 부서에서 일한다고는 해도 현재 전선 상황이 어떤지는 그가 알기 힘든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데?”
“뭐가.”
“가까운 시일 내에 지난번과 같은 축제가 또 벌어질 것 같냐 이 말이지.”
“축제는 무슨.”
자리가 자리인 만큼 기밀 사항을 직접 얘기할 정도로 두 사람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지난 시간이 쌓아준 눈치와 악연을 통해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돌려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런가? 하긴, 그 정도 규모의 큰 축제를 연달아 여는 건 좀 부담되긴 하겠지. 그럼 또 축제 준비 기간이 길어지겠군.”
“글쎄.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니, 방금 전에는 축제는 무슨 축제냐고 그랬잖아.”
“대규모 축제는 힘들지 몰라도 작은 잔치 정도야 가뿐하지 않겠어?”
하지만 브론시테인은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작은 잔치라고 표현한 이번 작전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사실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현시점에서 니콜라이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람들이 이전과는 다른 전쟁을 마주하고 이에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있었지만, 참호전이라는 형태의 전장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혹하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그럼 쾨니히스베르크에 대한 공세는 독일군을 우리가 원하는 전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눈속임이라는 말이 되겠군요.”
“바로 그렇네.”
쾨니히스베르크에 대한 공격은 지금 상태의 러시아 제국군에 있어서도 부담이 되는 작전이었다.
지난번 독일군이 수행한 반격 작전을 럭키샷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행운을 통해 조기에 좌절시켰다고 해도, 그들이 보내려던 병력이 그대로 쾨니히스베르크에 들어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비록 독일 동부 지역에 대한 보급로를 우리가 위협하고 있는 데다 큰 승리를 거뒀다고는 해도 여전히 동프로이센의 중심 지역은 굳건했으며 독일 제국의 전의 또한 아직 높은 수준이었다.
동쪽에서는 실패했어도 서쪽에서는 원래 역사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그렇기에 나는 한 가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여태껏 해왔던 것과는 다른 형태의 선택을 말이다.
모든 이들이 나가고 홀로 남은 회의장의 공기는 차가웠다.
간단한 산수다.
상대방에게 100명의 병사가 있고 나에게 101명의 병사가 있을 때 가장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Last Man Standing.’
나는 이제는 희미해져 가는 전생의 기억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영화 대사를 떠올렸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명령을 전하기 위해 전장 한복판을 헤매는 전령이 주인공이던 한 전쟁 영화에서 상부의 명령을 전해 들은 장교가 내뱉었던 대사였다.
지금도 전선에서는 독일군의 산발적인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본인들의 영토를 빼앗긴 만큼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현장 지휘관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압박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쾨니히스베르크는 저들이 물지 않을 수 없는 미끼였다.
그리고 나는 그 미끼를 통해 동부전선에 베르됭 전투를 열어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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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