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3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32화
“프랑스는 결단코! 절대! 처음 말한 조건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을 거요! 우리가 말한 내용은 전장에서 자유, 평등, 박애와 자랑스러운 조국을 수호한다는 고귀한 대의 아래서 죽어간 프랑스 청년들의 핏값이기 때문이오. 거기에 그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지금까지 제안한 조건들이 매우 인도적이며 너그럽게만 느껴지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소.”
방금까지 열정적으로 탁자까지 내려쳐 가며 단호한 어투로 말을 이어나가던 전권특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상대방인 독일 측을 노려보면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지금도 엄청난 자제심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 프랑스 국민들이 어떻게 변할지는 나도 감히 예상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이는 외교적 수사 따윈 집어던진 하나의 협박과도 같은 말이었다.
패전을 했기에 협상장으로 끌려 나온 독일 측 대표단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무례를 저지른 프랑스 측이었지만, 그들의 태도는 당당했다.
사실 이번 대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인 만큼-벨기에를 제외하자면-이들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대전 동안 보불전쟁의 재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밀렸던 프랑스이기에 이번 협상을 통해 본인들의 자존심과 위치를 되찾으려는 심보이기도 했다.
자신들이 서부전선에서 독일을 물고 늘어지고 있었기에 러시아가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
반면 영국 측 대표단은 프랑스 대표단이 지극히 프랑스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 순간 별다른 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본래라면 같은 승전국임에도 프랑스가 지나치게 폭주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는 영국인들이었건만, 그들이 조용히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과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가 흘린 피의 양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전의 대영제국이었다면 본인들이 투입한 자산과 얻어낼 수 있는 전리품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신경 쓰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인풋이 적으니 오히려 남은 힘이 더 크다는 계산 하에 악덕업자들처럼 날뛰었겠지만, 지금의 영국은 대영제국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들의 표정을 찬찬히 훑어본 사람이라면 이들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숨겨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반쪽짜리라고는 해도 엄연한 승전국인 데다가 한 국가를 대표하고 있음에도 다른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모인 대표단 모두 이번 모임의 진정한 발언권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지금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프랑스가 주인공처럼 보일지 몰라도 진정한 주연은 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자, 신사 여러분. 격렬한 토론의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제가 몇 마디 보태도 될지 여쭙고 싶군요.”
그리고 여태껏 과묵하게 있던 주인공이 드디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하자 다른 이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의 외무장관이자 전권대사인 람스도르프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앞서 영국 측 대표단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실제로 발언권이 미비하기 때문이었지만, 독일에 대한 가장 큰 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람스도르프는 이렇다 할 방해 없이 본인의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먼저 이 자리가 지금까지의 거대한 비극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안타깝게도 아직은 평화를 얘기하기엔 조금 이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외무장관의 말이 끝나자 독일 측 대표단의 얼굴은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러시아가 아직 함락되지 않은 베를린을 기어코 점령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프랑스와 영국이 보이는 반응의 차이도 극명했다.
영국 측은 사전에 러시아와 모종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는지 람스도르프의 말에도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프랑스 측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한 얼굴이었다.
사실 프랑스 또한 지난 대규모 공세가 처참한 실패로 끝난 이후 전선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이어나간다는 건 독일만큼은 아니어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람스도르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영 엉뚱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지금,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저 아래. 알프스 산맥에선 20세기의 십자군 전쟁이 펼쳐지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자르고 솎아내고 색출해 내더라도 어디선가 다시금 나타나는 저 인민주의자들에 대항하는 성전 말입니다.”
외무장관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잠시 잊혔던 오-헝 제국과 이탈리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는 다른 누구의 뜻도 아닌 바로 니콜라이의 뜻이었다.
* * *
‘프랑스는 반발할 수밖에 없겠지.’
당연한 얘기였다.
힘겨운 싸움 끝에 달콤한 과실을 얻기 위해 찾아온 자리에서 또 다른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영국의 경우에는 프랑스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영국의 섭정 자리에 올라있는 조지의 가장 큰 트라우마는 러시아도, 독일도, 프랑스도 아닌 바로 인민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런던에 코뮌이 설립되는 것을 지켜봤던 그에게 이탈리아에서 붉은 기를 흔들고 있는 사회주의자들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는 존재일 게 분명했다.
‘거기에다 페르디난트도 자신처럼 저들의 손에 가족을 잃었다는 동질감도 가지고 있을 테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여전히 본인을 국왕이 아닌 섭정이라 칭하며 비어 있는 왕좌를 지키고 있을 뿐이라 말하고 있었지만,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기적과도 같은 귀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빌헬름이 독일 제국의 카이저로서 남아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얘기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제위를 유지하고 패전에 대한 조약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반공을 위한 십자군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가 없는 위치였다.
빌헬름의 바람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았지만.
영국은 몰라도 프랑스로부터의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독일인들이 빌헬름과 호엔촐레른에 충성을 바친다고는 해도 반공을 위한 십자군에 다시금 자신들이 피를 흘려야 하는 데다 프랑스로부터 날아오는 청구서는 그대로라는 현실은 카이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나가기에 충분한 토양이었다.
그리고 빌헬름은 본인의 위치가 위태로워질수록 우리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호엔촐레른 가문의 영광이 자신의 대에서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으니까.
물론 이러한 방법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갈등으로 갈등을 막는 방법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내용 들은 내가 이전부터 구상해 온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한 사전단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부터 내가 만들어갈 상황은 나의 증조부이시자 이름이 같은 니콜라이 1세 때 벌어졌던 것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때와 지금의 유럽에서 러시아의 위치를 비교하자면 현재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다시금 ‘유럽의 헌병’ 역할을 수행하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당시 나폴레옹을 무찌른 러시아 제국의 발언권이 높았던 것처럼 현재도 독일 제국을 사실상 무너뜨린 우리의 발언권이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당시에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수립하는 데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당시의 국제 질서였던 신성동맹은 신대륙에 위치한 아직도 과소평가 받고 있는 미국이라는 한 축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알래스카 개발 사업이 생각보다 큰 힘이 돼주어서 다행이군.’
미국과의 조약 이후로 알래스카 지역에서의 석유 시추권은 얻어냈지만, 알래스카의 대자연 환경은 러시아의 힘만으로 개척하기엔 버거운 곳이었다.
시베리아 개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데다 바다라는 자연 방해물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나마 캄차카 반도와 시베리아 지역 개발 사업과 관련된 경험이 풍부한 이반이 종무원장의 뒤를 이어 극동 지역 총독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알래스카 지역의 도로 건설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있어 현장관리직 역할을 수행한 베조브라조프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로서도 그가 제격이었으니까.
베조브라조프와 그 일당들이 캄차카 반도에서의 개척 사업 이후 알래스카 개발 사업을 미국 기업과 함께했을 때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이반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이미 캄차카의 불곰들의 한 끼 식사 거리가 되어 있었을 게 분명했다.
알래스카로부터 시작된 미국 정·재계와의 유착은 미국으로 하여금 러시아와의 관계를 쉽사리 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미국 또한 과거의 먼로주의로 대표되는 고립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이상, 차라리 지금부터 우리가 주축이 된 국제 질서로 편입을 시키는 것이 훨씬 나았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움직이며 자신들이 가진 힘의 크기를 깨닫기 이전에 행동반경을 정해주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었으니까.
이는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1848혁명으로 인해 그전까지 치고받으며 싸우던 열강들이 표면상으로나마 협력을 하게 된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탄압의 대상이 비교적 확실했다.
과거에는 구식 장비로 무장한 농노들의 군대가 주축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제공한 구형 장비로 무장한 독일인들과 오-헝 제국인들이 표면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실질적인 성과나 과실은 우리가 챙기게 될 것이라는 점에선 씁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정의와 질서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힘의 논리에 맞춰 움직이는 정치와 외교의 특성인 것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국제 질서이자 본래 역사보다 빠르면서도 실질적인 억제력이 없었다는 한계에서 벗어난 국제연맹의 등장은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한 러시아 제국에게 조금의 시간을 더 벌어주게 될 것이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이탈리아를 향한 반공 십자군이 끝나더라도 러시아를 향한 도전이나 의외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시작되는 대규모 전쟁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당당히 가슴을 펴고 니콜라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이 부탁한 일들을 이루어냈으며 앞으로도 이루어낼 자신이 있다고 말이다.
잠깐의 감상에 젖었던 나는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는 협상장에서 할 연설문의 첫 글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문장의 뜻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작가의 말
먼저 지금까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도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까 연재를 하면서 독자님들께 감사하다는 말보다 죄송하다는 말을 더 자주 드린 것 같습니다.
잦은 지각과 늘어지는 연재주기, 심지어 후반부의 연재주기는…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지극히 충동적이었습니다. 당시 문피아에서 연재 중이던 아나스타샤 황녀에 빙의하는 대체역사물을 본 뒤 어째서 니콜라이 2세에 빙의하는 대체역사물은 없는 거지?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제게 있어 가장 먼저 찾아온 고비는 다름 아닌 자료문제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과분할 정도의 도움과 손수 정리하신 자료들을 보내주신 니케아 님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감사드립니다.
또 첫 작품인데다 미숙하기 짝이 없는 작가임에도 계속해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독자님들과 편집자님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하면서도 죄송합니다.
후기를 쓰다 보니 횡설수설하는 것 같네요. 더 길게 쓰다 보면 실수를 할 것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다음 작은 이번 작품을 연재하면서 있었던 불상사들이 없도록 더욱 철저하게 더 노력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못난 작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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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