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24)
“다만 중앙아시아에서 우리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현상유지를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중앙아시아를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긴 했지만, 중앙아시아에서도 러시아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겉보기에는 척박해 농사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지역이었지만 이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곡류를 재배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총독은 돌아간다면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목화를 재배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도록 만들도록 하는게 좋겠군요.”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소비에트 러시아가 생겨나 강철의 사나이가 강력한 중공업 육성 정책을 밀어붙일 때까지도 중앙아시아 지역은 인구의 대다수가 목축업에만 종사할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었다.
21세기까지도 유목민들이 남아있는 곳인만큼 현재 중앙아시아에 공업화를 위해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굳이 그곳에 공업지역을 건설할 필요도 없었고.
산지를 깎아서 공장을 지을 필요도 없었거니와 막상 그곳에 산업시설을 건설한다 해도 그곳까지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운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생산된 물품을 기차역까지 수송하는데 소비될 운송비용만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 뻔했다.
“목화…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목화라면 척박한 튀르케스탄에서도 재배할 수 있을겁니다. 게다가 수자원도 근처에 있는 아랄 해에서 충당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소련 시절 무리한 목화 재배로 아랄 해가 말라버렸다고는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루어질 규모의 농업으로는 그다지 영향이 없을게 분명했다. 아직 대규모 플랜테이션에 버금갈 정도로 튀르케스탄 지역에서 목화 재배를 하기엔 무리가 있었으니까.
‘게다가 아직 그렇게 목화 재배를 대규모로 할 능력도 없기도 하지.’
총독은 내가 목화 재배를 육성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의아한 듯했다. 한 평생 군인 그리고 귀족으로 살아왔기에 내가 한 말에 대한 충성심은 존재해도 농업 분야와 관련된 지식은 없었기 때문인 것처럼 보였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럼 그들로 하여금 농업에 종사하게 만들 유인책으로는 무엇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건 당연히 총독이 직접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
“농담입니다, 오늘 내가 총독에게 너무 짓궂게 굴고 있군요. 미안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식은땀을 흘리는 총독을 보고 있자니 오늘 내가 그에게 너무 심한 장난을 치는 것 같아 재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괘…괜찮습니다, 전하. 그럼 혹시 고안하신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뭐,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우선 총독부의 소유인 땅에서 시범적으로 친러시아적 성향을 가진 유목민들에게 목화 재배에 대한 권리를 주는 것도 좋겠군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다른 이들도 그들이 성과를 내고 부자가 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지 않겠습니까.”
실제로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이 되면 중앙아시아에서 목화 농장으로 큰 부를 쌓은 부농들이 등장하기도 했던 만큼 튀르케스탄에서의 목화 재배는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사업이었다.
현재 곡물 수출 금지령은 완화되었지만 러시아 제국의 수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곡물을 다른 나라에 파는 것 자체에 브레이크가 걸린 만큼 한시라도 빨리 다른 부분에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게다가 당분간 곡물 가격이 하락할 걸 생각하면 더더욱 서둘러야 한다.’
미국이 1870년대부터 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러시아가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유럽의 곡물 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간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지.’
게다가 질에서도 미국산 곡물에 밀리는 만큼 러시아는 날이 갈수록 곡물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줄어만 갔기에 오히려 인민들이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수출에 집착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민들의 외침을 외면한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나로서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목화의 상업성은 값싸게 목화를 생산하기 위해 노예가 필요했던 미국 남부의 농장주들이 북부에 반기를 듦으로서 남북전쟁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증명되어 있지.’
비록 미국이 1937년까지도 최고의 목화 수출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도 러시아의 수출품 목록을 다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실제 1891년 인민들이 굶어 죽어감에도 곡물수출 기조를 유지했던 이유 중 하나가 러시아의 수출 목록의 절반 이상이 곡물이었기 때문이니까.
‘우리는 배부르게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출을 감행할 것이다. 민주화 뿐만 아니라 산업화도 인민들의 피와 눈물을 먹고 자라니까.’
당시 정부가 만들어낸 구호에서는 인민보다는 수출을 선택한 재무부의 기조가 잘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교토 조약도 아직은 일본이 계약을 성실히 이행 중이지만 2년 후 한반도에서 벌어질 사건을 고려하면 한도와 시한이 정해진 돈줄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어.’
물론 그때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교토 조약은 우습게 보일 만큼의 성과를 얻어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안전하게 그리고 천천하지만 확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도박 수에 집착하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례는 현실 역사에서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그렇다면 그 방법을 통해 농업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부족들도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겠군요. 단 그러려면 초기 비용은 총독부에서 지불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총독. 초기 제반 비용과 같은 투자비용이나 아니면 종자, 농업을 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부족별로 차등을 주는 것도 좋겠군요. 먼저 뛰어든 자들에게는 더욱더 많은 지원을 줌으로서 후발 주자와의 차이점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정도의 조치라면 추가적인 예산 배정 없이 현재 총독부가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됐다. 대규모 관개시설을 건설할 예정도 아직 없었거니와 최소 3년간은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은 경작만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험난한 산지로 인해 교통이 불편한 지역 특성상 아직도 씨족 사회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튀르케스탄이었기에 그들 간 갈등 요소를 심어놓아 통합을 저해하는 조치이기도 했다.
통합된 유목민족이 골치 아프다는 사실은 이미 무수히 많은 전례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전하께서는 두 가지 이상을 한 번에 노리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제가 총독에게 얼마나 막대한 업무를 맡기는지 이해했습니까?”
적을 분열시키고 교란시켜라.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기본 중에 기본인 명제였으므로 군인인 총독도 내가 무엇을 노리는지 깨달은 듯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면담은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돌아가기 전에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여독을 푸는 동안 비슈넷그라스키 재무장관에게 튀르케스탄 목화 재배 사업과 관련된 자료들을 받아가도록 하세요. 또 그대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미 20년 넘게 튀르케스탄 지역 측량작업을 진행 중인 질린스키 장군과 연계해 어디가 목화를 재배하기에 좋을지도 결정하는 게 좋겠군요.”
1868년부터 근성으로 적대적인 부족민들과 험난한 환경 속에서 측량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질린스키라면 튀르케스탄을 자신의 손바닥처럼 훤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하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총독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는 잠시동안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때는 처음 총독에게 얘기했던 것처럼 중앙아시아 지역을 포기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러시아라는 국가의 특성상 그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내가 진지하게 그 얘기를 꺼냈다면 총독부터가 방을 나서자마자 종무원장을 비롯한 귀족들에게 달려갔겠지.’
다만 이번 조치를 통해 중앙아시아에 들어가는 인풋은 줄이고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아웃풋은 늘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덕분에 재정을 꾸리기 어렵다며 우는 소리를 하는 재무부 관료들의 입에서 군소리가 덜 나올 걸 생각하니 어느정도는 뿌듯함 마저 느껴졌다.
‘역시 나는 부하 관료들을 생각하는 자상한 리더라니까.’
—
‘황태자 전하께서 내게 막중한 임무를 맡기셨다.’
면담을 마치고 방에서 나온 알렉산드르 총독은 상기된 기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황태자, 그것도 이미 아버지로부터 제위를 양위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서 있는 자가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은 그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전하께서 내게 명하신 것은 반드시 수행하고 말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존재하던!’
전형적인 러시아의 귀족이자 군인인 총독은 황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찬 인물이었고 그의 마음은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비장한 각오를 안은 채 재무부에 들어서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칠 뻔했다.
‘이곳은 대체…’
한 눈에 보기에도 적어도 3일간 퇴근은 하지 못한 몰골의 관료들이 시선을 두는 곳마다 넘쳐났다.
‘지난번 파미르 확보 및 안정화 작전에서 군사기지를 건설하던 부하들 이후로 이런 광경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야전에서의 경력이 제법 되는 그로서도 압도될 정도의 광기와 절망감, 그리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어두운 기운이 재무부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지금이라도 몸을 돌려 자신의 총독부가 있는 튀르케스탄으로 돌아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귀족과 군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전하의 명을 받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마음 속 싸움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으므로 쉴 새없이 뛰어다니는 관료 중 한 명을 붙잡고 장관실이 어디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저기 미안하네만…”
분명히 그가 상급자이면서 고귀한 신분이었기에 평상시였다면 하대를 했겠지만 그들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총독이 존댓말을 하게끔 만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서류를 들고 뛰어가던 관료는 처음에는 그를 붙잡아 세운 사람에게 욕설이라도 퍼부울듯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총독의 제복과 얼굴을 보고는 겨우 참는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바쁜데 미안하네만. 여기 장관실이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겠나? 내가 이곳은 처음이라 길을 잘 모르겠군.”
총독이 길 안내를 부탁한다는 용건을 꺼내자 관료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 변화는 총독을 두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나게 만들 정도로 극적이었다.
아무래도 이 말단직원은 높으신 분에게 길 안내를 해드린다면 잠시나마 업무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물론입니다, 각하! 저만 따라오시면 제가 아주 빠르고 안전하게 장관님께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각하! 길 안내는 제가 더 잘합니다!”
“야! 이바소프! 이 자식! 너 혼자서 쉬겠다 이거냐? 각하!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어느샌가 총독에게 길 안내를 해준다면 휴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불쌍한 영혼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잠시동안이나마 서류와 활자로부터 벗어나 혹사당하는 육신과 정신에 쉬는 시간을 주고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둘러 쌓인 총독은 결심했다.
어지간하면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오지 않겠다고. 자신의 임기가 끝난 후 전하가 자신을 중앙으로 부른다면 과감하게 낙향하겠다는 다짐도 그의 가슴속에 새겨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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