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3)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천황은 내가 한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순진한 척 하시긴.
“쿠릴열도는 화산밖에 없는 바위투성이 무인도들에 불과하지. 아마 내 생각에는 그곳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에 지나지 않을 거요. 그리고 쓰시마 섬에 대한 조차권이라 만약에 얻을 수만 있다면 선대로부터 염원하던 부동항은 물론 태평양을 향한 진출도 한 번에 할 수 있겠지. 우리 러시아 제국이 얻을 수만 있다면 말이오. 안 그렇소?”
메이지 천황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나갔다.
“안타깝게도 우리 러시아 제국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지 강한 나라에는 많은 적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그중에서도 저 장어 젤리나 만들어 먹는 영국 친구들이 우리가 쓰시마를 교두보 삼아 진출하는 것을 눈 뜨고 보고만 있을 리가 없지 않소? 분명 어떻게든지 훼방을 놓으려고 달려들텐데 그러다 보면 조약이 원래 합의안대로 이뤄지지 않을거란 건 당연한 결과지. 물론 그 과정에서 썩은 양배추를 먹는 독일 친구들도 한몫 거들테고.”
다시 말해 이번 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이번 일을 빌미로 일본에게 몇 가지 경제적 이권을 받아내는 것은 영국의 허용범위 이내에 있겠지만 직접적인 영향력 확대는 영국으로서 용납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얼핏 보면 방금 내가 받은 제안은 앞으로 있을 러일전쟁을 비롯한 나의 행보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는 선물이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 21세기까지도 쿠릴열도는 서너 개의 섬을 제외하면 개발조차 되지 않는 화산섬들이다. 지금 제정 러시아의 능력으로는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땅이란 뜻이다.
게다가 쓰시마에 대한 조차권도 러일전쟁의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던 발틱 함대의 너무나 긴 여정과 그로 인한 피로 및 비전투 손실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선물로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예 받을 수 없는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남하에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이는 영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게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조선과 가까워지는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거문도를 무단 점령했던 영국이 러시아가 쓰시마 섬에 대한 조차권을 확보한다는 것을 방관할 리가 없지. 아마 메이지 천황은 나에게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선물을 안겨줘서 사태를 수습한 뒤 영국의 힘을 빌려 지금으로는 쓸모도 없는 바위섬 몇 개만 던져주고 영국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려던 것이 분명하다.
“나의 요구는 간단하오. 이와미 은광 지금은 오모리 은광이던가? 그리고 아시오 동광과 사도 금광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는 바요. 지분은 한 85% 정도면 무난하겠군. 이 광산들에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파견된 감독관이 상주할 것이고 나온 광물들은 매 분기별로 연 4회에 걸쳐 받는 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물론 운송비용은 귀국이 부담하는 걸로.”
앞으로 내가 할 일에는 아주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물질적인 것을 확보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또 현재 일본의 주요 수출 품목들은 광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이 근대화를 함에 있어 들어가는 막대한 자본을 확보하는데 지장이 생길 것을 생각하면 향후 성장 동력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나의 요구사항을 들은 메이지 천황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대인기피증이 엄청나게 심해서 자기 자식도 잘 보지 않았다는 양반이 이 정도까지 했다는게 대단한거다. 원래 역사에서도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어 가끔가다 부서나 신하간 충돌이 벌어지면 그에 대한 교통정리 정도만 한 양반에게 이런 협상은 처음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아마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협상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올렸겠지만 그 사람은 내가 진짜 니콜라이 2세가 아니라는 것은 몰랐겠지.
“그…그것이 그런 요구사항은 저의 독단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무슨 소리요? 귀국의 헌법 1조 1항에 따르면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이를 통치한다고 하지 않았소? 이런 협상 하나 결정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천황이라는 자리는 무엇을 위해 있는건지 모르겠군. 선택하시오. 전쟁이냐 아니면 내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느냐.”
“….”
“아직도 고민이 되신다면 선택을 조금 도와드리지. 제독!”
나는 미리 협상을 하는 곳 문 앞에 대기하라고 말해둔 제독을 불렀고 자칫하다가 황태자의 몸에 이상이 생기는걸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베리아로 갈 뻔한 제독은 평상시보다 험한 표정을 지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와 군기가 바짝 든 거수경례를 한 상태로 서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지금 당장 우리 함대로만 전쟁을 시작한다면 승리할 확률이 어느정도나 되오?”
“전하!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육전대를 비롯한 저희 함대 총원은 즉시 교토를 비롯한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하루만…제발 하루만 시간을 주십시오.”
“좋소 그렇다면 내일까지 시간을 드리지.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시겠소? 머리의 상처가 쑤시기 시작해 더 이상 협상을 하긴 어려울 것 같구려.”
메이지 천황이 창백한 얼굴로 방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어찌 연기를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팔자에도 없는 연기를 하게 될 줄이야. 사실 진짜로 내가 가야 했던 길은 연기자의 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등의 잡생각을 하고있는 동안 옆에 서있던 제독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전하 정말이지 훌륭하신 솜씨였습니다. 상대방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밀어붙이는 솜씨가 마치 표트르 대제님의 재림을 보는 듯 했습니다.”
“하하…고맙네. 내가 좀 피곤해서 그러는데 미안하지만 자리 좀 비켜줄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전하.”
제독과 통역관도 내보낸 뒤 혼자 남은 나는 내일 천황에게 할 제안을 재검토했다. 앞서서 내가 말한 것처럼 광산 자체를 수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내가 실제로 요구할 것은 그런 무식한 방법보다는 좀 더 세련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협상의 전략 1. 먼저 터무니없는 것을 제시한 뒤 상대방이 정신을 못 차릴 때 조금 완화된 제안을 내밀어라.
“내가 미치광이 전략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
“어제 황태자께서 하신 제안에 대해 검토해본 결과 받아들이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다음날 다시금 배에 오른 메이지 천황은 어느정도 과장된 연극까지 가미가 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듯 내가 요구한 사항들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했다. 어제 도쿄의 관료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했겠지만 황태자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이상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난 듯 했다.
너무 쉽게 굴복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이는 당시 일본이 가진 공러증(恐露症)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기억하는 역사에서도 오쓰 사건 당시 대신 목숨으로 사죄하겠다며 자살한 일본인도 있었고 쓰다 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지방정부도 있었을 만큼 지금 일본에게 러시아는 공포의 대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영국으로서도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남하한 것도 아니고 황태자 피습에 대한 댓가로 단순한 이권 정도 뜯어가는 것까지 기를 쓰고 반대할리는 없을테니 일본으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 자국의 광물 자원을 수탈당할 생각에 시무룩해진 표정을 짓고 있는 천황에게 나는 사탕 하나를 내밀었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사탕을 물려주는 게 더 쉽게 아이를 다룰 수 있으니까.
“어제는 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소. 미안하오.”
천황은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나라도 어제까지 전쟁 아니면 내가 제안한 불평등 조약을 받아들이라고 윽박지르던 사람이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면 이놈이 왜이러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어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를 습격한 것도 일본인이지만 나의 생명을 구하는데 일조한 것도 일본인이지 않소?”
실제로 당시 니콜라이의 인력거를 끌던 일본인이 공격받은 황태자가 인력거에서 뛰어내려 골목으로 숨자 그걸 따라가려던 쓰다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서 추가로 공격하려던 걸 막은 게 사실이었다.
나는 하룻밤 새 깨달음을 얻은 성자처럼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어제 내가 한 제안이 귀국에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오. 게다가 귀하에게 한 행동도 돌이켜보니 너무 무례했던 것 같아 내 마음이 편치 않았소. 부디 청컨대 내 사과를 받아주시겠소?”
“아…아닙니다. 전하의 넓으신 마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천황은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어찌됐든 분위기가 좋게 돌아가는 것 같자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어제 말씀하신 조약은…”
“그러니 이렇게 합시다. 괜히 영토 할양이니 죽음을 통해 사죄한다느니 같은 일은 하지 맙시다. 대신 이번 일로 깨질뻔한 두 나라 간의 우정이 다시금 단단해졌다는 것을 기념도 할 겸 우리측 지분 65% 귀국 측 지분 35%로 일본 국토내에 존재하는 광산들을 개발하고 채굴하는 합작 회사를 만드는게 어떻소. 귀국이 광산을 채굴하는데 여러 기술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들었는데 이를 우리가 도와줄 수 있지 않겠소? 또한 이 광산들에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파견된 감독관이 상주하고 나온 광물들은 매 분기별로 연 4회에 걸쳐 받는 걸로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운송 비용은 절반씩 부담하는 걸로 하고.” 어제 내가 한 제안대로 조약이 체결된다면 당장 우리가 얻는 이득은 많겠지만 그 댓가로 일본 국민이 우리에게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기 나라를 직접 수탈하는 국가에 대해서 국민들은 공포보다 증오와 복수심을 느끼게 될테니까. 나는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았다. 일본은 아직까지는 러시아를 두려워하는 나라로 남아있어야 했다.
지금 내가 제안한 내용도 살펴보면 이전에 제안한 것에서 광물 요구량이 20% 정도 줄었을 뿐 기본적으로는 불평등 조약이었지만 이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의 일방적 수탈이 아닌 일본이 열강과 동등한 입장에서 회사를 설립한다는데 더 눈이 갈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이 조약의 책임을 져야할 일본 내각이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그런 식의 언론 통제를 실시할 게 뻔했다.
물론 언젠가는 조약에 대한 의구심이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일어날 테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때까지의 시간과 그동안 받아낼 수 있는 떡고물이었기에 이후의 상황은 당장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번 조약으로 일본의 근대화에 차질이 생길 것은 분명하니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영업용 미소를 짓고 메이지 천황에게 악수를 청했다.
“어떻소? 받아들이시겠소?”
메이지 천황도 내가 한 제안이 이전보다 완화됐을 뿐 여전히 불평등 조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울며겨자먹기로 내가 내민 손을 맞잡는 수 밖에 없었다.
“전하의 자비로우신 제안에 감사드릴 뿐 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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