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49)
아웃소싱, 한국어로는 하청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행위의 장점은 무궁무진했다.
일을 진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절감, 들어가는 돈이 줄어듬에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품질, 게다가 이런 형식의 하청이라면 우리에게로 올 원망과 분노를 분산시키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었다.
‘괜히 21세기의 자본주의를 아웃소싱이 지배하는 게 아니지.’
가장 먼저 떠오른 나라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조선과 청나라였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논외다.’
청나라의 경우에는 더 이상의 어드벤티지를 주는 것이 나에게 오히려 손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양무운동을 비롯한 청나라의 몸부림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아직 나만이 알고 있었으니까.
한창 양무운동을 통해 근대화 및 부국강병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지난 아편전쟁을 비롯한 서구 열강에 의해 벌어진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조만간 벌어질 청일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서양 오랑캐와는 군사적 충돌로 인한 협상이 아니라면 상호 간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청나라가 러시아에게 만주 철도 부설권과 같은 권리를 넘겨주고 비밀동맹을 맺은 계기가 청일전쟁에서의 패배라고도 할 수 있으니 일본과의 관계에서 청나라가 지나치게 유리해지는 건 피해야 한다.’
물론 그들 특유의 자존심인 중화사상이 18~19세기를 걸치며 많이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세계의 중심이라 자부하며 살아온 이들이었기에 적은 힘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그리고 조선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니콜라이로서의 삶을 받아들였지만, 나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체성 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되어 있다는 의식이 어느 정도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을 감성에 따라서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조선을 지금 시점에서 당장 러시아의 사냥개로 쓰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일이었다. 국력 면에서도 제대로 된 하청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아직까지 한반도는 청나라의 영향력 안에 있는 나라였다.
위안스카이가 갑신정변 이후로 자신의 군대와 함께 한반도에 머무르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그 무엇보다도.
‘군주가 고종이라는 게 문제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라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 청나라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선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너무나도 적다. 이러면 결국 그 나라밖에 없겠군.’
내가 판단하기로 이번 일에서 함께 일본을 벗겨 먹을 최적의 파트너는 바로 영국이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를 보유하고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식민지를 지배하는 나라, 21세기에서 발생하는 지역분쟁의 원인 중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지구상에 자신들의 흔적을 진하게 남긴 국가.
‘게다가 이번 일로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게 한두 개가 아닌 것을 고려하면 영국이야말로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최고의 선택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한창 그레이트 게임으로 인해 전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국가인 영국에게 일본에서 나오는 돈을 나눠 먹자고 제안하다니 잠재적 적국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현재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었다.
그레이트 게임의 조기종식이 나의 목표 중 하나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일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
‘어차피 계속해서 새어나갈 돈을 안겨주는 것만으로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영국과의 충돌을 끝낼 수 있다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지. 지금의 행정력으로는 수천 킬로나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전부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영국은 최소한의 투자로 우리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릴 수 있어서 좋고, 우리는 영국을 통해 밥상을 차리는 도중에 반찬을 빼먹으려는 일본을 막을 수 있어서 좋은 일본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제안이었다.
‘게다가 미래에 성립될지도 모르는 영일동맹의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말이야.’
이 제안을 통해 위대한 고립을 천명하며 동맹국을 구하지 않던 영국이 처음으로 만든 동맹협정이던 영일동맹이 탄생하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
소작농의 입장에서는 수확의 절반을 내놓으라는 지주도 밉겠지만, 수확철만 되면 찾아와 농작물을 수거해가는 마름도 미워지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일본의 민중들이 아직은 지난 교토협약이 사실상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경제공황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분노가 수뇌부를 향하면 자신들이 살기 위해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로 돌릴 수 있었다.
‘내부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외부의 적에게 증오심을 심어주는 것은 흔하게 벌어지던 일이지.’
그런데 만약 적이 하나가 아니라면?
교토협약의 감시자로서 영국을 끌어들인다면 일본의 지도층이 러시아가 우리를 착취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는 즉시 자동적으로 ‘영국도 그것에 한 몫을 거들고 있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영국이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도 하고.’게다가 내가 구상하고 있는 것이 이루어진다면 러시아가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우리가 영국에게 요구하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영국이 우리가 제안한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더라도 도출될 수 있는 부가적인 수익이었으니까.
영국에게 일본으로부터 나오는 돈의 일정 부분 소유권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내가 제시할 것은 미래 우리가 주장할 만주와 관련된 이권 취득에 대한 영국의 동의였다.
아직까지 만주는 청나라의 소유였지만, 남의 나라의 땅을 가지고 열강들이 미리 합의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니까.
‘이렇게 되니 내가 제국주의자 그 자체가 된 것 같군.’
나에게 남아있는 현대인으로서의 양심이 살짝 찔려오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벨 에포크라 불리던 유럽의 황금기 이면에 도사리던 야만의 시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야만의 시대에 걸맞는 태도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이리떼들 사이에서 필요한 건 도덕 교과서가 아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총과 칼이니까. 게다가 내가 결정한 사안에 따라 러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최소 수천 명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원 역사에서 러시아와 청나라가 협약을 맺자 이에 경계심을 가진 미국과 영국이 러일전쟁을 수행하는 일본에게 엄청난 양의 차관과 그에 대한 지급보장을 해줬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만주와 한반도에 영향력 확대를 하기 이전에 그들과 어느 정도 합의를 해야 했다.
‘이번 협상의 조건으로 만주 지역의 철도 부설권 정도를 요구한다면 영국도 생각해 볼만 하다고 여기겠지. 그들에게 최우선 목표는 어디까지나 인도일 테니까. 이번 계기를 통해 인도에 가해지는 러시아의 압박 해소와 짭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손절의 달인인 영국이 일본과 맞잡으려던 손을 충분히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구상한 것이 모두 최상의 결과로 나타났을 때 얻을 수 있는 목록이었다.
세상일이라는 게 항상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었으므로 나 또한 협상이 순항하지 않을 것을 대비한 계획도 세워야만 했다.
‘게다가 영국은 교토협약을 미끼로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미국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어.’
아직까지 문호개방정책¹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 방침이 구체화 되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저력을 아는 나로서는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를 고려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브라노벨에 있는 알렉산드르 바리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겠군. 문호개방정책이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함으로써 나온 것임을 생각하면 미국에 있는 수많은 재벌들에게 만주에서 하는 사업에 대한 입찰권을 제시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정치권에 로비를 하도록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이러한 생각에는 현재 미국의 경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대통령인 벤저민 해리슨이 재선에 실패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좋지 않은 경제일 만큼 지금 미국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이 불황이 다음 대통령인 클리블랜드까지도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만주와 관련된 사업에 미국의 사업가들이 눈독을 들일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신들이 한 몫 낄 수 없는 파티라고 생각하면 정치권에서 나올 수 있는 문호개방정책에 대해 자본가들이 동의하겠지만, 자신들이 이미 그 파티에 참석 중이라면 참가자가 늘어나는 게 달갑지 않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현재 영국에서 러시아 대사로 머무르고 있는 이고르비치에게 보낼 전보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만있자, 지금 영국 총리가 글래드스턴이었던가? 하필이면 도덕 정치의 신봉자라니 예상보다는 힘든 협상이 되겠어.’
계획을 수립할 때만 하더라도 같은 제국주의 국가끼리의 전형적인 밀실 합의가 될 거라 자신했었지만, 현재 영국의 정국을 이끄는 총리가 글래드스턴이라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다시금 골치가 아파올 것 같았다.
가장 부도덕한 전쟁이라 평가되는 아편전쟁을 가장 앞장서서 영국 의회 내에서 반대하고 미들로디언 연설을 통해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힌 글래드스턴이기에 우리가 내민 제안서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그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고귀한 것이었고 존중받아 마땅한 인물이었지만, 막상 그와 ‘하하, 지금부터 같이 일본을 어떻게 착취할지 고민해봅시다.’라는 주제로 얘기를 해야 한다 생각하니 눈앞이 막막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그를 설득하는 것 대신 지난번에도 써먹었던 방법을 다시 사용해볼까?’
영국은 엄연한 입헌군주제가 확립된 국가였지만, 아직까지 여왕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시대적 배경 상 글래드스턴이 아닌 빅토리아 여왕에게 먼저 제안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도덕 정치에 감명을 받은 인물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자에 가까웠으니까.
‘정 불가능해진다면 현재 야당을 이끄는 솔즈베리 후작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어. 그도 영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일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겠지만, 이번 제안에서 영국이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느낄 테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영국의 정치를 좌지우지하려는 인상이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전제조건이 붙는 게임으로 치자면 난이도 최상의 방법이었지만,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주의 국가의 총리가 반제국주의자라는 모순된 상황이 웃기기도 했지만, 비합리적인 현실에 불만을 토해내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고르비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안겨주게 생겼군.’
아무래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내 측근들과도 의견을 나누어봐야 할 것 같았다. 머리 하나보다는 여러 명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더 많을 테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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