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5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53화
25장 러시아의 자본주의
러시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조국을 수호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겨울이 돌아오고, 내 거처를 겨울 궁전으로 옮긴 11월 중순, 나는 응접실에서 모처럼의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옷감의 질감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급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그들의 몸에 걸쳐진 물건들은 일반 노동자들이 1년 동안 월급을 모으더라도 살 수 없는 것들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
귀족들 특유의 과시하는 듯한 옷차림이 아닌 단정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차림새를 한 이들은 러시아의 재벌가들이었다.
“이렇게 다들 내 초대를 받고 와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군요. 특히 여러분이 이번 기근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대들이 낸 기부금이 사태를 극복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자자, 다들 잔을 듭시다.”
그들이 들어 올린 잔에 채워져 있는 술은 스미노프 No.21 보드카였다.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맨델레예프를 통해 보드카의 도수 기준을 정한 후였기에 내 손에 들린 병의 라벨에는 알코올 함유량이 40%라 적혀 있다는 점이었다.
“위대한 러시아 제국과 그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신은 우리와 함께하시니!”
러시아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말을 외친 그들이 저마다 자신의 잔에 채워진 보드카를 들이켰지만, 사실 내가 건넨 스미노프에는 한 가지 사정이 있었기에 다들 표정이 그리 밝지는 못했다.
‘맨델레예프를 통해 보드카 도수 기준을 정한 후 스미노프 보드카 회사를 반쯤은 국영으로 만들었으니 경계할 만도 하지.’
금본위제로의 개혁을 하기 위한 재정마련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인 보드카 전매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 역사에서는 비테의 강력한 추진 아래에 스미노프 가문의 회사가 강제적으로 국영화됐었지만, 나는 그 정도로 가혹하게 행동하진 않기로 했다.
물론 이것만 하더라도 스미노프의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고, 다른 재벌가들에도 자신들의 기업이 국영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심어주는 행동이었지만,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모두가 행복한 길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래도 공산혁명 이후 볼셰비키에게 4번의 사형선고를 받고 프랑스로 망명을 해야 했던 운명보다는 낫도록 만들어줘야겠지. 어느 정도 재정이 확보된 이후로는 다시금 민영으로 되돌려 줄 예정이니 말이야.’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모인 이들을 살펴보았다.
러시아 제국 시절에는 자본주의의 발달이 미미했기에 별다른 자본가 계급이 없었을 거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사실 이 시기에도 몇몇 유서 깊은 재벌 가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심지어 귀족이나 평민 출신이 아닌 농노 출신의 재벌 가문도 존재할 만큼, 러시아 제국 내부에서의 자본주의의 발달은 느리지만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섬유 부분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트레차코프 가문, 1820년대에 1만 7천 루블을 지불하고 농노에서 해방된 후 섬유업을 이용해 재벌 가문을 건설한 모로조프 가문, 농노 출신 가문임에도 현재 모스크바 시장직을 역임함과 동시에 섬유, 광산 부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알렉세예프 가문 등,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자수성가한 조상을 두고 있는 어지간한 귀족 이상의 부를 쌓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지.’
그리고 내가 이들을 오늘 이 자리에 불러모은 이유는 앞으로의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여기 있는 재벌가들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시행된 곡물 수출 금지법에 의해 손해를 입은 것을 시작으로 철도 국유화와 보드카를 비롯한 몇 가지 생필품에 대한 국가 전매제 시행, 산업위원회에 소속된 로베르트 노벨과 주립 은행 이사직을 역임 중인 에마뉘엘 노벨을 통해 준비 중인 노동개혁안도 그들과 나의 사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간단한 건배가 끝난 뒤 서로 간에 덕담을 주고받는 시간이 짧게 이어졌지만, 이런 가식적인 시간은 나의 말에 의해 종료되었다.
“자, 1분 1초가 금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사업가분들을 모셔놓고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건 하느님이 말씀하신 죄악 중 하나인 낭비라고 할 수 있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내가 쓸데없는 미사여구 없이 바로 당신들을 이 자리에 불러 모은 이유를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기업체를 국유화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불러 모았다고 여길 수도 있었으니까.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 그들을 불러 모은 나로서는 어느 정도 억울한 면도 있었다.
그런 섭섭한 마음을 감춘 채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 가운데 저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대들 중 일부가 주력으로 삼는 사업 부분인 철도와 관련해 노선을 국유화한다든지 아니면 현재 과거 폴란드였던 지방에 부여하고 있는 수출 관련 특혜와 관련된 불만 말입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좌중을 돌아보았다.
그들 중 일부는 내가 한 말에 속이 찔렸는지 눈을 피하며 헛기침을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사무엘 폴랴코프나 사바 마몬토프가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아니면 제가 행한 일로 인해 이득을 챙기신 분들도 분명 존재하고 계실 겁니다. 작년 극동의 섬나라에서 저에게 행한 일에 대한 대가로 맺은 교토조약으로 한몫 챙기신 분들도 계시는군요.”
러시아와 일본 정부의 합작으로 광산회사를 설립한다는 조약이었지만, 나는 그 회사에 러시아 재벌가 중 광산업계에 관련된 이들을 끌어들였었다.
국가 주도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대기업들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는 비쉬냐코프 가문과 알렉세예프 가문이 내가 맺은 교토조약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을 나타내듯이 다른 이들보다는 이 자리에 온 알렉세이 비쉬냐코프와 니콜라이 알렉세예프의 표정은 편안한 편이었다.
그중 니콜라이 알렉세예프는 이미 모스크바 시장직도 역임하고 있는 자였기에 내가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모스크바 젬스트보로 대표되는 온건파와의 협력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470만 루블의 예산을 1,080만 루블로 늘리고, 그를 통해 130만 루블의 빚을 상환함과 동시에 모스크바 시내 현대화 작업과 상수도관 정비작업의 수행, 30개의 학교들이 설립됐던 것을 생각하면 능력 또한 이미 입증된 사람이었다.
‘게다가 작년부터 기근 극복을 위한 기금으로 자신의 시장 봉급은 물론이고 재벌가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사람인만큼 내가 앞으로 갈 길에 큰 도움이 될 인물이다.’
“하지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을 불러 모은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챙기는 지금 상황이 몇몇 분에게는 달갑겠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상황일 테니까요. 다시 말해 돈 되는 이야기를 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는 말입니다.”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곳으로 그들을 불러냈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자본가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은 그런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돈과 관련된 태도가 남다른 자들이었으니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선 돈 되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리 러시아 제국과 관련된 얘기를 먼저 해봅시다. 그 누구도 우리가 약소국이라고 감히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전하!”
“어느 누가 우리를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황태자가 이야기하는 돈과 관련된 일이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으로 몸이 달아오른 이들이 격하게 동의하는 것을 진정시켰다.
“자자, 다들 진정을 좀 하시길 바랍니다. 맞습니다. 어떤 나라라 하더라도 우리를 무시하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런 나라가 자신들의 국가를 지키고 국익을 수호하는 군인들의 손에 들려줄 총 한 자루, 총알 한 발도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은 웃기지 않습니까?”
내가 냉정하게 러시아 제국의 현실을 지적하자 좌중들은 방금까지의 열기에서 벗어나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들 중 눈치가 빠른 몇몇은 내가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우리 러시아 제국의 자랑스러운 육군은 백만 명이 훌쩍 넘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게다가 해군까지 더한다면 그 수는 유럽 대륙에서 가장 많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그런 군대가 자신들의 병사들을 외국에서 수입한 병기로 무장시킨다니, 이 얼마나 큰 재정 낭비며 외화 유출이란 말입니까.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놀랍게도 러일 전쟁까지도 러시아는 소총과 탄약 생산을 프랑스에 위탁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게다가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포탄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개전 초기 이후로는 포병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물론 이는 러시아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자체 공업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몇 차례의 큰 전쟁이 발생할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러분들 중 몇몇 가문은 혈연으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대들 모두가 고도의 공업력이 필요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요.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나는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기에 조만간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한 기업을, 우리의 자랑스러운 군대를 우리 손으로 입히고 무장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는 과정에 참여시킬 생각입니다.
여러분 물론 지난 보불 전쟁 이후로 유럽 대륙에서 커다란 전쟁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나는 느낄 수 있습니다. 잔잔해 보이는 수면 아래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무언가가 조만간 터져 나올 것이란 걸 말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그들은 저마다 이번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어느 정도일지 계산에 들어간 것 같았다.
분명 주판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방안에는 주판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게다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극동지방에 있는 만주에서 시행될 수도 있는 철도 사업에도 여러분이 자본 투자를 통한 지분 구매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걸 밝힐 수 있어 기쁘군요. 그뿐만 아니라 도로건설이나 여러 공적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도 그대들이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세운 기준만 통과한다면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을 여러분의 지갑으로 넣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차츰 방안이 다시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과 같은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다.
마치 수풀 속에 숨어 사냥감을 노려보는 사자들처럼 내 앞에 모여 있는 사업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주력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여러분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 프리비슬린스키 크라이 지방¹에 제공되고 있는 무역 관련 특혜는 금본위제를 통한 화폐개혁이 마무리되는 대로 축소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합니다. 물론 그들 또한 폐하의 충성스러운 신민이기는 하나 여러분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이전에 말한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모순된 행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래에 독립할지도 모르는 지역을 계속해서 키워주느니 러시아 본토 자체의 산업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이 더 현명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선택에는 폴란드 지방의 자본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계속해서 로마노프 황가에 충성하는 것밖에 없다는 계산도 들어가 있었다.
내 발언이 끝나고 재벌 가문의 총수들이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기 위해 분주하던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응접실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평상시 나를 수행하는 비서가 아닌 비테였다.
그는 급한 발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였다.
“전하, 방금 이고르비치 대사로부터 긴급 전문이 들어왔습니다.”
“내용은?”
“주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축하드립니다, 전하.”
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일본이 열강 반열에 들어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듯싶었다.
#작가의 말
프리비슬린스키 크라이 지방¹ : 러시아령 폴란드의 명칭입니다. 11월 봉기 이후 자치권이 축소된 후로 프리비슬린스키 크라이라 불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