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59)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60화
“충격에 대비하라!”
북양함대의 기함인 진원의 함교에서 고함이 터져 나오는 것과 주변에서 물기둥이 솟아오른 것은 거의 동시였다.
“피해 보고!”
“적의 포탄 중 명중한 건 없습니다! 피해 전무!”
다행히도 명중탄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여창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자신이 타고 있는 진원을 향해 포탄을 발사한 적함은 다름 아닌 청나라의 자랑이던 정원과 양위였으니까.
청나라의 돈으로 구매한 청나라의 전함이 북양함대를 향해 누구보다 먼저 포를 쏴대는 현실이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자신의 과오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기에 정여창은 핏대선 눈으로 정원을 바라보았다.
나가사키에서의 악몽과 같던 밤 이후의 날들을 떠올릴 때마다 정여창은 아직도 치가 떨렸다.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장교들과 병사들, 허겁지겁 떠난 관계로 부족하기만 했던 보급품, 그로 인해 선상 반란이라도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잠 못 이루던 날들.
하지만 무엇보다도 치욕적이었던 것은 돌아온 뒤 있었던 이홍장의 공개적인 질책이었다.
청나라에는 북양함대 외에도 3개의 함대가 더 있었지만, 북양함대만 거대해진 기괴한 형태였다.
북양함대 외의 3개 함대 중 남양함대가 그나마 북양함대의 버금갈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 청불전쟁에서의 궤멸 이후로는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이렇게 된 이유는 청나라의 실권자인 이홍장이 북양대신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세력권인 북양 수사를 집중적으로 키워줬기 때문이었는데, 그 결과 이홍장은 반쯤 북양함대를 자신이 보유한 권력을 뒷받침해 주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홍장에게 정여창은 자신이 믿고 맡긴 재산을 반이나 날려 먹은 사람이었고, 그동안 북양함대라는 재산의 관리도 제대로 안 한 게으른 관리인으로 비쳤다.
‘빌어먹을 늙은이 같으니. 지금까지 관심도 없다가 이때다 싶으니 충신인 척 점잔빼는 꼴이란. 감히 함장들 앞에서 나에게 망신을 줘?’
이홍장의 공개적인 질책 이후 정여창은 함대 내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이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추락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나라에 단 두 척밖에 없는 전함 중 한 척을 상대방에게 빼앗긴 것에 자신의 잘못이 크긴 하지만 애당초 그런 식의 무리한 원정을 주문한 건 이홍장 아니었던가?
게다가 본인의 과오가 크다고는 하더라도 상명하복과 상급자에 대한 존경이 필수적인 군대에서 하급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질책을 하다니 앞으로 있을 전투에서 함장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겠냐는 말이다.
비록 전투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북양함대의 사령관직을 유지하도록 만들었지만, 정여창으로서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전투마저 패배한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으니까.
‘저 늙은 너구리가 패전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죄다 뒤집어씌울 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당할 수만은 없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 뒤 당당하게 돌아갈 것이다!’
거듭 다짐한 정여창이었지만, 그의 기대와는 다르게 북양함대가 현재 보여주는 모습은 엉망 그 자체였다.
“재장전은 아직이냐! 적에게 넘어간 저 흉물을 당장 격침해야 한다!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 거야!”
“파도가 거센데다가 항구에 정박한 상태에서 훈련을 했을 당시에도 15분이 걸리던 과정입니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시지요. 게다가 정원에 포탄이 실려 있지 않다고 말씀하시던 각하의 말씀과 달리 저들이 발포하자 병사들의 동요가 심합니다.”
어투만 정중할 뿐이지 숫제 질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함장의 이야기를 듣자 정여창은 당장에라도 상대방을 군법 재판에 회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속으로 삭이며 재차 재촉하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장전을 서두르라 얘기하고 준비되는 대로 정원을 목표로 발포하도록. 그리고 정원에 실려 있는 포탄은 죄다 우리가 맞아도 피해가 없는 쓰레기이니 동요하지 말라고 얘기해!”
* * *
“어어어…… 이봐! 거기 조심해!”
쿠당탕
“아아악! 내 팔! 내 팔이!!”
“이 멍청한 자식아! 반대로 돌리라고! 반대로!”
진원의 포반은 혼돈 그 자체였다.
겨울 바다의 거친 파도와 적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속 전진이 합쳐지자 진원은 그 덩치가 무색하게 마치 조각배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무거운 포탄과 장약, 장비들을 나르고 있는 수병들은 죽을 맛이었다.
지난 몇 주간 그동안 미뤄두었던 방학 숙제를 몰아서 하는 것처럼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이 험난한 바다에서 훈련 때처럼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디까지나 급한 것은 일본이기에 그들이 이곳까지 온다는 판단하에서 이루어진 훈련은 항구 내부나 그 근처 내해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전투가 벌어지는 해역은 항구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연안이었지만, 겨울의 바다는 자신을 만만히 생각한 이들을 징벌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거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굼벵이 같은 자식들아! 빨리빨리 안 움직여! 재장전을 해야 저놈들이 다시 우리한테 쏘기 전에 발포할 거 아니냐! 움직여!”
“젠장, 저 자식 방금 포탄이 날아올 때만 하더라도 제일 먼저 대가리를 박고 벌벌 떨던 놈이 목소리만 크구만.”
“쉿, 듣겠어. 이거나 나르자고.”
거기에 장교나 부사관, 일반 수병 간에 존재하는 해묵은 감정은 진원이 온전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젠장! 정원에는 포탄이 없다고 호언장담하더니 방금 우리한테 쏜 배가 정원이 아니고 다른 배라도 되는가 보지? 일본이 어느새 저런 배를 구입했는지 정여창 나리한테 물어보고 싶구만!”
“내 손! 내 손이 장전기에 꼈어! 아악!!”
더 가관인 것은 그나마 진원이 보여주는 모습이 가장 나은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북양함대의 지휘관들 가운데 외국에 유학을 다녀온 데다가 능력도 갖춘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도 제대로 된 훈련과 경험이 없는 선원들을 데리고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함장님, 사령관이 아무래도 이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저희 함의 무장으로는 정원에 유효한 타격을 주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정원을 향해 발포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자기가 싸놓은 똥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게 괴롭다는 건 알겠지만, 우리 손으로 자기 뒤 좀 닦아달라는 투정을 들어줄 필요는 없지. 저기 적들의 대열에서 혼자 떨어져 나와 있는 함선을 향해 발포하도록.”
그들이 생각하는 정여창은 이미 준비된 희생양이었다.
아마 본인은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기만 하면 다시 자신의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여기고 있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나마 이 모습처럼 자신이 외국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보여주고 있는 함장도 있었지만, 극한 상황에 몰리자 숨겨져 있던 본모습을 드러내는 함장도 있었다.
“제, 젠장! 분명히 정원 함에는 포탄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게 어찌 된 일이야!”
“함장님! 침착하십시오. 정원이 겨누고 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진원 함입니다! 게다가 경제난에 허덕이는 일본놈들이 그사이에 포탄을 구했을 가능성도 낮으니 저건 정원 함에 실려 있던 모의탄임이 분명합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냔 말이다! 젠장…… 저놈들이 제원 함을 맞추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모두 끝장이야!”
제원 함의 함장인 방백겸은 정원이 발포한 이후로 패닉에 빠진 상태였다. 그의 머릿속에서 정원의 주포에서 발사된 포탄이 자신들을 맞췄을 때의 미래가 계속해서 그려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적전 도주라는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의 부관이 보기에 방백겸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그 즉시 뱃머리를 돌릴 것만 같았다.
점점 가까워져 가는 일본의 군함들을 보는 함장의 다리가 덜덜덜 떨리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상대방의 진형도 그렇게 정교하진 못하군. 단종진을 펼치려 한 건 알겠지만, 저런 식으로 대열에서 낙오되는 배가 생기는 걸 봐서는 일본 해군의 숙련도도 우리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소리다.’
일본의 움직임을 보고 승리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 부관이었지만, 자신의 상관을 보자 다시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함장님, 사령관은 계속해서 정원을 향해 발포하라고 하지만, 제원 함의 전력으로는 유효한 피해를 주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저들의 대형에서 낙오된 함선을 노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직도 자신이 상상력이 만들어낸 공포에 젖어 있는 함장이었지만, 부관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기로 했다.
현 상황에서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근거로 결정권자인 함장에게 조언을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핀잔에 가까운 명령이었다.
“그러다가 전투가 끝난 이후 사령관 각하에게 질책이라도 명령 불복종에 대한 처벌이라도 받는다면 자네가 책임질 텐가? 명령에 따르도록! 정원을 목표로 계속해서 발포해!”
언제 공포에 떨었냐는 듯 부관을 상대로 함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늠름했다. 물론 이 태도가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놈들이 발포합니다!”
“충격에 대비하라!”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정원과 양위 뒤로 늘어선 일본 측의 군함들이 발포를 하기 시작했다.
청나라의 군함에 탑재된 포와는 달리 연합함대가 가지고 있는 포의 대부분은 암스트롱 사에서 만든 분당 최대 5~6발까지 쏟아낼 수 있는 12㎝ 속사포였기에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단종진의 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었고, 그 결과 북양함대에서도 차츰 포탄에 피격된 함선이 생기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연합함대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마츠시마와 이쓰쿠시마는 다른 함들처럼 북양함대에게 속사포를 쏘아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320㎜ 포를 탑재하고 있는 자신들만이 진원에게 유효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비대하게 키운 오른팔을 휘두를 때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주포를 발사할 때마다 빈약한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힘을 발휘하느라 혹사당하는 선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화력의 공백은 청나라 해군이 원 역사보다 적은 피해를 입으며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었다.
“초용 함 피탄! 기관실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투 불능상태!”
“제원 함도 맞았습니다! 주포 중 하나 작동 불능!”
“계속해서 돌진하라고 해! 정원만 잡는다면 접근했을 때 우리가 유리하다!”
상대방을 향해 선수를 겨누고 돌진하는 횡렬진의 특성상 상대방보다 피격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적게 노출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화력 면에서는 손해를 보는 북양함대의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저들이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게끔 해주는 단종진을 깨뜨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직도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홀로 방황하고 있는 요시노 함이었다.
“이 자식들아! 맞고만 있을 거냐! 저놈들한테 불벼락 맛 좀 보여줘라!”
“거리 2,000! 개화탄 장전 완료됐습니다!”
“발포하라!”
최소 3개 함에서 발사된 포탄은 2,000m라는 거리를 눈 깜짝할 새 좁혀 나갔다. 요시노 함에게 있어 불운이라면 북양함대가 원 역사와는 달리 개화탄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쾅!
포탄 소리로 가득 찬 전장이었지만, 요시노에서 들려온 소리는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했다.
탄약고에라도 맞았는지 이어지는 포격이 없었음에도 요시노는 계속해서 자신의 몸체에서 불꽃과 함께 폭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개자식들! 맛이 어떠냐!”
이름 모를 포수의 외침과 함께 요시노는 최후의 단말마를 내지르며 두 동강이 난 채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분명 강철로 이루어진 배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죽어가는 여인이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방금 소리를 지른 포수조차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질려 있던 그때 날카로운 고함이 들려왔다.
“뭣들 하는 거야! 놈들에게 한 방 먹였다고 감동이라도 받은 건가! 빨리빨리 움직여! 재장전!!”
전투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작가의 말
실제 일어났던 황해 해전에서도 정원과 진원을 겨냥한 320㎜ 포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습니다.
전투 내내 마츠시마를 비롯한 연합함대에서 발사한 320㎜ 포탄은 십여 발에 불과했으며 그중 명중한 것은 단 한 발이었는데 그마저도 별 타격을 못 주었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