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66)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67화
“……이런 식으로 현재 개혁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예상보다는 상황이 괜찮게 돌아가는군요. 다행입니다.”
비테의 입을 통해 나온 농촌 개혁 이후 2달간의 상황 보고는 기대했던 것보다 원활하게 작업이 진척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오흐라나의 플레베 국장이 생각보다 일을 잘해주고 있습니다. 대규모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그의 사전 체포 작업 덕분이라더군요. 게다가 최근 농촌 지역에서는 오흐라나라는 단어조차 함부로 입에 담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농민들이 비밀경찰과 연관되거나 지칭하는 말을 하면 그 즉시 보이지 않는 눈을 통해 자신들을 주시한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문맹률이 거의 80%에 육박하는 러시아 제국의 특성상, 농민들은 정교회를 믿음에도 불구하고 주술적인 요소에 현혹되거나 겁을 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평상시라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러시아를 발전시키는 장애물로만 여겨졌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웃기게도 농민들을 통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황태자 전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모스크바까지 내다보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계신다, 라는 소문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러다가 내가 악마와 계약했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흐라나의 위명을 빙자한 악명이 높아질수록 나에 대해 농민들이 가진 이미지도 날이 갈수록 괴상해지고 있었다.
물론 황태자에 대한 묘사의 끝에는 ‘언제나 신민들을 생각하시는 자비로우신 전하’라는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종무원장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겠습니다.”
“그분이라면 아마 당장에라도 그런 불경한 자들을 올바른 길로 계도해야 한다며 뛰쳐나가셨겠지요.”
좌천된 이후 황궁 내에서 금기어나 다름없었던 포베도노스체프는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능력에 힘입어 가벼운 농담을 하는 데 사용될 만큼 이미지가 좋아져 있었다.
이번 개혁이 발표된 이후 극동에서도 소요가 발생했지만, 종무원장이라는 직위와 그동안 연습한 연설능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진정시킨 데다가 지난번 얘기한 조선계 러시아인들을 이용한 한반도에 대한 개입 전략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시 이곳으로 불러들이기엔 부담되는 인사다.’
종무원장이 극동으로 간 뒤 아직도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보수파 귀족들을 생각하면 스승님에게는 미안한 소리였지만, 그곳에서 계속 머무르셔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포베도노스체프가 먼저 자신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앞으로도 돌아갈 생각도 면목도 없다는 의사를 밝혀, 내 부담감을 덜어주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개혁을 실행하는 것에 있어 예상한 것보다 적은 반발에 부딪히기는 했어도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당장 올해 수확량이 농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면 지금은 협력적인 농부들이 어떻게 변할지는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혁의 제1차 관문은 올해 작황이 어떻게 되느냐인 만큼 각별하게 신경 써주도록 하세요.”
앞으로 반년, 즉 6개월이 이번 미르 해체령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를 결정짓는 시간이었다.
소수의 농업학교 출신 농민이나 학식을 가진 이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농민 중 우리를 믿고 따르는 농부는 정부의 말을 따르면 더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이는 재작년부터 이루어진 기근에 대한 지원책 덕분에 생긴 기대감이 불러온 결과였다.
그 덕분에 생각보다 적은 저항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을 경우의 후폭풍도 대비해야 했다.
“우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나아가야 합니다. 철제 농기구의 도입이나 질산염을 통한 퇴비 보급 같은 일은 당장 시작할 수 있겠지만 걱정되는 것은…….”
“탈곡기와 수확기의 도입과 같은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겠지요. 그 두 가지를 즉시 도입한다면 당장 올해의 수확량은 어느 정도 증가하겠지만, 가난한 이들에게서 이삭줍기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수확 시기에 품삯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잃은 농촌의 노동자들이 불만을 품을 겁니다.”
내가 우려 섞인 이야기를 꺼내며 말꼬리를 흐리자 비테가 내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실제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농업 개혁 계획을 설립할 당시 논의된 내용이기도 했다.
미르를 해체하고 농지를 재분배한다는 건 좋지만, 그런다고 해서 없는 농지가 생겨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자영농을 육성하고 불모지를 개척하는 것을 장려함으로써 농업지의 절대 면적을 늘리지 않는 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땅만을 배정받는 이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삭줍기나 수확기의 부족한 일손을 돕는 것으로 품삯을 버는 것은 단순히 부가수입을 얻는 행위가 아닌 자신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재무장관. 그게 바로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의 2차 관문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마 최소 5년 정도는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자영농 육성밖에 없을 테고요. 하지만 농민들의 대다수가 탄탄한 기반을 가진 자영농이 되는 순간 러시아의 경제 또한 날아오를 수 있을 겁니다.”
자영농의 증가는 즉 물건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의 증가와도 동일했으니까.
최소한 자기가 농사짓던 땅을 몇 년 후면 다른 이들에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농민들의 의욕 증진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걱정하던 극동에서의 충돌은 러시아에 더 좋을 수 없을 정도의 결과를 안겨준 채 종식되었고 중앙아시아에서의 영국과의 그레이트 게임도 종식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와의 동맹을 맺는 것에 대한 협상도 마무리 단계였으며 오스만이 갑자기 미쳐 날뛰지 않는 이상 외국과의 충돌도 당분간 없을 거라 예상되었다.
‘그나마 우려되는 건 농촌에 모든 경찰력이 집중된 사이에 인민주의자들이나 극렬 민족주의자들이 벌일지도 모르는 테러군.’
나는 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었으므로 당분간 경호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또 하나 다행인 건 포그롬이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군요.”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발생했던 포그롬의 발현 건수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으며, 그 규모도 몇몇 유대인 상점에 대해 창문을 깨는 등의 공격이나 개개인들에 대한 폭력행사 정도였고 거주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얼핏 생각하면 내가 지난 시절 했던 연설이 효과를 나타냈다고 할 수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내부의 불만을 유대인으로 돌리는 배후 공작을 하지 않아서겠지. 연설 한두 번으로 수백 년간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반유대주의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러시아에서 반유대주의가 사라지도록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세대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 할 것으로 예상 중이었다.
통치자가 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로 이런 인종주의가 사라졌다면 이 세상에 전쟁 범죄나 온갖 혐오범죄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브론시테인 군이 기뻐하겠군요. 전하의 연설을 가장 감명 깊게 들은 인물 중 하나 아닙니까.”
비테의 말을 듣자 나는 픽 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브론시테인이?
“재무장관이 못 본 사이에 농담 실력이 많이 늘었군요. 그 녀석이 말입니까?”
“농담 한번 해봤습니다.”
지난번 발생했던 다툼 이후로도 브론시테인과 주가슈빌리는 장관 회의 구성원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관심을 받고 있었다.
진행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2명인 데다가 내가 각별히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으니까.
이와는 별개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인식도 희미한 녀석이 포그롬이 그다지 발생하지 않아 같은 민족이 고통받지 않았다는 것에 기뻐할 거란 말은 타율 높은 농담이었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건 국가주의에 영향을 받은 인민들이 좀 더 성숙한 태도를 나타낸 것 아니냐는 착각으로 인해 기뻐할 수 있겠군.’
“그건 그렇고 화폐개혁과 관련된 작업은 잘되어가고 있습니까?”
나는 이야기의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러시아의 처절할 정도로 금을 모으던 세월의 목적 중 하나이자 그 시간의 결정체인 금본위제로의 화폐개혁이 곧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염원이기도 했다. 원 역사에서도 러시아는 환율을 강화하기 위해 금을 언제나 모아왔으며 결국 1894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나라로 우뚝 서기까지 했다.
그 지위는 1914년까지 이어졌지만, 유감스럽게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나라는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이기도 했다.
‘자기가 가진 것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정 러시아의 몰락이 더 안타깝기도 하지. 니콜라이 본인의 무능력함으로 인한 결과였다고는 하지만.’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다행히도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 일본과 청나라의 도움에 힘입어 계획보다 일찍 화폐개혁을 시행할 수 있는 실탄을 모을 수 있었다.
그 계획의 총 책임자는 비슈넷그라스키였고 유능한 재무 관료인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능력을 모두 쏟아내는 듯했다.
“현재까지 화폐개혁은 순조롭게 이행 중입니다, 전하. 현재 계획상으로는 액면가로 5루블, 10루블인 체르보네쯔와 7.5루블인 폴루 임페리얼, 15루블인 임페리얼 금화가 발행될 예정이며 기존의 루블화들은 신규 발행 화폐에 대해 1루블당 대략 66코페이카¹의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또한 새로 발행되는 지폐들은 무제한으로 발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지급보증을 위해 금 보유고는 발행한 지폐의 총액의 절반 이상을 남기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시행되는 화폐개혁은 원 역사의 화폐개혁과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금본위제의 도입이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 수십 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었으니까.
“좋습니다, 다만 아직은 기근의 여파가 경제 전반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니 본격적인 시행을 하기 위해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요.”
흔한 우스갯소리로 망가진 경제는 러시아의 전통이라고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예정이었다.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수가 가지는 잠재력은 그 누구도 무시할 게 못 됐으니까.
지난번에 있었던 재벌가들과 만남 이후로 러시아의 산업력은 미세하지만 확실하게 상승하고 있었다.
백만 단위의 군대에 납품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군침을 흘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했고 그들은 경쟁적으로 생산 기계를 사들이고 기술자들을 초빙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아직도 시간이 한참 필요했지만, 시작도 하지 않은 것과 발걸음이라도 뗀 것의 차이는 세월이 흐를수록 어마어마해질 테니까.
위험요소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기는 했지만, 올해만큼은 별다른 이슈 없이 내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솟아올랐다.
근데 보통 이런 생각을 가지면 꼭 무슨 일이 생기던데 말이야…….
이게 복선이 되는 건 아니겠지?
#작가의 말
코페이카¹ : 러시아의 화폐 단위 입니다. 달러와 센트의 관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