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68)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69화
프림로즈가 생각한 러시아에 대한 ‘가벼운 속도 조절 방안’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1. 러시아는 현재 농촌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개혁 작업에 대한 반대 세력들의 움직임을 막는 것에 내부 경찰력과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2. 게다가 러시아의 영토적 넓이, 교통수단이 미흡하다는 특성상 지방, 그것도 유럽과 맞닿아 있는 지역이 아닌 아시아나 중동과 밀접한 지역에 대해서는 통제력이 약하다.
3. 중앙아시아 지역은 이슬람을 믿는 현지인들의 숫자가 많으며 그들 중에는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품은 세력도 상당하다. 마침 우리 대영제국의 진주라고 할 수 있는 인도 북부 지방에도 그들과 같은 종교를 믿는 이슬람 신자들이 많은 상태이다.
4. 러시아에 불만을 품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에 대해 지원을 한다 해도 이는 대영제국의 지원이 아닌 같은 종교를 믿는 형제가 탄압받는 것에 분노한 인도의 이슬람 교인들이 지원한 것이다. 대영제국은 절대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혼란을 유도하는 등의 뒷공작을 않으니까. 왜냐? 그것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므로.
5. 이번 작전을 진행하는 데 있어 혹시라도 들킬 것을 대비한 유령 회사와 얼굴마담에 대한 준비는 인도 총독부에서 담당한다.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나 지방에서 중앙으로의 정보전달이 빠른 국가라면 시도하기 힘들었을 테지만, 21세기까지도 도로가 이어지지 않은 지역이 있을 만큼 교통망의 건설이 어려운 나라가 바로 러시아였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영국에게 있어 러시아와 아프간 사이의 국경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들이 하는 일은 러시아가 아닌 아프간에 대해 개입하는 일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었다.
조만간 실무진 사이의 협상에서 러시아-아프간 국경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아니었으니까.
“확실히 총리님의 배려는 인상적이군요. 홍차가 식기도 전에 급하게 마시면 입에 화상을 입기 쉬울 테니까요. 아마 저들도 먼 미래에 우리가 해준 안배를 알게 된다면 고마워할 것 같습니다. 이거 감사 인사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을 우려해 지금 밝히지 못한다는 게 아쉽군요. 실무진들의 세부사항 조정은 필요하다고 느껴지지만, 총리의 발상 자체에는 찬성합니다.”
내각회의실 안에 있는 인원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반응의 배경에는 그동안 진행되어 온 그레이트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에서 승리를 거둬온 것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되고 있었다.
정보력에서 앞서는 그들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엿을 먹인다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으니까.
“좋습니다. 여러분도 동의하시는 것 같으니 이번 일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군요. 대영제국을 위하여.”
“대영제국을 위하여! 여왕 폐하 만수무강하소서!”
지금껏 그래왔듯 이번 일 또한 대영제국이 만든 게임판 위에서 진행되리라 생각하는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들은 이런 방식으로 미래의 경쟁자나 현재의 적들을 쓰러뜨려 왔으니까.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 제삼자를 조종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온 사람들에게 이번 작전은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다만 그들이 고려하지 못한 사실은 러시아에서 얼마 전부터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의 망명, 이주민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현대처럼 전산화된 시스템을 통한 각국 간의 공조는 꿈도 못 꾸는 데다 아직 벨 에포크 시대의 낭만과 여유로움이 남아 있는 시대였기에 각 나라의 국경은 EU가 설립되기 이전의 유럽보다도 느슨한 상태였다.
심지어 정치범이 추방형을 받아 다른 나라로 추방된 뒤, 신분증 미지참으로 인해 그 나라의 경찰에게 체포되자, 구치소에 집어넣는 대신 관광 명소를 안내해 주며 길거리 음식을 바가지 쓰자 대신 화를 내주는 일마저 벌어질 정도였으니까.
이런 일들은 유럽이 얼마나 풍요롭고 여유로운지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노동자들의 삶은 낭만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러시아 내부에 있는 인민주의자들의 세력은 날로 약화하여 갔지만, 그들을 모두 박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니콜라이는 알고 있었다.
사상이라는 물건을 통째로 없애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두뇌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할 테니까.
그래서 니콜라이는 그들 중 극렬 인민주의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인민의 의지에 소속된 간부 중 일부에게는 시베리아 유형이나 ‘적절한 처리 방법’ 대신 추방형을 내리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만 공화주의자나 인민주의자라는 폭탄을 해제하는 작업을 도맡아 하는 건 좀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들이 우리의 영토 내에 존재할 때는 위험이 될 테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들이 다른 나라에 존재한다면 저들의 위험으로 변할 테니까요.”
시베리아로 모두 보내 버린다는 결정도 생각해 볼 만했지만, 원 역사에서 유형지가 오히려 혁명 전사들을 양성하는 훈련소의 역할을 수행한 경우도 있었다는 걸 알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니콜라이의 생각은 양날의 검과도 같은 거라 할 수 있었다. 자칫하다간 외부로 추방된 동지들로부터 지원을 받은 인민주의자들이 다시금 세력을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러시아 제국 내에서 이와 같은 명령이 내려왔을 때도 동일한 반응들이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전하, 그러나 이는 위험부담이 어느 정도 있는 전략입니다. 자칫하다간…….”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의 논리대로라면 사회주의라는 사상에는 국경도 민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무일푼으로 외국의 노동 환경을 목격한 저들이 눈앞의 참상을 무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공산주의는 국경도 인종도 민족도 초월한다. 모든 노동자는 형제이며 전쟁을 비롯한 국가 간의 충돌은 전 세계 노동자들의 연대를 통해 종식 시킬 수 있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이 그대들의 피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에 반항하라!
비록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각 나라의 노동자들이 국가의 부름에 기꺼이 응하고 사회주의 성향을 가진 정당들이 전쟁 지지 선언을 발표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주의였다는 것이 드러나지만, 아직은 위의 동화와도 같은 생각이 신빙성을 가지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였다.
또한 러시아 내의 인민주의자들은 지난 시간 동안의 집요한 추적과 탄압으로 인해 파편화된 채로 지방 각지로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점조직의 특성상 어느 한 곳이 발각되더라도 집단에 미치는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통신도 교통도 어려운 19세기 러시아에서 점조직은 받을 수 있는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당장 옆 도시에 자신과 같은 소속의 집단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사라졌는지도 알기 힘든 상황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지원이 각 조직으로 이른 시일 내에 공평하게 분배된다는 일은 꿈과 같았으니까.
이런 현실을 인민주의자들이 알지 못할 리가 없었기에 니콜라이는 이번 결정을 자신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유럽과 맞닿은 지역을 통해 밀입국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망명을 선택한 사람들의 숫자는 시일이 지날수록 늘어갔고 그들의 행선지는 다양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영국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시대가 열린 것을 상징하는 산업혁명의 본고장이자, 활발하게 노동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라는 점은 망명자들이 영국을 자신의 사상을 펼칠 곳으로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이 지식인인 데다가 외국에서 들어온 서적을 번역해 사용하던 러시아의 인민주의자들은 현지에 있는 노동운동가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있어 별 무리가 없었다.
그들에게 또 다른 행운이었던 것은 시대가 아직 전 세계 노동자들은 형제라는 낭만주의가 지배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인식 덕분에 현지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외국에서 탄압을 피해 온 동지들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니까.
오흐라나와 피 튀기는 싸움을 벌여오던 러시아의 인민주의자들이 풀어내는 무용담들은 거친 삶을 이어오던 노동자들에게도 별세계 이야기였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다른 나라에서 온 동지들에게 빠져들었으며 강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본래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감지하고 그들과 노동자들을 분리하거나 심지어는 당국에 신고하는 등의 움직임을 통해 조직이 통째로 극렬한 폭력 성향을 지니게 되는 일을 방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림로즈에게는 불행하게도 몇몇 곳은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 조직이 러시아인들에게 장악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광산과 같은 극한의 육체노동을 하는 지역은 특히 러시아인들에게 동조하는 노동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조합의 지도층부터 망명자들에게 동화되는 일이 일어나곤 했으니까.
그리고 페더스톤은 바로 위에 서술된 몇몇 곳에 포함된 지역이었다.
* * *
봄이 늦게 오는 편이라 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봄기운이 완연하게 된 5월.
미르가 해체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농사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는 시기였다.
다행히도 각지에서 들어온 보고는 평년과 비교했을 때 수확량의 증가를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본래라면 이런 소식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어야겠지만.
나는 중앙아시아로부터 온 전문을 보고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총독의 월간 보고서에는 평상시와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캠프 밖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소규모 분견대를 향한 공격 사례가 증가, 아직 주둔지를 겨냥한 공격 사례는 없었지만, 주변에서 주둔지 내부를 살피거나 교대로 동태를 살피는 등의 불온한 움직임도 늘어나는 중이라.’
아무래도 농촌 지역에 모든 눈과 귀가 쏠린 사이에 중앙아시아에서는 무언가 음모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총독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족에 대해서 그들의 주거지를 공격하거나 유목민 외에도 정주민이 재배 중인 목화밭을 망치는 등의 일도 증가하는 추세며, 비협조적인 부족장들이 회동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투르크멘이나 키르키즈와 같은 목축과 유목에 의존하는 부족들이 주로 이끌고 있단 말이지. 그들이?’
아무리 내가 국가주의 연설을 통해 다른 민족,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는 해도 모두가 그 손을 맞잡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람이 가진 신념이 단순히 연설 한 번으로 바뀐다면 그건 연설자가 정신세뇌 능력을 갖췄다는 거라 볼 수 있었으니까.
나는 연설이라는 것은 망설이는 사람들의 등을 살짝 밀어주거나 원래 긍정적인 이들에게 어필하는 용도가 주된 사용법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반복적으로 지속해서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들려줘야겠지. 나치가 라디오를 통해 그랬듯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만큼 중앙아시아에서도 조만간 가지고 있던 특권을 빼앗긴 이슬람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무언가 움직임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건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부추기기라도 한 것처럼…… 당장 먹을 식량도 우리가 주는 배급에 의존하는 이들이 벌써 봉기 움직임을 보인다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상했다.
과연 이런 일을 통해 이익을 받을 주체가 누구인지를 유추하던 나는 단 하나의 국가만이 머릿속에 남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은 자기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데다가 이런 일을 저지를 능력도 되지 않는다. 청나라도 마찬가지고. 독일? 그 친구들도 중앙아시아에 변변한 거점도 없는 상태인 데다가 프랑스는 말도 안 되지. 그럼 남은 건…….’
“영국이군.”
아무래도 세계에서 가장 음습한 제국이 자신의 버릇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작가의 말
도중에 언급된 정치범이 길거리 노점상에게 바가지를 쓰자 그를 호송하던 경찰이 대신 노점상에게 화를 내줬다는 일화는 트로츠키의 일화를 각색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