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7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72화
타타탕! 탕!
“이바노프! 탄약! 탄약 가져와!”
“아악! 내 팔! 저 개자식들이 내 팔을 맞췄어!!”
“방어선을 지켜라! 염병할 기관총은 왜 작동이 안 되는 거야!”
6월 첫째 주 안디잔은 불과 폭음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밤, 어둠을 틈타 도시로 진입한 반란군들은 먼저 주민들을 포섭한 뒤 야간 순찰을 하는 러시아의 병사들을 잘라냈다.
마치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초식동물을 사냥하듯 그날 밤은 평상시의 관계가 뒤집힌 시간이었다.
모든 주민이 반란군에게 협력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장 눈앞에 들이 밀어진 총과 칼은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같은 신앙의 형제들에게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저 압제자들이 말한 알량한 가치를 믿으며 죽을 것인가?]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지역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여긴 총독의 판단 착오는 병사들이 별다른 준비태세를 가지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
“커, 커헉.”
“스, 습격이…… 억!”
반란군에 포섭된 주민들에게 유인당한 순찰병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사령부에서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려 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으니까.
사방에 펼쳐놓은 눈과 귀가 잘린 안디잔 주둔 20연대 사령부는 난데없이 도시 전체가 적으로 돌아선 상황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내에 있던 1중대와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2대대에서 전문입니다! 현재 시내에 인원 불명의 적 출현. 상황 매우 좋지 않음. 2대대 주둔지 포기 후 사령부 주둔지로 이동하겠다고 합니다.”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병력이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사령부가 있는 주둔지로 혈로를 뚫었지만, 날이 밝아올 무렵 파악한 바로는 총 병력의 3분의 2 정도만이 이곳에 있다는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병력이 모두 죽거나 사로잡힌 것은 아니겠지만, 유의미한 전력이라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각 주둔지에 있던 탄약이나 물자들도 제대로 챙겨서 나온 인원이 적었기에 20연대는 사령부에 비축된 것으로만 버틸 수밖에 없었다.
“남은 탄약은 어느 정도인가?”
연대장이 보급 장교에게 물었지만, 그도 돌아올 대답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을 것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최대한 아껴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내일까지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병사들이 소총의 기능 고장을 호소하는 데다가 그나마 한 정 있던 맥심 기관총은 수리하려 애를 쓰고 있지만, 사용 불능인 상태입니다. 연대장님…… 이대로 가다간…….”
보급 장교의 낯빛은 어두웠다.
미래에 타고난 내구성과 신뢰성으로 유명해지는 모신나강 소총은 현시점에서는 탄 걸림과 작동 불량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불량품에 더 가까웠다.
게다가 아직은 미터법에 익숙하지 않은 병사들이 가늠쇠의 표기된 숫자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과거 아르신 표기에 맞춰 조준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지원군을 요청하는 전령이 무사히 알마티에 도착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이곳에서 하루 떨어진 곳에 있는 튀르케스탄 총독부가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군을 보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전까지 한 판단 착오를 보면 안디잔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을 알아차렸다고 기대하긴 힘들었다.
처음에는 전문을 보내려 했지만, 도시 외곽부터 장악한 반란군이 선을 끊어놓았기에 지난 밤 혼란을 틈타 내보낸 전령들이 알마티에 직접 소식을 전하는 데 성공했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탕! 탕! 타탕!
어느새 총성이 연대장이 있는 사령부 건물 근처에서 들릴 정도로 러시아군은 밀리고 있었다.
아닌 밤중에 기습을 당한 데다가 누가 적이고 누가 민간인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은 러시아군이 전투를 수행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데니소프! 자리를 지켜라! 우리는 차르의 영광스러운 병사다! 누구든지 놈들에게서 등을 보이는 자는 놈들이 아닌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외곽 방어선이 붕괴한 데다가 적들이 말을 타고 있다는 이점을 살려서 방어선을 우회해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상대방 측도 도시 지리를 샅샅이 꿰고 있습니다.”
“히이익! 우린 죄다 끝장이야! 저놈들은 포로도 잡지 않는다고 하잖아! 놈들에게 잡히면 전부 참수형이라고!”
“그러니까 자리를 지켜라! 어차피 이리 죽나 저리 죽나 똑같다면 하다못해 러시아 제국군의 명예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상황을 보면 금방이라도 함락될 것 같은 안디잔이었지만, 반란군 측의 입장도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어젯밤 연대 사령부까지 점령했어야 했지만, 모래주머니나 나무 수레 등으로 만든 조악한 방어선이 생각 외로 돌파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대포와 같은 바리케이드를 뚫을 포병이 없는 군대의 한계였다.
게다가 시가전이라는 특성상 말을 타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 단점이기도 했다. 좁은 골목들을 이동할 때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령부로 가지 못한 채 고립된 러시아 병력이 길목이 좁다는 지형을 살려 안디잔 곳곳에서 저항하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아직도 안디잔을 함락시키지 못하다니!”
“방어선을 뚫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놈들에게 기관총은 없는 모양이니 늦어도 오늘 오후까지는 놈들의 저항을 분쇄할 수 있을 겁니다.”
“알라께서 지금 이 상황을 보시면 어찌 생각하시겠나. 한시라도 빨리 이 도시를 함락시켜야만 주변에서도 우리에게 호응을 보낼 것이다. 더 시간이 지체되면 안 된다! 이교도들의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방어선을 돌파해야만 해! 놈들의 방어선 중 취약한 곳에 병력을 집중시켜!”
순식간에 안디잔이라는 대도시를 함락시킴으로써 주변 지역에서의 연쇄 봉기를 노린 무하마드 알리 마달리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탐탁지가 않았다.
야간에 기습과 수적 우위라는 이점을 가지고도 겨우겨우 함락시킨다면 신앙의 형제들이 보여주는 호응이 기대보다 열광적이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어젯밤 도시에서 빠져나가려던 전령들을 붙잡기는 했지만, 전원을 사로잡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언제 적들의 지원군이 올지 모른다는 초조함도 마달리가 휘하 병력을 닦달하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알라는 위대하시다! 알라후 아크바르!”
“차르 만세! 러시아 제국 우라!”
“총검 착검! 총검을 착검해라! 백병전에 대비해라!”
“탄약!! 탄약이 다 떨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전장은 서로 간에 총탄을 주고받는 곳에서 바로 앞에 적과 얼굴을 맞대고 총검을 찔러대는 백병전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 죽어!”
“침략자여!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것이다!”
방어선을 넘어온 아랍인의 가슴팍에 총검을 박아넣은 러시아 병사의 뒤통수를 사브르가 갈라놓았다.
총검 대신 야전삽을 들고 온 병사는 자신의 친우를 살해한 반란군을 몇 차례나 찍어대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을 맞고 자신이 훼손하던 상대방 위로 넘어졌다.
탄약이 떨어진 소대는 자신들의 몸으로 다른 전우가 후퇴할 시간을 벌어주고자 말을 타고 달려오는 상대방의 정면으로 착검돌격을 감행했다.
싸움이 격렬해질수록 서로의 신을 찾는 목소리는 커져만 갔지만, 이곳을 내려다보는 이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신의 눈길이 닿지 않는 장소라 말할 정도의 참혹함이었다.
피, 피, 피 모두가 부르짖던 영광과 고귀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방에 널린 것은 방금까지 살아 숨 쉬던 이들이 흘린 붉은 피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제국군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전황은 차츰 반란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방금 들어온 3중대를 마지막으로 안디잔 시내에 잔존하고 있는 저희 병력은 모두 소멸했습니다, 연대장님! 놈들이 곧 이곳까지 몰려올 겁니다!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부관이 자신의 상관에게 절절한 심정으로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했지만, 연대장은 만신창이가 된 부하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전투에도 실패하고 경계에도 실패한 지휘관이 무슨 낯짝으로 부하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며 몸을 피하겠나. 게다가 이미 안디잔 시내를 저들이 장악했는데 무슨 수로 빠져나간단 말인가. 아무래도 우리의 운명은 여기까지인가 보군.”
연대 사령부 부지는 지쳐서 숨을 헐떡이거나 어딘가에 상처를 입은 병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와 저들의 신을 찬양하는 소리는 반란군이 조만간 이곳까지 들이닥칠 것이라 말해주고 있었다.
절망감과 체념이 모두를 잠식하려 할 때 연대장은 사령부 내부에 걸려 있던 연대기를 들고나왔다.
“하지만 신께서 오늘 우리의 목숨을 가져가시겠다면 그리 쉽게 내어드릴 수는 없지. 일어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손에 총을 들어라! 우리의 생명과 충성은 하느님과 함께 차르를 위한 것. 저들이 이 도시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의 입에서 마지막 숨이 내쉬어진 후에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전원! 착검! 착검하라! 최후의 돌격이다!”
50대가 넘어가는 노구였으나 왼손에는 연대기, 오른손에는 항상 패용하고 다니던 장검을 들고 있는 연대장은 나이를 잊어버린 듯했다.
“그래, 개자식들! 마지막까지 한 놈이라도 더!”
“한 놈이라도 더!”
절망에 빠져 있던 병사들의 눈에 다시금 활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연대장의 눈은 가라앉아 있었다.
대다수가 부상병인 데다가 체력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에 결말은 뻔했으니까.
‘그래, 한 놈이라도 더. 우리의 희생으로 총독부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놈들이 몰려옵니다!”
“러시아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여. 놈들에게 우리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란 걸 보여줘라! 우라!!”
“우라!”
20연대의 마지막으로 기록될 돌격의 가장 앞에서 누구보다 먼저 달려 나가던 연대장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눈앞에 있는 사령부를 향해 돌진하던 반란군들의 진형이 무언가에 놀란 것처럼 흐트러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사령부 근처에 있던 적들을 쉽게 몰아낼 수 있었지만, 연대장의 의문은 커져만 갔다.
설마 전령이 불러온 지원군이 벌써 도착한 것인가?
“연대장님! 보십시오!”
그런 그가 부관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자 늙은 장군의 두 눈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 멀리, 흙먼지가 자욱한 도시 너머로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깃발에 새겨진 쌍두독수리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수호신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 *
안디잔 근처에 다다르자 들려오는 총소리는 행군 경로에 이곳이 포함되도록 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화약 냄새와 피 냄새는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다행히 근위 연대는 오렌부르크부터 이곳까지 오는 행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름이 어째서 황제를 보위하는 부대라 불리는지 증명하고 있었다.
마침내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계곡에 도착하자 우리 눈에 들어온 안디잔의 상태는 처참했다.
곳곳에서 올라오는 연기와 어렴풋이 들려오는 고함은 아직도 전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었다.
마음속에 감돌던 불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늦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해 한숨을 내쉴 뻔했지만,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연대장을 바라보았다.
전술적인 면에서 나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행군 경로에 안디잔을 추가하자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의아함을 드러내던 연대장은 경악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