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73)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74화
33장 전후처리
“이번 일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되는 자들은 모조리 체포해야 합니다. 다행히 반란군의 수뇌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닌 만큼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겁니다. 러시아의 지배에 반항하는 자들의 말로를 저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미 체포된 자들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즉결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공개처형이야말로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송곳니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하는데 특효약이니까요.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총알값도 아끼고 싶을 지경입니다.”
“전하의 자비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모르고 반란군에게 붙은 놈들입니다. 적절한 처분을 내리시지요.”
중앙아시아 지역의 핵심 도시 중 하나가, 그것도 총독부로부터 하루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도시가 반란군에 손에 떨어질 뻔한 사건 직후여서 그런지 다들 날이 서 있는 모습이었다.
어젯밤의 학살에서 간신히 탈출한 순찰병 한 명이 자신들을 현지 주민들이 유인했다는 진술을 한 후인 데다가, 특히 20연대 소속 인원들은 도시 자체가 적에게 협력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더욱 그런 모양이었다.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과격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을 때 이 자리가 시작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조용히 있던 노장이 입을 열자 열변을 토하던 장교들은 조용해졌다.
사실 20연대장이야말로 나를 제외하고 이곳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사태 초기에 진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에 일조를 한 사람들과 관련된 주제인 데다가 자신을 패장이라 칭하지만, 열세인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고 황태자인 내 눈에 들었다는 점도 작용한 거겠지.
“허락합니다.”
“우선 저도 안디잔의 모든 주민이 반란군에게 협력한 것이 아니란 건 알고 있습니다. 또 그들 중에는 자발적인 협력자와 비자발적으로 협박을 당해 협력을 하게 된 이들도 섞여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하, 모든 병사가 협력자들을 구분할 정도로 이성적인 사고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어젯밤은 악몽과도 같았으니까요. 자신들과 함께 훈련받고 생활하던 전우들이 피살되는데 협력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저들을 달래고 위안을 주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피는 필요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20연대 병사들도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취해 주민들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협력자를 색출해 낸다는 핑계로 현지인들에게 가혹한 모습을 보일 게 뻔했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증오를 낳는 연쇄로 작용할 테고.
당장은 총 칼 앞에서 순종하는 모습을 보일지라도 때가 된다면 자신들의 이웃, 형제, 가족을 잡아간 러시아 제국에 다시금 이를 드러낼 사람들을 양성할 증오의 연쇄 고리 말이다.
“20연대장의 말이 맞습니다. 모든 주민이 적에게 협력했거나 잠재적으로 협력할 위험이 크다는 전제하에 현지인들을 대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유화적으로 다가간다면 병사들을 비롯한 군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을 테니 어느 정도는 피를 봐야 할 겁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될 자발적 협력자들을 어떻게 이 수많은 사람 중에서 찾아내느냐인데…….”
근위연대장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이미 체포된 이들을 대상으로 고문을 하는 것이겠지.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육체적인 고통 앞에서 신념을 지킬 수 있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강인한 인물이 있다 할지라도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증언한다면, 그 혼자 버티는 것은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도 고문은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고문은 지금 문제가 되는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가질 안 좋은 인식을 어떻게 줄일까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
쉽고 편한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큰 것이 바로 고문이었다.
게다가 실적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문으로 얻어낸 정보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고.
‘차라리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게 더 낫겠군.’
어젯밤부터 자발적 협력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할 방법을 고민하던 내가 도달한 결론은 하나였다.
“자, 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내가 생각해 낸 것은 게임 이론에서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방식이었다.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을 다른 방에서 취조하면서 우리에게 협조한다면 최대한 정상참작을 해주겠지만, 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동일하게 취조받고 있을 네 이웃이 먼저 진술한다면 그 결과는 오롯이 당신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방식 말이다.
종교적 광신에 빠진 사람이라면 이런 방법도 통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런 이라면 압박을 이기지 못한 비자발적 협력자가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 논의되어 오던 게임 이론을 처음으로 과거의 연구 결과와 자신의 학설을 더해 정립한 폰 노이만에 비하면 조악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게임 이론 전부를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닌, 그중의 일부인 죄수의 딜레마 요소만 이용하는 것이었으니까.
그것도 변수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입장에서 말이다.
이웃을 고발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밀고자에게는 또 다른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주면 그만일 테다.
다만 이는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없는 단계였다.
적어도 내가 수도로 돌아간 뒤, 사전작업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만연한 종교적 광신 색채를 빼려는 것과 연관되어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혹시라도 자신이 밀고한 이에게서 먼 훗날에 올 수 있는 보복에 대해 당신은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 방법이 전하가 말씀하신 만큼 효과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전에 그들 간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 사전 협의가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떠냐고 하자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는 않았다.
게임 이론이라는 용어 자체도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었으므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도 했다.
“물론 그들 간 미리 이야기되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합리성을 믿소. 만약 이 방법이 그다지 신통치 못하다면 그땐 귀관들이 말한 대로 고문을 비롯한 방법을 사용하도록 하지.”
이런 확언을 해주자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진 장교들도 보일 정도였으니까.
“또 병사들이 지금은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어제부터 이어진 전투로 인한 피곤함으로 시내에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재산을 약탈했다는 보고는 없지만, 병사들 관리에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만약에라도 정당한 조사과정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닌 개개인의 일탈로 인해 이런 사례가 일어난다면, 우리가 체포한 반란군과 사이좋게 시베리아에서 같이 일하게 될 거란 경고도 전하도록.”
똑똑.
“알렉산드르 총독이 도착했습니다. 전하를 뵙는 것을 청하고 있는데 뭐라 전하는 게 좋겠습니까?”
관련 이야기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중앙아시아 총독직을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자 자연스럽게 초기 사태 수습과 관련된 대책 회의는 마무리가 되었다.
“들어오라고 하게. 그리고 나머지들은 내가 말한 대로 수행하도록.”
“알겠습니다.”
대답을 복창한 이들이 명령을 수행하려 방을 나서는 순간 나는 문득 아직도 20연대장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귀관의 이름을 아직도 듣지 못했군. 자네 이름이 뭔가?”
“쿠투조프입니다, 전하. 제 아버지께서 대조국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러시아를 지켜낸 장군의 이름에서 따오셨지요.”
“쿠투조프라…… 알겠네.”
우연이라면 신기한 순간이었다.
중앙아시아에 자칫하면 러시아 제국이 앞으로 보일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을 막아낸 사람의 이름과 가장 위대한 장군이자 전략가 중 하나인 나폴레옹을 패배로 몰아넣은 사람의 이름이 같다니.
“전하,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신 겁니까. 제가 무능력해 전하에게 너무나도 큰 폐를 끼쳤습니다. 어떠한 책임이라도 기꺼이 감내하겠습니다.”
이런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알렉산드르 총독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총독 직위에서 물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압송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총독부에서 하루 거리인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못 했을뿐더러 황태자인 나에게 보내는 보고서에도 이와 관련된 정보가 누락되어 있었고 게다가 진압마저도 내 손을 빌려 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책임이라, 물론 총독 직위에 충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처벌은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나는 그를 이런 식으로 버릴 생각은 아니었다.
최근 영국이 수작을 부렸다고는 하지만, 그레이트 게임을 종식하는 데 있어 총독이 기여한 바도 컸으며 중앙아시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관료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족인 그를 무자비하게 처벌한다면 내게 눌려 별소리를 못 하고 있는 보수파 귀족들이지만, 총독도 건수만 잡히면 날아간다는 것에 압박감을 느껴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몰랐다.
‘어느 정도는 귀족들을 안심시켜 줄 필요도 있다. 그들이 내가 하는 것에 반발심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귀족들이야말로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계층이니까.’
“그동안 총독이 해온 것을 생각하면 공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현지에서 처벌하는 것도 옳지 않겠지요. 게다가 지난날 그대가 극비리에 내가 지시한 사항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그레이트 게임을 끝내기 위해 나와의 불화를 연기하라는 지시를 알렉산드르 총독은 지나칠 정도로 완수해냈다.
얼마 전 대화한 영국 대사로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총독의 반란 가능성은 없냐고 넌지시 말을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대가 총독 직위로부터 물러나는 것은 확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는 백작에게 다른 분야의 일을 맡길 생각입니다. 이는 차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어제와 같은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영지로 돌아가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국가에 다시금 헌신할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파격적인 제안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영지 몰수나 작위 강등과 같은 처벌 대신 다른 일을 맡기겠다는 말이었으니까.
“저, 그것이, 전하께서 저를 높이 평가해 주시는 것은 너무나도 기쁜 일이지만…….”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겁니까?”
총독의 반응은 내 예상 밖이었다.
처음에는 감격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뭔가를 두려워하는 모양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뭐지?
“그게 혹시 전하께서 제안한 자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러야 하는 건지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내가 말했듯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일이기에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대부분의 시간은 이 지역에서 보내게 될 겁니다.”
“전하가 말씀하신 것을 따르겠습니다. 이미 한 차례 전하를 실망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는 저에게 이런 과분한 은혜를 내려주시다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알렉산드르는 내가 한 말에서 자기가 품고 있는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낸 모양이었다.
패장이나 다름없는 그가 내 곁에서 머무른다는 것에 대해 이상한 말들이 나올 것을 염려한 건가?
“그런데 방금 장기적인 대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거라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게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어지는 총독의 질문은 내가 가지고 있던 약간의 의문을 날려 보내기에 충분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일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서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했으므로 알렉산드르에게 추가적인 처벌을 내리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게다가 처벌은 꼭 형법에 의해서만 내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쓸데가 있는 인물은 마땅히 그 쓰임새를 다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총독도 자디디즘이라는 운동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