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79)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79화
모신나강 소총의 개발자이자 그 공을 인정받아 러시아 제국 주요 조병창 중 하나인 툴라의 책임자를 맡게 된 모신의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밝힌 이는, 기술자도 아닌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코사크 기병대에 소속되어 있던 애송이였다.
본래대로라면 한창 말에 미치고 말을 사랑하는 사내들과 함께 구르고 있어야 할 토카레프는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리자 2년 전 과거가 떠올랐다.
그날도 평상시처럼 부대의 막내로서 마구간 청소와 편자 관리와 같은 더럽고 힘들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마치고 병영으로 돌아왔을 때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토카레프! 너 이 자식 설마 친척 중에 높으신 분이라도 있는 거냐?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부대 이동 명령서다. 넌 앞으로 코사크 기병대가 아닌 툴라 조병창에서 위탁 교육을 받게 될 거란 말이지. 전방에서 말똥 치우는 일 대신, 후방에서 기술자 놈들이랑 꿀을 빨게 돼서 좋겠다?
-……제가요?
후임이 들어왔으니 이제는 말똥 냄새 좀 덜 맡을 수 있겠다며 좋아하던 맞선임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뒤로한 채 영문도 모르고 이곳으로 왔지만, 토카레프가 툴라 조병창이야말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타 부대들에서도 온 위탁 교육생 중 그가 가장 두각을 드러냈으니까.
상념에 젖어 있는 그를 일깨운 것은 다름 아닌 모신의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그래, 토카레프 교육생. 내 자네 얘기도 꽤 들었네. 우리 조병창으로 기술교육을 받으러 온 인원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하더군. 교육을 받은 지는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때로는 꽤나 신선한 발상도 한다고 말이야. 방금 총기와 탄약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했나? 그럼 어떤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말해볼 수 있겠지?”
어조는 차분했지만, 그 말 안에 담긴 의미는 분명했다.
조금 능력 있다고 인정받은 거에 취해 경력도 얼마 안 된 위탁생이 건방지게 나선 거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거라 암시하는 말이었으니까.
다시 그를 말똥이 즐비한 마구간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사람의 경고를 들은 토카레프는 마른침을 삼키고 그가 파악한 문제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크흠, 우선 5발들이 탄창 클립과 약실이 지나치게 맞물린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로 인해 다섯 발을 발사하거나 탄창을 갈아 끼우려고 할 때 다 쓴 클립을 꺼내려는 동작을 위한 공간이 너무 적어 교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장전 손잡이의 길이를 조금 늘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크림 전쟁의 교훈에서도 나타나듯 보병 간의 전투에서 누가 더 빨리 총을 더 많이 발사하느냐는 소대 단위의 소부대 전투력뿐만 아니라 전황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짧다고 할 수 있는 손잡이로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긴장한 상태인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총을 연달아 발사하는 데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서에도 당장 적들이 달려오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전투에 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지나치게 긴 총신도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병사들이 기록한 바에 의하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어딘가에 거치를 한 상태로 사격하지 않으면 조준점이 흐트러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하니까요. 단, 이는 현재의 교리와도 연관이 되는 만큼 저의 짧은 식견만으로는 총열을 줄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토카레프는 여기까지 말하고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라도 그가 말한 내용이 얼토당토않다고 대놓고 티를 내는 이들이 대부분이면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빌 생각이었으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을 들은 기술자들의 표정에는 토카레프가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그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가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제발, 하느님 아버지. 그 말박이 놈들이 즐비한 곳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주세요. 신병보고 말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느껴보라면서 마구간에서 한 달을 지내게 하는 미친놈들입니다.’
그의 간절한 기도를 듣지 못한 건지 그의 미래를 결정지을 권한을 가진 모신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토카레프는 이미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길은 단 하나뿐.
지금까지 총기와 관련된 단점만을 말했지만, 모신에게 총이 아닌 탄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자기 작품에 있는 사소한 흠집을 가릴 수 있는 더 큰 흠집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모신이 제출해야 할 보고서에 ‘제가 설계한 소총에도 단점은 존재합니다만, 이는 사소하고 금방 고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추가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탄약의 설계방식이 너무 구형이라는 겁니다. 저희가 채택한 탄약의 형태를 보면 마치 몽둥이 같은 탄포가 뭉툭한 형태의 탄두를 물고 있는 형식인데 이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입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탄약 형태는 이와 다르게 탄두와 탄포의 두께가 다르며 탄두의 형태도 뾰족하니까요. 물론 저희가 이런 모습의 탄약을 채택한 데에는 공업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크게 작용했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이런 구형 모습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탄 걸림, 격발 불량 등과 같은 요소는 이런 구시대적 설계를 가진 탄약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 이런 모양의 총알은 과거 사용하던 단발식 소총을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리 대장님이 설계하신 걸작인 모신 소총을 개선한다 해도 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신랄하게 총기에 대해 비판한 것과 다르게, 모신이 설계한 소총이 문제가 아니라 탄약이 문제라는 뉘앙스로 말을 끝낸 토카레프는 조심스럽게 기술자들의 시선이 향한 툴라 조병창 책임자의 얼굴을 살폈다.
아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모신의 표정을 본 토카레프는 다시 그 끔찍한 곳으로 돌아가려면 짐부터 싸야겠다는 체념을 품었다.
재회하게 될 선임이 가장 먼저 시킬 일이 마구간에 쌓인 말똥을 치우는 것일지, 아니면 언제 그 강력한 다리에 차일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일일이 편자를 점검하는 일일지 고민하고 있던 때.
토카레프의 귀에 들려온 웃음소리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하하하, 좋아. 나는 이런 인재를 원했다고. 자네 배짱이 아주 두둑하구먼, 안 그런가? 이런 식으로 솔직하게 얘기하는 놈이 한 명도 없었으니 원.”
어느샌가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껄껄 웃는 모신을 보자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원대 복귀는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토카레프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님.”
“뭘, 자네가 아니었으면 이런 문제점들을 정리할 수도 없었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보고서는 토카레프, 자네가 초안을 작성하도록 하게. 어떤 어조로 써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초안이 완성되면 나에게 가져오도록.”
“초, 초안을요?”
“그래, 그리고 이번 보고서는 다름 아닌 황태자 전하께 직접 올라가게 될 테니 모든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신중하고 세심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걸 명심하고. 자네가 초안을 완성하면 그에 대한 검토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내가 직접 하도록 할 테니 부담감 가지지 말게. 물론 공동 저자로서 자네 이름도 들어가는 건 당연하고.”
총기에 있는 단점을 서술하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탄약이며 그에 대한 개선 없이는 어떤 개선방안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식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게 된 토카레프는 세상의 진리 중 하나를 깨달은 것 같았다.
다름 아닌, 힘들고 책임을 뒤집어쓰기도 쉬운 궂은일은 어떤 조직이든지 막내가 먼저 하게 된다는 진리 말이다.
* * *
“……따라서 이런 구형 탄약을 사용하는 이상 앞으로도 위와 유사한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툴라 조병창에서 올라온 보고서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쟁 장관.”
내 질문을 들은 전쟁성의 장관인 표트르 반노프스키¹는 신중한 태도였다.
모신나강이 도입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신형 총기에 이런 결함이 있다는 건 그에게 별로 유쾌한 상황이 아닐 테니까.
“그 보고서에 쓰인 것들은 이미 총기 도입 당시에도 논의가 되었던 사항이기도 합니다, 전하. 가장 큰 문제라 지적되는 탄약의 형태에 대해서도 현재 우리 러시아 제국의 공업력을 생각해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까요. 군인으로서는 저도 탄약의 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전하도 아시다시피 모든 것을 전략적인 요소로만 결정지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장관으로서의 저는 경제적인 면과 그에 들어갈 시간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러시아 제국의 가장 뛰어난 전쟁 장관이라고도 평가받은 그는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있어 필요할 재정과 시간을 간과한 점을 지적했다.
맞는 말이었다. 현대에서도 군사 장비를 도입하는 데 있어 괜히 입찰제도를 도입한 게 아니었으니까.
요구사항을 충족한 장비 중 가장 저렴하고 돈이 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는 건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재정을 구할 곳이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재무장관?”
이 자리에 있는 인원은 나와 반노프스키만이 아니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비테는 군제 개혁과 관련된 재정을 마련할 방안이 있다는 내 말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전에 전하의 전략으로 맺게 된 홍콩 협약에서 우리가 얻어낸 남만주 철도 사업에 미국의 자본가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들이 자본과 기술을 대어주는 대가로 앞으로 설립하게 될 남만주철도 주식회사의 지분 중 30%는 저들의 몫으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그와 더불어 구보닌, 폴랴코프와 같은 러시아 제국 내 재벌가와의 시베리아 횡단 철도 건설과 관련해서도 투자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이로 인한 기대 수익은 아직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탄약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 소모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하. 이런 투자 협약을 통한 사업 수익이 나오기까지는 앞으로 몇 년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노프스키의 걱정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아무리 투자 협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도시 건설 게임처럼 자본과 자원이 있다 해서 바로 건설이 완료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와 관련해서는 비테 장관이 대답해 줄 겁니다.”
“예, 표트르 장관님이 우려하시는 것처럼 이와 관련된 수익이 제대로 나오기까지는 앞으로 3년 정도는 필요할 겁니다. 건설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사업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적자가 발생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번 투자 협약을 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요구한 것은 단순히 돈만이 아니었습니다. 탄약 및 총기 생산과 관련된 기계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 줄 기술자들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이 요구조건이었으니까요.”
이와 관련해 러시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수 있었지만, 이번 협약은 외국 기업 자체의 진출이 아닌 생산 설비의 수입에 가까운 일이었다.
물론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군수와 관련된 산업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산업도 튼튼한 기반을 쌓는 게 가장 좋았지만, 앞으로 닥쳐올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선 이런 지름길도 사용해야 했으니까.
“미국 정부에서 군사 기술과 관련된 기계의 수출을 곱게 보지 않기는 합니다만, 이를 피하고자 조만간 도입될 기계들은 모두 재봉, 섬유와 같은 경공업과 관련된 물품이라는 계약서와 장부도 준비된 상태입니다.”
다시 말해 돈 앞에서는 국가도 민족도 없는 자본가들 만만세란 이야기였다.
러시아 제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도 한몫했지만.
#작가의 말
표트르 반노프스키¹ : 알렉산드르 3세부터 전쟁성 장관을 맡았으며 그가 은퇴하지 않고 계속 장관을 맡았다면 러일전쟁의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의 후임자가 봉천전투 패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쿠로파트킨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