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80)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80화
그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전쟁 장관은 내가 언제 이런 걸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군사 분야에 대해서는 농업이나 공업 분야보다 내가 보인 관심이 적긴 했으니까.
하지만,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바람이 불고 있는 이 시대에 내정에만 올인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에 나를 좀 잡아 먹어주십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기반에 공장을 짓고 국고를 쌓아 올리는 것보다 총칼을 들고 상대방이 지금껏 이룩한 것을 가져오는 게 훨씬 더 싸게 먹히는 시대였으니까.
“아무래도 반노프스키 장관이 좀 놀란 모양이군요. 그동안 내게 서운한 점도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르이신 제 아버지와 저는 언제나 러시아 제국군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산이자 제1의 보호막임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군요.”
제정이라는 국가체제의 특성상 나와 같은 권력자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군대였다. 이 시대의 군대란 그 자체로 기득권층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일반 사병들이나 하급 간부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으나 상급 지휘관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귀족 출신의 기득권 출신이었다.
게다가 보통 체제가 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인사가 포진되어 있는 만큼,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시 로마노프 황가와 러시아 제국의 가장 든든한 수호자가 되어줄 존재라 할 수 있는 만큼.
이들에게 내가 군대를 등한시하거나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여겨지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게 나았다.
“저를 비롯한 러시아 제국군 총원은 언제나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비롯한 로마노프 황실에 충성을 바치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으니 염려하지 마시지요.”
러시아 제국에는 육군과 해군이라는 두 개의 동맹국만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반노프스키는 자리에 걸맞게 군대만이 러시아 제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오늘 내가 내민 당근은 그동안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항상 재정적인 면에 쪼들리던 상황을 적게나마 해소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아까 말한 탄약 형태 및 총기 구조에 대한 개선 및 보완 작업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적어도 2~3년 안에 제국군에 보급될 장비들에 대해 기대하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장관은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 이유를 어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 시행되는 군 장비 관련 개혁이 육군에 치중된 것이기 때문이겠지.
제국주의 시대에 육군의 존재도 중요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군사력은 다름 아닌 해군력이었으니까.
대영제국만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의 해군 전력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우월한 전력을 통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명칭과 함께 그에 걸맞은 영토를 확보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해군력은 확장주의 정책을 펴지 않는 이상에야 육군보다 중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각 유럽국가가 경쟁적으로 해군을 확충하는 이유는 식민지를 확보하고 다른 대륙에 세력을 투사하는 데 있어 경쟁자로부터 견제를 받지 않거나 안정적으로 본토와 식민지를 잇는 라인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해군에 대해 배정된 예산을 줄인다는 등의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러일전쟁의 패배 원인 중 하나가 발틱함대의 궤멸일 정도로 해군이라는 존재가 국가 간 전면전에 있어 가지는 중요도는 매우 높았다.
이 시대에 해군 함대는 각 나라의 자존심을 상징하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우리처럼 동과 서의 거리로 인해 해군 전력이 분산된 국가가 해군에 대해 무작정 투자를 줄이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지.’
다행히 서부와 비교해 빈약한 전력을 가진 극동 지역에 있던 잠재적인 경쟁자인 일본과 청나라가 당분간은 해군의 ‘ㅎ’ 자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미국도 파나마 운하의 완공이 되기 전까지는 대서양 지역에 위치한 전력을 태평양으로 이동하려면 남미를 지나와야 할 거다. 지난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와 일본이 공멸을 해줘서 너무나도 고맙군.’
이를 통해 벌 수 있었던 시간은 성장하는데 단순히 돈이나 인력이 필요한 게 아니었던 러시아 제국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다만, 추가로 예산을 지원받는 육군에 비해 해군은 본래 배정된 예산만 준다는 점에서 자신들이 소외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기에 해군성에도 그들이 만족할 만한 당근을 내밀 필요가 있었다.
“해군성과 관련해서는 제가 생각한 바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군요. 앞으로 육군에 새로 배급될 탄약과 소총과 관련된 문제만 처리하시기에도 바쁘실 테니 말입니다.”
말이 재보급이지 숫자로 따지면 백만 단위의 집단에서 이전의 물품을 회수하고 새로운 물자를 배급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이에 필요한 행정인력이나 보급품을 운송할 인원들까지 생각하면 앞으로 반노프스키 장관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그다지 편안한 여정이 되지 못할 게 분명해 보였다.
내 말을 듣자 장관은 방금까지만 해도 기대감에 찬 얼굴이었으나 자신에게 앞으로 닥칠 일을 깨닫기라도 한 듯 옆에 앉아 있는 비테 장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저, 혹시 재무장관. 이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도와줄 인력을 파견해 줄 수…….”
“죄송합니다, 장관님. 현재 진행 중인 농촌 개혁 작업만 하더라도 현재 재무부에 있는 모든 관료가 총동원된 상태이기에 도움을 드릴 수 없을 것 같군요. 안타깝지만, 장관님을 필두로 육군성의 모든 인원이 힘을 합친다면 능히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30년 넘게 군에 몸을 담아온 노장이 애처롭게 비테를 바라보았지만, 우리의 재무장관은 그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하긴, 현재 모든 행정 조직이 가장 매진하는 것은 새로운 인력을 확보하는 일일 정도로 관료는 귀한 존재였다.
공무를 처리할 인원만큼은 수입할 수도 없으니 새로 시행될 교육 정책을 통해 양성될 미래의 인재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지켜보던 나는 이만 오늘 만남은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육군 내에 존재하는 장교와 부사관, 병사들 간의 알력이나 보급과 관련된 부정부패와 같은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었지만,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자, 그러면 반노프스키 장관, 그리고 비테 장관. 앞으로도 러시아 제국을 위해 애써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자리는 이만 끝내도록 하지요.”
두 사람을 내보낸 나는 어느새 어두워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정신없이 오늘의 할 일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가는 것은 이제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행정 조직에 소속된 이들에게서 나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는 소문이 들려왔지만, 나도 그들에게 할 말은 많았다.
‘나도 놀고먹는 게 아니라고!’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육군과 관련된 사항을 처리한 뒤에도 조만간 있을 영국과의 외교회담과 관련되어 니콜라이 외무장관이 올린 우리가 취할 태도와 전략에 대해 정리된 보고서를 검토해야 했으니까.
아직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은 길었다.
* * *
“그래서 여기까지 오는 길은 어땠느냐. 내 예상보다는 조금 늦게 도착한 것을 보니 도중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든 게냐?”
“기차를 타고 오는데 불편한 게 있었겠습니까. 과거 아버지처럼 과속하는 등의 행동 없이 철저하게 규정에 맞춰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이놈이 또 아버지를 놀리는구나.”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나는 오랜만에 아버지와 만나고 있었다.
혹시라도 내가 다른 사람들은 일하고 있는데 혼자 휴가를 온 게 아닌가 하는 사람들의 오해를 풀어주자면, 크림반도에 온 이유는 내일 열릴 영국과의 외교회담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우위에 선 쪽이 우리였기에 회담 장소를 정함에 있어 요양 중이신 아버지와 오랜만에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섞인 결과였다.
뭐, 국가 간의 외교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에 있어 현재 러시아 제국의 적법한 군주이신 아버지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내가 국정 운영을 함에 있어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주었거늘 너는 아직도 먼 모양이구나.”
“그 말씀을 할아버지께서 하셨다면 모를까 아버지가 하시니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로마노프 황가의 휴양지이자 지난번 종무원장이 찾아온 장소인 리바디아 궁전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하고 있자니 과거 볼가강 시찰에서 돌아온 직후 있었던 장관 회의가 떠올랐다.
그때만 하더라도 정정하시던 아버지는 막역한 관계이던 포베도노스체프를 내친 것과 앓고 계시는 신장 관련 질병의 진행으로 인해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신 상태였다.
“그건 그렇고 최근 네가 하는 일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자니 여기에 내려오기로 한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내가 여전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좌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면 나도 너의 마수에 걸려들었을 게 아니냐.”
“저도 아버지를 그런 식으로 너무 쉽게 보내 드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 아들이 고생하는 동안 아버지는 크림반도의 바다와 햇살을 즐기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모시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고 싶지 않은 기색이셨기에 나는 아버지의 장단에 맞춰 드리기로 했다.
사실 우리 부자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다지 길지는 않았으니까. 좋은 추억만 쌓는 데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최근 어머니가 내가 언제쯤이면 결혼을 할 생각인지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거나, 바쁜 나 대신 이곳에 종종 오는 미하일이 여전히 아버지와 서로 골탕을 먹인다는 등의 신변잡기에 가까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가 끝이 나자 내일 있을 회담과 관련된 주제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크흠, 그래서 내일 있을 사촌과 만남에서는 뭘 요구할 생각이냐? 설마 빅토리아 여왕에게 너와 그녀의 관계를 인정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버지!”
“원, 녀석. 농담이다. 농담.”
나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가볍게 지나가고 나는 내일 취할 행동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있었던 안디잔 반란에 영국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심증과 증언이 나온 만큼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그들이 말할 러시아 망명자와 관련된 내용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최근 일어나는 인민주의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등의 이야기였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아버지는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거나 당신께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시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지만, 인민주의자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자 표정이 달라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를 그들의 손에 잃은 아들의 한과 증오는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을 뿐, 아직도 불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아버지가 가진 감정을 모르는 게 아님에도 그에 어긋날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는 나를 용납해 주시는 심정이 어떤 것임을 느낄 수 있었기에 죄송할 따름이었다.
대략적인 설명이 끝나자 아버지는 앉아 계시던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사절단에 조지 왕자가 온다고 하던데 너와 조지는 나도 항상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은 모습이었지. 그런데 최근 들어 내가 구분할 방법을 하나 찾은 것 같구나.”
“그게 뭡니까?”
내가 묻자 아버지는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쓸어올리며 말을 이어나가셨다.
“앞머리의 후퇴 속도를 보면 구분할 수 있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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