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82)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82화
“신민들을 처음부터 흩뜨려 놓아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사회에 분란과 혼란을 조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냐?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주체인 우리가 그런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게 네 말의 주제라면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는구나.”
조지 왕자는 내 말에 흥미를 나타내는 표정이었으나 애써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선을 긋는 태도를 보였다.
만약 그가 정말로 내가 한 말에 불쾌감만을 느꼈다면 나도 여기서 멈췄겠지만, 말은 저런 식으로 하고 눈으로는 어떤 내용을 말할지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포장하는 건 필요하겠다고 생각한 나는 어떤 형태로 그에게 씨앗을 심어줄지 결정했다.
이런 방식으로 얘기하는 게 낫겠어.
“형, 설마 내가 신민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공격하는 법을 말하려고 했겠어? 나를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해 왔던 거야. 내가 말하려는 건 다른 거야. 오히려 국론을 하나로 뭉치는 방법이라고.”
“하나로 모으는 방법에 관련된 거라고?”
내가 한 말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것이라는 뜻을 밝히자 조지는 다시금 몸을 내 쪽으로 기울였다.
“그래. 잘 생각해 봐. 노동자들을 비롯한 사회 하층민들이 자기가 처한 현실이나 최근 들어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뭐일 것 같아?”
“그건…… 아무래도 요즘 들어 올라간 식료품 가격이나 주변에 있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끼리의 대화에서 비롯되지 않겠어? 장을 보러 함께 나가거나 아니면 빨래를 하는 우물 근처에서 자신의 옆집 사람들과 하는 얘기가 가장 큰 원인일 것 같은데.”
어찌 보면 맞는 대답이었지만, 내가 그에게 할 얘기는 그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물론 형의 말대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그런 식의 불만 인식 및 확대가 이루어지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언론과 관계되어 있어. 잘 생각해 봐. 이전에는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불만을 표출하지 않던 노동자나 농민들이 분명히 예전에 비하면 더 나아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게 된 때가 언젠지 말이야. 신문이나 인쇄물 같은 활자 매체가 보급되기 시작한 때부터 아니야?”
조지는 내가 한 말이 맞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사실 내가 얘기하는 내용이 완전 허무맹랑한 것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었다.
과거 구텐베르크가 서양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함으로써 성경을 비롯한 인쇄물이 널리 퍼질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종교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학계의 시각이 존재할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국가에 허가를 받았든 받지 않았든 인민주의자들이 자신의 의견이 담긴 인쇄물들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비록 아직 러시아에서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는 농민이 대다수였기에 그들의 노력이 별다른 효과를 못 보고 있었지만.
‘이럴 때는 높은 문맹률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군.’
조지가 생각에 잠긴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본래라면 자신들이 불행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할 자들이 언제부턴가 목소리를 높여 생활 수준을 개선해달라, 임금을 높여달라, 자신들의 의견을 소리높여 주장하기 시작한 게 언제지? 바로 언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자들이 그들을 선동하면서부터가 아니야? 원래대로라면 왕실에 충성하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한 몸 바쳐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던 충실한 신민들을 만사에 불평을 쏟아내고 심지어 행동으로 나서는 이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한 건 정보를 널리 알린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사상을 퍼뜨리는 언론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부터가 아닌가?”
“아니, 니키, 잠깐…….”
내가 말하는 건 곳곳에 허점이 있고 빈틈투성이의 발언이었으며 조지도 그것을 느낀 듯 나에게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나는 쉴 새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이 모든 게 그들로 인한 것은 아니겠지. 시대가 변하고 교육을 받은 이들이 늘어날수록 현재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증가는 필연적일 테니까. 우리 러시아만 하더라도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농민들이 대다수인데도 불구하고 농노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과 움직임 끝에 자비로운 알렉산드르 2세 할아버지께서 결국 그들의 말을 들어주셨잖아? 하지만, 형.”
나는 계속해서 말을 하느라 메마른 입을 축일 물을 한 모금 삼킨 뒤 조지를 바라보았다.
사촌 형은 여전히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비록 자기가 평상시부터 가진 생각과 어느 정도 다른 부분이 있다고 여기더라도 들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 듯했다.
얼마 전,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한 트라우마라 할 수 있는 기억의 영향과 아직 국정 운영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본인과는 다르게, 주체적으로 실권을 잡고 있는 내가 하는 말이니 신빙성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형을 비롯한 우리와 같은 위정자들은 글자가 가진 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어. 형도 이미 알고 있잖아. 지난 시절 독일의 철혈재상이던 비스마르크가 언어로 프랑스를 어떻게 요리했는지 말이야.
단어와 단어, 어조의 미묘한 차이, 적절한 사실 왜곡을 통한 선동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우리 모두 똑똑히 볼 수 있었잖아. 그리고 이 위험한 힘을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저들이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데 방해되는 거 아닐까?”
“그래서 정확히 니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지난 시절 벌어진 보불전쟁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엠스 전보 사건까지 들먹이며 얘기하자 조지는 더 참지 못하고 말하고자 하는 본론이 무엇인지 얘기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좋아. 여기까지 왔으면 반 이상은 왔다고 볼 수 있겠어.
이 자리에서 조지를 완벽하게 설득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나로서는 그가 내가 말한 것에 흥미를 느끼고 오늘 나눈 대화를 그의 마음속에 심어놓는 것만으로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
시작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내가 그에게 심어놓은 불안감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대영제국의 앞날에 작게나마 방해가 된다면 성공이었으니까.
‘그것도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명목상이라고는 하지만 상대방 국가의 최고 지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나는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며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언론인들이 자신들이 본래 발휘해야 할 순기능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가 조금 도와줄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소리야. 내가 앞서서 언론인들을 싸잡아 비판하긴 했지만, 그들 중에 대다수는 충실한 신민일 테니까. 그들이 신문과 같은 매체를 통해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다면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겠어? 오히려 우리가 저들보다 더더욱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
“그리고 이런 행동은 오히려 국가를 유지하고 이끌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겠지. 다른 나라들이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도 결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하나로 통일된 의견을 기반으로 우리가 한발 앞서 나아간다면 잠재적인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을 거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네 말은 신문과 같은 활자 매체를 써내는 이들에 대한 간섭이나 개입이 필요하다는 거야? 하지만 그런 행동은…….”
조지는 내가 한 말을 실천했을 때의 후폭풍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과거 ‘마그나카르타’라는 입헌군주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들어낸 국가의 왕족으로서 노골적으로 사람들의 입을 막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려가 되겠지.
게다가 언론이라는 것은 탄압하려 하면 할수록 반항심을 가지고 행동하게 마련이다.
마치 탄성이 있는 공을 벽에 세게 던지면 던질수록 더 강하게 되돌아오듯 그들은 다루기 힘든 존재였다.
“맞아. 형이 걱정하는 대로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가 마구잡이로 이유도 없이 신문을 폐간하거나 언론인을 잡아넣을 수는 없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형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나의 말을 들은 조지는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본인이 하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내가 어떤 해답을 줄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런 식으로 주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오늘 형이 처소로 돌아간 후에 내가 국정을 운영하면서 정리해놓은 언론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 게 좋을지 정리한 문서를 보내줄게. 그걸 본 후에 형이 직접 결정하는 게 낫겠지. 내가 아무리 어떤 게 더 낫다고 얘기하더라도 결국 최종 선택은 형이 하는 거니까.”
“그걸 미리 정리해 놨단 말이야? 나에게 주려고?”
조지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그에게 관련 서류를 줌으로써 어떤 것을 의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보는 것이 나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아닌지 따져보는 모양새였다.
아무리 사촌이라 할지라도 순수한 호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더욱이 가상 적국의 왕족끼리라면 더더욱.
나는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물론 형한테 주려고 정리해 놨던 건 아니지. 어디까지나 아버지께서 내가 국정 운영을 하는 것에 있어 미흡한 점은 없는지 검토하시는 데 사용하기 위해 만든 물건이라고. 그런 만큼 같은 내용이 담긴 복사본도 존재하니까 형한테 한 부 보내줄 수 있는 거야.”
내가 이런 말을 했음에도 조지는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의 의심을 완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나는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정 그러면 형이 나한테 건네준 알릭스의 편지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해줘. 최근 들어 그녀와의 관계가 소홀해져서 고민이었거든.”
“뭐, 정 그렇다면야…….”
원래의 니콜라이와 알릭스 사이의 그 뜨거운 사랑을 알고 있는 조지로서는 내가 그녀마저 꺼내자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단순히 서류하나 읽어보는 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겠냐는 생각도 있겠지.
내가 한 말에 설득됐다고 여기는 것과 자신이 문서를 보고 직접 판단했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그러면 이런 딱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그동안 못했던 얘기나 하자고. 형하고 이렇게 만나는 일이 자주 있지 못할 테니까.”
게다가 내가 관련 주제는 그만 얘기하고 신변잡기와 관련된 대화를 하자는 의사를 밝히며 더는 언론과 관련된 이야기에 흥미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자, 조지도 하고 있던 긴장을 푸는 모양새였다.
계속해서 단어 하나마다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는 데 소모되는 심력이 적지 않은 만큼 이런 공적인 대화가 이어지는 게 부담스러웠겠지.
하지만 조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내가 그에게 준 서류는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러시아에 맞춰서 쓰인 것이라는 게 함정이었다.
문맹률이 80%가 넘어가며 노동자보다 농민이 많은 러시아와 영국의 사정은 다른 만큼 두 나라가 동일한 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중간중간에 섞인 언론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비롯한 하층민들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교묘하게 서술된 문장들은 조지가 자신의 신민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
물론 영국의 관료들이 조지 왕자가 가져온 문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지만, 잠재적인 적국이 나아가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내 쪽에서는 손해 볼 게 없었다.
본 역사에서 신민들에게 온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유명한 조지 5세가 과연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숨긴 채 나는 조지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