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90)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90화
“예, 말씀하신 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분주하게 시연 준비에 들어간 조병창 인원들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자 여전히 방금 나와 모신이 나눈 대화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듯한 장성 몇 명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의 의미와 대화를 나눈 당사자가 당사자인 만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 총의 길이를 줄인다는 일은 매우 거부감이 드는 듯했다.
‘총의 길이가 길다고 해서 백병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실제로 총검 돌격을 백병전의 기본교리로 삼은 일본군이 2차 세계 대전에서 미군에게 백병전에서마저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오히려 박살이 난 것을 생각하면, 총의 길이와 그를 이용한 백병전만을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라 할 수 있었다.
총에 부착하는 검마저도 창에 가까운 스파이크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과 참호라는 좁은 공간에서 마주쳤을 시에는 역으로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백병전 교리를 비롯한 현재 러시아 제국 육군이 가지고 있는 전투 교리를 통째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군사 지식은 어디까지나 대략적일 뿐 전문적인 지식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웠으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가진 교리를 발전시키고 바꾸어나가는 것은 지금 내 앞에 모여 있는 이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나에게 맞는 역할은 그들이 스스로 지금껏 ‘본인들이 믿어온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싸우는 것이 더욱 승리를 쉽게 쟁취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자기반성과 발전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끔 등을 밀어주는 역할일 것이다.
이번 기관총 시연도 그와 관련된 일이었고.
“전하, 시연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다리던 맥심 기관총-개량형-의 위력을 볼 수 있는 준비가 끝나자 나는 장성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자, 그러면 시연을 하기에 앞서 장군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껏 기술자들과의 대화에만 열중하고 자신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황태자가 본인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자 그들은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마치 출석 번호 앞자리부터 질문하는 버릇을 가진 선생이 ‘오늘은 뒷자리부터 대답해 보도록 할까?’라는 말을 했을 때의 학생들을 보는 듯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본인도 군사와 관련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한평생을 군에 몸담으며 관련 업무를 해온 그대들과 비교하자면 부족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오늘 귀관들과 같은 전문가가 모인 이 자리가 마련되어 평상시 가지고 있던 가장 궁금했던 의문을 풀 기회를 얻어 기쁘군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들을 한차례 훑어본 뒤 말을 이었다.
“그대들 각자가 생각하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전쟁이 아닌 전투.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을 물어본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영토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적 이득을 활용하는 것이라 대답하겠지.
나폴레옹이 그러했고, 히틀러도 그러했을 만큼 러시아라는 나라가 가진 공간이라는 무기의 위력은 막강했으니까.
그리고 나머지 대답 중의 대다수는 보급이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러시아군이 보급이라는 요소를 중요시하지 않았다는 의식이 퍼져 있긴 하지만, 이들 또한 ‘병사는 먹어야 움직인다’라는 진리를 알고 있는 군사 전문가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대답의 통일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빠른 기동력과 강력한 돌파력을 지닌 기병 아니겠습니까? 적의 측면이나 후방에 들이닥치는 기병대야말로 전투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열쇠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러시아군은 코사크 기병이라는 최정예 기병대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모르는 소리. 아무리 기병대가 강력하다고 한들 잘 짜인 방진과 진지를 정면으로 공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요. 전하, 제 생각에는 적을 상대하는 데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의지야말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무기를 사용하는 이가 겁쟁이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 않겠습니까?”
“두 분 다 모두 저와는 생각이 다르시군요. 자고로 과거부터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그동안 병사들을 얼마나 잘 훈련시키고 명령에 빠른 속도로 반응시키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적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고 적의 움직임에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병사들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전투를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겠습니까?”
질문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황태자인 내게 잘 보일 기회라 생각했는지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하는 장군들이었다.
“뭐? 기병대가 진지나 방진을 공격하는 데 있어 쓸모가 없다고? 자네 지금 말 다 했나? 우리 코사크 기병을 뭐로 보고!”
“내 말이 불편한 것과는 별개로 사실이지 않습니까. 지난 시절 대조국전쟁에서 우리와 대적했던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에서 프랑스 기병대가 맞이한 최후와 크림 전쟁에서 영국놈들이 우리 진지로 경 기병대를 돌격시켰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감히 그 허약하기 짝이 없는 놈들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말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해!”
각자가 생각한 답을 내놓는 장군들 사이의 충성경쟁이 심해지며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할 만큼의 언쟁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나는 과열된 분위기를 식힐 필요성을 느꼈다.
방금 한 질문은 어디까지나 지금부터 보여줄 시연에 앞서 밑밥을 까는 용도였으니까.
이번 일로 각 병과 간에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 경들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역시 군문에 오랫동안 몸을 담근 분들답게 하나도 허투루 들을 말은 없더군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가 알고 있던 것이 너무나도 적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얼마 전 발견한 흥미로운 문서와 관련된 내용은 아무도 얘기하시지 않더군요.”
그들을 제지 시키며 한 말을 들은 장성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방금 내뱉은 말은 얼핏 들으면 자네들의 이야기가 다 맞는 것 같다는 뉘앙스였지만, 뒤 내용은 내심 내가 생각하던 정답에 맞는 이야기를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앞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아직도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조병창 인원들의 기다림부터 해결해 주기로 했다.
“우선 이야기에 앞서 아직도 대기 중인 기관총 위력 시연부터 보도록 합시다. 발포하라!”
발포 명령이 떨어지자 지금껏 기다리고 있던 사수들은 장군들과 황실 인원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담감을 기관총으로 해소하는 듯했다.
계속해서 대기하는 동안 사격 준비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것에 대한 울분도 살짝 섞여 있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이겠지?
두두두두두두!!
방금 이루어진 소총 사격과는 다르게 계속되는 발포음은 발전한 기술이 얼마나 쉽게 인간의 생명을 추수할 수 있는가를 주장하는 듯했다.
그만큼 단 두 정의 맥심 기관총이 보여준 위력은 가공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기관총이라는 물건이 가진 성능을 알고 있는 데다 이번 시연을 준비시킨 나조차도 놀랄 지경이었으니까.
단 30초간만 이어진 사격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벌어진 모습은 누구도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모래주머니로 만들어진 사격 선의 양 끄트머리에 위치한 기관총의 총구 앞에 준비되어 있던 표적들이 대부분 박살이 나 있었다.
기관총이라는 물건이 등장한 지도 벌써 3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장군들 또한 그 위력을 알고 있었겠지만, 막상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질린 모양이었다.
서류상으로만 확인한 병기의 제원과 사격 묘사로는 알 수 없던 장면을 목격한 그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던 모습과는 달리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자, 여러분.”
내가 입을 열자 그들은 박살이 난 표적지에서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병의 우수성을 주장하던 장군은 얼굴이 창백할 지경이었다.
기병이라는 병과의 수명이 다하기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그의 오해를 풀어줄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이 충격에 빠져 있는 사이 내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얘기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여러분들도 불과 30여 년 전 발생했던 남북전쟁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국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미국이 벌였던 내전 말입니다. 그 전쟁이 발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를 비롯한 유럽의 그 누구도 그 땅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는 이가 드물었지요. 저 대서양 너머 촌구석에서 일어난 국제전도 아닌 내전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였을까요. 우리가 파견한 관전무관이 보내온 보고서를 확인했을 때의 그 놀라움을 기억하는 분들도 이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순 내전에 수십만의 병력을 동원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것은 개틀링 건이라는 물건이었습니다. 백 명의 숙련된 사수가 총을 발사하는 것보다 단 한 명이 더 빠른 속도로 사격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이 발명품은 향후 전쟁을 함에 있어 적은 인구를 가진 나라가 많은 인구를 보유한 나라를 상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평가마저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남북전쟁을 관람하며 얻었던 교훈을 잊어버린 듯합니다. 단순히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한 특이사항에 불과하다면서 말입니다.”
나는 말을 잠시 멈추고 모신과 토카레프를 비롯한 기술진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장군들의 시선이 내 손끝을 따라가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감히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우리의 훌륭한 조병창의 기술자들이 보여주었듯, 앞으로의 전장은 바로 이 기관총이라는 물건을 누가 더 많이 보유하느냐, 그리고 누가 더 잘 사용하느냐가 결정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전쟁에서는 보급, 이동, 병력의 집결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지만, 전투에서는 더 강력한 화력, 더 많은 총알이 승리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앞으로 바뀔 전장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을 얼마나 덜 소모하며 승리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기관총 예찬론자와도 같은 말이었지만, 사실 현시대의 기관총은 러시아와 같은 광활한 전장을 모두 커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1차 세계 대전에서도 참호전이 주된 전장이었던 서부전선과는 달리 동부전선은 기동전이 주로 일어났으니까.
그러나 내가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직도 나폴레옹 시대의 전략 전술에 매몰되어 있는 장성들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바꾸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성공한 모양이군.’
내 말이 끝났지만, 이전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토론을 빙자한 말다툼 대신 내가 방금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장군이나 서로 조용히 관련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장군들을 보니 무의미한 시연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이쯤에서 결정타를 날려줘야겠지.
“나는 우리 러시아 제국의 미래가 더 발전된 교리를 통해 더 강력해진 육군에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내가 마련한 자리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토론과 그를 통한 교리 개선으로 이어지리라는 믿음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대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논의를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하!”
이런 자리 한 번만으로 군대 내에 존재하는 뿌리 깊은 인식들이 모두 사라지리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오늘 내가 뿌린 씨앗은 계속해서 자라나 언젠가는 과거의 유산을 모두 뒤덮을 것이다.
#작가의 말
실제로 기관총이 등장한 이후 전장에서 병사 개인이 피해야 하는 총알의 수가 100배는 늘어났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기관총은 말 그대로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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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