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te the Communist Party! RAW novel - Chapter (9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91화
-더 많은 포와 기관총, 더욱 강력한 화력만이 앞으로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감히 선언합니다. 포병은 전장의 신과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앞서 내가 말했듯, 다가올 전장에서는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참혹한 풍경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기술적 한계로 화력적인 요소가 기동적인 요소를 압도하는 환경 속에서는 상대방이 보유한 탄약보다 우리의 병력 숫자가 많기를 바라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석유 연료를 기반으로 한 엔진 기술이 발달하고 그를 통한 전차라는 존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아니, 전차가 등장하고 나서도 당분간은 먼저 공격하는 사람이 철저하게 불리한 입장이 계속될 것이다.
“기관총이라는 물건을 적의 정면에 두는 것이 더 낫겠습니까? 아니면 시연처럼 양 끄트머리에서 사선으로 발사하는 것이…….”
“이와 관련해서도 시험을 진행함으로써 확실하게 알아내는 게…….”
“게다가 이런 식의 화력이라면 보병 대형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고 및 연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기대했던 대로 이 자리에 모인 장군들은 저마다 모여 내가 보여주고 말한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러시아 제국군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토의를 하고 있었다.
“…….”
그들을 흐뭇한 눈으로 지켜보던 와중에 내 시선에 들어온 이가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기병의 우수성을 소리높여 주장하던 장군이었는데, 아무래도 내 말과 화력 시연을 본 뒤 자신감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저마다 몇 명씩 모여 토의를 하는 와중에 혼자 고개를 떨구고 별다른 말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코사크 기병의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간 거요?”
“전하!”
옆에서 내가 불쑥 튀어나와 그에게 말을 걸자 깜짝 놀란 듯한 그는 이내 표정을 수습한 뒤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소관은 여태까지 전장의 꽃은 기병이라 생각했습니다. 말에 올라탄 뒤 전우들과 함께 넓은 평야를 달리다 보면 그 무엇도 우리를 가로막을 수 없다는 느낌도 들었지요. 하지만 오늘 전하의 말과 기관총의 위력 시연을 보고 나니, 아무래도 소관과 같은 기병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그나마 말이라는 생명이 앞으로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 등장하지 않으리란 것만이 저에게 위안이 되는군요.”
말을 자신의 형제로 여기는 코사크답게 자신과 같은 기병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그로 인해 말이 앞으로는 인간의 전쟁에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과는 달리 말은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인간들이 전쟁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사용될 예정이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어 비정상적으로 기계화 비율이 높아졌던 2차 세계 대전 당시 소련군이나 전차를 기반으로 한 기동전을 사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군에서도 말은 계속해서 사용되었으니까.
게다가 1차 세계 대전 당시 동부전선에서는 기동전이 주로 벌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기병은 당분간 전쟁의 핵심 병과 중 하나로써 당당한 위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기병은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전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앞으로의 전쟁은 누가 더 많은 총알과 포탄을 가지고 있는지로 결정된다고 말입니다. 게다가 제 머리로는 방금과 같은 포화가 쏟아질 시, 저희 같은 기병이 무슨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방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과는 다른 의미가 담긴 말을 하자, 그는 ‘다름 아닌 당신이 앞으로는 기병이 별 쓸모가 없을 거라 하지 않았냐’는 식의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말한 내용 중 그런 의미로 해석될만한 얘기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네. 하지만 자네 우리와 삼국동맹에 속한 독일, 오-헝 제국 사이의 국경선이 얼마나 넓은지 아는가? 또 기관총은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희생해야 할 것도 많지. 운용을 하는 데 있어 설치 작업이 우선되어야 하고 설치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위치를 변경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시간도 상당하단 말이네.
게다가 창피한 일이지만, 아직도 빈약한 우리의 철도망을 생각해 본다면 기병이야말로 분쟁이 발생했을 시, 가장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이라 할 수 있네. 그리고 우리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를 생각해 보면 보병만으로 이 넓은 땅에서 이루어지는 전투를 처리할 수 있겠나?”
“……전하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무엇인지요?”
처음에 비하면 여전히 자신감이 떨어진 듯했지만, 아까보다는 나아 보이는 장군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내가 자네라면 바뀌어가는 전장 환경에 절망하고 포기할 게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 바뀔 기병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적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겠네. 그게 자랑스러운 코사크 기병에게 더 어울리는 행보 아니겠는가? 장애물이 있다면 피해가지 않고 그대로 깔아뭉개고 지나가 버리는 게 자네들 아니었냐는 말이네.”
“…….”
“아무쪼록 현명한 선택을 할 거라 생각하지. 그리고 하나 약속하겠네. 자네들을 비롯한 기병 병과에 배정된 예산이 삭감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친 후 반노프스키 장군에게 오늘 시연의 마무리 및 그와 미리 논의한 차후 있을 오늘과 관련된 일에 대한 군 내부의 논의 과정 설립을 부탁했다.
장군들의 경례를 받으며 자리를 떠나는 내 눈에 들어온 코사크 기병은 더 이상 시대에 절망한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는 투사의 모습을 되찾은 후였다.
* * *
조선에서도 가장 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 함경도.
이곳의 악명은 조선 초기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깊은 것이었다.
4군 6진을 개척한 후로 북방의 치안을 확립하고 여진족들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지속적인 주민 이주 정책을 펼쳐왔으나, 조선을 살아가는 이들은 이곳으로 오기 싫어했다.
자발적으로 이주하겠다 나서는 이들에게는 신분 상승을 비롯한 부역 면제, 토지 지급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할 정도였지만, 이는 평안도 지방으로의 이주는 장려했을지언정 함경도 지방으로의 이주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으니까.
게다가 한 번 이곳으로 이주를 했다면 함경도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도록 만든 법이 제정된 이후로는 그들은 감옥 아닌 감옥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계속되는 함경도 지역에서의 인구 유출로 인해 흔들리는 북방 안보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이었다고는 하나 당장 내일 먹고살 것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백성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조선을 살아가는 이들의 주식인 쌀농사마저도 힘든 환경에 알게 모르게 가해지는 차별 정책들로 인해 함경도를 살아가는 이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무언가 평상시와는 달랐다.
척박하고 춥기만 한 이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원래대로라면 별다른 감정 표현 없이 오늘도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겠지만, 한 청년과 대화하는 이들의 얼굴에 희망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정말로 자네를 따라가면 배를 곯지 않아도 된단 말인가?”
“그렇다니까요. 속고만 사셨습니까.”
“근데 거기에 살고 있는 오랑캐 놈들이 우리를 반겨줄랑가 모르겠군. 그 듣자 하니 노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도깨비들은 아기를 잡아먹고 무덤을 파헤친다면서? 아무리 배를 곯지 않을 수 있다지만 나는 그놈들하고 같이 살 수는 없을 것 같네!”
“오해십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요. 게다가 여러분이 가실 곳은 서양인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곳이 아닌, 여러분들보다 먼저 그곳으로 가 있는 같은 조선인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마을입니다.”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청년의 말을 듣자 하니 아무래도 러시아로의 이주를 권유하는 모양이었다.
국경을 넘어 자신을 따라온다면 본인의 땅을 배정받거나 개척할 권리를 얻고 최소 2년간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좋다는 말은 평안도 주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여러분이 명심하셔야 할 것은 그곳으로 가게 된다면 쌀농사에 대한 집착은 당분간 접으셔야 한다는 겁니다. 저를 따라 이주하게 될 곳은 이곳보다 추우면 추웠지 따듯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조선인들의 쌀에 대한 집착은 유명했지만, 당장 이번 겨울을 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 평안도민들에게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다면 자네를 따라 이주하게 된다면 다가오는 겨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설마 땅만 덩그러니 주고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얘기를 하지는 않겠지?”
누군가 이와 관련된 사항을 지적하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군중들은 그에 대한 대답을 요구했다.
“맞다, 우리가 땅을 준다는 얘기에 너무 현혹됐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청년은 별다른 동요 없이 마치 준비라도 한 양 그에 대한 대답을 이어나갔다.
“물론 여러분이 이주한 후 다가오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식량과 집이 필수적이죠. 여러분이 정착하게 될 정착촌을 비롯한 연해주 지방 정부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내밀어지겠지만, 저희도 자선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여러분도 저희를 조금 도와주셔야 할 겁니다. 간단히 말해 이번 겨울 동안에는 우리가 시키는 일을 해주셔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우리를 속여서 팔아넘기려는 속셈을 모를 줄 알고!”
청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군중들은 점차 그의 말에 불신을 갖는 듯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지금껏 여유로웠던 그의 얼굴에도 난감한 기색이 어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갑시다! 에이!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이내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려는 모습을 취하자, 그 광경을 바라보던 청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 뒤, 자신의 옆에서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채 침묵을 지키던 이의 귀에 속삭였다.
“아무래도 김 씨께서 나서줘야 할 것 같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봐! 개똥이! 나를 기억하는가?”
딱 봐도 나이가 20살은 차이가 나 보이는 이들끼리의 대화였지만, 깍듯한 태도를 보이는 쪽은 삿갓을 쓰고 있던 이였다.
그가 지금껏 청년의 말에 가장 크게 반발하던 이의 이름을 부르자 개똥이는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 김 씨를 쳐다보았다.
“아니, 자네. 세 달 전 도망친 판석이 아니야!”
처음에는 놀란 듯한 반응이었지만, 이내 그가 도망친 결과로 자신이 그의 몫까지 세금을 부담했었다는 것을 떠올린 개똥이는 살기등등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오냐, 네놈이 도망치는 바람에 그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당장 관아로, 아니, 관아로 가기 전에 나한테 몇 대 맞자 이놈!”
“나를 때림으로써 분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때려도 좋네. 하지만 내가 이곳으로 돌아온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자네 말대로 관아가 내가 이곳에 온 것을 알게 된다면 당장 치도곤을 당할 텐데 말이야. 부디 내 옆에 있는 이 청년의 말 좀 들어주게나. 이야기가 끝나고도 자네가 나를 기어코 관아로 끌고 가겠다면 내 기꺼이 내 발로 직접 같이 가주겠네.”
김판석이 이렇게 나오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개똥이 쪽이었다.
아니, 이놈이 뭘 믿길래 이리 당당한 거지?
당장에라도 구타가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완화되자 청년은 잽싸게 말을 이었다.
“자, 여러분. 제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주십시오. 여러분처럼 이 마을에서 살다가 도망친 김씨 아저씨도 저를 믿고 이곳에 올 정도 아닙니까. 만약 제가 사기꾼이라면 김씨 아저씨가 이 자리까지 같이 왔겠습니까?”
청년으로서도 김씨의 신상을 밝히는 것은 도박수였다.
누군가 도망치면 그 몫까지 부담하게끔 바뀐 조세제도에 시달린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였으니까.
다만 다행히도 이 자리에서는 청년의 도박수가 먹힌 모양이었다.
당장에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 같은 사람들의 분위기가 어디 조금 더 들어보자는 식으로 바뀌었으니까.
“자, 그러면 여러분에게 더 드릴 말씀이 무엇이냐…….”
“잠깐, 그 이전에 여태껏 당신 이름도 모르지 않소?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오?”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던 청년을 제지한 것은 다름 아닌 개똥이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이의 말을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실수를 했군요. 제 이름은 최재형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