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0
오후 수업은 실전 훈련이다.
마력 활용과 주무기를 이용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강원도 근교의 몬스터 서식지로 이동한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진입하기에 시간상 문제는 없고 강사 두 명이 직접 따라다니기에 안전하기도 하다.
문제는 50명으로 이루어진 1-1반. 즉, 플레이어와 한 반이 되는 메인 캐릭터 대부분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실력 들통나겠는데.’
이건 대련과 다르다.
육체 능력치가 차이 나도 검술과 검술이면 격차를 좁힐 수 있다. 하지만 몬스터? 때려도 가죽을 뚫을 수 없고, 마법을 써도 저항력에 막힐 거다.
그렇다고 훈련 때문에 기절 직전까지 마력을 끌어다 쓸 순 없는 노릇이니까.
– [PHASE #2] _ 실력을 보여라!
– 개복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직 알을 벗어난 개복치일 뿐입니다! 여전히 스토리 외곽에 머무는 당신! 실력을 보여 ‘주류’로 진입하시오.
– 성공 조건 : 훈련용 트롤을 완벽하게 제압하십시오!
– 성공 시 : 중급 랜덤 포션 박스 1개, 인지도 포인트 100
– 실패 시 : 평판의 변질.
중급 포션 박스다.
최대 [보물] 등급의 포션까지 나온다.
정말 운이 좋다면 [중급 능력치 상승] 혹은 [최하급 엘릭서]가 나올 수도 있다.
‘일단 보상은 최고.’
게다가 실패 시에 평판이란 게 하락한다.
늘어난 인지도는 선(善)이었다면, 점점 악(惡)에 가까워지는 걸 말한다. 아직은 ‘거품이었네.’, ‘운이 좋았네.’ 정도가 전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악명(惡名)으로 까지 변하기도 한다.
튜브도 시작했는데 평판이 변질되는 걸 두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긴급 퀘스트로 변하겠지.’
한성은 일반적인 플레이보다 월등한 순위를 지니고 있다. 그 말은 이 세상이 ‘개연성’을 맞추기 위해서 ‘재앙’과 같은 퀘스트를 뿌려댄다는 뜻이다.
* * *
진 훈은 역시나 주인공.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은 육체 강화 이능으로 D등급 몬스터인 [녹색 트롤]을 압살했다. 암바를 걸고 쵸크를 사용하며 끊임없이 재생하는 트롤를 패 죽인 것이다.
트롤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대, 대단하군.”
강사도 놀랄 정도였다.
아카데미의 강사라면 시간 강사라도 현역 영웅이다. 못해도 B등급 헌터이며 A등급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다음에 눈에 띈 건 길성현.
마법의 천재라 불린다.
그는 한 손에 강철 지팡이를 들고 휘두른다. 끝에 수정은 박제한 바실리스크의 심장으로 보였다. 이성이 없는 파충류 몬스터지만, 아룡이라 불리는 그것.
당연히 어마어마한 마력이 뿜어졌고 수십 개의 마력 창을 생성해 트롤이 재생하기도 전에 죽여버렸다.
“와, 역시 길성현. 재벌 3세에. 마법 천재에. 잘생기기까지!”
“멋지다!”
50명 중 길성현의 팬은 꽤 많다.
성격은 모났지만, 다른 요소들과 합쳐지니 차가운 도시 남자가 되면서 인기가 치솟는 거다.
“지금 저것들 나 쳐다보는 거 맞지?”
– 맞습니다. 경계가 잔뜩 담긴 눈빛입니다.
진 훈은 호승심, 길성현은 경계, 한 별은 의심.
성시연은······ 멍? 뭔지 잘 모르겠다.
얜 샤를와 눈이 마주쳤을 땐, 한성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한 별이군.”
주인공을 한 명만 뽑으라면 진 훈이다.
하지만 최강의 이능을 뽑으라면?
그건 한 별이다.
“한 별 후보생. 시작합니다.”
강사 한 명이 마법으로 트롤을 끌어들였다. 꽤 실력 있는 마법사였고 아카데미 근처의 트롤 서식지라서 위험할 건 없다.
‘그래야 맞지만.’
이건 튜토리얼에서 긴급 퀘스트로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 정도로 인지도가 생겼다면 무조건이다.
“뭐, 뭐야!”
트롤을 끌어들이던 강사가 당황해한다.
쿵. 쿵.
멀리서 거대한 존재감이 다가온다. D등급 트롤은 절대로 아니다. 게다가 이 트롤 서식지에 존재해선 안 될 등급의 몬스터.
“오우거.”
한성은 침을 꼴딱 삼켰다.
트윈 헤드 트롤도 한 수 접어주는 C등급 몬스터가 바로 오우거다. 다행인 건, 강사가 둘이나 있다는 거고. 불행인 건 오우거가 10마리가 넘어간다는 거다.
‘존재감 없는 후보생 중, 스파이가 있다는 설정.’
경쟁 아카데미 산하의 악(惡)의 단체에서 한국 아카데미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고 점점 머리를 치켜드는 중이라는 거다.
캐릭터도 매번 달라지기에 한성도 정확히 알 순 없다.
‘정보 열람을 사용한다면? 운이 좋다면 가능할지도.’
일단 저 오우거를 막는 게 먼저다.
강사는 B등급 헌터. 중급 영웅으로 보이니 5마리까지는 무난하게 막을 거다. 무리한다면 7마리. 그래도 후보생이 3마리는 막아야 한다.
콰아앙!
강사가 올린 실드를 오우거가 내려쳤다.
– 긴급 퀘스트 발생!
– 예상하지 못한 오우거 10마리가 등장했습니다. 강사가 막을 수 있는 7마리를 제외한 3마리를 메인 캐릭터와 함께 막으십시오.
– 성공 조건 : 구조팀이 올 때까지 오우거를 막아라.
– 제한 시간 : 10분.
– 성공 시 : 중급 랜덤 포션 박스 1개.
– 실패 시 : 메인 캐릭터 중 1명 사망.
올 게 왔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
그만큼 한성의 순위가 많이 높다는 뜻.
“모두 피해!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야 해!”
강사 둘이 대단위 실드로 버티고 있다.
후보생이 전부 물러나면 강사 둘이 죽는다는 걸 메인 캐릭터는 직감하고 있다.
진 훈이 앞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극도의 선(善)인 진 훈은 그걸 두고 볼 위인이 아니다. 그 옆의 한 별이라는 친구도. 또, 그걸 보고 자존심을 상해하는 길성현까지.
‘이때까지는 참 좋았는데.’
길성현도 선(善)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못된 운영자는 길성현을 끊임없이 악(惡)으로 내몰았다.
한성도 훈과 길성현 사이로 들어갔다.
“도움은 될 거다.”
“너라면 충분히.”
진 훈은 한성을 굉장히 좋게 본다.
대충 성향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착각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원래 시나리오라면 여기까지다.
플레이어까지 총 4명이 전부.
“젠장! 난 암살자란 말이야!”
성시연이 뭔가 부끄럽다는 듯 한성 옆으로 붙는다.
‘······얜 원래 안 붙는데.’
게임이라는 게 그렇듯 플레이에 따라 상황은 바뀐다.
“헤일렌, 잘 찍고 있지?”
“뭐, 뭐야?”
한성이 드론 카메라 세 대를 띄우자 성시연이 당황해 묻는다.
“아, 나 튜브 시작했거든. 이런 걸 놓칠 순 없지.”
“······지금 이 상황에?”
한 별이 한성을 이상하게 본다.
그나마 이 중에선 가장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놈이기도 하다.
“내 얼굴 나오면 죽는다.”
길성현이야 원래 싸가지없는 놈.
“나 먼저 나간다?”
진 훈은 싸움에 미친놈.
“그, 그럼 나도 나오는 거야?”
성시연 얘는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없는 사이에 패치가 된 건가? 이렇게 나긋나긋하니까 살갗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이상하다.
흑연의 차녀지만, 스토리상 성시연은 암살자로 활동하지 않고 영웅으로 활동하니 얼굴이 실린다고 나쁠 건 없을 거다.
“모자이크 원하면 말하고.”
한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실드 하나가 깨져나갔고 진 훈이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푸확!
‘저런 무식한 놈.’
오우거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들이대는 놈은 또 처음이다. 가죽과 뼈로 이루어진 주먹에서 굉음이 들리고 주변 대기를 터뜨려 버린다.
한 별은 그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손뼉을 쳤다.
화악! 그그극!
오우거 양옆의 공기에 아지랑이가 생기는 듯하더니 오우거의 어깨가 무엇인가에 눌린 듯 좁혀진다.
‘염력.’
나중엔 [왕명]이라는 ‘언령’급까지 진화하는 개사기 이능이다.
화륵.
마력이 타오르며 세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떠올랐다.
길성현이 더블 캐스팅에 메모라이즈까지 사용한 모양이다. 하나는 마력의 화살을 생성했고, 하나는 화살의 냉(冷) 속성을 입혔다. 그리고 하나는 활의 시위가 된다.
기이이이. 핑!
2m의 얼어붙는 화살은 소닉붐을 일으키며 오우거의 복부. 아니, 진 훈 때문에 오우거의 몸이 띄워지며 거기를······.
“오우야.”
몬스터이긴 하지만 두 눈을 제대로 뜨고 볼 수가 없는 부위였다.
성시연도 오우거의 그림자에 숨어들어 오금을 그어대기 시작한다.
이 상황이 유지된다면 오우거는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죽을 거다. 아무리 C등급이지만, 최상위 후보생 4명이나 달려들었으니까.
문제는 나머지 오우거.
강사가 7마리를 붙잡았고 2마리가 그곳을 빠져나와 이쪽으로 다가온다. 이대로면 주인공급 캐릭터 중에 한 명이 죽을 수도 있는 [긴급 퀘스트]다.
“후······. 헤일렌. 시작한다.”
양손을 양옆으로 살짝 올리며 마력을 이용해 머리칼을 날린다. 몸을 돌려, 오우거와 싸우고 있는 친구들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래, 이거다!
“타이틀은 ‘간지가 폭발한다.’”
찰칵!
-스크린샷 찍었습니다.
“오케이. 그럼 시작한다.”
한성이 발끝으로 마력을 분출하며 달려들었다.
한성이 참여했다고 오우거 3마리를 전부 이길 정도의 무력은 되지 않는다. 가장 현명한 것은 4명이 공격하는 오우거 한 마리를 먼저 죽이는 것.
화륵.
눈앞에 아른거리는 마력이 한성의 손에 이끌려 모여든다.
손끝부터 척추까지 찌릿찌릿하다.
아무리 [마력 지배]를 가졌더라도 현재 능력치로 이 많은 마력을 다루기는 힘들다.
우우웅.
고농도로 집적된 마력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길성현은 마법의 천재라 불리지만, 더블 캐스팅에 메모라이즈를 합성한 게 ‘아직은’ 최선.
한성은?
화륵, 화륵, 화륵, 화륵.
메모라이즈도 해 놓은 게 없으니 쿼드 캐스팅.
기다란 마력 화살, 화(火) 속성, 회전, 시위.
키이이잉!
붉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은 빠르게 돌아가며 주변의 마력을 태우기 시작한다. 한성은 대기의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모았다.
키이잉! 키이잉!
이걸로도 오우거의 두개골은 뚫을 수 없다.
하지만 목젖이라면 또 다르다.
핑!
길게 뻗은 붉은 선은.
푹.
하나의 작은 구멍으로 화했다.
그어어어!
쿵.
오우거는 목젖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아이고, 두야.”
한성은 핑 도는 머리 때문에 상체를 숙이고 심호흡을 했다. 상위 4명의 후보생이 잡아주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한성이 무리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능력치가 너무 부족했다.
쿼드 캐스팅은 단순하게 4개의 마법을 동시에 발현하는 게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플라스틱 가검을 강철 진검으로 만드는 과정.
1단계, 날을 세운다.
2단계, 성질을 변환한다.
3단계, 강도와 내구를 올린다.
4단계, 강하게 내려친다.
현재의 마력과 지능의 합으로 낼 수 있는 파괴력의 한계가 1이라면, 쿼드 캐스팅은 계산 과정과 소모되는 마력량을 10 이상 소모하면서 파괴력은 5까지 올려주는 정도랄까.
‘정신력과 마력을 갈아 넣어, 억지로 파괴력을 끌어 올린다는 거지.’
진 훈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고, 한 별과 길성현은 경악한 얼굴로 한성을 바라봤다.
둘의 반응이 이해되긴 한다.
길성현이 행한 더블 캐스팅도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마력 컨트롤 능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생각의 분리’.
쉽게 말하면 한 손으론 원을 그리고 한 손으로 세모를 그린다. 그런데 마법 하나하나의 공식은 총알의 궤적을 예측하는 공식만큼이나 어렵다.
당연히 웬만한 천재들도 오랜 시간 정진해야 가능한 일.
현재 한성의 머리로는 쿼드 이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마력, 정신력, 지능 등의 능력치가 받쳐주지 못한다.
‘하지만 나에겐 게임이거든.’
현재는 더블 정도가 한계. 하지만 [마력 지배]의 하위 능력 중 ‘다중 캐스팅 * 2’라는 미쳐버린 패시브 능력이 존재했다.
전 플레이의 전성기의 실력을 되찾으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거다.
“뭐해, 저기 두 마리 온다.”
그러자 진 훈은 한성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오우거에게 달려들었고 한 별과 길성현도 뒤늦게 달려든다.
성시연의 이상한 눈빛도 있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끙, 빨리 이능(異能)이나 하나 찾아야지 안 되겠다.”
아무래도 주류인 이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컸다.
한성은 긴급 퀘스트를 살폈다.
버티면 되는 시간은 5분 남짓. 절반이나 남았지만, 한 마리가 죽은 상태에서 5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재미가 없겠지?
콰아아앙.
앞에 달려갔던 진 훈이 오우거 한 마리와 레스링을 시작했다. 한 별, 성시연, 길성현은 나머지 한 마리의 발목을 붙잡기로 한 듯 보였다.
“진 훈은 좀 버틸 것 같고.”
진 훈은 어려운 전투를 할수록 강해지고 위험에 처할수록 성장한다. 거의 드래X볼에 나오는 ‘사이어인’이 모토인 것 같을 정도로 말이다.
한성은 201포인트에서 200포인트로 랜덤 박스 하나를 구매하기로 했다.
드르르르르.
퐁!
박스에서 튀어나온 것은 반투명한 보석.
이능이 담겨 있는 [큐브]라는 거다.
한성은 큐브를 가볍게 쥐곤 미간으로 가져가 손목을 살포시 꺾었다. 그 상태로 고개를 약간 돌려 미소를 짓는다. 반개한 한쪽 눈은 서비스.
카메라를 바로 앞까지 끌고 온다.
“첫 번째 이능 개화.”
찰칵.
역시 섬네일은 ‘어그로’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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