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15
세계 영웅 협회는 새로운 등급 체계를 공표했다. [대격변]이라 불리는 신격의 태동에 의해 생겨난 무력의 혼란. 그리고 기준점의 유동 때문이다.
특별함과 강함의 기준이었던 S등급과 SS등급 영웅이 너무 흔해져 버렸다. 게다가 SSS등급은 위로 올라가 버려 표기할 등급이 없었다.
이에, 영웅 협회는 ‘알파벳’이 아닌 ‘레벨’ 표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레벨 1부터 5까지는 A등급 아래.
레벨 5를 기준으로 S등급.
레벨 6은 SS등급.
레벨 7은 SSS등급이며 비천한 신격을 말한다.
레벨 8은 비천한 신격을 벗어난 이를 말했으며.
레벨 9는 영웅, 왕, 천사와 악마 등의 신격이었고.
레벨 10은 드높은 신격을 뜻했다.
신격이라는 존재가 직접적으로 세상에 발을 들이면서 ‘레벨’의 정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 * *
북극은 바다 위의 빙하가 만들어낸 대륙.
그곳에 ‘프로스트 리치’가 중앙에 자리를 잡으면서 북극해 전체를 얼려버려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 일부까지 빙하로 잠식해 버렸다.
이제는 사람. 아니,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을 만큼 극한의 환경이 되어버렸다.
휘이이이잉-
뽀드득. 뽀드득.
날카로운 눈보라 속에서 십여 명의 인형(人形)이 전신을 몬스터 가죽으로 돌돌 말고 일렬로 움직이고 있었다.
얼굴은커녕 눈동자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살갗의 일부라도 눈보라에 닿으면 급속도로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후욱. 후욱. 얼마나 남았지?”
누군가 입을 열었다.
마력이 담겨 있는 목소리였기에 눈보라에 잠기지 않고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그러자 가장 앞에 있던 사람이 손을 뻗었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 세 개를 핀다. 3 킬로미터 정도라는 거겠지.
‘젠장할.’
오는 길에 화이트 울프를 만났고 설인족을 만나며 동료를 잃었다. 거기에 부상자가 세 명이다. 이대로면 저기까지 가는 것도 힘들다.
잠시 쉬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된다.
“계속 이동한다.”
그들은 한참을 걸었다.
체력은 한계까지 떨어졌지만, 멀리 목적지가 보였다. 눈 덮인 작은 협곡. 그리고 옆으로는 가파른 절벽과 바다. 그리고······?
“뭐야, 저건?”
우뚝.
일렬로 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모두 A등급과 S등급의 영웅과 용병들이었지만, 그들도 피가 어는 건 똑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항력이었다.
그들 눈앞에 보이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으니까.
“······조심해 리치의 마법일 수도 있으니까······.”
그는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본 장면은 성인 남성 한 명과 작은 여자아이가 패딩을 입고 낚시를 하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이 눈보라 속에 모닥불까지 피워놓고 말이다.
마법으로 결계를 치면 되지 않냐고?
이 눈과 바람에는 프로스트 리치의 마력이 담겨 있다. 절대 온도에 가까운 극한의 추위인 거다. 결계는 눈보라에 무너지고 생명체는 추위에 쓰러진다.
당연히 저런 모습이 가능할 리 없다는 거다.
“후위 둘. 기지로 가서 보고한다. 나머지는 날 따라오도록.”
여기선 단거리 통신도 터지지 않는다. 리치의 눈보라가 북극 전체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접촉하진 않는다.”
감시만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저게 환영인지, 리치의 인형극으로 만들어진 미끼인지 모른다.
“어쩔 수 없어. 기지와 너무 가까우니까.”
아까 멀리 보였던 협곡이 기지로 통하는 입구다.
왜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이 근처로 영웅이 모이는 것을 찾았을까?
그것도 아니면······?
“뭐야?”
그는 멈칫했다.
멀리 보이는 남성과 소녀 중. 소녀가 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폴짝폴짝 뛰면서 말이다.
“······.”
그는 혼란스러웠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말이다.
여기서 멈추는 순간 피가 서서히 얼기 시작할 테니까.
뽀득. 뽀드득.
멈칫.
행렬의 선두에 선 대장은 발걸음을 멈췄다.
프로스트 리치의 눈보라 때문에 다른 마력의 기척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청각은 살아 있기에 어색한 하나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함정이었나.”
기지로 향하는 게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
두 번의 전투. 사망자 다섯. 부상자 세 명.
그리고 또 전투다.
원래 이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대장은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푸확!
눈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서늘한 예기가 목을 스쳤고 간신히 목을 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크르륵. 크르륵.
주변에 숨어서 기어오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늘어뜨린 팔엔 50cm가 넘는 발톱이 보였고 두 다리는 마치 캥거루를 보는 듯했다. 얼굴은 늑대이며 온통 하얀 털 뿐이다.
화이트 울프다.
프로스트 리치에 의해 변형된 늑대 일족.
그들은 다시 눈 속으로 숨어 이동했다. 긴 발톱은 두꺼운 눈 층을 뚫어 공격을 가능케하고, 그들의 털은 눈 속에서 미끄러져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극한의 탄력을 지닌 두 발은 눈을 뚫고 초고속 기습을 돕는다.
키이잉.
대장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냈다.
몇몇은 이능으로 부상자를 지켰고 몇몇은 마법으로 주변의 눈을 녹이며 방어진을 형성했다. 그들의 대처는 빨랐지만, 화이트 울프의 공격은 더욱 빨랐다.
팟.
작은 소리와 함께 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깊은 눈 속에서. 그리고 프로스트 리치의 마력이 담긴 눈보라 속에서 전투는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적은 마치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버틸 순 있다.
하지만 부상자와 뒤의 용병들은?
모두를 지킬 순 없었다.
끄악!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대장은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앞에서 세 마리의 화이트 울프가 지능적으로 대장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요하게 부상자를 노렸다.
‘······여기서 끝인가.’
대장은 옆을 흘깃 바라봤다.
멀리 손을 흔들던 소녀와 남성이 사라졌다.
역시 환영이었다.
저건 함정이었던 거다.
이 자리에 멈춰 서게 할 미끼······?
훅.
무언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피슛!
‘응?’
앞에 있던 화이트 울프의 목이 베어지며 피가 솟구쳤다. 뜨거운 혈액이 대장을 덮쳤다. 하지만 부딪히기 전에 이미 얼어 딱딱한 조각으로 튕겨 나갔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몇 마리의 화이트 울프의 목이 날아갔고.
몇 마리의 화이트 울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 ‘무언가’는 주변에 있는 화이트 울프를 정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모두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
밑에서 들린 소리에 대장이 시선을 내렸다.
그곳엔 멀리서 봤던 소녀가 서 있었다.
그리고 옆으론 그녀와 함께 서 있던 남성까지.
“······괜찮으면 식사나 하고 가실래요?”
“······네?”
대장은 끝까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 * *
타닥타닥.
검게 탄 숯이 터지며 그 사이로 불씨가 하늘로 올라간다. 훈훈한 열기와 함께 결계 안이 따듯하게 데워진다. 이 때문에 좋은 건 자잘한 열기에 깊이 있던 물고기가 모인다는 것이다.
촤락!
“아빠! 아빠! 또 잡았어요!”
하얀이가 자신의 몸보다 족히 두 배는 큰 ‘레서 크라켄’이 올라왔다. 다리를 꿈틀거리며 자신을 끌어올린 존재를 잡으려 발버둥 쳤다.
“오, 우리 하얀이 잘했어요. 근데 크라켄은 맛이 없으니까 놔 줄까?”
“그래요? 히잉.”
하얀이는 아쉽다는 듯 크라켄의 다리를 잡아 던져 버렸다. 너무 멀리 던져 결계에 철푸덕하고 부딪혀 아래로 미끄러졌다.
“앗, 실수.”
거의 넙치가 된 크라켄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 다시 낚싯대를 던졌다.
“······.”
그 모습을 보던 행렬의 대장인 ‘칼스’라는 미국인과 몇 명의 용병이 넋을 잃었다. 옆으로 말리기 위해 올려둔 가죽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말이다.
한성은 그 모습을 보다가 모닥불의 열기로 천천히 굽고 있는 생선 몇 마리를 뒤집었다.
딱히 신경 쓸 게 아니다.
뭐, 곧 적응되겠지.
아직 한성과 하얀이를 경계해서 제대로 된 대화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하긴, 생각해 보면 이곳으로 온 것도 죽기 싫다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럴 땐 시간이 약이다.
“오랜만이구나.”
전 회차에서도 이곳은 많이 왔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거라면 이렇게 캠핑을 하면서 낚시로 잡은 생선을 구워 먹는 것이었다. 프로스트 리치의 눈보라는 북극을 더욱 극한의 환경으로 만들었지만, 그런 곳에서 살아남은 물고기들은 더욱 맛있게 변했다.
한성은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여기는 길 찾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생각보다 되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캠핑을 하기로 했어요.”
이번 컨텐츠는 북극에서 캠핑하기.
이곳에 도착하고 길이현은 바로 다음 일을 보기 위해 움직였고 한성과 하얀이만 떨어져서 이곳으로 온 거다. 한성의 기억으로는 이 근처에 남극의 세종기지처럼 북극의 [장영실 기지]라는 곳이 있다.
프로스트 리치, 북극의 환경, 지하자원, 생명체의 변화 등에 관해 연구하는 기관이다.
한성은 그곳을 찾다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는 뭐 되는 게 없어서 길 찾기가 너무 힘들다. 이 근처는 맞는데, 정확히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마력이 담긴 프로스트 리치의 눈보라와 추위에서 벗어나는 거죠. 당연히 쉽진 않겠죠?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결계에 있어선 또 전문가죠.”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이 정도 시선은 이제 익숙하다.
한성은 카메라를 돌려 익히고 있는 생선을 비췄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식량이죠.”
물론, 한성에겐 생존을 위해서가 아닌 미식(美食)을 위해서.
“북극엔 대구나 넙치와 같은 넙데데한 물고기가 많죠. 가끔 더운 곳에서 사는 참다랑어도 나오는데, 반쯤은 몬스터화가 된 거라 참다랑어라고 할 수는 없죠.”
그래도 참다랑어는 참다랑어.
맛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대구와 넙치과 뿐이다.
“보통은 워낙 강해진 물고기들이라 A등급. 지금은 레벨 4죠? 그 이하는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겐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죠.”
한성은 생선을 뒤집으며 말을 이었다.
옆에서 이상한 사람을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런 건 가볍게 무시할 수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원래 넙치는 회가 좋은데, 오늘은 구이로 먹겠습니다. 크으, 추울 땐 직화 구이에 소주 한 잔이면 최곤데······.”
한성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소주가 없다는 듯이.
“하지만 저에겐 확장 가방이 있었죠.”
한성은 가방에서 소주 하나를 꺼냈다.
이곳에 오면서 길이현에게 요청했던 가장 중요한 건 기본적인 요리 도구와 소주였다.
한성은 카메라를 향해 소주를 흔들었다.
이곳은 인터넷도 안 된다.
그래서 영상 녹화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타닥 타닥.
지글지글.
모닥불 위에 소금을 머금은 생선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고소하며 달짝지근하기도 하고 짭조름하기도 한 미친 냄새가 결계 안에 가득 찬다.
“꿀꺽.”
꼬르륵.
별의별 소리가 다 들린다.
힘들만도 하지. 겨우 레벨 5 한 명과 레벨 4 들로 이곳을 지나려 했으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몇 명 죽었을 거다.
‘오호, 이래도 말이 없어?’
한성은 생선 하나를 가져와 살을 발랐다. 그리고 마력으로 데운 흰밥 햇반과 김치 하나를 꺼냈다.
까드득.
이젠 소주까지.
이걸 버틸 수 있을까?
한성은 흰밥을 숟가락에 올려 생선살과 김치를 올려 입으로 넣었다. 한 번에 깔끔하게 넣고 쩝쩝 소리가 나지 않게 씹는다.
크으.
혀를 즐겁게 하는 맛에 자연스럽게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입안에 생선의 기름과 김치의 매운맛이 남아 있을 때 소주를 들이킨다.
“캬아.”
좋다. 바로 이거다.
한성은 슬쩍 옆을 봤다.
그곳엔 앉아 있던 7명의 인원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은 말라버린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기까지 했다.
“······저기.”
누군가 입을 열었다.
모두 그를 째려봤지만, 그의 입을 막을 순 없었다.
“왜요?”
“혹시······ 숟가락 하나 들어도 되겠습니까?”
“하나요?”
“네, 하나요.”
그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얼른 대답했다. 다른 일행은 무슨 생각일지 모르는 찌푸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에 박혀 있었다.
“오세요.”
“저, 저도······!”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요!”
한성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 익은 생선을 모두 꺼냈다. 하나하나가 성인 남자 허벅지 정도의 크기라 양은 충분했다.
“천천히 드세요. 양은 많으니까.”
그들은 살짝 눈치를 보더니,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한성은 슬쩍 물었다.
“장영실 기지 가는 길이죠?”
“······네, 그런데 누구시죠?”
아직 경계하는 모습이다.
아, 맞다.
잊고 있었다.
“잠시만요.”
한성은 품에서 영웅 신분증을 꺼냈다.
최근 4년 동안 써 본 적이 없었고, 전 회차에서도 후반에는 거의 쓰지 않았던 거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괜히 쓸데없는 경계만 심어줬다.
“이번 신입 영웅, 이한성입니다. 레벨 8의 영웅이죠.”
“······.”
툭.
그들은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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