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24
작은 점으로 빨려 들어간 한성은 세이건의 팔을 잡았다.
공간의 틈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한성과 세이건의 사고 수준은 1초를 수만 개로 쪼개 인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
세이건은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육체의 상태도 그렇지만, 드높은 신격에 든 세이건 정도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말려도 말려지지 않는, 풀려고 해도 풀 수 없는 거대한 매듭에 지쳐 버린 것이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여전히 말이 없다.
한성은 멈추지 않았다.
공간을 뚫어 통로를 만들면서 들어간 거다. [나는 관종이다.]라는 특성에 존재하는 [관종은 어디에나]를 사용하면서 신경을 분산한 게 컸다.
그리고 그냥 들어오기만 한 게 아니다.
마치 개미굴처럼 공간에 길목을 수십 개 이상 만들면서 왔다. 중간에 함정도 만들었고 목적지와 반대로 가는 길목도 만들었다.
한성이 [공간 조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시간과 약력. 그리고 전자기력까지 건들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가능한 일.
콰아아아!
뒤에서 강렬한 마룡의 기세가 느껴졌다.
따라올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공간 이능이 있는 모양이군.’
마룡족 정도 되면 공간을 찢고 공간을 넘어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공간 속을 자유롭게 다니려면 관련 이능이나 특성이 있어야 한다.
한성은 옆에 텅 빈 눈동자로 끌려오는 세이건을 바라봤다.
“릴리의 말에 이곳으로 달려온 겁니다.”
“······?”
시선이 움직였다.
“릴리가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건 릴리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용마족이 당신의 죽음을 원치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세이건은 그곳에서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했다.
죽는 순간 전쟁은 시작되었을 거니까. 그래서 버티면서 끊임없이 설득했다. 그렇다고 세이건이 패연을 죽일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마룡족과 용마족의 골은 메울 수 없이 깊어졌을 거니까.
세이건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말려보는 수밖에.
콰아아아!
멀찍이 있던 마룡족이 가까워졌다.
검붉은 마룡의 기운을 뿜으며 접근한다. 그들의 격의 향연은 한성이 쌓아 만든 ‘공간의 미로’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한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이대로면 잡힌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세이건을 설득하는 것.
“어떻게 악신이 용마족을 세뇌하였는지, 그걸 찾으면 되는 거지 않습니까.”
“······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이러고 있었을까.”
“가능합니다.”
“······그건 불가능해.”
“베리알이라고 아십니까.”
지옥의 대왕이었으며, 72 악마 중에서도 유명하고 강력한 악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세뇌되었던 게 아닙니다. 속은 거고, 이간질을 당했던 겁니다. 그들이 패연의 아내와 딸을 죽이고······ 자살한 이유는 ‘패연’이 그들의 가족을 죽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믿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증거가 없었다. 목격자도 없었으며······ 그들이 죽었다고 했던 ‘가족’은 그들이 자살한 이후에 돌아왔다.”
“그러니 세뇌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베리알의 특유의 마력은 일말의 의심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는 아주 강력한 저주 그 자체니까요.”
세이건의 텅 빈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리곤 처음으로 한성을 제대로 바라봤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아니. 그걸 안 물어봤군. 당신은 누구인가?”
“아주 오래전, 당신에게 도움을 받았던 인간입니다.”
세이건은 잘 모르겠다는 눈으로 한성을 바라봤다. 그러다 곧 뒤로 시선을 돌렸다.
“몸이 성치 않아. 저들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어렵다.”
“잠시 시간만 끌어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바로 뒤까지 쫓아온 마룡족들이 보인다. 그보다 더 뒤에는 패연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었다.
“용무(龍武)”
용혈의 무(武)가 발현되었다.
그녀의 손이 허공을 저었고 그곳에선 전기가 파직 거리는 듯하더니 뒤쪽의 공간을 무너뜨리며 몇 마리의 마룡족을 튕겨 내버렸다.
‘역시 용마족의 로드.’
앞은 멀쩡한데 뒤만 무너뜨리는 것. 공간 관련 특성도 없으면서 행한 일이다. 그녀의 무(武)는 드높은 신격에 알맞은. 아니, 더욱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콰과과과!
한성과 세이건의 몸도 흔들린다.
뒤에서 무너진 공간을 다시 뒤집으며 따라오는 것이다.
“도착합니다!”
한성의 소리에 세이건이 다시 한 번 손을 저었다.
이젠 통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콰과과과과!
타닷.
둘은 빙산 위에 안착했다.
저 멀리서 마룡들의 기척이 느껴진다. 첫 번째 목표였던 그들의 ‘성역’과 ‘혼돈의 경계’는 빠져나왔다. 게다가 중간에 통로를 무너뜨리면서 이곳과 먼 곳에 마룡들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세이건과 한성을 놓칠 일은 없다.
“이곳에서 싸우겠다고······?”
세이건은 아직 드높은 신격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한성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하지만 한성은 말없이 [용혈 사냥꾼]을 들며 카메라를 뿌렸다.
그리곤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
– 뭐야, 오늘 갑자기 생방?
– 빙산이다. 아직 북극인가?
– 프로스트 리치 잡은 거 보고 왔어요!
– 옆엔 뭐지? 용인가 사람인가.
– 어? 뭔가 책에서 봤던 거 같은데, 용마족인가 마룡족인가 그들 아닌가?
– 그거 전설 아니었음?
– ㄴㄴ 실존하는 종족임. 내가 혼돈 근처까지 가 봐서 아는데 겁나 쎈 용혈임.
– └ 어디서 허언증이.
– └ 혼돈은 또 뭐야.
– └ 혼돈 아는 거 보니까 레벨 7 정도는 되는 모양이네. 이분 말이 맞음. 저거 용마족임.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다.
역시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까 일반인이 모르는 정보도 잘 풀린다. 그걸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말이다.
– [나는 관종이다]가 발동합니다!
– 1억의 시선이 당신에게 모입니다.
– 1억 5천의 관심이 당신에게 집중됩니다.
– 2억 2천의 관심이 깃듭니다.
– 모든 능력치가 1,000% 상승합니다.
– 존재력의 1,000% 상승합니다.
– 당신의 격이 1,000% 상승합니다.
– 당신에게 큰 행운이 깃듭니다.
– 당신의 모든 격이 200% 추가로 상승합니다.
– 당신의 격이 기존의 2,000%가 되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성은 멀리서 날아오는 마룡족을 보며 용혈 사냥꾼을 들었다.
그 말과 함께 작은 완드였던 [용혈 사냥꾼]은 크고 거칠게 변하기 시작했다. 용 수십 마리가 서로 엉켜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화악.
용혈 사냥꾼을 든 한성에게 거대한 힘이 깃들기 시작했고 그 힘은 일대 전체를 휘감았다.
“······도대체.”
옆에 있던 세이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인간을 바라봤다. 방금까지만 해도 비천한 신격을 이제 막 벗어난 온전한 신격에 불과했던 인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신격의 수준은 한층 높아져 있었다.
물론, 드높은 신격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온전한 신격이 수 배 격상(格上)한다고 해도 드높은 신격에 비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든 무기.
이상하게 변한 완드에서 뿜어지는 ‘포식자’의 살기는 강대했다. 그것은 일대의 하늘을 온통 검게 물들이며 한 마리의 대악마가 되어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괴물이 무언가를 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린 모습.
그리고 그것은 ‘용혈’에 한정되어 있었다.
용마족의 로드이자 드높은 신격인 세이건마저 뒷걸음을 칠 정도로 말이다.
“······이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성역에서 세이건을 데리고 나오며 베리알에 대해 설명하고 세이건과 패연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인간, 당연히 비상하긴 했다.
그가 자신에게 오래전 도움을 받았다는 것도 그냥 넘겼다. 그에게 간접적으로 도움받은 인간은 셀 수도 없이 많을 테니까.
세이건은 씨익 웃고 있는 인간을 바라봤다.
그는 갑자기 자세를 잡고 손을 올렸다.
‘또 상상 이상의 공격이 나오는 것인······.’
“폭발마가 돌아왔다.”
“······응?”
세이건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첫 등장이 비상하긴 했지만, 정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카메라를 가져와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마룡족을 폭파한다.”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모를 바람이 그의 머리칼과 옷을 휘날렸다.
문득 패연이 이 인간을 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거 상상을 초월하는 새끼네.’
마룡들이 도착했다.
세이건은 바로 전투 준비를 했다.
“제가 일반 마룡을 맡겠습니다.”
“내가 패연을 붙잡고 있지.”
패연은 세이건이 설득해야 한다.
패연은 엘릭서 따위는 섭취한 모양인지 엉망이었던 몸이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마룡족과 용마족의 싸움은 겨우 그 정도로 회복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넌 도대체 어떤 종류의 미친놈이지?”
패연이 한성에게 물었다.
한성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또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떡관종이라고 들어 봤으려나.”
“떡······ 뭐?”
패연은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세이건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용무(龍武)가 터져 나가며 패연을 휘감았다. 마치 대재앙 속에 잠긴 두 마리의 용을 보는듯했다.
그곳에 다른 부하들이 끼어들려고 했다.
아까는 당당한 결투였지만, 지금은 추격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성은 완드를 들고 말했다.
“내 [용혈 사냥꾼]이 너흴 보내지 않겠다고 하네.”
“······?”
다분히 카메라를 의식한 대사였다.
마룡들은 이건 무슨 미친놈인가 하는 표정을 지으며 한성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내뿜고 있는 힘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격의 차이가 있다.
게다가 수적인 차이까지.
“와라.”
한성의 말에 총 7마리의 마룡이 달려들었다. 검붉은 마기가 수십 마리의 용처럼 변하며 한성에게 쇄도했다.
한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용혈 사냥꾼을 들고 내밀었다.
콰드득.
용혈 사냥꾼의 끝이 벌어지며 이빨이 돋아났다. 수십 마리의 용이 휘감겨 있는 모습은 한 마리의 악귀(惡鬼)가 되며 마룡의 검붉은 마기를 씹어 먹었다.
콰드득. 콰드득.
용혈 사냥꾼의 기이한 힘은 마룡의 접근을 막았다. 그들 또한 공간을 찢고 대기를 폭파하며 다가오려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한성은 역행 마법도 쓰지 않았다.
오로지 이 용혈 사냥꾼에게 모든 걸 건다. 한성의 막대한 마력, 신격, 존재력, 모든 능력치까지.
용혈 사냥꾼의 쩍 벌어진 입은 더욱 커졌다. 사람 머리만 했던 입은 자동차를 씹어 삼킬 만큼 커졌고 그것으로 마룡의 검붉은 마기를 모조리 먹어 치웠다.
꺼- 억.
이상하게 더러운 소리와 함께 용혈 사냥꾼의 의지가 들려왔다.
업적 무기는 제작자의 성향을 많이 닮곤 한다.
특히, 확실한 성향이 있을 경우엔 더더욱.
지금 용혈 사냥꾼은 한성보다 강한 상태다.
원래 한성보다 더 높은 등급의 업적 무기인데 한성이 자신이 지닌 모든 힘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혈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 상대적 강함은 배로 커진다.
크아아아악.
용혈 사냥꾼이 입을 더욱 크게 벌렸다.
이젠 마룡 한 마리를 통째로 삼키겠다는 의지였다.
한없이 강해 보였던 마룡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모든 생명체의 최상위 포식자인 용혈이다. 그런 용혈은 시선만으로 피식자를 도망치게 하고 울음으로 몸을 굳게 하는 ‘피어’가 있다.
이런 건 상상도 못 해봤을 거다.
포식자였던 자신이 피식자가 되는 경험.
다른 존재의 피어에 몸이 굳는 경험.
아니, 있긴 하다.
용혈에게도 천적은 있으니까. 아주 극소수이며 현재는 찾아볼 수도 없는 종족 몇. 하지만 혼돈 안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의 이명은 [포식자].
그 배신자라 불리는 ‘마룡’과 몇 명의 ‘인간’과 함께 다니는 [포식자].
그의 진명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마룡들이 느끼는 것은 마치 그 [포식자]를 눈앞에 둔, 본능 깊숙한 곳에서 뿜어지는 공포 그 자체였다.
문제는 왜 이 완드에서 그와 비슷한 포식자의 느낌이 드냐는 거다.
“이걸 더 먹어라.”
한성은 업적 하나를 발현했다.
아마 지금 용혈 사냥꾼에게 가장 필요한 업적일 거다.
크그그그극.
그 업적이 용혈 사냥꾼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용혈 사냥꾼의 입은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커졌다.
동시에, 마룡 한 마리를 통째로 삼켰다.
강대한 ‘마룡’이라고 볼 수 없는 어이없는 최후였다.
크어어억.
다시 한 번 더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용혈 사냥꾼이 이상한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한성은 용혈 사냥꾼에게 물었다.
“저걸 다 먹어 치워봐. 그럼 너에게 열광할 거다.”
한성의 말에 용혈 사냥꾼이 입을 더욱 크게 벌렸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다는 듯 말이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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