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39
한성은 멀리 골든 에시앙의 건물을 바라봤다. 곧게 뻗은 마천루(摩天樓)는 권력, 금력, 무력의 정점을 과시하며 LA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의 반쯤은 방벽에 가려져 있었다.
한성이 길이현에게 말했다.
“참, LA는 빈부격차가 엄청나요. 꼭 영화에서나 나오던 고담 시티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헝거 게임 영화 보셨어요? 전 그게 생각나더라구요.”
“그거 알죠. 전 책까지 봤습니다.”
맞다. 그게 더 잘 맞겠다.
LA는 마치 헝거 게임의 도시를 닮아 있었다. LA 동쪽으로 최상위 계층의 방벽을 두른 도시가 있었고 주변으로 일반 도시를 지나 외곽으로는 판자촌이 형성되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길이현도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최강국 중 하나라는 미국이라도 크툴루 신화가 내려온 이상 도시 일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마저도 안 했다면 미국의 51개 주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을 테니까.
방벽 안으로 도시를 운영하는 중요 인물을 보호하고 기본적인 도시 기반 시설을 넣는다. 다른 도시와 연결되는 워프 게이트는 물론이고 종합 병원과 무기고 등을 말이다.
그곳은 철저하게 무너지지 않게 막아야 주변이 무너지더라도 금방 재건할 수 있으니까.
“그건 알죠. 그런데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네요.”
“다른 나라보다 상황이 괜찮은 편이에요. 그래도.”
그런 공격과 방어가 계속되면서 고통스러운 건 방벽 밖의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그런다. 그래도 그 덕분에 살아있는 거 아니냐. 이런 전략이 아니었으면 이미 LA는 없었다.
“더 문제인 거는, 그들의 사치죠.”
LA는 그런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다.
방벽 안의 사람들은 수천 달러의 식사를 하고 수만 달러의 차를 가지며 수백만 달러의 집을 소유한다.
모두 전쟁에서 살아남으며 LA를 유지한 보상이라고 한다지만, 실상은 방벽 밖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착취하면서 벌어들인 거다.
심지어 한성이 도착한 곳도 중심 도시를 벗어난 곳이었다.
월드 리그의 게임이라지만, 중심 도시에 저런 거대한 경기장을 지을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은 몇 년 서울 상공의 상흔(傷痕)이 생겼을 때에 비하면 평화로운 시대다. 일반 도시도 중심 도시의 모습을 조금씩은 따라가고 있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방벽 앞에 도착했다.
방벽은 높고 단단했다.
마치 검은 땅의 방벽을 보는 듯했다. 그래도 검은 땅처럼 완전히 막혀 있는 건 아니었다. 옆으로 작은 문이 열려 있었고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오가는 게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신분을 확인하겠습니다.”
“제현 그룹의 길이현 대표라고 해요.”
길이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블랙 카드를 꺼냈다.
노블레스 계급을 증명하는 신분 카드다.
“앗, 죄송합니다. 신분 확인을 진행하겠습니다.”
블랙 카드를 보자마자 대우가 달라진다. 아까는 대충 확인만 하겠다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굽신거리며 어떻게든 잘 보이겠다는 마음이 보일 정도였다.
“확인되었습니다. 기분 좋은 방문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 뒤에 분도 신분증은 확인해야 합니다.”
이 도시는 신분을 철저하게 검사한다.
도시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이들에게 따로 신분증을 지급하고 외부 사람은 최상위 계급이 아닌 이상 쉽게는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한성이 누구인가.
“여기 있습니다.”
레벨 8의 영웅 신분증. 거기에 옆에 새겨진 별의 개수는 단순히 협회에서 확인하고 그려주는 게 아니다. 하나의 시스템이며 위조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아아, 레벨 8의 영웅님이시군요! 저희 LA 중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렇게 문이 열렸다.
한성은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둘의 아이와 한 여성이 안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들여보내 달라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은 당연히 안 된다고 뿌리쳤다.
“가시죠. 한성님.”
“네, 가죠.”
한성은 성인군자가 아니다.
이곳은 이곳만의 규칙이 있는 법. 게다가 당장 밖에서 몬스터가 달려들어 목숨이 위험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도울 필요는 없었다.
한성과 길이현은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 우리 LA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화려함이었다. 허공에서 한성과 길이현을 따라오며 LA를 소개하는 홀로그램. 최신 마력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하늘 위의 도로로 오가는 모습.
골든 에시앙과 여러 대기업의 높은 건물들.
한 마디로 LA의 모든 부와 권력이 모인 곳이었다.
“끝내주네.”
당연히 그 말에는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한성은 전 회 차에서도 LA를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다. 하긴, 52년을 플레이하면서 어딜 안 갔을까.
하여튼 이곳은 굉장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화려한 모습 뒷면엔 수많은 이들의 죽음과 고통이 있었으니까.
“다 왔습니다.”
골든 에시앙.
아주 오랜만이다.
* * *
한성은 5인의 심사위원 앞에 앉았다.
이렇게 남들의 심사를 받기 위해 앉아 대기하는 것은 전 회차에서도 아주 오래전이었다.
한성은 일단 [노블레스] 신분에 심사 신청을 했다.
가장 왼쪽의 백발의 노년의 여성이 입을 열었다.
“재산 규모 43조 원 규모. 제현 그룹의 지배 지분, 검은 땅의 31번 구역, 북극의 장영실 기지의 기반 시설이 대표적인 재산과 세력이군요.”
이 할머니. 아니, 여성은 71세로 미국의 모든 철강 산업과 세계에서 꼽히는 PMC를 지니고 있었으며 10선에서 2명을 영입하여 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라엘 카네기.
골든 에시앙의 창립자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건 또 대단하군. 미국 20개 주에 대단위 투자를 하며 주(州) 채권이 6조 원에 달하며 일본과 중국 폭락에 투자하여 수십 배의 이득을 봤다. 그로 인해 유럽의 해체와······. 흐음. 이제 20살인 거 맞죠?”
아직, 세계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일어났다. 헤일렌은 이처럼 한성의 조언에 투자를 진행했고 그것은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네, 맞죠.”
라엘 카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성의 재산 목록을 훑으며 입술을 핥았다.
한성은 그녀의 표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카네기 가문의 끝없는 욕심은 그녀와 만나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31번 구역에서 생산되는 블랙 키리윰을 미국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공급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을 카네기가 모를 리 없다.
“확실히 아직 미국에 들어오는 물량이 많진 않죠.”
“정제 기술력을 지닌 업체로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라엘 카네기는 한성을 슬쩍 보곤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상황에 나머지 4인의 심사위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대놓고 뇌물을 주고받는 현장.
이곳은 원래 그렇다.
평범한 플레이어가 이곳에 오면 이렇게 대놓고 뇌물을 줄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게 공략법이다. 물론, 그럴 만한 재산이 있어야겠지만.
그때, 옆에 있던 데이비드 록펠러가 입을 열었다.
“거기에 제현 그룹을 통해서 서울에 차세대 발전 시설을 지었군요.”
“그거까지 아시네요.”
한성은 알고 있었지만,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상급 마력석을 이용한 핵분열. 그 핵분열과 연결된 마석으로 핵융합을 하며 하나의 순환 원자로를 만들었다라······.”
미국의 석유왕이라 불리는 록펠러 가의 사람이다.
그는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이번에 미국에도 하나 설치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성은 간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록펠러 또한 만족스럽게 웃었다.
한성은 하나 하나에게 모두 뇌물을 제안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고 한성이 원하는 [노블레스]라는 신분 정도는 충분히 주고도 남을 정도였다.
‘오리지널까지는 힘들겠지.’
물론, 그딴 걸 주지 않아도 [노블레스] 정도는 쉽게 받는다. 하지만 약간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 그 정도는 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방금 전 한 가지 파동을 느끼곤 생각을 바꿨다.
“저는 오리지널 노블레스를 원합니다.”
올해 안에 [언터쳐블]을 얻기 위해선 지금 여기서 [오리지널 노블레스] 정도는 얻어야 한다.
라엘 카네기가 인상을 찌푸리고 한성에게 말했다.
“이한성 영웅. 이곳은 노블레스 신분을 심사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지금 오리지널을 원한다고 해도······.”
키잉-
작은 힘의 파동.
일반적인 마력과 이능의 파동이 아니기에 한성이 아니고는 아무도 느끼지 못했을 거다.
“자격이 부족합니까?”
“자격이라. 그걸 심사하는 게 저희지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예의 없이 군다면, 저희가 좋게 볼지도 모르겠네요.”
뇌물을 원하고 예의를 따진다.
여긴 이런 곳이다.
‘내가 널 거부하면 넌 합격 못 해!’
기득권은 자신의 기득권이 침해당하는 걸 참지 못한다. 다른 경쟁자가 올라오는 것은 다 같이 힘을 합해 철저히 짓밟는 거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면서 서로 결속된다.
서로 질시하고 질투하며 견제하지만, 공동의 적이 등장하면 이렇게 하나가 되는 거다.
번쩍.
멀리서 강렬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은 골든 에시앙 건물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에선 LA의 모든 곳이 다 보인다.
심사위원 5명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밖에서 그들을 지키는 영웅과 용병이 들어왔다.
한성은 태연하게 앉아서 입을 열었다.
“아마 올드 원이 움직인 걸 겁니다.”
“오, 올드 원?”
계속 품위 있게 앉아있던 라엘 카네기가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네, 본 적 없으십니까?”
없을 리가 없다.
당상 마이크로 딘의 엘 로사가 한성에게 요청한 올드 원 퇴치는 괜히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미국의 영웅이 LA의 올드 원을 없애기 위해 움직였을 때, 올드 원은 조용히 눈만 살짝 떴을 뿐이다. 그런데 직경 수 킬로미터의 생명체가 소멸했고 영웅도 수 초를 버티지 못했다.
아무리 레벨 8 정도의 신격으로 측정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가진 무력은 상상 이상으로 비정상적인 힘이다.
쿠그그긍.
가느다란 진동은 점점 커졌고 건물 밖으로 보이는 것은 하얀 막이 방벽을 감싸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가 마법에 일가견이 있는데, 이건 이 중심 도시를 격리하는 것 같군요.”
“격리를 한다고?”
“아마도요?”
그들은 모두 창에 붙어 멀리 떨어져 있는 올드 원과 도심을 감싸는 하얀 막을 지켜봤다. 올드 원은 점점 이쪽으로 다가왔고 하얀 막은 점점 커졌다.
한서의 말대로 이 도시를 감싸고 싶었다.
‘이제 슬슬 적응된 느낌이야.’
예전엔 이런 [긴급 퀘스트]가 발동되면 전전긍긍하며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가만히 받아들일 정도로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런 일은 항상 있었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지만, 잘 해결만 한다면 한성에게 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움직인다.
지금도 그렇다.
올드 원은 이 도시에 있는 [마력 핵융합 발전 시설]을 원한다. 거대한 에너지원은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올드 원을 유지할 힘이 되니까.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이 도시를 고립시키고 하나씩 마력을 쪽쪽 흡입하기 시작할 거다.
“이 안에 있으면 위험하죠. 지금 저 올드 원은 이 도시에서 뿜어지는 마력을 원하는데······ 그건 사람하고 발전기랑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빨아들일 것이기 때문이죠.”
한성이 말이 진행될 때마다 최상층에 모인 이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직원과 길이현까지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저라도 이곳에서 빠져나가긴 쉽지 않아요. 다른 영웅은 레벨 8이라도 이곳을 못 빠져나갈 걸요? 아, 물론, 워프 게이트도 작동 안 됩니다.”
올드 원은 그런 존재다.
막상 칼 하나 찔러 넣으면 그냥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다. 마력도 아니고 이능도 아닌 괴상한 그들만의 능력으로 말도 안 되는 규모의 현상을 벌이곤 하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파훼법을 모르면 그냥 다 몰살이라는 것이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도심 안쪽에 있던 영웅들이 하얀 막을 벗기기 위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얀 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건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LA의 중심 도시라도 빠르게 대처를 시작한 듯 보였지만, 올드 원의 능력은 아무도 뚫을 수 없었다.
“······이한성 영웅.”
라엘 카네기가 한성을 바라봤다.
“네? 무슨 일이시죠?”
“원하는 게 뭔가요.”
한성은 씨익 웃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이게 바로 진정한 행운 만렙이다.
엘 로사의 의뢰도 안수하고 이 골든 에시앙 심사위원에게 원하는 것도 받으면서 LA의 존속을 두고 컨텐츠도 하나 찍고.
저 멀리서 지켜보는······ ‘피터’라는 사상 최악의 악역에게도 한 방 먹여주고 말이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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