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75
이 판을 짠 누군가가 있을 않을까.
[세상의 끝]이라는 것으로 이 세계에 적응할 기회를 주고, 기회를 열어 수많은 이 세계에 떨어뜨려 놓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힘을 소유하게 해 준다.
단순히 이렇게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누군가의 유희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누군가 목적이 있어서 이 판을 벌인 거라고 해야 맞을까.
목적이다.
왜, 무엇 때문에.
계획이었을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걸까.
누군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게 더 말이 되지 않을까.
쿠우우우웅.
한나의 망치가 이한성의 실드를 부쉈다.
한성은 공간을 접어 한나의 뒤로 이동해 검을 휘둘렀다. 한나는 깊이 숙여 피하며 망치를 다시 휘둘렀다.
콰아앙!
한성은 웃으며 마법을 사용했다.
수십 개의 마법진이 이한나의 혼을 쏙 빼놓는다.
토르의 묠니르는 아니었다. 아직 그녀의 수준에서 진품을 갖는 것은 이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보물] 정도의 물건.
한나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성이 딴 생각하는 것을 중간중간에 이렇게 막을 정도는 된다.
‘빨리 끝내는 게 좋겠네.’
한나는 즐거워 보였지만, 문득 진훈과 마계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 세계의 시간은 멈췄을까.
아니면 흘러가고 있을까.
게임이었을 때야 접속을 끊으면 시간이 멈춘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만약, 한성이 가미긴과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축제가 시작된 지 이미 5일 째다.
무언가 일이 났어도 났을 거 같다.
“이만 끝내지.”
한성은 조용히 말하며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을 생성했다. 누군가는 수개월 동안 설계하고 수 시간 동안 집중해야 하는 일을 한성은 손가락 하나로 이룬다.
이게 ‘마법 대부’라 불리는 플레이어의 수준이다.
한나는 한 번 막아보겠다는 것인지, 망치에 모든 기운을 담기 시작했다.
콰지지지.
하얗게 빛나는 번개가 휘몰아친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을 태우고 공간마저 일그러뜨린다. 비천한 신격에 다다른 토르의 후예가 지닌 힘이다.
그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거대한 창, 신을 찌른 창.
롱기누스.
한성이 만든 [롱기누스]라는 대인 사살 마법이다.
일부러 타깃 지정과 속박 같은 건 빼놨다.
어차피 시합이라 죽어도 아무런 패널티 없이 살아나겠지만, 괜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훙. 훙. 훙.
한나는 기운을 담은 망치를 빠르게 돌렸다.
그리고 한성을 바라보며 슬쩍 웃고는 뛰어올랐다.
콰직.
그녀가 밟은 대리석이 무너지며 그녀의 신형은 쏘아졌다.
찰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신을 찌른 창과 한나의 망치가 부딪쳤다.
키이이잉.
콰아아아앙!
콜로세움이 하얗게 반전됐다.
모두가 볼 수 없었지만, 한성은 보였다.
한나의 망치가 깨지는 동시에 롱기누스도 깨졌다. 두 신화급 힘이 깨지면서 발생한 힘은 서로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냈다.
두 기운이 허공에서 섞이기 시작하더니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폭발. 아니, 융합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빨려 들어가는 지점이 허공이 아닌 한나의 몸이었다.
한성은 급하게 자세를 낮췄다.
그녀를 구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었다.
죽으면 정말 괜찮을까?
콜로세움의 ‘룰’엔 아무런 패널티가 없다고 한다. 몇몇 플레이어도 대전에서 죽고 멀쩡하게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이번 온리 원 축제는 모든 플레이어가 처음 경험한다.
축제가 끝나고 진행하던 세상으로 갈 수 있을지.
그것을 확신할 수 없다.
한성이 발에 힘을 주고 뛰어오르려던 순간, 한나가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웅크렸다가 쫙 폈다. 그러자 그곳에 모인 모든 힘이 한나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성은 발에 힘을 풀었다.
‘격이 올라갔네.’
온전한 신격에 닿았다는 거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게임에서도 이런 기연은 가끔 온다. 플레이어와 상성이 좋은 과도한 에너지는 수많은 우연 요소에 의해 순수한 ‘격’이 되기도 한다.
예전의 한성이었다면 몰랐겠지만, 모든 힘의 근원인 [초끈]을 깨달은 다음이었기에 에너지가 격으로 변하는 장면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마력.
그 마력과 격은 근본이 같다.
서로 이동 가능하고 변형할 수 있으며 하나의 열, 빛, 어둠, 속성 등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강력이나 약력처럼 질량의 에너지화가 가능한 것이고 전자기력은 격과 비슷한 성질을 지니기도 한다.
그 ‘격’이란.
신이 인간에게 가한 제약.
인간의 한계.
보이지 않는 신분의 벽.
그럼 이 시스템은?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격’보다 훨씬 단단하고 위에 있다는 것만 빼면.
한성은 손을 뻗었다.
무언가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감각 때문이었다.
“오빠?”
한성은 눈을 떴다.
뭔가 단서를 잡았다. 조금만 더 고민하고 따라간다면 무언가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나는 패배를 시인했고, 한성은 승리했다.
우승자는 한성이었다.
– [온리 원]이 결정되었습니다!
– 플레이어 이한성!
– 우승자에게 [초월 신화] : [온리 원]이 주어집니다!
– 당신은 무력으로 모든 세계의 플레이어 위에 섰습니다. 당신은 무수히 많은 복제된 세계 속에서 모든 걸 끝낼 자격을 갖습니다.
– 당신의 이명은 [종천의 구도자]
– 초월 신화 [온리 원]이 [종천의 구도자]에 반응합니다!
–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운]이 발동합니다!
– 천운(天運)조차도 벗어나는 당신의 [운]이 [신화]에 기록됩니다.
– 과거의 잔상 : 99%
– 당신의 과거가 완전히 밝혀집니다. 당신의 과거는 현재의 당신과 같습니다. 오래전 잊혔던 당신의 이름뿐인 ‘업적’이 힘을 되찾습니다.
– 과거의 잔상 : 100%
– 당신의 모든 힘이 돌아왔습니다.
– 당신의 [초월 신화]가 하나의 무리를 이룹니다!
– [신화 무리]가 당신의 격을 끌어 올립니다.
– [마법의 왕]이자 [마법 대부]였던 당신의 과거의 이명이 [종천의 구도자]라는 이명과 합해집니다. 또한, 당신의 [초월 신화] 10개가 [신화 무리]를 이루며 [위대한 신격]으로 승급합니다.
– 당신의 이명은······ [유일한 세계의 영웅]입니다.
이한성은 우승 후에 올라오는 시스템 음성에 생각이 많아졌다.
한성과 한나가 콜로세움을 나왔을 때, 수십 명에 이르는 엑스트라 몇 명이 나와 이한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한성이 나설 필요도 없이 이한나는 그 모두를 쓸어 버렸다.
이계인 치안대원이 나오기도 전에 말이다.
“이놈들은 뭐지?”
한성이 물었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공격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원한이라도 있나? 아니면 죽이면 뭘 얻는 걸까.
“저도 모르겠네요.”
“그래? 혹시 원한 산 적 있어?”
“그런 거······, 있나?”
모두 비천한 신격에도 다다르지 못한 놈들이다. 결승전을 보고도 이런 습격을 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한성은 당연히 이한나에게 원한이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 그녀를 향해 달려들다가 한 번에 쓸려 버렸으니까.
그때였다.
바닥에 쓰러진 플레이어 중 몇 명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작동시켰다.
탁. 탁.
콰아아아앙!
그것은 폭탄이었다. 이계의 도시에서나 살 수 있는 이계의 물품. 마법도 아닌 특별한 이능으로 만들어졌기에 폭발을 막기 힘들다.
게다가 폭발 자체에 마력을 얼려버리는 특이한 효과 때문에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무언가를 잡기에 적당한 물건이다. 게다가 비천한 신격까지 마력을 얼려 버릴 수 있다.
당연히 무지하게 비싸다.
그래서 단순히 사냥이나 일반적인 목적을 위해서 쓰진 않는다.
푸른 빛의 폭발은 한나와 한성을 감싸 안았다. 한나는 한성에게 몸을 날려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제 막 온전한 신격이 되었지만, 아직 불완전하다.
한나의 마력은 얼어버렸고 이능으로 몸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 폭탄을 사용한 건 한 놈이 아니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주변에서 몇 개가 더 터졌다.
이한나는 이를 악물었다.
“괜찮아.”
한성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한나의 어깨를 짚으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손을 따라 푸른 빛무리가 소용돌이치며 한쪽으로 쏠렸다.
한나는 폭발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어, 어떻게?”
“온전한 신격이면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한성은 파란 빛무리를 저만치 날려 보낸 다음, 손을 툭툭 털었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봤다.
이 폭탄을 사용했다는 것은 추가 인원이 있을 거란 뜻이니까. 폭탄이 듣지 않았다고 해도 그냥 기습을 무르고 도망갈까?
하나에 5만 DP나 하는 고가의 폭탄을 이렇게 써놓고 말이다.
“아니, 진짜 도망가?”
한성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미리 감지하고 있던 네 개의 기척이 조용히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도 뒤늦게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파지직 거리는 번개를 일으키며 물었다.
“가서 잡을까요?”
“그럴 필요 없어.”
한성은 공간을 끝없이 늘리며 시간의 흐름을 늦췄다. 한성을 제외한 모든 것들은 정지에 가까울 정도로. 그리곤 공간을 접어 이동했다.
“여기 한 마리.”
비천한 신격에 오른 플레이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손에 들린 걸 보면 꼼꼼하게도 준비한 모양이다.
[워프 포탈], [마력 동결 폭탄], [희생 주문서], [긴급 탈출 킷]. 외에도 다양한 기습 및 탈출 아이템을 장신구, 양손, 겉옷에까지 줄줄이 달고 있었다.
그의 뒷목을 잡으니 눈동자가 한성을 따라 움직인다.
시공간에 간섭이 가능한 것은 비천한 신격부터다. 시공간 관련 이능을 극한으로 익히지 않는 한 말이다. 이 네 명 중에서 시공간 이능이 메인인 사람도 없었다.
“가만히 있어, 괜히 반항하다 의미 없이 죽지 말고.”
플레이어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까지 슬로우 모션으로 하나하나 다 보인다.
한성은 설렁설렁 움직였다.
하나 잡아다 한나 앞으로 가져다 놓고, 하나 잡아다 보이는 아이템 수거 해서 한나 앞으로 가져다 놓고.
보니까 돈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모양이다.
물론, 한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이 수준으로 한 번 기습하려고 이 정도 준비할 정도면 보통 많은 것으론 안 된다.
‘아마 기업이 관여했겠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성은 네 명. 그리고 멀리서 이곳을 지켜보던 한 명까지 모두 데리고 온 후에 시간을 되돌렸다.
“엇!”
한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렀다.
분명, 아주 짧은 찰나.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봤다. 원래라면 몰랐겠지만, 온전한 신격에 올랐기에 한성의 움직임과 세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어, 어떻게······.”
“시간 조절이지 뭐.”
한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후, 제압해 놓은 다섯 명을 향해 삿대질했다. 한나의 경악 어린 얼굴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반응은 하도 많이 봐서 아무렇지도 않다.
“누군지 알아보겠어?”
“······LGI 이종현 대표의 사람들입니다.”
“아, LGI. 전자 제품으로 유명한 기업이잖아. 이젠 여기까지 손을 뻗은 거야?”
“요즘은 어떤 기업이든 돈만 있으면 이쪽에 투자합니다. 안 하는 기업을 찾기가 더 힘들죠.”
“LGI, LGI. 기억해 둬야겠어. 아, 이 축제가 끝나려면 하루가 남았지? 이 사람들은 지금 여기서 죽으면 끝일 테고. 그러니까 현실로 나가서 다시는 못 들어온다는 거잖아.”
“그렇죠.”
“LGI 소속 플레이어들 다 알아볼 수 있어?”
“아니요. 이진성 실장이라고, 이 사람 아니었으면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균열에 들어가기 전까지 플레이어의 정체는 최대한 감추거든요.”
“그래?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저도 삼송 기업 소속이라, 그 정도 정보통은 있습니다. 뭐, 이진성 실장의 얼굴이 확실한 증거였고요.”
한나의 말에 한성은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하루 남았다.
하루 일찍 돌아간다고 뭐가 크게 변할까? 그보다 이 LGI를 털어먹는 게 훨씬 나을 거다. 생각보다 돈도 많아 보이고 LGI 하는 꼴을 보니, 미리 싹을 잘라둬서 나쁜 건 없어 보였다.
‘밖을 나가서도 장애물이 될 것 같고.’
시간을 많이 쓸 필요도 없다.
그냥 쳐들어가서 하나씩 부수고 죽이면서 탈탈 털면 되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새로운 이명이 정해진 뒤로 복잡해 죽겠는데.”
새로운 이명 [유일한 세계의 영웅].
그것은 단순히 이름뿐인 이명이 아니었다. 한성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피며 아까 읽었던 문구를 떠올렸다.
– 태초의 신은 끔찍한 멸망에 사라져버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과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단 하나의 세상이 남을 때까지 신은 무너진 세계는 버려질 것입니다.
– [유일한 세계의 영웅]인 당신만이 이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단, 하나의 세상을 선택하십시오.
뭘 선택하란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선택하란 말인가.
알 수 없는 그 문구는 한성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그 누구도 한성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이곳의 있는 다른 플레이어 수준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 한성은 스스로 이 세계의 끝을 봐야 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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