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38
세르게이는 오랜만에 마력 훈련장을 찾았다.
“넌 왜 자꾸 쫓아오는 거야?”
“나, 나도 훈련할 거거든!”
요즘 세르게이는 항상 근처에 붙어있는 나디아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왜 그런 지 모를 리가 없다. 가는 곳마다 작은 머리를 이곳저곳 돌리면서 누군가를 찾는 게 보이니까.
“나만 쫓아다니지 말고, 한성을 찾아가든지!”
“그런 거 아니거든!”
아무리 말해도 모른 척한다.
뻔히 보이는걸.
사실 검술 훈련만 하다가 마력 훈련장에 온 이유는 나디아가 쫓아온다는 것에 증거를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증거를 잡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나디아인데, 한성은 어떻게 이런 여자를 한 번에 제압했을까.
검술, 마법, 이능.
세르게이는 그것보다 나디아를 다루는 한성이 더 신기했다.
그때였다.
쿠우우웅.
바닥이 흔들렸다.
굉음과 함께 퍼진 거대한 마력의 폭풍. 분명 앞의 마력 훈련장에서 나온 게 맞다. 그런데 이건 도를 넘어선 마력이다.
훈련이라기보단 검은 땅에서나 일어난다는 [마력 폭풍] 정도의 충격이었다.
“뭐, 뭐지?”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세르게이는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이곳이 맞았다.
훈련장에는 누가 입장했는지 명단이 적혀 있다.
“이한성······?”
“꺄악! 이한성? 위험한 거 아니야?”
침착한 세르게이와는 다르게 나디아는 깜짝 놀라며 훈련장으로 들어가려 했다.
쿠우웅.
쿠우우웅.
다시 한 번 거대한 충격.
하지만 세르게이가 나디아를 붙잡았다.
급한 건 알겠는데, 이름을 보면 멀쩡한 것으로 나온다. 이 정도 마력의 충격이면 사용자 생체 감지 시스템이 고장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한성을 믿었다.
“침착해. 나디아.”
이 마력 훈련장은 S등급의 영웅이 아무리 난리 쳐도 안쪽에서는 부술 수 없다.
그 정도로 안정적이라는 거다. 그 증거로 이런 충격을 주는 마력의 폭풍에도 진동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멀쩡하지 않은가.
그렇게 1분 정도가 지났다.
나디아는 초조해했지만, 세르게이는 이걸 방해하면 안 된다는 본능이 먼저였다.
“진정된 것 같아. 들어가 볼까?”
“······알겠어.”
세르게이는 살며시 문을 열었다.
훅.
열린 문틈으로 어마어마한 농도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컥.”
그것만으로 세르게이와 나디아는 숨을 들이켠 상태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살갗은 오소소 닭살이 돋아나고 머리털은 삐쭉 선다.
강렬한 감각에 겨우 눈을 뜨자.
그곳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당장이라도 무릎 꿇어야 할 것만 같은 위엄을 보여주는 거대한 백색 드래곤이 목을 부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옆엔 키가 큰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듯, 출렁거리는 마력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그녀의 패도적인 기세는 세르게이조차도 뒷걸음 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중앙엔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아무런 행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왼쪽의 드래곤. 오른쪽의 여성.
둘을 완벽하게 아래에 두고 있었다.
세르게이는 며칠 전에 봤던 장면이 생각났다.
한 명의 도살자와 한 명의 패왕.
‘안혜림과 이한성······.’
그때와 똑같았다.
한성은 잔잔했지만 거대했고, 조용했지만 깊었다. 그 어떤 심연보다 깊었기에 누구든 품으로 거둘 수 있는 사람. 그는 세르게이가 본 어떤 사람 중에서도 가장 패왕(霸王)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털썩.
옆에서 난 소리였다.
나디아는 한성의 압도적인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어이?”
어느새 한성은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거대했던 드래곤도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말이다.
“여기서 뭐 해? 얜 왜 이러고 있고.”
한성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정작 묻고 싶은 건 세르게이였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냐고.
“난 마력 컨트롤 훈련하고 있었지.”
“······그게 마력 컨트롤?”
“뭐, 나름.”
한성은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나디아는 다리에 힘이 풀렸던 게 부끄러운지 빠르게 일어나며 한성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고개는 딴 곳을 보고 있는데, 얼마나 어색한지.
보는 사람이 다 창피할 지경이다.
한성이 입을 열었다.
“아, 여긴 내 보조 인공지능······ 지금은 구울 육체를 하나 얻어서 훈련하고 있었지.”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제 AI도 구울 육체 하나 얻어줘야 하는데, 좋은 구울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세르게이는 웃으며 인사했다.
AI와 구울. 비슷하지만 다른 개체.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똑같다.
인공지능, 인공육체. 결국, 인간의 노예이고 인간의 피조물일 뿐. 세르게이처럼 진심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는 내······ 딸.”
한성이 하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르게이는 튜브를 봐서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도 알아들을 거다.
“아, 안녕?”
“크앙?”
세르게이는 하얀이의 갸웃거림에 깜짝 놀란다. 방금까지만 해도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뿜었던 ‘거대한’ 드래곤이다. 지금은 한없이 귀엽고 ‘작은’ 모습이지만, 편하게 대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나디아.”
“으, 응?”
“인사 안 할 거야?”
“······?”
갑작스러운 한성의 물음에 나디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머뭇거렸다.
“뭐, 일단 우리는 들어간다.”
한 번 물어봤는데, 대답 안 하면 끝인 거다.
한성은 그대로 등을 돌렸다.
뒤에서 나디아가 뭐라 하려는 것 같았지만, 한성은 미련 없이 하얀이와 헤일렌을 데리고 마력 훈련장을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성은 이 모두를 최대한 끌고 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어색하지만, 꼭 필요했다.
* * *
기숙사로 돌아온 한성은 샤워를 마치고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크아앙.”
한성과 같이 샤워를 마친 하얀이도 한성의 품으로 들어오며 하품을 했다. 헤일렌은 마치 기계처럼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문제는 방이 꽤 넓어서 안방에도 소파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이것대로 굉장히 어색하네.”
“전 괜찮습니다. 어차피 잠시 쉬면서 육체와의 동화 안정화에 신경 쓰고 있는 것뿐이니까요.”
“······혹시 꼭 앉아 있어야 하는 거니?”
“그건 아닙니다만.”
“이불 깔아줄게, 누워서 해. 그렇게 앉아 있으면 굉장히 무섭거든?”
밤에 화장실 가다가 마주치기라도 하면 진짜 심장 떨어질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아직 헤일렌의 말투는 딱딱하다.
하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 상당히 달라질 거다. 감정이라는 걸 가지게 되고, 하나의 인격이 만들어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하니까.
한성은 생각했다.
‘다 좋은데, 나처럼만 안 되면 좋겠는데.’
아무리 관종도, 같은 관종은 불편한 법이다.
한성은 하얀이를 끌어안았다. 이미 잠이 들었는지 꼬리가 늘어지고 턱이 살짝 벌어진다. 장난스럽게 발을 만지자, 경련이 난 것처럼 움찔 떤다.
“흐흐. 귀여워.”
한성은 그렇게 말하고 튜브를 확인했다.
벌써 구독자가 10만을 돌파했다.
한성은 하얀이가 등장한 [오우거 레이드 수업] 영상을 이후로, 몇 개의 영상을 더 업로드 했다.
첫 번째.
– 밥 아조씨ㅋㅋㅋㅋㅋㅋㅋ 추억이다.
–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영환가?
– 아니, 저 결계를 저렇게? 뉴스에서 과장한 건 줄 알았는데 ㄷㄷ
– 나도 마법 쪽에 꽤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괴감 쩐다. 난 그냥 쩌리였어.
– 안녕하세요. [마법사 극장]이라는 MBB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메일을······.
결계 해체 영상은 테러 기간 동안 있었던 [대회의장]의 결계. 중간에 기숙사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차단 결계]를 편집해 놓은 거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한성은 컨셉을 제대로 정했다.
마법 실력에 한해서는 힘을 숨기거나 그러진 않을 거다.
어차피 바다에서 몇 바가지 퍼서 버린다고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것처럼, 한성의 마법 관련 지식은 한도 끝도 없이 나온다.
앞으로 몇 년은 문제없이 새로운 충격을 선사할 수 있다.
게다가 함정이기도 하다.
공개된 마법 실력을 100%라고 믿고. 아니, 60%라고 믿고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한성은 저만치 앞에 나아가 있을 테니까.
문제는 이능과 검술.
이 부분은 조금씩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검술이야 이능과 육체 능력에 따라 급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크게는 상관없다. 하지만 이능에 대한 걸 모두 공개하진 않을 거다.
‘적당하게 조절하면서.’
이번에 [공간 관여]가 있다는 걸 공개했으니, 그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긴 힘들 거다. 사실 여기서 한성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금도 일반적인 후보생이라 볼 수 없는 실력이니까.
한성은 다음 영상을 확인했다.
– 아. 심쿵각.
– 첫 생방송을 못 보다니ㅜㅜ
– 미쳤다. 뽀얗고 하얗고.
– 귀여워! 귀여우어어ㅓ!!
– 여윽시 드래고니안. 마법의 종족이다.
– 하, 저렇게 마법을 쉽게······ 난 20년 동안 뭐했지.
– 그것보다 한성 마법 실력 실화냐.
– 저걸 이렇게 쉽게 한다고?
역시 하얀이의 컨텐츠는 인기가 폭발하고 있었다. 생방송으로 조회수를 실컷 뽑아 먹었는데, 편집본은 말 그대로 미쳐가고 있었다.
영어, 일어, 중국어, 불어 등등.
수많은 언어의 댓글이 달렸고 조회수는 이미 100만이 넘어갔다.
“이제 슬슬 수익이 나오긴 할 텐데.”
여기서 나오는 돈이 딱히 필요한 건 아니지만, 기분이 묘하긴 했다. 처음 튜브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나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영상.
– 잉? 한성님 제현 그룹의 ‘명예 수석 연구원’이라고?
– 아니, 그것보다 [마력 속성 킷] 특허 소유자 실화?
└ 이 사람 초보네. 초기 영상 보고 오십시오.
└ 튜브에서 최초 공개했던 사람임ㅋㅋㅋ거의 인생이 튜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떡관종 미쳤다.
– 관종이 관심받을 생각에 행복해하는 모습.jpg
– ㅋㅋㅋㅋㅋㅋ와 근데 진심 상용화 되는 거?
– 진짜 인생이 튜브. 튜브가 인생이다ㅋㅋㅋㅋㅋㅋ
– 이 정도면 튜브 하려고 ‘후보생’ 된 거 인정?
└ 내가 봤을 때, 튜브 하려고 ‘영웅’ 하는 거.
└ 어 인정.
– 근데 이한성 왜 이렇게 잘생겨졌음?
– 이 정도면 성형 각?
└ 그건 아님. 이목구비가 변한 게 없음.
└ 인정. 피부만 변했는데 이상하게 잘 생겨 보임.
어그로는 대박이었다.
이 영상을 공개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1. 마력 충전석
2. 이한성
3. 이한성 튜브
4. 제현 그룹
5. 무기공학연구소
6. 명예 수석 연구원
7. 길이현 상무
8. 떡관종 이한성
9. 이한성 성형
이런 식이었다.
그것 덕분에 인지도 포인트는 쭉쭉 올라가는 상태였고 구독자는 하루에 1만. 오늘은 2만은 더 올라갈 것 같았다.
“나쁘지 않네.”
관종은 축복받은 유전자다.
거기에 매력까지 상승하는 중이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다.
한성은 졸음이 쏟아지는 걸 억지로 참았다.
이대로 잘 수는 없다.
이번 주에 있을 별과의 약속.
그리고 한구본과의 만남.
준비할 게 많았다.
게다가 이번 언더월드 경매에 ‘월드 리거’급의 구울이 나온다. 한구본은 거기로 한성을 불렀고 말이다. 분명 뭔가 ‘거래’를 해 올 가능성도 있었다.
한성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정보는 낱낱이 알고 있다.
아무리 강하고 대단한 세력을 지닌 사람이라도 약점은 있고 원하는 것도 있는 법. 한성은 한구본은 물론, 대부분의 캐릭터가 알 수 없는. 알아서도 안 되는 정보도 수없이 지니고 있다.
한성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한구본’, ‘한 별’, ‘경매’, ‘메인 물품’, ‘언더월드의 왕’······ 그리고 ‘검은 땅’까지.
작은 퍼즐의 조각들.
그리고 중심이 될 키(key)
“그들이 원하는 것.”
한성은 밤새 작업을 해야 했다.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작업에 몰두했다. 필요한 게 완성될 때까지.
* * *
주말이 되었다.
한성은 별을 만나서 언더월드로 들어왔다.
“경매장으로 가면 되지?”
“응. 그곳에 계실 거야.”
한성은 별말 없이 경매장으로 이동했다. 별은 옆에서 따라오는 중이었는데,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결국 말하지 못하고 경매장에 도착했다.
멀리 보인다.
경매장 중앙에 앉아 있는 [언더월드의 왕]
‘심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백발의 늙은 영웅.
한구본과 같은 [전설] 급의 격을 지니고, 전성기의 20년을 양산박에서 보냈던 인물. 수많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바득바득 기어 살아남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언더월드에서는 그를 [지옥에서 돌아온 자]라는 수식언으로 부르고 [언더월드의 왕]이라 추앙한다.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뿜으며 앉아 있는 한 사람.
‘한구본.’
정연의 가주와 언더월드의 왕은 접점이 거의 없다. 몇 번 전장에서 마주친 게 전부인 인연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적대시한다.
정연에서는 언더월드에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 하고, 언더월드는 외부의 영향력을 철저하게 막아왔으니까.
둘은 그러한 애매한 관계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의식한다. 한판 제대로 싸워보고 싶은데, 그러기엔 서로 지켜야 할 게 너무 많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호승심을 해결하곤 한다.
그중에 하나가 이런 경매다.
“먼저 가 있어. 금방 갈 테니까.”
한성이 별에게 그렇게 말하자 별은 움찔 떤다.
“걱정 마. 약속 어기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은. 그럼 이따 보자.”
별은 평소처럼. 차갑고 시크하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한성은 보인다.
초조해하는 별의 모습을.
마치 강철을 보는 듯, 항상 단단하고 강한 별이다. 그가 유일하게 약해질 때는 아버지의 앞이다. 그리고 한성이 별을 공략하기 위해서 가장 적절한 때이기도 하다.
한성은 경매 물품 하나를 출품하고, 별에게 가는 길.
경매가 시작되었다.
한성의 계획도 시작되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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