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81
한성이 이순자에게 원하는 것은 정확한 답이 아니었다.
그저 단서.
그리고 조금의 방심이었다.
이번 히든 퀘스트로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는 많이 바뀔 거다. 이런 경우는 튜브에도 많이 올라와 있다. 문제는 그게 모두 다른 내용으로 전개되었다는 것.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다. 이곳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이라는 것을. 그 죽음은 꼭 한성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함께한 친구들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
한성은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래선 안 된다.
한성은 긴장하기로 했다.
“죽이진 않을 거야.”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
이순자는 한성에게 완전히 제압되어 있었다.
단순히 무엇으로 묶었다는 게 아니다.
여기서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한성의 검이 그녀의 목을 벨 것이라는 것을 아는 거다. 한성의 기세를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고 그 기세는 주변을 점거했다.
이순자가 이곳에서 벗어날 틈은 없었다.
“오케이. 그럼 듣기만 해.”
“네?”
그녀가 답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다. 재미 교포인 그녀는 미국에서 온 요원이며 자백할 수 없게 제한이 걸려있고, 대답하는 순간 죽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대답은 꼭 말로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 왔지?”
“······!”
그래, 표정에 다 나온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뭐가 있나. 한성은 확인이 그녀를 흔들 질문만 하고 방심만 유도하면 된다.
“길리언은 네 동료였고.”
“······.”
그녀는 무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훈련받은 덕분인지, 표정 연기를 꽤 잘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을 줄 자신이 있었다.
“요원 코드명 S.”
“······!”
“길리언은 G였지.”
“······.”
“참 단순해. 이름에서 알파벳 하나 따 오는 거잖아.”
이순자는 놀라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려 하다가 표정을 드러냈다. 정보는 최대한 넘기지 않아야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한성이라는 후보생이 재미있다는 듯, 질문을 꺼내고 이순자가 놀라는 순간. 그는 여유롭게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지금이다.’
톡.
바닥에 무언가 떨어졌고.
번쩍- 콰아앙!
그곳에서 밝은 빛과 폭발이 일어났다.
이순자는 순식간에 마력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려 한성과 그녀 사이의 공간을 벌렸다. 강력한 열기가 발밑의 콘크리트를 녹여냈고 이순자가 생성한 마력 방어막을 녹이기 시작했다.
생각대로 강하다.
한성도 당황한 모양인지 뒤로 물러나며 마력을 퍼뜨리는 게 보였다. 하지만 이순자도 만만한 실력자가 아니다. 그녀는 모든 마력을 한순간에 분사했다.
그녀는 정신이 희미해지고 육체 일부가 부서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스스로를 밀어냈고, 한성이 어쩌지 못할 찰나에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사라진 자리엔 한성 혼자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젠장, 놓쳤잖아.”
한성은 그렇게 말하곤 속으로 5초를 셌다.
그러자 이순자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후우, 연기하기도 힘드네.”
마지막 ‘젠장, 놓쳤잖아.’는 시공간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거의 국어책을 읽는 기분이었으니까.
게다가 쓸데없는 질문을 하면서 놀리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약간의 경계심. 그리고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한성은 일부러 틈을 줬다.
그리고 그녀가 탈출을 시도하는 동시에, 추적 마법을 걸었고 말이다. 꽤 고난이도의 마법이었기에 들킬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탈출 시도 때문에 전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확실히 하려고 기척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정말 남의 탈출을 모른 척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좋아, 시작은 좋고.”
이제 그녀는 자신의 정부에 연락하고 그녀가 준비하는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찾아갈 거다.
조심스럽게 움직이겠지만, 그녀는 한성의 손바닥 안이었다.
한성은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어, 그래. 오랜만이지? 해야 할 일이 있겠어. 빨리 와주면 좋고. 매뉴얼은 몇 시간 안에 보내줄 테니까. 그곳이 급한 것도 알지, 검은 땅이야 항상 그렇잖아.”
한성은 그곳에서 연락을 마치고 번쩍 뛰어올랐다.
야경이 아름다웠지만, 그런 것에 취할 시간은 없었다.
* * *
시험은 시작되었다.
진훈과 일행은 아무도 먼저 시작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보고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기본적으로 장비는 훈련용으로 지급된다. 그 외에는 그 어떤 아티펙트도 사용할 수 없다. 아주 순수한 무력을 측정하기 위함이다.
정면에 홀로그램이 있었고 후보생의 결투를 모두 볼 수 있게 만들어뒀다.
마치 게임 같았다.
안에는 수많은 콜로세움이 세워져 있었고, 하나의 콜로세움에는 여러 개의 경기장이 있었다.
주변 길거리엔 NPC로 보이는 이들이 먹을 걸 팔고 있었다. 몇 번 결투를 끝낸 후보생은 길거리에 나와 군것질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뭐야, 이거. 거의 게임이잖아?”
“그러게, 그냥 놀 수 있으면 놀라는 건가.”
“시험인지, 게임인지.”
그래도 대부분 시험이라고 결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10번의 승부를 마치고 기준 승점을 얻은 이들이 보였다.
순위표에는 800점으로 표시되어 나타났다.
그게 최상위권이었고 아래로는 100점 단위로 줄어들기 시작해 300전이 최하위권으로 결정되었다. 그 상태로 서로 수준에 맞는 상대가 매치되기 시작한다.
“초반에 들어간 것도 상당히 괜찮네.”
기본 실력보다 상위에서 시작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진훈과 일행처럼 실력이 있다는 후보생은 일단 두고 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빠르게 시작한 순위권으로는 10위권 안이었던 채찍과 폭발을 사용하는 알렉스, 그리고 중력 이능을 사용하는 장쯔엔이 있었다.
800점으로 시작했는데, 10점에서 30점까지 얻으며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은 30위 밖에 있었다.
“새로 들어온 후보생들이 생각보다 강해.”
세르게이는 이창석의 검술이 떠올랐다.
진훈은 최이명이 떠오른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참다못한 얜 샤를과 안혜림이 일어났다.
“우린 먼저 들어간다.”
시험을 시작해 보겠다는 뜻이다. 슬슬 점수대가 나오고 있으니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둘은 원래 상위 순위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동안 성장한 그들은 후보생 수준이 아니다. 본인들도 그것을 아니,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 지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거다.
진훈과 세르게이도 일어났다.
“나도 간다.”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일행은 결국 모두 접속했다.
* * *
세르게이는 검을 뽑았다. 상대는 탱커형 전사. 검과 방패를 지니고 있었다.
– 매치가 성사되었습니다.
– 매치가 시작됩니다!
– 3, 2, 1. 시작!
따로 인사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허공에 시스템 문구가 올라오며, 정말 게임처럼 대련이 시작되었다.
상대는 세르게이가 검뿐이라는 것을 보곤 그대로 달려왔다. 잘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아마 신입생일 것 같았다. 기존 후보생이라면 세르게이를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상대는 세르게이와 닿기 직전 무슨 이능을 사용한 것인지, 순간적으로 방패와 검에서 무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한 것처럼 강한 기세가 폭발했다.
‘몰랐던 게 아니라, 자신 있었던 거군.’
세르게이는 피하지 않았다.
발을 뻗으며 검을 휘두를 뿐.
지이잉.
아무것도 없던 세르게이는 검으로 푸른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며 그대로 내려쳤다. 상대는 방패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 모양인지, 검과 방패를 교차해 막았다.
콰아아앙!
단순한 냉병기에서 날 수 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두 기세를 허공에서 충돌했고, 상대는 뒤로 밀렸다.
“1학년 치곤 강하군요.”
“······혹시 선배님?”
이번 시험은 학년이 섞인다.
그걸 잊고 있었다.
“이제 3학년인 이진정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세르게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상위권 후보생이었다고 하지만, 1학년한테 밀리는 것은 좀 자존심 상하는데요? 제대로 다시 갑니다.”
“저도 봐 드리지 않습니다.”
서로 예의를 차리며 다시 격돌했다.
세르게이의 검이 뒤로 빠진다. 그 검로를 따라서 휘몰아치는 바람에 마력이 스며들었다. 푸른 바람들은 그의 검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가 가진 [검의 가호]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마력 친화적 현상이다. 그렇기에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단순히 마력의 집합체가 아닌 진정한 오러 블레이드를 어느 정도 구현 가능한 것이고 말이다.
콰과과과.
세르게이가 검을 내려치자, 대련장 바닥이 터져나는 충격파와 동시에 상대의 방패를 내려쳤다.
이진정이라는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 무형의 기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세르게이의 오러 블레이드를 가볍게 막아내고 있었으니까.
‘첫 상대부터······.’
알렉스나 장쯔엔이 20위 권으로 내려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신입생도 무서웠지만, 위 학년은 더 무서웠다. 지금까지 부딪힐 일이 없었기에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세르게이다.
지금까지 후보생 생활에서 배운 것보다, 최근 실전에서 배운 게 많았다.
고오오오!
세르게이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검에선 눈이 부실 정도의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났으며, 그의 몸은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팟. 콰아앙!
순간, 세르게이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이진정을 지나쳐 구부려졌던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곤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세르게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털썩’하고 쓰러지는 소리만 났을 뿐.
– 첫 번째 배치 대련에서 승리하였습니다.
– 상대의 수준, 전투 관련 수치 등을 수집합니다.
– 모든 데이터는 10번째 승부가 끝날 때 종합됩니다.
* * *
시험의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10번의 대련을 끝내고 800점대에 안착하고 나서는 쉽게 이길 수 없었다. 몇몇은 어이없게 지기도 했고 몇몇은 겨우 이기기도 했다.
총 6,000명에서 100명 정도만 있는 800점이다. 경험 많고 무서운 신입생도 많았지만, 2학년과 3학년이었던 선배들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진훈과 세르게이를 제외한 나머지가 800점대에 올라왔다는 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아, 하아.”
안혜림은 800점대에 들어오고 처음 만난 신입생인 ‘최이명’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그녀는 활을 버리고 [도살자] 모드가 되어 있었다. 사람을 상대로는 가장 좋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진훈과 호각을 이뤘던 친구다.
안혜림이 그보다 뛰어난 것은 속도뿐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짐승 같은 감각으로 안혜림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해냈다. 게다가 힘과 체력은 어찌나 좋은지, 안혜림이 지칠 때까지 숨 한 번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와아아아!
멀리서 환호가 들렸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이름.
이한성! 이한성!
이하얀! 이하얀!
안혜림은 피식 웃음이 났다.
또 무슨 짓을 하길래 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단 말인가.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한성의 경기장은 같은 콜로세움 안이었고 멀리 화려한 마법이 터지는 게 간간이 보였다. 그 주변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이대로면 보러 안 갈 수도 없겠다.
“하아, 안 되겠다. 난 기권.”
안혜림이 그렇게 외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녀를 상대하고 있던 최이명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문득 궁금했다.
전에 그가 제임스 딘이라는 마법사와 싸우는 것은 봤다. 하지만 저렇게 열광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약해 보였다.
상대도, 그도.
진훈이라는 후보생을 만났을 때는 불타오르던 호승심이 그를 보면 딱히 끓어오르지 않았다. 그 말은 그가 약하다는 뜻일 거다.
아니면 마법사라서 그렇거나.
최이명은 오랜 시간 검은 땅에서 살았고, 강자를 알아보는 눈은 확실했다.
‘한 번 볼까.’
그는 자연스럽게 인파가 몰린 곳으로 이동했다.
혹시나 그가 그렇게 강하다면 대련을 신청해 볼 생각이었다. 이 대련 장에는 일정 승점을 걸고 상대를 지정해 승부를 신청하는 기능도 있었으니까.
최이명은 강자와의 싸움에 목말라 있었다.
특히, 마법을 사용하는 강자와는 더욱.
왜냐면 그는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마법 불능]이라는 말도 안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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