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too many Talents RAW novel - chapter (236)
제243화
243화
부엉이의 특성은 「사일(射日)」.
원래는 태양을 쏘아 없앤다는 설화의 모티브라는데 특성으로 구현된 것은 태양과 같은 빛의 구체를 쏘아 보내는 형상이었다.
화살촉에 모이는 에너지가 워낙 크기에 장난 아니게 뿜어지는 후폭풍은 덤.
“근데 저게 끝이 아니에요.”
“네?”
그런데 청설모의 말로는 저렇게 일직선으로 날아가며 경로상의 물체를 전부 지워 버리는 것이 끝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여기서 뭐가 더 있다고?’
정현은 어리둥절해졌다.
저 정도로도 그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웬만한 몬스터들은 한 방에 정리할 수 있을 듯했다.
준비 기간이 다소 길긴 해도 무슨 상관이랴.
어찌 됐든 정공법으로 30분 걸려 잡을 몬스터를 고작 1분 준비해서 한 방에 잡을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다.
게다가 한 마리만을 노리는 필살 공격도 아니고 광역 공격 아닌가.
아마 헤츨링도 저 기술에는 꽤 큰 타격을 입을 듯싶었다.
“시작됐군.”
몬스터들을 도발한 뒤 별말이 없던 담벼락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목소리였던지라 ‘무뚝뚝’이라는 표현에는 잘 어울리지 않기는 했으나 어쨌든.
정현은 아직도 몬스터를 살라 버리고 있는 빛을 주시했다.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커졌다?”
정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커졌다.
실질적으로는 꾸준히 커지고 있었겠으나 원근법 때문에 이쪽에서 볼 때는 크기가 유지되고 있던 상황.
그러나 거기서 더 커졌다는 것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동그란 모양의 빛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아침에 동해에시 막 떠오르는 태양을 연상시킬 만큼.
“이제 왜 부엉이의 특성이 그런 이름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청설모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즈음 빛은 완연히 팽창해 이미 몬스터들이 형성한 띠를 뚫고 아래위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뒤이어.
투과아앙-
그대로 폭발했다.
이전에 들어 본 적 없는 굉음과 함께 근처에 있던 몬스터들이 깨끗이 지워졌다.
“이게 뭐야?”
저런 건 상상도 해 본 적 없었다.
태양 폭발.
물론 실제로 항성이 폭발하는 것에 비할 수는 없겠으나 그것이 대단히 축소된 형태로 지구상에 구현된다면 꼭 저런 모양 아닐까.
새삼 화살을 쏘기 전, 그가 했던 ‘바다라서 다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 번의 폭발로 도대체 몇 마리의 몬스터가 지워졌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뭉쳐지던 몬스터의 띠는 부엉이의 화살 한 발로 인해 그 중간이 뚝 끊어져 버린 모양새가 되었다.
‘이런 게 진짜 S등급이란 말야?’
그래도 요즘은 지희 덕분에 S등급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녀 역시 최근에는 자신의 특성과 사냥에 많이 익숙해져 일반적인 헌터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전력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진정한 S등급은 달랐다.
‘생각해 보면 저 몬스터 떼를 한 번에 도발했다는 것도 말이 안 돼······.’
직접적인 공격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다소 흐지부지 지나간 느낌이었지만 담벼락의 도발도 굉장했다.
충분히 규격 외로 성장했다고 자부하던 정현조차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S등급의 힘을 단 두 차례의 행동으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충격은 오히려 정현의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이런 세상이 있었단 말이지······.”
“네?”
주변에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정현이 희열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 얻은 S등급 특성, 「최속(最速).
아직 제대로 사용한 적도 없었으나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부엉이와 청설모의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역시 저 정도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이 분명했다.
다만 이제 막 레벨이 2로 오른 데다 특성의 인정도 받지 못한 상태였기에 이 정도일 뿐이겠지.
그뿐이랴.
정현의 「특성 상점」은 그런 S등급들을 운만 따라 준다면 다발로 장착할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손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ㄱ, 괜찮으세요?”
그렇게 온몸을 떨고 있는 정현에게 지희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괜찮다마다요!”
괜찮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제까지 자신이 해 왔던 사냥이 애들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어차피 거기까지 올라가는 일이 막힌 것도 아니고.
「최속」을 얻은 것처럼 운이 몇 번 더 따라 주기만 하면 저런 사기 특성을 마구 쓸 수 있음을 알았는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까.
“으하하하하!”
정현은 아예 고개를 뒤로 꺾으며 광소를 터뜨리기까지 했다.
“저분 왜 저래요?”
“저도 모르겠어요······.”
“알 수 없는 친구로군.”
실시간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헌터들에게 평판이 깎여 나가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내가 국가를 위해 화살을 쐈는데도 저만큼이나 남았다니, 정말 이번 브레이크는 토악질이- 이분 왜 이럽니까?”
“······모르겠어요.”
그때, 사격의 결과를 대충 확인한 부엉이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는 청설모가 했던 질문을 똑같이 지희에게 했으나, 역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같은 대답을 반복할 뿐이었다.
정현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실.
방금 부엉이가 사용한 기술은 한 달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대별왕의 살’이었다.
즉, 아무리 S등급이라 해도 그 정도 공격을 마구잡이로 해 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마 그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정현의 기쁨도 대폭 줄지 않았을까.
하나, 굳이 행복해 미칠 지경인 사람에게 태클을 걸 필요는 없었다.
특히 그 이유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더더욱 말이다.
‘진짜 S등급 아니면 억울해서 세상 살겠나. 아이고, 배 아파!’
그 웃음의 절반 정도에는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한 한탄과 허탈함이 섞여 있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생고생하며 EX등급을 성장시키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S등급으로 태어나는 것이 훨씬 낫다!
이른바 ‘S수저’가 최고였다.
“뭐······ 어쨌든 담벼락, 물 묻은 놈들은 그다지 안 줄었으니까 벽을 치긴 쳐야 할 것 같아.”
“오케이.”
도무지 웃음을 그칠 생각을 못 하는 정현에게는 시선을 거둔 채 부엉이가 담벼락에게 주문했다.
그가 관찰한 결과 하늘에서 몰려오는 비행형 몬스터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물에서도 몰려오고 있었다.
‘대별왕의 살’로 비행형 몬스터들은 수를 대거 줄였지만 수면 아래 잠겨 있는 놈들에게는 피해가 없다시피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비행형 몬스터와 바다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해야 할 것이 뻔했고, 그것은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
최소한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는 말이다.
담벼락이 눈을 감은 채 양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즈음 정현도 웃음을 멈추었다.
‘이번에는 뭘 하려는 거지?’
생각해 보면 이번 전투는 정현에게 하나의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어딜 가서 S등급들의 전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겠는가.
F부터 A등급까지의 일반적인 특성과 다르게 S등급은 그야말로 베일에 싸인 미지의 등급이었다.
지금은 물론, 6레벨로 올라서면 정현 역시 그 단계에 더욱 깊숙이 발을 들이는 상황.
부엉이와 담벼락은 물론이고 아직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은 청설모의 전투 역시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봐두어야 했다.
비록 그들이 가진 특성들을 똑같이 구입하지는 못할 테지만 S등급의 활용에 대한 단서는 얻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포효를 내질러 몬스터를 도발한 담벼락의 첫수가 탱커로서의 면모였다면, 이번에는 마법사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까?
결과는 정현의 예상대로였다.
쿠구궁-
“오호.”
땅이 가볍게 울리나 싶더니 이윽고 변화가 생겨났다.
「대지가 세운 방패」.
그 이름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진짜 방패네.”
그는 아예 눈에 보이는 풍경을 바꾸어 버렸다.
아까 땅의 진동은 그만큼 지형이 변화하는 데 따르는 울림이었다.
촤아악-
어느 순간 바닷물이 불쑥 솟아오르고, 그 아래에서 두꺼운 벽이 일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전체적인 형태는 바다에서 육지를 향한 쐐기 형태에 가까웠다.
멀리서부터 점점 좁아져, 마침내 그들 정면에 있는 꼭짓점은 벽 없이 휑하니 뚫려 있었다.
그렇게 장애물을 만든 의도는 간단해 보였다.
“몬스터를 한곳으로 모으려는 거군요?”
“그렇죠.”
정현의 추측에 청설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야말로 대지가 세운 방패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벽까지 세운 이상 예상보다 몬스터가 많이 온다고 해도 전투는 쉬울 거예요. 암기랑 메이스를 쓴다고 하셨죠? 그럼 담벼락이랑 같이 전위를 담당해 주세요. 저는 중위에서 비행형이랑 바다를 전부 커버할 수 있어요.”
청설모가 이어서 말했다.
암기술과 메이스는 비행형을 상대하기에 영 유리한 기술이 아니었다.
암기술로 적은 수의 비행형을 요격할 수는 있겠으나 물량이 저렇게나 많은 이상 정현이 가지고 있는 스무 개 남짓의 단검을 모두 던져도 티조차 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그런 의미에서 청설모의 제안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지희 헌터는 부엉이랑 후위에서 마법으로 지원해 주시고요.”
청설모의 이어지는 지시에 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벽까지 세운 이상 이제는 정말 근접전을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
몬스터들은 일반인의 눈으로도 각 개체가 구분될 만큼 가까이 왔고, 그 속도를 고려하면 해안선까지 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살짝 느리긴 하겠지만 바다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고.
이제는 슬슬 자리를 잡아야 했다.
“음? 왜 그러세요?”
하지만 위치를 잡는 지희와 달리 정현은 어째서인지 전위로 나가는 대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청설모가 앞으로 가다 말고 의아하게 그를 돌아보았다.
정현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입구가 좁아졌으니 바다 몬스터보다는 비행형이 큰일이겠죠?”
“어······ 아무래도 그렇죠? 거기다 비행형은 아무리 도발을 걸어놨다고 해도 무시하고 새어 나갈 수도 있고요.”
“혹시 청설모 헌터님과 담벼락 헌터님만 계셔도 정면은 문제가 없겠죠?”
“당장은, 아니, 그보다 왜 그러시는 거예요? 설마-?”
영문을 알 수 없이 반복되는 정현의 질문에 청설모가 답답한 듯 묻다 이윽고 경악했다.
정현은 생략된 그녀의 예상을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것도 쓴다고 한 거, 잊으신 건 아니죠?”
“지금 장난치세요? 그걸 진짜 쓴다고요?”
정현이 그녀에게 들어 보인 것은 손에 들고 있었던 불꽃놀이였다.
청설모는 기도 차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아까 말했듯, 화기가 요새 뜨고 있는 무기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사냥에서의 이야기, 그것도 논란이 만만찮은 무기였다.
그런 무기를 이런 중요한 상황에 써먹으려 한다니.
사실 정현이 처음 불꽃놀이를 보여 주었을 때도 있는 걸 전부 챙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잡캐도 정도가 있지!’
정말 부엉이의 말처럼 특성이 웨폰 마스터 같은 것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미 암기와 메이스, 마법을 쓴다는 것만으로 상식을 초월하는 잡캐인데 거기에 화기까지 더해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거기다 화기술 특성이 발견된 것은 고작해야 몇 달 전이었다.
정현의 헌터 경력이 짧다곤 해도 그 시기와는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정현은 그런 청설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슬쩍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일단 한번 보고 말씀하시죠.”
그는 그 순간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담벼락과 부엉이가 보여 준 퍼포먼스가 경악스러운 수준이긴 했어도.
‘몬스터가 가까이 다가온 이상 최강은 나야!’
불꽃놀이와 함께라면 그 이상을 보여 줄 수 있으리라고.
S등급 특성이 사기?
그렇게 치자면 헤츨링 부산물로 만든 장비는 그것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기를 치는 단군 이래 최고의 사기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