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too many Talents RAW novel - Chapter (288)
내 특성이 너무 많음-288화(288/383)
제288화
뜻밖에, 정현이 외국에서 체류하는 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처음 미국으로 떠난 날에서 자그마치 한 달이 지난 뒤, 인천 공항.
“최 계장님,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요? 비행선이 비행기보다 편하다던데.”
“······이제 앞으로 다시는 한정현 헌터님이랑 외국 안 갈 겁니다. 아니, 아예 사표를 내야 하나······.”
얼마나 잘 먹고 잘 잤는지, 정현의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반면 남식은 살이 10kg은 빠진 듯했다.
그들은 지금 막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참이었다.
왜 출발할 때는 미국이었으면서 돌아올 때는 이탈리아냐고?
‘파커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누가 알았겠어.’
파커의 「방송」.
그 특성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여파는 거대했다.
세계 각국에서 정현에 관한 관심이 쏟아졌으니 말이다.
사실 정현에 대한 존재 자체는 화이트 페이스 테러 당시 때부터 퍼져 나가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회의가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은 S등급 5명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혼자만 그렇게 활약했다는 게 말이 되나?
정현의 활약을 기록한 정보 계통의 보고서에도 뭔가 미묘한 왜곡이나 오해가 섞여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파커와의 승부를 통해 확실해지고 말았다.
한정현은 진짜다!
헬 하운드 300마리를 한 자리에서 3분 만에 녹여 버리다시피 했는데 그보다 약한 몬스터가 주를 이루는 브레이크에서 그만한 활약을 보이는 게 왜 불가능하겠는가.
결국 정현이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 협회를 통한 각국의 연락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남식의 표정은 점점 백지장처럼 질려만 갔다.
– 예? 영국 왕립 헌터 협회요? 저번에는 프랑스에서······ 아, 독일도 추가됐다고요? 아니 무슨 전화 통화하다가 하나씩 추가가 돼요?
그나마 이번에는 정현이 너무 오래 외국에 머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었기에 유럽에서 들어온 요청만 처리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 외에 아시아 국가들이나 오세아니아, 남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것들을 합치면 두 달이 걸려도 소화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물론 순방이라는 말이 어울릴 한 달 동안 정현에 대한 한국 내부의 여론은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싶은 수준이었다.
– 요즘 한정현 헌터 소식 보는 맛에 삽니다.
– 정현이 형을 국회로! 정현이 형을 국회로!
– 외국에서 데려갈 수도 있으니 이제 정현이 형 출국 못 하게 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함.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정현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와아아아아!”
“한정현이다!”
과거 K-POP 인기 아이돌이 공항에 드나들던 것을 방불케 하는 인파가 공항에 몰려들었다.
일본에서 귀국했을 때보다 얼핏 보기에도 두 배는 넘어 보이는 규모.
이번에는 정현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사람들에게 인사해 준 다음 자리를 빠져나왔다.
협회에서 제공해 준 차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 그래도 환영식은 취소해서 다행이네요. 속 시끄러워서.”
“협회장님께서 상당히 아쉬워하긴 하셨지만 말입니다.”
국위 선양에 감사하는 의미로 협회와 정부에서 환영식을 열어 준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정현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칼같이 거절했다.
그러잖아도 한 나라에 들를 때마다 높으신 분들과 식사 한 끼를 해야 했던 통에 머리가 어질어질 한참이었다.
한국에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외국에 갔다 오기를 잘했지.’
일단 가장 먼저는 코인을 꽤나 많이 벌었다.
외국의 헌터를 기껏 초청해 놨는데 설마하니 사냥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낼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내놓는 게이트는 웬만하면 그 나라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하고 쉬운 게이트뿐.
이제까지 정현이 본 적 없는 몬스터를 마음껏 사냥하다 보니 코인이 쭉쭉 쌓일 수밖에.
[현재 보유 코인 : 237]결국 유럽의 여러 국가를 돌아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정현의 코인은 그 전의 몇 배로 불어났다.
두 번째 소득이라면, 역시 사냥을 하면서 성장한 특성들이었다.
「최속」과 화기술이 레벨 4를 찍었고, 새로 얻은 맷집은 레벨 2에 올랐다.
마지막은, 사실 소득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화이트 페이스가 외국에서 얼마나 많이 활동하는지도 알았지.’
바로 테러로 인한 참상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손님인 정현에게 피해가 심각한 곳은 일부러 피하거나 가리는 등, 제대로 보여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가리지 못한 상처가 상당했다.
그나마 한국과 함께 모범 국가로 뽑힌 영국은 사정이 나았지만 그 외 다른 나라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스터리한 도심 테러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국은 좀 어때요?”
“네? 뭐가 말입니까?”
“뭐, 테러는 안 일어나는지, 그런 거요.”
“······저도 헌터님이랑 같이 외국에 있었는데요?”
“그래도 저보다는 더 잘 아시겠죠.”
정현의 질문을 받은 남식이 조금 황당한 빛을 내비쳤지만 결국 질문이 거듭되자 알고 있는 한에서 대답을 내놓았다.
“한국이야 뭐······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테러도 없고. 정말 잘 굴러가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피해가 없는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한데, 남식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그 이유는 왠지 정현도 알 듯한 기분이었다.
“KP 때문에요?”
“맞습니다.”
정현이 외국으로 떠나기 전 발표된 KP 그룹의 특별 자치 행정구역.
KP 그룹은 국민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바탕으로 해 급속도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특별 자치 행정 구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KP 길드의 헌터에게 업계 표준 임금의 2배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있었다.
현재 헌터들이 받는 보상이 그 노력과 위험성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이유였다.
당연히 중소 길드에서 받는 처우에 불만이 많던 헌터들이 천안으로 몰려들었다.
“중소 길드 연합회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긴 했습니다. 대기업의 자본을 등에 업은 치킨 게임인 데다가, 지방의 경우엔 직접적인 안전 문제가 생긴다고요.”
그러잖아도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면 만성적인 헌터 부족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정말 KP 길드로 헌터들이 몰려들고 있다면 당장 게이트를 소화하기 힘든 지역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더군요. 안 그래도 여론이 안 좋은데 KP 길드에서 수입을 공개한 게 컸죠.”
거기다 KP 길드에서 2배 임금으로도 적자가 나지 않는다는 자료를 공개해 버린 것이 핵폭탄급 영향을 불러왔다.
이제까지 길드들이 자기들 배를 잔뜩 불리고도 헌터들이 없다며 징징거린다는 인상을 주기 딱 좋은 상황이었던 탓이다.
“흠······.”
애석한 건, 딱히 그 비판이 틀리지도 않았다는 점이었다.
중소 길드들이야 할 말이 많겠지만 누구 하나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에 무게가 실릴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슬슬 위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긴 한 모양입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자기들이 벌인 일인데.”
“그건 그렇죠.”
남식의 자조적인 분석에 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사무소에 내려 주시죠. 사장이 한 달이나 자리를 비웠으니까 아마 직원들도 많이 불안해할 거고요.”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일정이 많이 길어졌죠?”
정현이 말을 돌리자 남식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환영식을 거절한 이상 행선지는 정현의 집 아니면 사무소였다.
끼익-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협회 차량이 HJH 사무소가 있는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헌터님께서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며칠 푹 쉬세요.”
“일정이 없으면요.”
사실상 한 달간 타지에서 유일한 동지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기에 정현과 남식 사이에는 꽤 끈끈한 유대 관계가 생겨 있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서로 더 뜯어먹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먹던 닭 다리 하나 정도는 양보해 줄 수 있는 수준.
그 정도면 충분히 괄목할 만한 변화라는 말이 어울렸다.
바꿔 생각해 본다면, 그만큼 사무소 식구들과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연락이야 채팅방을 통해서 꾸준히 주고받았지만 어디 사람 관계가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선물이라도 사 와서 다행이지.’
트렁크에서 양손 가득 선물이 든 가방을 꺼낸 정현이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허름한 계단을 한 칸씩 올랐다.
혹시 사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직원들 사이에 불화라도 생겼으면 어쩔까.
아니면, 공략 중에 무슨 문제가 있었으면 어떻게 할까.
‘설마 지명 씨가 울기라도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점점 사무소가 가까워져 오니 쓸데없는 걱정이 드는 정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무소 문을 열었을 때.
끼익-
“어, 사장님이다?”
“아······. 어서 오세요.”
정현은 깨닫고 말았다.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나 쓸데없는 걱정이었을 줄이야.
“ㄷ, 다들 뭐하고 있었어요?”
“그냥 뭐······ 쉬고 있었죠, 아하하.”
정현은 사뭇 달라진 사무소 내부 공기를 읽고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안에는 민지와 휘곤, 지명, 원호, 지희까지 있어야 할 사람이 전부 있었다.
다만 자신의 빈자리 때문에 직원들이 허전해하면 어쩌냐 하는 정현의 걱정과는 달리.
“보드게임은 어디서······?”
“아, 이거? 민지 씨가 가져왔다.”
“저 음식들은······?”
“제가 만들어 왔습니다. 마침 이번에 서점에 들렀다가 유명 쉐프인 로랑 마티유의 레시피 북이 새로 번역되어 나와 있지 뭡니까, 제가 또 뉴욕에 살 때 요리하는 것을 워낙 좋아했어서······.”
직원들은 저마다 즐겁게 보드게임도 하고 음식도 먹고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
심지어 정현이 들어오자 왜 갑자기 왔냐는 듯 어색한 표정을 짓기까지.
‘전부 다 취직시켜 줬더니 인생 부질없구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이 있을 때는 매일 틀어 놓던 TV마저 꺼 놨다는 말은 언제 귀국할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는 증거 아닌가!
어쩐지 일본에서 올 때는 공항으로 마중까지 나왔던 원호와 민지가 오늘은 아무런 연락도 없다 했다.
정현은 결국 침울한 표정으로 사무실 구석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하하······ 다들 잘 지내고 계셨던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ㅇ, 아니에요! 사장님 없어서 얼마나 허전했는지, 그쵸?”
“입에 묻은 양념이나 닦고 말씀하시죠.”
그나마 민지가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고 황급히 정현을 환영하려 했으나 미처 흔적(?)을 지우지 못한 바람에 그대로 녹아웃.
“······지희 씨도 동참하셨을 줄은 몰랐는데.”
“······!”
지희는 방금 마지막 남은 고기완자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 정현이 한마디 남기자 깜짝 놀라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늦었다.
“나는 여러분들을 위해서 선물까지 특별히 사 왔는데······.”
“에이, 사장.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우리가 얼마나 사장 동생을 기다렸는데.”
“원호 형님,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허허허.”
왠지 험상궂던 원호의 인상도 많이 풀어진 듯한 느낌.
아주 사장이 장기간 없으니 살판이 난 부하 직원들의 모범적인 표본이나 다름없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데, 혹시, 정말 혹시 저 없는 단톡방도 있는 건 아니죠?”
“······하하하하하하하! 그럴 리가요, 사장님! 우리끼리 단톡방 만들어서 뭐 해요? 그쵸? 안 그래요?”
“······맞습니다! 사장님 없는 단톡방 같은 거,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민지와 지명이 황급히 대답했지만 정현은 초월적인 감각으로 똑똑히 느꼈다.
질문과 대답 사이 그 미묘한 0.5초의 간격을.
툭-
“다들······ 선물은 알아서 마음에 드는 걸로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