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too many Talents RAW novel - chapter (49)
제49화
49화
‘이게 네 마리나 달려온다고?’
호기롭게 한 마리를 죽이고, 놈들이 당황한 틈을 타 한 마리 더 보낸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지금 정현에게로 달려오고 있는 네 마리의 근육 전차다.
지금까지는 대상이 다소 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정반대 방향에서 암기술을 펼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성난 오크들이 오로지 자신만을 노리고 덤벼드는 꼴 아닌가.
저들에게 그대로 근접전을 허용했다간 아무리 정현이라도 몸이 남아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최대한 빨리 수를 줄이는 수밖에.
원래대로였다면 도망을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애초에 전선에 가해지는 부담을 절반이나 덜어 준 것만으로도 정현은 제 역할을 다하고도 남은 수준이었다.
누구도 스스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망친 정현을 비난할 수 없을 만큼.
그러나 정현에게는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D등급 2레벨에 이른 암기술.
사실 직접적으로 근력이 증가해 순수한 파괴력이 오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두 번을 던져 본 바, 단검이 확연히 깊숙이 꽂혔다.
아마 비슷한 힘이라도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기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소식은 동작에 군더더기가 사라지고 효율적으로 변하며 투척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원래대로라면 단검 하나하나를 정조준해야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었겠지만,
휘릭- 휘릭-
지금은 그때와 같은 정확도를 유지하더라도 거의 연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던질 수 있었다.
“뀌이이!”
첫 번째 오크는 손쉬웠다.
그대로 직진하다 미간을 꿰뚫리고 사망.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심장을 맞고 즉사.
직진하는데 점점 커지기만 하는 과녁이 있다?
그야말로 맞혀 달라 사정을 하는 셈.
그러나 세 번째부터는 조금 달랐다.
“어럽쇼?”
분명 가슴을 노리고 던진 것이건만 목표했던 오크가 몸을 틀었다.
푹-
결국 단검이 꽂힌 곳은 그와 조금 동떨어진 왼쪽 어깨였다.
그다음은 명치 어귀를 맞춰 쓰러뜨리긴 했으나 결국 단검 하나를 더 소모해버린 꼴이었다.
이것이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한 개밖에 안 남았는데······.’
총 10개인 단검이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남은 오크는 가장 덩치가 큰 리더였다.
부하들을 잃은 분노 때문인지 오크 특유의 함성 대신 콧바람을 씩씩 내뿜는 리더.
과연 한 자루의 단검으로 처치할 수 있을까?
정현이 이와 같은 의문을 떠올림과 동시에 마지막 단검을 냅다 던졌다.
어차피 고민은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목표 부위를 고민하느라 리더가 지근거리에까지 다가오면 그것이야말로 아끼다 죽도 밥도 되지 않는 꼴이었다.
휘릭-
그리고 정현이 선택한 곳은 바로,
“뀌이이이!”
왼쪽 무릎이었다.
이제까지 정현이 급소만 노렸다는 것을 체득했기에 오히려 더 예상하지 못했던 부위.
게다가 이미 웬만해서는 시간을 소모해 단검을 던진다는 선택지를 떠올리지 못할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거기에 2레벨로 오른 암기술의 위력이 더해지자, 단검은 깊숙이 박히다 못해 아예 관통해 버렸던 것.
리더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 충격에 쓰러질 뻔도 하건만, 왼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도 오크는 절뚝거리며 달려왔다.
그 근성 하나민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승부는 이미 났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휭-
녀석은 오른손잡이.
공격의 지지대라고 할 수 있는 왼쪽 다리가 못 쓰게 된 이상 공격에 제대로 된 힘이 실릴 턱이 없었다.
이 정도라면 정현이 눈을 감고도 훤히 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는 가볍게 몸을 틀어 내리치는 도끼를 피해 냈다.
도끼는 허공을 격하다 못해 힘이 제대로 회수되지 못한 채 땅에 꽂혀 버리고 말았다.
물론 아주 잠깐의 시간만 있다면 자세를 잡을 수 있겠지만, 이 순간 정현과 리더는 모두 알고 있었다.
이것으로 게임이 끝났다는 것을.
‘그딴 눈으로 쳐다보면 어쩔 건데.’
분노와 회한이 동시에 어린 듯한 초록 눈동자가 보였다.
정현은 몬스터의 눈빛에 실린 감정이 싫었다.
마치 자신도 하나의 생명체라고 주장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 후로 몇 번의 공방이 더 오가긴 했다.
하지만 녀석은 몇 번 도끼를 휘두르지도 못한 채 이윽고 힘에 부쳐 허덕였다.
마침내 녀석이 거대한 도끼를 땅에 거꾸로 꽂고 무릎을 꿇었다.
가만히 놔둬도 죽음에 이르는 데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현의 메이스는 오크의 가슴을 사정없이 타격했다.
아무리 단단하다 하더라도 근육은 어디까지나 근육.
광물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은가.
부풀어 오른 근육이 순두부처럼 찢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피.
오크의 눈에서 점점 생기가 사라져 갔다.
정현에게 오크 리더는 더 이상 부모의 원수도 아니었고.
그저 다른 놈들보다 조금 더 높은 확률에 불과했다.
그 정도가 어울렸다.
“넌 내 코인이나 돼라.”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빡-
정현은 농구공보다 커다란 머리통을 향해 메이스를 휘둘러 슴통을 끊어 놓았다.
비록 확률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으나 리더는 정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코인 하나를 남겼다.
“후우······ 후우······.”
이제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자 그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옥죄고 있었던 긴장이 풀렸다.
미처 알지 못했지만 그의 몸은 오크의 피로 칠갑이 되어 있었다.
고작 두 번의 근접전으로 이 정도의 양이라니.
헌터 장비에 악취가 배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려 파티원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니 마침 그곳도 전투가 종료된 상황.
아무도 이길 것이라고 감히 확신하지 못했던 오크 14마리를 상대로 사망자 없이 버텨 낸 것이다.
물론 그 일등 공신은 그중 여덟 마리의 오크를 잡아낸 정현이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시스템 역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지급해야 할 보상을 주었다.
정현은 단번에 지금껏 사냥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코인을 얻어 냈다.
“저······ 정현 씨, 괜찮으십니까?”
한달음에 달려온 영훈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후우······ 괜찮습니다.”
조금 숨이 가빠지긴 했지만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오크는 암기술을 이용한 원거리 교전으로 해치웠으며, 혹 근접전으로 싸웠던 경우도 거의 승패를 확정 지었던 상황이었기에.
“큼큼.”
그리고 그때 헛기침을 뱉으며 종우가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이 시뻘게지고 땀을 폭포처럼 쏟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평생 해 본 적 없는 속도로 마법을 쏘아 낸 모양이었다.
그러나 단번에 종우에게로 쏘아지는 파티원들의 시선은 이전처럼 곱지 않았다.
아무리 제멋대로 살아온 그라고 할지라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ㄴ, 내가 미안했어, 정현 씨.”
따지고 보면 여기 있는 모두가 정현에게 목숨을 빚진 상황 아닌가.
종우에게 이 정도 사과를 이끌어낸 것만 해도 이미 협회 사람들이 보면 놀라 뒤집어질 모습이겠지만, 정현은 순순히 종우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과장님,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기로 하셨죠?”
“어? 아, 물론 그야 그랬지만······.”
역시, 사과 한 번으로 대충 퉁 칠 생각이었던 듯했다.
정현의 표정이 더욱 음침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훈과 수아, 하준마저 순간 움찔할 정도.
“제가 미처 여러분들께 말씀을 안 드린 경력이 있었는데.”
“경력?”
“제가 예전에 몬스터 작업장에서 꽤 오랫동안 일했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오크 가죽 정도는 벗겨 갈 생각이었는데.”
정현이 거기까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우는 두 눈을 끔벅끔벅 감았다 뜨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작업장이니 오크 가죽이니.
자기와 대관절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반면 다른 이들의 표정은 허옇게 질려 사색이 되어갔다.
정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예상이 간 탓이었다.
그리고 종우의 발치에 조그만 칼 하나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과장님께서 오크 가죽을 좀 벗겨 주셔야겠습니다.”
“······뭐라고!”
인생 39년 차 단종우.
그의 인생에 벌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장본인인 정현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덧붙였다.
“아, 물론 방법은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
정현 일행이 ‘타단 오크의 파괴된 야영지’에서 벗어난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
보통 게이트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인사치레로라도 몇 마디 나눌 법했지만 누구 하나 쉽사리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아, 정말 보람찬 사냥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직 정현만이 살가운 태도로 종우에게 말을 붙일 뿐이었다.
그의 가방은 다른 이들과 달리 이러다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 안에 든 내용물은 당연히 타단 오크의 기죽들이다.
대부분은 종우가 직접 해체한 것들이었다.
“이런 걸 어떻게 해! 지금 나한테 이딴 일을 시키겠다고?”
물론 처음에는 극렬한 저항이 있었다.
게이트 발생 이전에도 종우의 아버지는 유력 정치인이었다.
그 이후에는 협회 이사로 오히려 더 강해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으니 종우가 그동안 얼마나 곱게 자라 왔겠는가.
그런 그에게 오크의 기죽을 생으로 벗겨 내라?
어느 누구도 그런 짓을 시킬 수는 없었다.
꿀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정현을 제외하고는.
“아, 못 하시겠다고요?”
“그래! 이딴 천한 일을······.”
뚜둑- 뚜둑-
“새, 생각해 보니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작업용 칼로 정현이 보란 듯이 오크의 손가락을 짓이기다시피 끊어 내는 모습을 본 뒤.
종우는 별말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어쩐지 저 손가락이 자신의 손가락과 겹쳐 보였던 탓이다.
비록 직접 가죽을 해체하지는 않지만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동료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으악! 손 다쳤어, 손!”
“대윤 씨, 힐이요.”
“ㄴ, 넵!”
처음 몇 번은 일부러 손에 상처도 입혀 본 종우였으나 그때마다 정현의 지시로 대윤이 재깍재깍 힐을 해 버리니 엄살도 피울 수 없었다.
그들이 사냥했던 길을 되돌아오며 마침내 마지막 오크 가죽을 벗겨 낼 무렵에는,
“오, 이제 제법 잘하시네요. 역시 재능이 있으셔.”
“으허허, 그런······ 흠흠.”
제법 괜찮은 솜씨를 가지게 된 종우였다.
애초에 C등급 헌터쯤 되면 계열을 가리지 않고 이런 단순 육체노동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저 거부감이 너무 심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어색한 분위기였다.
처음에는 정현을 존경까지 담아 보던 영훈은 이제 그에게서 3보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위험해. 정말 위험한 사람이야······.’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
오직 정현만이 희희낙락하며 사냥을 마무리한 것이다.
‘타탄 오크 가죽 한 장 상태 좋으면 200이 넘는데 이게 도대체 몇 장이냐.’
정현이 메이스로 죽인 녀석들은 상태가 조금 안 좋은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사인은 그의 단검과 영훈의 창이었기에 제법 질이 좋은 가죽들이었다.
거기다 해체한 가죽은 고스란히 정현의 몫이었다.
이건 누구의 탓을 할 것도 아닌 것이,
“다들 똑같이 나눠서 가져가시죠? 자, 일단 영훈 씨?”
“어어······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수아 씨?”
“저도요······.”
정현이 종우가 손수 해체한 가죽을 한 장씩 들이밀어도 다들 손사래를 칠 뿐이었다.
물론 시뻘건 피로 칠갑을 한 채 섬뜩하게 웃으며 가죽을 건네면 누가 받겠냐마는.
‘거기다 코인이 무려 10개! 으하하, 타단 오크 최고야!’
“그, 그럼 다들 여기서 그냥 헤어지자고. 괜찮지?”
“아, 그럼요!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그래, 여러분도 고생 많았어.”
더 이상 정현과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던 종우가 황급히 파티를 해산시키려 했다.
들어갈 때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유해진 말투였지만 미처 그런 걸 신경 쓸 틈도 없이 분분히 흩어진 파티원들이었다.
그리고 종우 역시 급하게 자신의 자동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
“과장님?”
정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응? 왜 그러나, 정현 씨?”
설마 아직도 자신에게서 더 뽑아먹을 게 있다는 말인가!
본능적으로 불안을 느낀 종우였다.
그리고 그의 본능은 그리 틀리지 않았다.
“제가 꼴이 이런 모양이라 그런데, 혹시 좀 태워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설마 협회 과장님께서 이 모습을 보고 불안에 떨 시민들을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
“타, 얼른 타!”
결국 눈물을 삼키며 차량의 뒷좌석을 열어 주는 종우였다.
‘씨······ 차산지 3달밖에 안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