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2
태양 – 클라우 솔라스(10)
“···············.”
침묵이 맴돈다.
누구도 움직이지 못한다.
극도의 긴장, 쿵쾅거리며 경고해오는 생존본능.
“KI──”
끼익, 하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웃는 것 같은 표정의 귀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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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워진다.
어둠이, 일식으로 인해 차단된 빛이, 검귀가 진입한 영역이 어두운 바다를 끌고 온다.
그렇게 세계는 다시금 어둠에 잠겼다.
팔수무쌍(八手武雙).
“큭──?!”
순식간에 종료된 영역. 베인 팔목에서, 무릎에서 피가 솟구친다.
“코린 씨?!”
찰나의 순간. 그 영역 속에서 검귀는 코린 로크를 먼저 베었다.
팔수무쌍에 대응한 독룡출두를 파훼. 궤도를 비틀리며 창을 잡은 팔목과 무게중심이 되는 무릎을 벤다.
-콰득!
영역 종료와 동시에 휘둘러진 발차기가 쇄도한다.
마물의 각력으로 후려친 마의 일격. 명치를 강타. 튕겨 나가는 코린이 고통의 목소리를 삼켰다.
“으···.”
그 찰나의 순간에 흉골, 팔목, 무릎이 당했다. 그런 코린에게 달려가려던 걸 그가 막아선다.
“오지 마···!”
-쿨럭···!
“싸울 때만큼은 앞만을··· 보는 거다!”
“읏···!”
불같은 호통에 다시금 시선을 집중한다. 힐끔거리는 것조차 역전의 전사는 허용치 않았다.
반면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던 루니아는 제게 휘둘러진 궤적이 단 하나도 없었음을 깨달았다.
“네놈···!”
무시당했다. 최초의 교전으로 자신이 영역에서 반보 느리다는 것을 파악한 놈은··· 자신을 공격할 대상으로도 여기지 않은 것이다.
이는 오판이다. 영역 내라서면 모를까, 영역 바깥의 통상공간에서 루니아의 역량은 코린과 아리샤보다 우위.
──거짓 영역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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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이 들었다. 영역을 인지하는 루니아와 아리샤 모두가 그것을 느꼈다. 검귀가 영역에 진입했다.
‘······두 번째 영역?’
할 말을 잃는다. 한 번 진입하는 것도 역부족인 영역을 연속으로 진입한다고?
천년에 한 번 나올만한 희대의 재능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나?
다시 한번 춤추는 여덟 궤적.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여덟 궤적 모두가··· 아리샤를 향하고 있다.
루니아의 거짓 영역베기가 휘둘러지는 타이밍··· 검귀는 구태여 모든 공격을 아리샤에게 집중한 것이다. 자신에게 향하는 거짓 영역베기에 베이는 걸 감수하면서.
‘영역 사용자들을 확실하게 배제하기 위해서···!’
자주빛 안광이 응시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아리샤 아덴. 검귀는 일전의 전투로 눈치챈 거다.
이 자리에서 가장 위험한 영역 사용자는 아리샤라는 걸.
영역 속에서 검을 휘두르면서도 아리샤의 눈동자는 당황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자신이 휘두르는 검으로는 팔수무쌍의 궤적을 셋밖에 튕겨내지 못한다.
즉 남은 다섯의 궤적이 영역 종료와 동시에 아리샤의 전신을 베어버릴 것이다.
이 국면. 만약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이가 있다면······.
“······.”
반보의 선택권이 남은 루니아 아덴.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이대로 검을 휘두를지 아니면······.
-촤악···!
정신을 차렸을 때, 들린 건 공기를 찢을 것 같은 아리샤의 비명.
“어, 언니···!”
칼날째로 잘려나가며 선혈이 솟구치는 루니아. 전신이 난도질당해 휘청거리면서도 이를 악물며 손을 뻗는다.
“이따위 가벼운 영역으로···!”
오러를 두른 좌수가 검귀의 목을 붙잡고 우수의 부러진 칼날을 목에 박아넣었다.
“······?!”
그 경악스러운 의지의 일격. 그러나 짐승은 여기에도 대응한다.
목에는 목으로.
루니아 의지의 일격과 동시. 짐승의 이빨이 루니아의 쇄골을 물어뜯는다.
-꽈──
“비켜어어···!”
다급하게 내지른 어설픈 찌르기를 피해 물러나는 검귀.
-퉤!
쇄골의 뼛조각이 붙은 살점이 바닥에 철푸덕 떨어진다.
“쿨럭···!”
피를 울컥 토해내며 무너지는 루니아. 힘없이 쓰러지려는 것을 아리샤가 간신히 붙들었다.
“······놔라.”
“어, 언니. 지금은 몸을······.”
“싸움에 나선 이상··· 뒤를 돌아보지 마···, 멍청한 동생아.”
코린은 팔과 발목, 흉부까지 으깨져 무너진 상태. 루니아는 전신을 난도질당하고 검까지 부서졌다.
당황으로 일그러진 그 순간을 검귀는 놓치지 않는다. 목에 칼이 박히고서도 전투의 의지를 조금도 상실하지 않았다.
“아······.”
다가오는 죽음. 늦는다, 고 생각해버린 순간.
-퍼억!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한 주먹. 그것이 검귀를 위에서부터 후려쳤다.
“위커··· 맨?”
유엘이 일으킨 나무 인형. 위커맨이 검귀를 마구 내리치고 있었다.
“아리샤···! 물러나요!!”
제물조차 없이 두 번째 위커맨 소환.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마력만으로 행한 유엘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필사의 각오. 뒤를 보지 않고 당장 동료를 살리기 위해 모든 걸 건 드루이드. 그러나 이마저도 시간벌기다.
아덴류 이검(二劍),
쌍룡마천 이아수(二牙獸)
마치 두부가 썰리는 것처럼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거대한 위커맨이 세 조각으로 나뉜 것은 겨우 1초.
연이은 역소환에 유엘이 심장을 우겨 쥐며 무너진다.
“KUKIKIKIKIKI──!”
마수가 다가온다.
목에 칼이 박힌 채 아리샤를 응시한다.
검귀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는 걸 이해했을 때, 아리샤는 바들바들 떨었다.
코린이나 루니아가 순식간에 당한 괴물을··· 혼자서 상대해야 한다.
“으읏······.”
공포로 떨린다.
무섭다. 두렵다. 도망치고 싶다.
아군 한 명 없이 싸워야 한다는 절박함에 무너질 것 같다.
눈앞의 존재는 너무나 강대한 존재이기에··· 저따위가 대적할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린다.
그러나 뒤를 돌아볼 수 없다.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모두가 죽는다. 그렇다면······.
「귀신이 되는 거다, 아리샤. 오직 베는 것에 홀려라. 홀리고 홀려서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거다.」
눈을 뜬다.
떨리던 다리는 어느새 부동.
예리한 날의 궤적만이 똑바로 적을 향해 뻗는다.
“해내야 해. 해내야 해. 해내야 해······.”
일식으로 그늘진 어둠 속.
번뜩이는 눈. 검귀의 자색안과 마주친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향해 걸어갔고──
천타.
역살.
-까앙!
예고도 없이 서로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검과 일검.
강과 유.
무엇 하나 닮지 않은 두 검사가 어둠 아래 불을 터뜨렸다.
············
·········
······
“망할······.”
검귀의 첫 영역으로 무력화된 코린은 으스러진 흉골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각혈을 계속했다.
“코린··· 괜찮아요?”
검투의 중심. 그곳에서 벗어난 유엘이 부상당한 루니아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괜찮아··· 먼저 루니아 씨를······.”
그는 아직 전투의지를 잃지 않았다.
그가 투지를 잃지 않은 이상, 재생력은 어떻게든 전사를 싸울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하지만 당면의 회복까지는 심신을 거동하는 것조차 불가능.
유엘은 그런 코린의 품에서 엘릭서를 꺼내 더 심각한 상황인 루니아에게 먹였다.
“크으······.”
겨우 의식을 붙들고 있던 루니아가 숨을 토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코린을 치를 떨었다.
“망할··· 아직 녀석 상대로는 계율이······.”
검귀(劍鬼).
훗날 왕의 수하로 영입되는 최강의 검사.
그러나 지금의 그는 단순한 마물. 세계멸망과는 관련이 적다. 계율의 백업도 받지 못하는 맨몸으론 녀석의 속도에 대응할 수 없었다.
“아리샤, 조금만 더 버텨주······.”
“안녕? 많이 다쳤나부다.”
“······!!”
목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린다. 거기에는 장신의 남자··· 둔 스카이스가 개구장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친··· 벌써 거인을 다 잡았다고?”
그럴 리가. 50이 넘는 거인들이다. 하나하나가 준1급 이상인 거인들을 이 짧은 새에 없앴다고?
“히히히, 그건 아니고. 같이 끌고 왔어.”
그 말에 스카이스 너머로 시야를 향하자 섬을 울리며 달려오는 거인들.
-죽여버려!
-전부 잡아먹어 버려라···!
“검귀 이 개자식···!”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 거인과의 난전에 섞이면··· 스카이스와 달리 다른 이들은··· 짓밟힌다.
“히히, 넌 쟤들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콱!
움직이지 못하는 코린을 향해 스카이스의 팔이 뻗는다. 그의 손이 코린의 아귀를 붙잡고 저 멀리 던져버렸다.
“크···!”
꽝! 하고 던져지는 코린의 몸. 순식간에 하늘섬에서 벗어난 그가 추락한다.
“흐히히히히···!”
이를 놓칠세라 추격하여 뛰어내리는 둔 스카이스.
“이 자식이···!”
“페르막을 죽인 꼬마! 실력 구경 좀 하자!”
-꾸르륵!
스카이스의 팔이 꾸물거리더니 수십 마리의 뱀들이 솟아났다. 팔을 휘두르는 기세 그대로 던져니는 뱀.
발판 따위 없는 공중전. 검귀에게 당한 부상으로 움직이지 않을 터인 육신이──
[시스템 백업 개시. 계율 검토.]움직인다. 발판 없는 공중에서 코린이 창을 회전시킨다.
촤촤촥! 하고 순식간에 뱀들을 절단하는 은창. 순식간에 뱀들을 처단하고서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은창에 발을 딛는다.
-팡!
은창을 발판 삼아 허공에서 도약. 목적지는 50m 앞의 참나무.
동시에 뒤돌아보지도 않고 은창을 향해 손을 뻗자 도약의 발판으로 튕겨 나간 은창이 주인의 부름에 호응한다.
순식간에 직선으로 비행, 코린의 손에 안착. 그대로 참나무에 박아 새로운 발판을 만든다.
“후···!”
“와우~ 서커스야?”
은창에 안착한 코린. 그를 내려다보는 스카이스는 제 팔을 거대한 구렁이로 만들어 참나무에 송곳니를 박아넣고 있다.
“기아스에 의하면 서로 공격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어?”
“히히히! 그러네. 그랬지. 그래서······.”
-팍!
스카이스의 머리가 터졌다. 마치 서로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맹세를 저버린 대가처럼. 그러나······.
터져버린 머리에서 수십 마리의 두꺼비가 튀어 오르더니 찰흙처럼 뭉쳐져 새로운 머리를 만든다.
“뭐, 이런 거야.”
둔 스카이스.
왕의 수하. 짐승들의 왕.
그리고··· 그늘진 구덩이(Dun Scaith).
마법의 가마솥 운드리에 담긴 수많은 구렁이, 두꺼비··· 세 마리 용의 집합체.
개인이자 군단인 스카이스에게 개인을 제약하는 계약은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패배를 승복할 생각은 없었구만?”
“히히,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렇고말고. 두 진영은 정정당당한 경쟁 따위 처음부터 관심 없었다.
바로 아래에서 솟구치는 혈창. 그것이 스카이스의 몸통을 관통했다.
“코린···! 괜찮아?!”
참나무의 바로 아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마리에 선배? 화란?”
마리에와 화란이 참나무를 등정하고 있었다.
길을 만들어줄 드루이드도, 하늘섬의 결계 탓에 비행도 못 하기에 이리 직접 기어온 것이다.
“아하, 친구들? 곤란하네. 방해꾼이 끼어들면 안 되지!”
스카이스의 판단은 빨랐다. 그는 제 몸을 관통한 얼음창을 무시하고 그대로 육탄돌격을 감행한 것이다.
콱! 하고 코린을 붙잡고 떨어지는 스카이스. 그 순간, 코린은 판단을 내려야 했다.
공중전 불리.
지원전력 필요.
마리에, 화란 지원시 승률 60% 이상. 그러나······.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위로 올라가요! 서둘러···!!”
도움을 받으면.
다른 이들이 죽는다.
············
·········
······
수백··· 어쩌면 킬로미터 이상.
추락한 두 사람은 몇 번의 접전 끝에 다시금 참나무에 안착했다.
“히히힑···! 이제 혼자라서 어째?”
“어, 그러게.”
다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스카이스가 코린을 내버려 둘 리 없다. 필연적으로··· 코린은 홀로 군단을 상대해야 한다.
“있잖아.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서로 죽일 사이니까 마지막 유언 정돈 들어줄게.”
“히히힑···! 너 말이야. 왜 우리에게 대적하지?”
“······.”
“여왕의 창인 너는 진실을 알잖아. 이 세계, 조금만 편을 달리하면 너는 신이 될 수 있다는 걸. 히힑···! 나의 주인님은 네게 얼마든지 신위를 하사할 텐데.”
“뭘 묻나 했더니, 신세계의 신이냐? 그거 유행 지났어.”
[시스템 백업 개시. 계율 검토.]“페르막도, 둠노릭스도, 네놈도··· 발타자르도. 수단이 틀려먹었어. 내가 니들 족치는 이유? 그거야 간단하지.”
『나는 선한 이의 불행을 좌시하지 않는다』
『나는 령(靈)을 인지하지 않는다.』
『나는 세계를 구한다.』
“나는 니들이 싫어. 사람 목숨을 개미만도 못하게 여기는 싸이코들. 니들이 너무 좆 같아서······.”
둔 스카이스 : 관련도 A+
백업 : 스테이터스 120% 상승」
“내가 이기는 꼴을 봐야겠어.”
[히어로 코린 로크. 사악을 쓰러뜨리고 세계를 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