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1
착한놈, 미친놈, 이상한 놈(4)
“수고했다. 솜씨 좋은데? 올라가.”
“으······.”
올백으로 넘긴 엘리트 공무원 스타일의 소년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찜찜한 표정으로 올라갔다.
방금 올라간 녀석이 마법학부의 마크 버밀리온. 금년도 신입생 중 2급 마법사다.
하사신 라시드 앗 딘 무스탈리.
늑대남매 렌과 론.
구교의 스파이 제르맹 루터.
올해의 네임드 신입생들은 대부분 상대하고 위로 올려보냈다. 이제 남은 건······.
-짝! 짝! 짝!
허공에 울리는 박수소리.
박수소리의 주인공 미르 왕녀다.
“굉장해요. 선배는 강하군요.”
“2학년이니까요.”
“아뇨, 조금 다르죠. 적어도 그 멍멍이들은 단순한 육체능력에서 선배와 동급. 그런 둘을 상대로 가지고 놀다시피 했으니까요. 이런 걸 경험치가 다르다고 하나요?”
“사람을 멍멍이라고 하는 거 아닙니다.”
“짐승을 짐승이라 부르는 데 어떤 여지가 있죠?”
설득의 여지는 없다. 내게 그 이상을 말하려 하지 말라며 단언하는 미르 왕녀. 무리해서 설득할 생각은 없다.
“끝까지 지켜만 보시던데, 어쩔 생각이에요.”
“저하고 싸우고 싶나요, 코린 경?”
그녀가 날 지켜보는 건 뻔하다. 내가 얼마나 강한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녀의 코앞까지 접근해 등 뒤의 벽을 짚고 그녀의 등허리를 끌어안았다.
지팡이··· 적어도 드레스의 ‘구렁이’ 정도는 꺼내 볼 법 한데.
“여기에 숨겨둔 녀석을 쓰면 ‘태양’을 써야 할지도 모르죠.”
“어머, ‘드레스’를 벗는 것만으론 넘어오질 않더라고요.”
“하하.”
결론을 내렸다. 이 여자는 나와 싸울 생각이 없다. 정확히는 패를 드러낼 생각이 없다.
그래도 제 비장의 수단을 간파했는데, 놀란 눈치조차 없다.
나야 전 회차에서 그녀의 삼대 사역마를 소개받았지만, 이번 회차에서 나와 그녀 사이에 접점은 조금도 없었을 텐데.
“싸울 생각이 없다면 물러나. 여긴 전사들의 싸움터다.”
아직 1학년들이 많이 남았다. 목적은 이루었지만, 선배로서의 의무를 끝까지 수행할 생각이다.
“뭐, 볼만한 구경이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내려가는 미르 왕녀. 이번 회차는 어떻게 하나··· 전 회차에서는 그냥 같이 다니면서 춤추고 밥 먹고 애도 만드니까 되던데.
* * * *
헌팅 그라운드 실습은 저녁노을이 지는 시점에서 끝났다. 금년의 신입생들에게는 다소 가혹하게 말이다.
“아, 진짜···! 그 또라이만 없었어도!”
“2학년 선배들 중에 그런 미친놈이 있을 줄이야······.”
“아, 점수 결산하면 최소 4급 마석은 준댔는데!”
“난 그걸로 무기 만들려고 했단 말이야······.”
본래 헌팅 그라운드 실습은 학생들에게 적당한 상품과 마석을 주고 이를 저마다의 무장을 제작하는 경험을 주는 이벤트다.
장인들과의 연계, 직접 물건을 주문하고 받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교육의 일환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 웬 광대 탓에 마석은 커녕 오두막에 접근도 못 해본 1학년들은 통한의 울분을 쏟아냈다.
사람 신경을 갉아 먹는 괴상한 웃음소리와 기괴한 분장. 아리샤나 유엘 같은 유한 선배들과 달리 철저하게 신입생 괴롭히기에 주력하는 악랄함.
다른 건 몰라도 그 우스꽝스러운 광대한테 탈락당했다는 게 쇼크였다.
“그런데 다들 어디로 가는 거야?”
“몰라, 2학년의 코린 로크 선배가 소집 때렸다는데.”
“소집?”
선배가 소집을 걸었다? 잡지나 소설에서나 보던 전개 아닌가?
악랄한 선배들의 후배 괴롭히기. 특히 운동계에서는 비일비재한 폭력과 얼차려가 연상된다.
무려 400명이다. 신입생들 전원을 소집하는 모양새에도 누구 하나 말리는 이가 없다?
그건 소집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거나 상대가 실세 중의 실세란 소린데······.
“그 광대 선배 이름이 뭐였지?”
“어··· 코린 로크랬나?”
“헉···!”
“뭐야? 아는 사람이야?”
“너 가디언즈도 안 보냐? 유명인이잖아! 검호 루니아 아덴과 맞수를 이루고 한 학기만에 5급에서 1급 기사가 된!”
“그, 그런가?”
“그뿐만이 아니야.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 듀나레프 가문의 데릴사위가 될 거라는 소문이 있어!”
“헉! 남부의 감자제왕! 듀나레프? 그럼 혹시 3학년의?”
메르카바 아카데미에 재직중인 듀나레프라면 한 명뿐이다.
마리에 듀나레프.
농업제국의 황녀. 공작영애. 실질적인 특급 마법사. 200만 헥타르의 농장과 열일곱 보석광산, 22개 금광과 탄광을 물려받을 상속녀!
“부, 부럽다···!”
“그뿐이냐! 동부 아덴가의 자매가 죽고 못 산대! 자매가 피의 치정극을 벌였을 정도라고!”
“그,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대체 내 동기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주변의 학생들까지도 이 흥미로운 가십에 귀를 기울였다.
“루니아 아덴님은 다들 알지?”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있냐?”
검호 루니아 아덴. 차기 아덴 당주로 손꼽히는 동부 최강의 기사가 아니던가?
“그분하고 약혼식을 치를 예정이었다고.”
“뭐, 말도 안 돼!”
“거짓말 아니야. 우리 아빠가 동부에서 무관을 운영하거든. 약혼식에 초대받았단 말이야.”
“그, 그래서? 치정극은 또 뭔데?”
“약혼식에 갑자기 동생이 나타났다고! 아리샤 아덴이···!”
“어, 아리샤 아덴이면··· 숲에서 본 선배?”
“그래, 그 사람이 나타나서 ‘이 약혼 반대얏!’하고 코린 선배를 끌고 갔다니깐?”
“오우쉣··· 미쳤다.”
“자매가 쌍으로 반한 거야?”
“파, 팝콘 어딨냐?”
“잠깐.”
뭔가 이상하다는 듯 손을 드는 동기.
“방금은 듀나레프 가문의 데릴사위라며?”
“???”
“???”
뭐지? 아다리가 안 맞는데.
상상력이 풍부한 어떤 학생이 결론을 입에 담았다.
“······세 다리?”
“설마······.”
“듀나레프하고 아덴이라고. 미치지 않고서야······.”
왕국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두 가문 아닌가?
대체 그런 두 가문과 치정극이 있는 선배는 뭐 하는 인간인가?
지나가던 와중에 알음알음 퍼진 소문과 숲에서의 괴기스러운 연출 덕에 그들 사이에서 코린 로크를 모르는 이들은 없어졌다.
곧 운동장에 도착한 신입생들. 총 400여명의 소년소녀들은 큼직한 운동장 한가운데에 마석의 산을 목격했다.
“와······.”
4급과 5급 마석들. 그 방대한 규모에 넋이 나간 학생들 시야에 광대 분장을 한 보랏빛 정장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 히. 호.”
“저, 저저···!”
웃음소리가 시작되자마자 뒷목을 붙잡는 몇몇 신입생들. 그런 그들을 무시하듯 상품을 휙휙 발로 차는 광대.
오른손에는 칵테일이 든 유리잔이 영롱한 황금빛 액체를 찰랑거린다.
“안녕하신가, 1학년 신입생 여러분.”
광대가 웃는다. 그는 400여명의 신입생들과 그 주변의 2학년들. 이 황망한 광경을 넋 놓고 지켜보는 교수들의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내가 한 가지 묻도록 하겠소. 오늘 여러분들은 실습을 얼마나 즐기셨어?”
-뜬금없이 그게 뭔 개소······
“숲에서 동기와, 선배들과 싸우며! 무엇을 추구하셨나? 투쟁을,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으로 전투를 즐기셨는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낸들 아냐.”
실습 그거 시켜서 한 거지, 누가 하고 싶어서 했나? 보상의 달달함을 노리고 열심히 하긴 했다. 근데 그마저도 망쳐놓은 게 저 선배 아닌가?
“그러면 안 됩니다! 제물과 보상만을 바라고 싸워선 아니 되는 겁니다!”
그럼 보상 보고 열심히 하지, 뭘 보고 하라는 거야?
“이것들은 모두 이번 실습에서 여러분들에게 나눠줬어야 할 상품들이야. 4급 마석이나 5급 마석은 기본이고 좀 더 상등품의 물건들도 있긴 하지.”
이 산만큼 쌓인 물건들이 전부 보상이라고? 그런데 그 보상 받은 사람이 있긴 해?
없다. 거의 없다.
최종 목적지인 오두막을 태워버리고 이상한 요새를 짓더니 극소수의 학생들만 올라가지 않았는가?
그 주범은 바로 저놈이고!
“다들 눈빛들이 뜨겁구만! 기껏 숲속에서 개고생하고 마석 한 쪼가리도 못 얻고 온 건가?
“이런 씨···!”
“저, 저 개색히! 누굴 놀려?”
“진짜 주둥아리를 찢어버리고 싶네!”
그때였다. 마시던 칵테일을 주르륵 쏟아내는 코린. 그의 손에 불붙은 성냥이 쥐어진다.
“어, 어어?”
“설마?”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동공들에도 코린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성냥을 휙 던져버리곤 자신은 미끄럼틀 타듯 지상에 안착한 것이다.
-화르륵!
삽시간에 휩싸이는 상품들. 타오르는 불길이 본디 신입생들의 것이어야 할 물건들을 태워버리고 있었다.
“후~ 불타는 거 너무 좋아!”
400명 학생들의 상품들에 불을 질러버리고서 태연하게 킥킥거리는 2학년 선배. 그는 불길을 담은 신입생들의 동공을 비웃었다.
“이 욕망에 휩싸인 눈동자를 보시게나. 우리의 어쩔 수 없는 탐욕을 회개합시다. 내가 용서해줄게.”
그 한마디로 신입생들은 폭발했다.
“야이개색히야!”
“놔, 놔봐! 거 씨바 놔보라니깐!”
“하, 한대만! 저 새끼, 한대만 치게 해줘!”
“정신나갈거가테에에에에에에에···!!”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우성치는 신입생들. 차마 달려들지 못하는 건 이미 헌팅 그라운드에서 흠씬 당해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은 악화되고 400명의 악의가 그에게 집중됐다. 그마저도 코린은 달달하게 음미했지만.
그 순간이었다. 순간 운동장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무언가. 하늘에서 안착한 거대한 비행야수.
“아, 안녕, 얘들아?”
그 위에 싱그러운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동시에 거대 비행야수 흐레스벨그가 끌고 온 컨테이너에서 와르르 마석들이 쏟아진다.
“어, 어어?”
“마, 마철석이다. 3급 마석!”
“저건 자철석이야! 2급 마석이라고!”
4, 5급의 마석들이 불길에 휩싸이고 웬 중상등급 마석들이 일제히 쏟아졌다?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보랏빛 정장의 광대가 소리쳤다.
“올해는 이런 저급한 마석은 주지 않는다! 올해는 프리미어어어엄!!”
“어, 어어?!”
“지, 진짜야?”
“믿습니꽈아아아아···!!”
“······믿습니다.”
“믿습니다아아···! 오, 주여···!”
“이런 건 있을 수 없써어어어어!”
학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코린은 듬뿍 음미하며 손짓한다.
“선배들이 준비한 건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분, 마석을 구했으면 뭐다?”
“무, 무기를 만들어야?”
“무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치! 앞으로 인류를 수호할 여러분들의 무기! 아무한테나 맡길 수 있습니까아!”
“”없습니다아아아!!””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날아오는 수녀복 소녀. 요새를 가로막은 플로어 2층의 무적강시. 화란이 웬 보따리를 짚고 그것을 풀었다.
“읍··· 읍!”
“사, 려쪄!”
“우으으읍···!”
입과 손발이 묶인 그들은 버둥거렸지만, 당황할지언정 저항의사는 없다. 모두가 ‘약점’을 잡힌 체납자들이기 때문이다.
“자, 여러분들에게 소개 드립니다! 왕국 최고의 장인들! 여러분들의 장비를 ‘공짜’로 만들어줄 재능기부자들!”
“퍼거스 더 웨폰브레이커! 키리 더 레이디버그! 홀그렌 더 브로크으으은···!”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오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신나갈거가테에에에에···!!!”
“나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열광하는 학생들. 개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았던 고급 마석과 유명 장인들이라니···!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 오늘 여러분들 뭐 먹으려고 했어! 학식? 돈까스? 우동? 오늘 우리는 그런 저급한 음식 먹지 않는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3학년 선배 마리에 듀나레프 양이 여러분들을 위한 최고의 식재료와 셰프들을 불렀다!”
“”우오오오오······?!!””
“여기 재료와 장인들을 옮기는데, 도움 주신 2학년 선배 화란 수녀님에게도 박수우우···!”
짝짝짝짝! 우렁찬 박수소리가 운동장에 울려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퓩! 퓨퓩!
타오른은 상품더미. 그 안에서 부글거리듯이 무언가가 솟구치려 한다.
“어, 어어?”
-피이이이이이이잉!
하늘로 솟구치는 별빛. 이내 어둑해진 검은 바다에서 퍼어엉! 하고 터진다. 폭죽은 한 발로 끝나지 않았다.
-피이이이이잉!
-피이이이이잉!
첫 분화를 시작으로 활화산처럼 터져나가는 폭죽들. 그렇다. 1학년들에게 줄 상품들은 사실 겉면만 마석이었고 내부는 대량의 폭죽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파아아아아앙!
-파아아아아앙!
“······예쁘다.”
하늘바다를 수놓은 색색의 별 무리. 좀처럼 보기 힘든 불꽃놀이의 현장에서 1학년들은 저마다 넋을 놓고 이를 지켜봤다.
“먹고! 마시고! 즐겨! 오늘은 너희들을 위한 날이니까!”
괴상한 광대 분장을 했던 악랄한 선배가, 지금은 천사처럼 보였다.
············
·········
······
어마어마한 양의 마석과 학생들의 앙케이트를 받으며 수요 조사에 나선 장인들.
그리고 대량의 식재료와 셰프들이 선사해주는 최고의 환영회에 1학년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의 원망과 증오를 받던 그들이 코린과 선배들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하고 있었으니.
“애들아, 잘 먹고 있니? 감자 퓨레 더 가져다줄까?”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원체 인간 카피바라 같은 친화력을 가진 마리에야 자연스럽게 1학년들 사이에 녹아들었고, 의외인 것은 화란이다.
“안녕, 음료수 더 마실래?”
“아······.”
란의 눈웃음에 1학년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숲에서는 그렇게 가차 없이 자신들을 두드려 패던 마인이 지금은 이렇게나 순둥순둥한 미소를 짓다니.
‘싸울 때는 진지해지고 평소에는 착한 사람이구나···!’
그런 착각을 하게 된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다들 잘 먹고 있나···!”
“”예···!!””
단연 1학년들을 휘어잡은 건 코린 로크다. 이제 그의 광대 분장은 싸이코나 또라이가 아닌 끼와 센스가 있는 선배의 그것이 되었다.
“다들 무기 만드는데, 막히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 언제든지 도와줄 테니까.”
“”예! 감사합니다, 선배님!””
일약 스타가 된 그는 모두의 환호성 속에서 자신도 환영회의 인파 속에 착석했다.
“저··· 코린 씨. 괜찮은 거예요? 돈 엄청 쓰셨던데······.”
걱정스럽게 속삭이는 아리샤. 그 말이 맞다.
장인들이야 약점을 잡아 ‘재능기부’를 강요했고, 식재료와 셰프들은 마리에가 공수해왔다.
하지만 400명에게 지급할 마석의 양은 모두 코린의 개인부담이다.
여관 같은 실물자산을 제외하면 거의 전 재산을 몰빵한 것이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야. 메시지지.”
“메시지요?”
코린은 신입생들 사이에 녹아든 소녀들을 보며 조금도 아깝지 않은 듯 후련한 표정이다.
“사람 목숨만큼 비싼 건 없어.”
이 작지만 큰 선물이, 많은 이들을 구할 것이다.
* * * *
가디언 아카데미가 있는 메르카바 시티에서 마법사들을 보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특유의 로브 차림과 지팡이는 단적으로 마법사임을 알려주는 증표 같은 것.
다만 메르카바 시티에서 마법사들이란 어딘가 풋풋하고 경쾌한 젊은 소년소녀들이다.
중년의, 노쇠한 마법사들이 일제히 행렬하는 것은 평소와는 많이 다른 광경이었다.
“엘더 아드말렉. 곧 도착입니다.”
남자는 붉은 로브를 걸친 노구의 마법사에게 말을 걸었다.
“끙··· 우리들에게 비행금지조례를 적용시키다니. 시건방진 아카데미 놈들 같으니라고.”
마탑 적(赤)의 마도학파 수장 엘더 아드말렉은 늙은 나이에 직접 걸어가야 한다는 것에 연신 짜증을 내는 중이다.
“그보다··· 확실한 거겠지. 실험체들은.”
마찬가지로 수십의 마법사들 행렬을 이끄는 검은 로브의 마법사. 그는 흑(黑)의 마도학파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확실하오, 엘더 모르슈탄. 신기한 것들이 많이 살더군. 그 짐승도, 인간도 못 된 것들 말일세.”
“······소란을 일으키면 이쪽도 곤란해진다. 무엇보다··· 공간의 마녀가 있다.”
공간의 마녀 조제핀 클라라.
이제는 역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허공(空)의 마도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위인.
그녀가 이 도시에 존재하는 한, 그 어떤 마법사도 벗어날 수 없다.
“걱정 마시게. 마녀에 대한 대책은 만전이니. 무엇보다······.”
엘더 아드말렉은 자신들을 따르는 마도의 제자들을 힐끗 훑어보았다.
“이번 일에는··· 황금의 마도사, 로드 에이드린도 참가하는 일이니.”
“대마법사께서도 나서다니··· 역시 그분의 의지인가?”
“그러하오. 무슨 변덕인지 올해에는 2왕녀도 입학했으니 일이 훨씬 수월해질 터.”
메인 시나리오의 시작.
정해졌던 역사는 이전과 같은 존재를 목표로 한다.
“마리에 듀나레프. 그 흡혈귀는 반드시 마탑이 확보해야 하오.”
본래라면 지하실에 연금되어 치료연구가 진행되었을 흡혈귀 소녀. 대도서관의 자료연구를 빌미 삼았던 마법사들의 준동. 그 탈취까지.
그러나 정사는 비틀렸다.
운명은 뒤바뀌었으며 이에 대비하고 있는 기사가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