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2
착한놈, 미친놈, 이상한 놈(5)
태양을 삼킨 후, 나는 태양의 가호를 받는 극양지체가 되었다.
몸안에 흘러나오는 넘쳐나는 양기로 인해, 지나치게 건강해졌다고나 할까?
“후~”
반대로 말하자면 나와 정반대의 체질을 가진 이는 내 몸이 보약이자 치료제인 셈이다.
-새엑새엑
내 옆에 찰싹 달라붙은 구음절맥의 생강시가 이를 증명한다.
화란 자매가 나에 대한 스킨십에 거침이 없긴 하지만, 최근에는 더 심해졌다.
이전에는 란이 적극적으로 나를 놀리거나 부비적거렸다면, 요즘은 화까지 들러붙는다.
한 일주일 됐지. 밤마다 화란이 내 침대 위에서 잠든 게.
“일어나, 임마.”
깨라고 턱을 긁적이자 고양이처럼 갸르릉 거리는 화란. 하지만 잠이 많은 녀석은 아니라 그런지 곧 슬쩍 눈을 떴다.
“······.”
“일어났어?”
“치워.”
너무하다. 밤마다 나한테 찰싹 달라붙어서 뺨을 비비적거리면서 내가 만지면 철석같이──
-뻑!
“으억···!”
갑자기 명치를 후려쳤다! 아프네!
“······.”
부스스한 모양새의 화란이 서늘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왜?”
“······만졌어.”
“아니, 턱 좀 만진 거 가지고······.”
“잘 때.”
어?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잘 때? 팔 베게 해주면서 머리카락 좀 만진 거 말곤 기억이 없는데요?
“진짜루?”
-끄덕
“어, 어디를?”
“······말 안 해.”
“어어? 야, 그러면 어떡해? 말은 해줘야지!”
“말··· 안 했는데. 너··· 손버릇 나빠.”
“처음 듣는 말입니다! 모함이야!”
하느님 맙소사. 제가 어딜 만진 건데요?
* * * *
화란과의 아침 해프닝을 끝내고 대강의 샤워를 마친 뒤, 2층의 복도 끝을 향한다.
반대편에는 왕녀 자매의 방이 있으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봐선 이미 깨어나 활동 중인 모양이다.
성녀인 에스텔은 아침 기도를 위해 교내 성당에 갔을 테고, 미르는 제 실험동으로 갔겠지. 어젯밤에 못 봤으니 철야를 지새웠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향한 곳은 렌과 론 남매가 있는 복도 끝방이다.
-똑똑!
············
············
두드려도 반응이 들리지 않는다.
“아직 안 깼구먼.”
-철컥!
“들어간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보인 것은 침대 위에서 퍼질러 자고 있는 남매.
허니 블론드의 머리카락은 커튼 사이로 비친 햇빛에 황금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어이, 쌍둥이들. 일어날 시간이야.”
-갸르릉······.
깰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어깨를 흔들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뻔한 레퍼토리였다.
“흠냐··· 오라버니, 오분만······.”
“형아··· 나아안··· 3분이면 대여······.”
“아이고, 이 화상들. 해가 중턱에 떴는데도 아직도 퍼질러 자니? 잠이 와?”
“히이잉······.”
이해는 한다. 어제 저녁까지 나와 단련을 했으니까. 요즘 이상하게 의욕적이란 말이지.
수인의 성장기는 잘 몰라도, 어린 애가 늦게 자면 다음 날 아침에 피드백이 오기 마련이지.
하지만 오늘 1학년은 1교시에 연금학 수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한단 말이다.
일어날 으~~지가 부족한 두 사람을 내버려 둘 순 없다.
“선택지를 주마. 누가 먼저 씻을래?”
“···············론.”
“레에엔··· 먼저.”
서로가 서로를 지목하는 두 사람. 이럴 땐 남매고 뭐고 없다.
“니가 가아아···.”
“졸려······.”
“오케이. 어제는 론이 먼저였으니까 오늘은 렌 먼저 하자.”
히잉, 하는 애먼 소리가 들렸지만, 렌을 단숨에 끌어안아 세면대로 들고 갔다.
“자아, 치카치카하자.”
“으··· 오라버니이 죽염 시러······.”
“안 돼. 너 딸기 치약으로 하면 먹어버리잖아.”
“으이이······.”
“정 죽염 치약이 싫다면 민트······.”
“싫어.”
단칼에 자르는 렌. 아니, 왜··· 이 좋은걸.
어쨌든 죽염 치약을 찌익 칫솔에 발라 눈꺼풀이 열리지도 않은 렌의 입술에 대자 스륵 입이 열린다.
“아아~”
“아아······.”
렌의 손에 칫솔을 쥐여주고 함께 움직여 이빨을 닦는다. 본인 의지대로 습관화되면 좋겠지만, 뒷골목 생활을 전전하던 고아이다 보니 좀처럼 습관이 자리 잡질 못했다.
하다못해 정신적인 성장으로 몸이 자라주면 좋을 텐데······.
‘아니, 그것도 좀 그런가.’
렌과 론은 본디 왕의 수하 둔 스카이스의 제자 같은 느낌으로 암약하는 중간보스들이다.
게임에서 렌은 엄청난 다이너마이트 보디의 누님 스타일이었고, 론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이었지.
그럼 좀 슬퍼질 거 같은데.
이게 부모의 마음인가? 아이가 귀여운 상태로 영원히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게······.
하긴 울 엄마도 성인이 된 날 보고 ‘아유, 저 화상! 이젠 덩치도 산만해서 귀엽지도 않네!’하고 타박을 받았었지.
“자자, 이빨 다 닦았으면 헹궈야지. 세면대에 뱉고, 여기 컵.”
“우응······.”
컵에 담은 물을 홀짝 삼키는 렌. 입안에서 부글부글 소리가 점점 세차지자 비몽사몽 했던 눈도 점차 뜨여졌다.
“퉤에···.”
“옳지. 얼굴도 좀 닦자.”
물을 담은 손바닥으로 슥슥 렌의 눈 주변을 닦아주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물기를 털어내는 것이 물에 빠진 강아지 같다.
“혼자··· 할 수 있어요, 사장님.”
“그래, 그럼 씻고 있어. 론 깨우러 간다.”
“······네에.”
오늘 하루의 아침도 평소와 같았다.
* * * *
이사장실. 점심식사에 초대되어 식사를 하던 와중이었다.
“마탑에서 마법사들이 방문했습니다.”
에리우 이사장, 즉 스승님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아~ 마탑의 우월주의자들. 그치들이 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군요.”
내 반응에 안경을 치켜올리는 조제핀 여사.
“마탑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요, 코린 학생?”
“뭐, 남들보다 좀 많이 아는 편이죠.”
명목상 나는 타테스 발타자르의 제자인 것으로 두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 내가 아는 미래의 정보를 적당히 발타자르의 계획으로 꾸며서 말하고 있지만······.
“방문 목적은 뭐랍니까?”
“메르카바 대도서관의 연구자료 이용과 마법학부 학생들의 진로조사입니다.”
겨우 이걸로 마탑이 움직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중요한 문제다.
“연구자료라 하면?”
“고대의 마도서에 관한 거라더군요.”
메르카바 대도서관의 장서는 세계 최대. 그중에는 온갖 봉인지정된 금서와 알려지지 않은 마도서들이 있다.
에린 스승님이 세계 각지를 돌며 수집한 자료들을 대도서관이 수집했고, 이것은 천년에 걸쳐 쌓인 장서들이다.
그전에도 보유하고 있던 것들이 있었으니 ‘고이델’ 침략 이전의 역사. 다난보다도 오래된 하늘거인의 흔적마저 있었으니까.
두 번째 이유인 학생들의 진로조사라는 것도 마탑에겐 중요한 문제지.
“그치들은 여전히 신입이 부족한 모양이에요.”
본디 마법사의 교육과 양성을 도맡았던 건 마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독점이라고 해야겠지.
가디언 아카데미와 협회의 등장 이전, 마법은 마탑이 독점하고 있었다.
대륙의 유일한 마법사 교육기관. 마법의 소질을 타고난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탑으로 몰려들었다.
마법의 독점. 이로 인한 폐해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
독과점으로 인한 마법사의 비대한 가치형성, 젊은 마법사들을 착취하는 고위 마법사들. 소수 엘리트 주의로 교육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저위 마법사들.
하지만 아카데미의 등장 이후 마탑은 그 독보적 위치를 상실했다.
마탑이 대학원생들을 착취하고 성과물을 교수들이 독점하는 폐해의 온상이라면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평등했으니까.
심지어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자료들도 메르카바 같은 아카데미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유망한 마법사들도 졸업 후 진로를 아카데미 교수로 잡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마탑과 아카데미는 앙숙관계일 수밖.
“그러고 보니까 80년 전에는 아카데미와 전쟁도 벌였었죠? 조제핀 여사··· 아니, 교수님이 등장하는 교과서에서 봤어요.”
“크흠··· 옛 이야기입니다. 저 혼자 한 것도 아니고요.”
조제핀은 힐끔 이사장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여사님도 여사님이지만, 내 눈앞에 있는 스승님이야말로 역사의 산증인이니까.
“나와··· 타테스 발타자르도 함께했었지.”
구교의 마녀사냥. 이에 반발하던 스승님. 평소 아카데미를 고깝게 보며 마인들을 실험체로 취급하던 마탑까지 구교의 편을 들었다.
스승님과 당시 어린 마녀였던 조제핀 여사. 그리고 타테스 발타자르.
이 셋이 합심해 구교의 성전기사단과 마탑을 깨부쉈다. 이른바 마녀전쟁, 마녀혁명이라 불리는 역사적 사건이다.
“뭐, 어쨌든 그들이 방문한다고 했습니다. 코린 학생은 예전부터 구교와 마탑을 예의주시하라고 했지요.”
“그 말대로입니다, 교수님. 구교와 마탑은 발타자르와 커넥션이 있어요.”
“그렇다는 건··· 2왕녀 전하도?”
“네.”
미르암 엘리사벳 엘 라스. 왕국의 2왕녀. 그녀의 가장 큰 지지기반은 구교와 마탑이다.
정사와 달리 이번 마탑 준동 사건에서 미르 왕녀는 어떤 역할을 할까?
두고 볼 일이다.
“이사장님, 이번 마탑 방문자들. 제게 맡겨주시죠.”
“무슨 생각이 있니?”
“후후······.”
“다~ 계획이 있습니다.”
············
·········
······
“무슨 생각일까요?”
“······글쎄.”
조제핀은 일단 허락을 내렸지만, 코린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조금은 남겨두었다.
“어찌 됐건 그는 타테스 발타자르의 제자. 경계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그, 그건 아닐 걸···요?”
“이사장님?”
어째선지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에린의 아바타.
조제핀이 시선을 보내자, 에리우 이사장은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환기했다.
“이번에도 믿고··· 맡겨 보지요. 그 아이의 선의를.”
“······?”
조제핀은 방학 이후로 달라진 것 같은 에리우의 태도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 * *
방문한 마탑의 마법사들은 총 50명이지만, 이 중에 네임드로 분류되는 이들은 세 명이다.
“내가 13-7번의 자료를 가져오라 했을 텐데! 당장 새로 가져와!”
“죄, 죄송합니다, 스승님!”
먼저 적의 마도학파 엘더 아드말렉.
화염 마법사들의 수장이자 불같은 성격을 가진 꼬장꼬장한 꼰대 늙은이.
“실험동은··· 언제 쓸 수 있지?”
“그건 시일이 좀 걸린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요구한 마물이 준특급이다보니······.”
“그럼 그동안 만져볼 실험체를··· 준비해.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흑의 마도학파 엘더 모르슈탄.
네크로맨시를 위시한 흑마법의 대가답게 로브를 뒤집어쓴 음침한 마도사다.
나머지 요주의 인물은 황금의 에이드린. 타테스 발타자르의 협력자. 이번 마탑 준동의 핵심인물이자 후일 미르암 왕녀와 함께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대마법사.
하지만 녀석은 앞선 두 사람과 달리 방문자 목록에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다니는 녀석이라 진짜 얼굴을 모른다.
50명의 마법사 중에 있는 건 확실하지만 일단은······.
“이봐, 거기 꼬맹이. 우리가 지시한 일은 언제쯤 끝나는 거지?”
꼬장꼬장한 아드말렉의 수발부터 들어야겠지.
“아, 그거라면 곧 가져오게 될 겁니다. 아리샤가 뛰어갔으니까요.”
“느려 터져 가지곤··· 마탑이었다면 즉각 퇴교시켰을 거다.”
“하하··· 죄송합니다. 그보다 관광일정은 어떻게 잡을까요? 지금이라면 명물 레스토랑 중 하나인 크림시클에 예약 가능합니다만?”
“태평한 소리 하지 마라! 마도를 연구하는 우리들이 그깟 식당 구경이나 하러 온 줄 아느냐! 이래서 태평한 아카데미 애송이들이란··· 끌끌.”
위장으로 온 주제에 바쁜 척하긴. 뭐, 대도서관의 한편을 빌리고 산처럼 쌓은 자료들을 읽는 모습을 보자면 정말 연구하러 온 학자들 같긴 하다.
“어이 거기! 애송이 하류 마법사! 와서 이 수식을 기록해라! 한치라도 틀렸다간 마나하트를 쥐어짜 주지.”
“아, 네··· 네!”
봉사활동 시간 채울 겸 온 라크는 졸지에 마탑 마법사들의 시다바리가 되었다.
저 녀석, 작년에 마탑 인턴을 뛰었다고 했으니까 잘 보일 필요가 있는 거겠지.
근데 어쩌냐? 시나리오 다 끝나면 마탑은 통째로 증발하는데.
지금이라도 라크 녀석에게 새로운 취직처를 알아줘야 할까?”
어쨌든 마탑을 방문한 마법사들을 안내하고 그들의 편의를 봐주는 걸 몸소 맡은 바이다.
아카데미에 방문한 동안 녀석들은 시내의 호텔에 체류하며 낮에는 아카데미에, 밤에는 호텔로 돌아갈 것이다.
“거기 애송이 기사. 이쪽으로 와서 실험 키트를 옮겨라.”
“그래, 너희 둔중한 기사들은 힘쓰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겠나.”
새삼스럽지만 마탑 녀석들은 무례하고 건방졌다. 딱 봐도 3급 마법사 수준인 것 같은데, 날 손짓으로 부려먹으려 든다.
내가 1급 기사인 건 알까? 하긴, 지들 연구 말고는 관심도 없는 녀석들이 알 리가 없지.
“이봐, 조심하라고! 너희 같은 것들은 평생 벌어도 살 수 없는 귀중품이란 말이다!”
“하하······.”
“실실 웃지 마라. 이건 로드 아드말렉께서 직접 명하신 일이란 말이다.”
이 새끼, 언제부터 봤다고 자꾸 말을 놓지? 화나네?
다음 날 저녁.
“읍··· 읍읍!”
나는 그 마법사를 납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