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7
평범한 농장소녀 마리에(3)
코린 로크. 18세.
지구에서 20여년.
이곳에서 4년.
코린의 기억까지 더하면 40년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정신연령이란 것도 결국은 신체 연령을 따라가는지 나는 꽤 왕성한 청소년이었다.
나라는 녀석은 여자와는 영 인연이 없는 녀석이다.
남중남고체대군대를 거치며 남자친구들은 많았지만, 여자들과는 엮일 일이 영 없었달까.
초등학교 다닐 때야 여자애들과도 잘 어울렸지만, 그거야 초등학교 때는 원래 다 그렇지 않은가?
제가 한 말에 귀까지 빨개져서 눈동자가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는 마리에. 그녀의 무언의 허락.
로브 자락을 여미며, 드러난 압도적인 볼륨감의··· 우주의 중심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그것들.
솔직히 욕구가 들지 않는다면 그건 천하의 고자 새끼일 것이다.
“고마워요.”
“으응?”
“기운 나라고 그러는 거죠? 참··· 내가 기운이 없어 보이긴 했나 봐.”
“그, 그렇지······.”
사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솔직한 심정으로는 몸을 던져 저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러면 가오 안 살잖아.’
남자는 가오인 법. 힘들다고 해서 동료의 가슴에나 파묻혀서야 가오가 안 산다.
‘쓰읍··· 근데 아쉽긴 하다.’
이 배려심 넘치는 감자소녀의 배려를 애써 거절하며 유혹에 지지 않기 위해 돌아서려 했다. 그 순간······.
“에, 에잇···!”
내 팔을 붙잡고 휙! 하고 당기는 마리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 엎어졌다. 게다가 나는······.
“으읍?!”
심히 언급하기 어려우나 마리에의 가슴골에 묻혀버린 참이다.
“스은배?!”
“가만히. 가만히 있어.”
힘으로 나를 누르는 게 아니다. 포근한 품이, 커다란 골짜기가 점차 늪처럼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으어어······.”
힘이··· 빠진다.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거부할 수 없는 흡입력이 나를 빨아들였다.
크다.
알고는 있었지만··· 컸다.
천당의 구름바다처럼 포근하고, 뭉실뭉실한 존재감이 나를 감싸 안는다.
저항할 수가··· 없다!
현기증이 핑··· 도는 기분이다.
“코린은··· 좀 쉬어야 해.”
나만 해도 이렇게나 얼굴이 화끈 거리는데, 마리에는 어떨까? 내 목덜미를 꾸욱꾸욱 누르고 있는 손바닥에서 전해져는 힘은 진심이다.
부끄러움으로 몸을 베베 꼬면서도 마리에는 나를 위로하며 품어 주고 있는 것이다.
“우으······.”
파묻혀가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점점 힘이 빠진다.
······피곤하긴 했나 보다. 하긴, 요즘 쉬는 날이 없다시피 했으니까.
“으읏··· 코린? 자? 어? 자? 진짜로?”
꺼져가는 의식 속. 마리에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귓가를 속삭였다.
·········
······
···
“코린. 코리이이인~ 일어나아아.”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거리자 부스스한 눈꺼풀을 여닫으며 의식을 각성한다.
“으음···.”
깜빡 졸았나. 눈을 뜨니 싱그러운 머리카락을 흘리며 나를 흔드는 마리에가 보였다.
“어, 졸았나···.”
“응. 푹 자더라. 역시 피곤했나 봐.”
“지금 몇 시··· 예요?”
“저녁. 밥해놨어. 식사부터 하자.”
그러더니 호화로운 방안에 비치된 간이 탁자로 나를 이끄는 마리에. 그곳에는 준비된 몇몇 음식들이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있었다.
“짜안~! 베이컨 감자말이하구 스튜야!”
따뜻함이 느껴지는 요리. 마리에가 한 거겠지. 어마어마한 부자지만, 요리에도 능숙해서 항상 얻어먹는 입장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호화스러운 방안에서 재벌집 영애가 손수 만들어준 요리를 먹다니··· 참 팔자가 좋다 싶지만.
“피곤한 건 좀 어때?”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이다!”
마리에의 요리는 맛있었다. 솜씨도 솜씨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따뜻한 요리. 한입씩 입안으로 넘길 때마다 속을 데워주는 기분이다.
“다 먹었어요.”
“그래? 그럼 지금부터 뭐 할래?”
“음··· 그냥 누울까요?’
“그것도 좋지!”
혼자 눕기엔 너무나 거대한 침대. 그 위에 눕자니 마리에도 따라 눕는다.
“헤헤······.”
뭐가 그리 좋은지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헤실헤실 웃는 마리에.
“뭔가··· 치유되네요.”
마리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 훈훈해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녀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받아왔다.
“선배.”
“으응?”
예쁜 사람.
착하고, 아름답고, 능력 있고, 친절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사람. 저런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선배 때문에 살아. 진짜로.”
“헛···!”
마리에는, 내 선택의 결과다. 내가 바른길을 택했다는 증거.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내 곁에서 나를 지지해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코린.”
내 얼굴을 보듬으면서 마리에는 싱긋 웃었다. 언제부턴가 이 좁은 거리감이 익숙해진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많이 놀랐지?”
“많이요.”
“코린은 거부했지만··· 그대로 받아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선···.”
내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조용히 막아서는 마리에.
“우리 약속했지? 이번 일이 끝나면,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분명 그랬었다. 모티베이션이라고 할까··· 마리에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코린이, 나를 더··· 내가 주는 걸 받아주고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건··· 그녀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거였다.
“코린은 사람을 도와줘 놓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끝내버리니까. 좀 더 영악해져도 괜찮은데··· 그래서 더 좋은 거지만.”
“선배.”
그녀는 숨을 찬찬히 들이키더니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응시하며 독백을 계속했다.
“코린은 정말 많은 걸 짊어지고 있잖아. 나를 구해준 것도··· 코린에게는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말이야, 코린. 내게는 그 한 번의 도움이··· 단 한 번이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이었어.”
“난 코린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어. 코린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으면 좋겠어. 작위? 땅? 흐레스벨그? 그건 별거 아닌 거야.”
“다~ 주고 싶은 거야. 뭐든지 해주고 싶은 거야. 너무 소중하니까··· 코린이 험난하고 기나긴 길을 걷는다면··· 그 앞에 길이라도 닦아주고 싶은 거야.”
내 목덜미를 붙잡고 차분히 제 가슴에 묻는 마리에. 사랑스럽다는 듯 토닥이며 마리에는 나를 껴안았다.
“그냥··· 돌려주는 거야.”
그 포근한 품 안에서, 안락하고 푹신함 속에 취해··· 나는 무엇도 거절할 수 없었다.
이 사랑을, 열렬히 좋아해 주는 이 사람의 진심을··· 품은 마음에 대한 대답을 확신할 수 없다.
지금은 그 어떤 관계도 진전시킬 수 없다.
그래서 그 과한 선물들을 거절한 것이다.
“나에 대해선 뭐든지 이용해, 코린. 난 어떤 것도 다 줄 수 있어. 나는 코린을······.”
그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거기에서 자신의 할 말을 삼키며 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을 뿐이다.
* * * *
“흐헉···!”
마탑의 자랑스러운 적마도사. 대마법사를 한끗 차이로 앞둔 적파의 수장. 엘더 아드말렉이 정신을 차린 건 뙤약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오후의 한때였다.
“어, 깨어나셨습니까? 스승님.”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 중년을 벗어나 노년기에 들어선 그는 익숙한 얼굴이다.
“조, 졸린? 이곳은 대체 어디냐!”
그의 수제자. 제 뒤를 이어 적파의 엘더 마도사가 될 예정이었던 졸린이었다.
“으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뻥 뚫린 바다··· 아니, 얕은 저수지에 바닷물을 가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디냐? 이곳은 대체···!”
“어이~ 졸씨! 일 안 하고 뭐하는겨!”
그때, 졸린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웬 촌부. 그가 몽둥이를 들고 다가올 때마다 졸린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가, 간수님···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여! 한창 바쁠 떠인디 농땡이 치고 자빠졌어!”
그 순간, 아드말렉은 믿기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촌부가 몽둥이를 번쩍 들더니 졸린의 어깨를 내리친 것이다.
“악! 악! 아파요! 아픕니다!”
“게을러 빠진 눔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려!”
졸린은 적파의 최고 엘리트인 7층 마도사다. 지혜와 지식의 보고인 마탑의 프로페서란 말이다.
그런 그가 일개 촌부한테 몽둥이 찜질을 당하다니?
“이, 이 천한 것이 미치지 않고서야!”
아드말렉은 마나하트를 가동. 에테르 덩어리를 가공하여 불꽃을 일으켰다.
저런 촌부 따위에게 마법을 쓴다는 게 굴욕이지만, 감히 마도의 길을 걷는 자들을 건드린 천것을 살려둘 순 없다.
“엇?”
그러나 아드말렉의 분노는 촌부를 집어삼키지 못했다. 마법으로 발산되기는커녕 아예 내부에서 마력이 집속되지도 않은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심장에··· 마력이 없다?
“뭐시여? 이 씨부럴 눔. 지금 마법 쓰려고 한 겨?”
“아, 아니··· 이게.”
“아, 아이고 간수님! 스승님이 뭘 몰라서 그렇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이런 옘병 육시럴 눔 같으니. 셋바닥을 확 빼부리기 전에 그 입 닥치지 못해?!”
뻑! 하고 몽둥이가 졸린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핑! 하고 어지러운 듯 고개가 돌아가는 졸린.
“이 씨부럴 것. 감히 마리에 아씨를 건드려? 너그들은 무기징역이여 쌍노무 새끼들아.”
전후사정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아드말렉이 금붕어처럼 뻐끔거림에도 간수라는 남자는 박달나무 몽둥이를 번쩍 든 그때.
-끼에에에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비행야수 흐레스벨그.
그 거대한 여객수가 컨테이너 하나를 이끌고 저수지 한가운데에 안착했다.
“어이구! 어찌 귀하신 분이 이곳에!”
아드말렉을 후려치려다 말고 헐레벌떡 달려가는 간수.
그뿐만이 아니다. 사방에서 그와 같은 복장을 한 간수들, 허름한 죄수복을 입은 자들이 흐레스벨그를 향해 달려갔다.
곧이어 컨테이너에서 살포시 모습을 드러내는 하늘머리 소녀.
이곳 남부의 다도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는 남부 굴지의 공작가. 25개 작위를 소유했으며 200만 헥타르의 농지를 관리한 대지주.
“”마리에 아씨 오셨습니까!!””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터뜨리며 허리를 수직으로 세우는 간수와 죄수들. 간수며 죄수며 험악하기 그지없는 ‘형벌 염전’에서도 마리에의 표정은 시종일관 싱그럽다.
“안녕하세요, 다들 고생이 많네요!”
“아씨···”
간수장으로 보이는 이가 방금까지 죄수들을 후드려 패던 몽둥이를 허리춤으로 숨기며 다가왔다.
혹여나 핏물이 잔뜩 묻은 박달나무 몽둥이를 귀한 아씨에게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서다.
“막크 아저씨! 지난달에 손자 보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저희 가문에서 소소한 선물을 보낼 테니, 육아 걱정은 하지 마세요!”
“하하, 감사합니다. 헌데, 이 누추한 곳에 어찌 귀하신 아씨께서······.”
“으웅~ 제가 온 이유는요. 새 죄수들도 전달해드리고 명령도 내려둘까 해서요.”
“호오~ 그렇다면?”
딱! 하고 마리에가 손가락을 튕기자 컨테이너에서 차례차례 나오는 죄수복의 무리. 그들을 보고 아드말렉은 숨을 삼켰다.
“아, 아니, 저들은···!”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적파의 제자들. 그리고 흑파의 마법사들까지 그 숫자가 스무 명.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드말렉과 함께 행동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흑파의 엘더 모르슈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다행한 일일까?
“여기 이 사람들은 다른 죄수분들과 다르게 무기징역이니까요. 그리고 튼튼하니까 조금 험하게 다루셔도 돼요!”
“어휴, 아씨에게 보여드릴 모습은 아닙니다만.”
“아주, 아아아주 나쁜 사람들인걸요. 괘념치 마세요!”
“저 씨부럴 것··· 아, 아니, 죄송합니다. 저어 씹새···나쁘으은 놈들이 아씨를 실험체로 납치하려 했던 아아아주 나쁘으으으은 놈들이지요?”
“네!”
“흐흐··· 알겠습니다.”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홱! 고개를 돌리는 막크 간수장. 그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죄수들에게 선언했다.
“짜식들아! 신입이다! 마음껏 부려 먹어라!”
“오오!”
“저 살 야들야들한 거 봐! 귀한 일만 하다 온 놈들이로군!”
“오늘 밤 비누를 줍게 해주지. 으하하하···!”
험악한 미소를 짓는 죄수들. 이들 모두가 남부에서 중범죄를 저지르고 최소 5년 이상의 형을 받은 이들이다.
그들은 험악한 일을 하다 온 자신들과 달리 서류뭉치 하나 들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인텔리 마법사들을 보며 환호했다.
“아저씨? 비누를 줍게 한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허허, 죄수들끼리 친목을 다진다는 뜻입니다. 업무효율을 위해서라 저희들도 눈 감아 주고 있습니다.”
“그래요? 흠흠! 중요하죠! 앞으로 같이 일할 동료들이니까요!”
간수장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에. 그런 그녀의 모습조차 간수들에게는 보배로운 남부의 꽃 같은 모습이다.
“잠깐! 듀나레프 영애! 듀나레프 영애!”
죄수와 간부들의 인파를 헤집고 나선 것은 엘더 아드말렉이었다.
“아드말렉이구나! 노환 때문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고 들었는데, 몸은 어때?”
“거, 걱정 고맙소이다. 하, 하지만 영애! 이게 대체···! 마력이···!”
횡설수설하는 아드말렉. 그는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도, 마력이 사라진 것도···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다.
“으웅~ 마탑 마법사 죄수들은 위험하니까. 다들 구울로 만들었으니까 앞으로 마법은 못 쓸 거야.”
“구, 구울?!”
구울. 흡혈귀의 종. 본래라면 이지조차 없는 저급 마물 아닌가?
자신을 포함해 마탑의 마법사들이 모두 구울이 되었다고? 대체 언제?
“서, 선짓국···!”
그 부글부글 끓던 국거리를 강제로 먹여지던 걸 떠올린다. 입안이 데이며 펄펄 끓는 고통 속에서 온 몸이 경련하던 끔찍한 기억을.
“공작영애 시해미수하구 이사장 암살··· 그 외 이것저것 붙어서 무기징역이니까 아드말렉··· 응, 아드말렉은 쫌 길다. 그치? 오늘부터 너는 춘식이야~!”
해맑게 미소 짓는 마리에. 그 말에 동조하는 간수들.
“4885는 오늘부터 춘식이로 개명한다! 모두 그렇게 알도록!”
“예, 간수장님!”
“이, 이놈들! 이 천한 것들이···!”
아드말렉은 기가 차서 간수장을 멱살을 붙잡았다. 마법사치고는 완력도 좋은 편인 그다. 이깟 범인(凡人) 따위 단숨에 내팽개칠······.
“아, 아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저 간악한 평민을 때려 죽이고 싶었으나 그마저도 여의찮다. 마치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다.
“춘식이하고 다른 애들은 일할 때 말고는 힘을 못 쓰게 만들었어. 혹시라도 간수님들이나 다른 죄수분들을 다치게 하면 안 되니까. 맞다. ‘간수님들 명령에는 절대복종’이야.”
저 작지작은 소녀의 말이 뭐라고, 마탑 출신의 구울들은 본능적으로 저 말에 복종해야 함을 깨달았다.
뱀파이어의 권속으로 전락한 자신들에게, 드라큘이나 드라큘리나조차 되지 못한 그들에게 이이상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음을.
“오늘부터 여기서 일해! 한 백 년쯤 소금 만들면 그다음부터는 감자 농사 쪽으로 옮겨줄 테니까!”
“이, 이 나를··· 엘더 아드말렉에게··· 소금 따위를 만들라고? 이, 이 몸의 강의 한 번을 듣기 위해 귀족들이 금은보화를 싸들고 오건만!”
“아가씨께서 춘식이라 하지 않았느냐!”
퍽! 박달나무 몽둥이가 아드말렉··· 춘식이의 무릎을 내리쳤다. 척추까지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무릎을 꿇는 춘식이.
그런 노구의 구울을 향해 엘더 뱀파이어가 다가왔다.
“으응? 일당? ······헛!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그건 쪼오끔 그렇지 않을까?”
반쯤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 흡혈마인의 정점. 그 절대적인 지배자 앞에 바들바들 떠는 춘식이.
마리에 듀나레프라는, 불로의 흡혈귀가 죽지 않는 이상··· 자신은 영원한 노예로 전락했다는 걸 깨닫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