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5
보물섬 마그 멜(1)
“······.”
이주 전쯤인가, 우편으로 2급 치안판사 임명장을 받았을 때는 마리에의 빠른 일 처리에 감탄했다.
그런데 오늘. 뜬금없이 내가 그간 공로를 사 특진하게 되었으니 시청으로 오란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특진해? 뭐? 내가 흉악범들을 잡았다고?
더군다나 이번에 잡혔다던 흉악범들이 트로피처럼 전시되어 있다. 이 나라의 인권은 대체······.
“으아아악! 코린 로크으으으! 이 정의로운 용사의 화신 같은 녀서어어어억!”
“내 사악한 계획을 알아채고 저지하다니! 대단하구나! 네가 있는 한 이 나라의 정의는 영원불멸하리라!”
“···············니들이 왜 거기 있냐?”
현상범 사냥꾼 컨텐츠를 진행하다 보면 잡을 수 있는 흉악범죄자들. 그들이 나를 보며 목놓아 외치고 있다.
내게 잡혔노라고.
제가요? 언제요?
“축하해, 코린! 오늘부터 1급 치안판사네!”
나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일 감자제국의 공녀님을 바라봤다.
찐 감자에 설탕을 뿌려 내밀면서 헤벌쭉 웃고 있는 이 무구한 소녀가.
뒤에서 어떤 공작을 펼쳤을지 상상이 안 돼서. 아니, 상상되는 게 더 이상해서······.
“허······.”
“헤헤, 감자 먹을래?”
“먹여주면요.”
“아앙~”
아 몰라. 그냥 누리고 살래.
“커흠.”
아무튼 내가 치안판사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이 자리가 공적인 실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재판권과 조사권. 일개 가디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중앙정부의 위세를 자격증 하나로 빌릴 수 있다.
가디언이 아무리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실상은 용병에 가깝다.
협회라는 용병조직 산하의, 중앙정부와는 분리된 떠돌이 용병.
하지만 치안판사는 다르다. 가디언들만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위세와 실권이 실린 자리다.
당장 루니아만 해도 동부의 국경관리를 맡고 있으며 왕실 기사단 초빙 교관직도 있다.
감투를 가지고 있으니 귀족, 행정직원, 지역유지 등 일개 용병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입지.
당장 남부에서 세반시아 듀크의 성을 소유하고 있는 카시우스 백작만 해도 그렇다.
씨 서펜트를 잡고 오라느니, 마을의 골칫덩이를 해결하라고 오라느니 심부름 퀘스트부터 해야겠지만, 치안판사로서 찾아간다면 공무에 협조하라고 하면 그만이다.
“에휴~”
“어, 코린? 왜 그래?”
“아뇨. 그냥··· 마리에 선배가 나한텐 복덩이다~ 새삼 느꼈거든요.”
“그, 그래? 더, 더한 것도 해줄 수 있는데? 혹시 영주 일은 관심······.”
“그만! 선배! 선배는 밀당이란 걸 좀 하세요! 그렇게 다 퍼주면 단물만 쪽 빨리고 버려진다니깐?”
“그럴 거야?”
“아니, 내가 그러겠다는 건 아니고······.”
뭐가 됐든 이 아가씨는 빠꾸가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다음부턴 일 벌이기 전에 저랑 상담하고 해요.”
“싫어!”
“엥?”
너무나 단호한 거부. 마리에가 이런 적은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냥. 나는··· 일단 주고 생각할래!”
“아니, 왜······.”
“헤헤, 그래도 선물 받으면 기분이 좋잖아?”
배시시 웃고 있지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마리에.
“오늘은 둘이서 축하하고 누나 품 안에서 코~ 자자?”
“······.”
나도 이젠 모르겠다······.
* * * *
이사장실. 자리에는 나와 화란, 아리샤, 마리에가 있었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마그 멜에 입장할 거란다.”
다난의 보물고 「마그 멜」
에린 다누아 사망 이후 그녀의 유지를 잇는 플레이어가 파티원들과 함께 진입하게 되는 다난의 유산이 잠들어있는 곳이다.
이번에는 에린 다누아가 살아있을뿐더러 발타자르의 세력은 마그 멜에 들어가지도 못할 테지.
“질문 있습니다. 마그 멜이란 곳은 어떤 곳인가요?”
번쩍 손을 들어 질문하는 아리샤. 가디언즈 설립 이후 밑 준비를 하느라 이번 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었지.
“마그 멜은 먼 신화시대 신들의 보물고란다. 그곳에는··· 신들이라 불렸던 존재들의 잔류사념이 존재하지.”
스승님이 낙원의 여왕으로서 다난들의 모든 걸 물려받았지만, 정말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당장 다난의 4대 비보. 각지에 숨겨진 다난의 비경들처럼 퍼져 있는 곳도 존재하며 스승님도 선조들의 의지를 존중해 굳이 그곳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다난의 보물고 마그 멜은 바로 그러한 곳 중 하나다.
“그곳에서 신들이 남긴 물건들··· 또는 그들이 선물한 무언가를 받아오렴. 모두가 받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가져오는 게 아닌가요?”
“가보면 알거란다. 이건 나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 말을 끝으로 스승님은 칠판에 차례차례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첫 진입조는 코린과 마리에, 아리샤와 화란이란다. 남은 가디언들도 차례차례 입장하겠지만, 일단 너희들부터야. 준비는 됐니?”
“와, 저 코린 씨하고 같이 가네요.”
“코린하고 같이 가면 무난하게 통과할 거 같아.”
“······.”
세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를 향한다. 거··· 그렇게 깨는 거 아닌데.
“자! 이제 이동하자! 클라라?”
“네, 이사장님.”
조제핀 여사는 곧 우리를 또 다른 공간으로 초빙했다. 요 몇 주 동안 그림자 낙원에서 함께 훈련했기 때문에, 이젠 익숙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평평한, 암운이 드리워진 평야가 아니다.
“어? 빛?”
“으, 너무 눈부셔요···!”
이 세계는 여전히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다.
암운이 드리웠으나 찬란한, 모순적인 장소.
굽이치는 파도와 사방에 널린 보석과 보물이 스스로 광채를 빛내며 세상을 밝히고 있는 놀라운 장소.
“보물이 쌓인··· 섬?”
“이런 곳이 있다니······.”
“······.”
보물섬 마그 멜. 완전한 낙원, 티르 나 노그를 이루는 편린. 이곳의 주인은··· 스승님이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너희들을 기다릴 거야. 너희들은 이 섬의 안쪽으로 나아가렴. 그럼 ‘그들’이 너희를 맞이할 거란다.”
전 회차에서는 조제핀 여사가 설명해줬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직접 설명해줬다.
전 회차에서 조제핀 여사가 그랬듯, 스승님은 파도가 굽이치는 모래 사변에서 우리들을 떠나보내며 같은 경고를 했다.
“결코··· 결코 행복에 취해선 안 된단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 그리고 그 말의
············
·········
······
보물섬 마그 멜의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섬의 안쪽에서부터 퍼져나온 안개가 우리의 시야를 가렸다.
“으··· 코린 씨. 오싹오싹한데요?”
“나, 나두······.”
게임에서도, 전 회차에서도 와본 경험이 있기에 익숙한 나와 달리 아리샤와 마리에는 겁이 나는 건지 슬쩍 내 팔을 끌어안았다.
계율 버프만 아니면 두 사람이 나보다 강하지 않나? 사실 여기서 클라우 솔라스 없으면 내가 제일 약할 텐데 날 의지해도······.
“······.”
압도적인 방어력을 믿는 건지, 성큼성큼 앞서 나가던 화란이 슬쩍 나를 응시한다.
화란과 파티를 맺으면 자연스럽게 화란이 전위로 앞장서게 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포지션이다.
“무서워.”
“응?”
“무서워.”
괴물이 앞을 가로막아도 무표정으로 밟아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뭐요?
“무섭··· 란이 무섭대.”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같은 몸을 공유하지만 느끼는 바는 서로 다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미 내 양팔은 아리샤와 마리에로 꽉 찬 상태인데······.
“응? 그럼 화란 씨는 마리에 선배 손 잡으면 되겠네요!”
“뭐?”
“헛?”
얼빠진 화란의 손을 붙잡더니 마리에의 손에 콕! 집어주는 아리샤.
“······.”
“······.”
“다 같이 서로 손잡으면 무섭지 않을 거예요!”
서로 손에 손잡고 나아가던 중··· 아리샤는 안개의 찬 기운에 바들바들 떨면서 불평을 내비쳤다.
“으··· 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분위기 너무 싫었는데요······.”
“너 마령은 잘만 때려잡지 않냐?”
“마령을 베는 건 둘째 치고 이런 분위기 자체가 쥐약이에요!”
“뭐··· 마령과 똑같은 취급을 하면 큰일 날 거다.”
“코린 씨는 이곳에 대해··· 조금 아시는 눈치네요?”
“여긴 신들이 잠든 곳이야. 정확히는 신들의 잔류사념이 남은 곳에 가깝지만.”
귀신? 그것보다는 ‘신의 역사’가 남아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인간들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 것처럼, 신이 죽으면 이곳 마그 멜에 남게 된다.
이곳에서 그들은 존재하지만, 살아간다기보다는 그들의 존재가 기록됐다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내가 전 회차에서 본 마그 멜의 다난들은 그런 느낌이었다.
“뭐, 처음에는 팀전이지만 동시에 개인전이야.”
마그 멜의 보물 획득 규칙은 간단하다.
세 명의 파티 멤버를 데리고 섬을 떠돌다가 다난들을 만난다.
그들이 주는 시련이나 문답을 단계별로 거치면서 탈락자가 있을 때마다 다음 시련에서 참여할 수 있는 숫자도 그만큼 줄어든다.
1단계에서 1명이 탈락하면 2단계에선 3명이서만 시련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처음 시련을 통과하는 게 중요해. 가장 난이도가 낮지만, 여기서 통과한 사람의 숫자에 따라 다음 난이도가 낮아지거든.”
“그래요?”
그래서 고인물들은 첫 단계에서 플레이어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실패하면 바로 세이브 로드 치트키를 써서 다시 시도했다.
플레이어 자신이야 원래 통과하지 못하면 게임오버가 된다지만, 파티 멤버들은 확률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1단계만큼은 퍼펙트 100%. 2단계도 2명 이상 탈락하면 리트라이를 고려해본다.
“저··· 코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서로 손을 놓은 두 사람이 이쪽을 응시한다. 아니, 무섭다면서.
“아까부터 등에 메고 다니는 게 뭐야?”
“이거요?”
나는 씨익 웃으며 등에 멘 바구니를 과시했다.
“후후, 이게 우리가 원하는 신을 만나게 해줄 겁니다.”
이곳은 신들의 시련을 받는 곳. 신들이 주는 시련은 제각각 다르다. 그들의 속성, 성격, 신화에 따라 랜덤하게 시련이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과 관련된 아이템’이 중요해진다.
자신과 관련된 아이템을 가지고 오는 플레이어를 해당 신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거든.
그리고 내가 가져온 건 바로 「백족사두의 괴물. 마타의 머리.」 위대한 신왕 다그다가 때려죽인 괴물이다.
참고로 다그다가 주는 시련은 어디 가서 뭐 좀 잡아와라, 맛있는 음식을 해와라 이런 거라서 개꿀 신으로 게임 커뮤니티에서 정평이 나 있지.
“흐흐흐흐······.”
마리에, 화란, 아리샤··· 모두 전투력이라면 부족함 없는 초인들이다. 다그다가 주는 첫 번째 시련쯤이야 가볍게 통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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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섬을 나아갔을까? 확연히 짙어지며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안개.
세 사람은 당황했지만,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했다.
신과의 일대일 대면. 그 푸짐한 아저씨는 성격이 불같기는 해도 은근 퍼주는 성격이니까.
-띠링~!
세 사람이 사라진 안개 속. 아름다운 악기 소리가 귓가로 흘러 들어온다.
“악기?”
다그다 그 양반이 하프를 가지고 있긴 했다. 그의 세 번째 시련이 거인들에게 도둑맞은 하프를 찾아오는 퀘스트였으니까.
루루~루 라라~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어떤 생물도 현혹할 것처럼 아름답고 달콤했으며 또한 애절한··· 어라? 이거 다그다 그 양반 목소리가 아닌데?
“······.”
소리에 이끌려 다가갈 때마다 선명해지는 목소리와 하프 연주. 연기가 걷히며 연주 소리가 들리는 하프의 황금빛이 찬연하게 빛났다.
“씨이바아알······.”
“환영하네, 방문자여. 시련을 청하러 온 영웅이여. 나는 막 인드 오그··· 젊음의 아들이자 사랑의 신 앙구스라네.”
다그다가 아니다.
화려한 금발의 미신(美神)은 나를 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대체 왜······.”
“그대가 가져온 괴물의 머리. 그건 우리 아버지의 전리품이자 우리 형제들에게 아버지가 나눠준 선물들이지. 이야~ 옛 추억이 떠올라서 말이야.”
그걸 왜 선물해? 싸이콘가? 하긴 그 양반 하도 바람을 펴대서 자식들이 넘쳐나긴 했지.
사내대장부가 조강지처 버리고 여기저기서 연애질이라니.
어쨌든 나는 다그다를 생각해서 마타의 머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다그다가 이 머리들을 제 자식들에게 선물했다면··· 자식들 또한 이 머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지만······.
‘후··· 괜찮아. 예상하고는 좀 달라졌지만, 뭐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간 게 있긴 하나? 원래 계획은 망가지라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걱정되긴 했다. 사랑의 신이 내리는 시련이라니··· 대체 저 앙구스라는 신은 어떤 시련을 내게 내릴까?
애초에 게임에서도 앙구스라는 신은 등장한 적이 없다. 게임에서 등장하는 신들은 다그다를 포함해 다섯 신일 진데······.
“아무튼! 이곳에 왔다는 건 영웅들의 여신. 정의의 다난인 그 아이가 보냈다는 거겠지? 알고는 있겠지만, 영웅이 될 수 있는 보물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는다네.”
“······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시련을 내어주실 겁니까?”
“가볍게 말하자면 자네와 아리따운 세 소녀의 승부라네.”
“예?”
알쏭달쏭한 소리를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화 속 신들이 원래 이렇긴 하다.
다그다는 직설적인 신이라서 그랬지, 게임에서 접한 다른 신들도 엉뚱한 소리로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했지.
“하, 그래도 그 세 사람이라면······.”
객관적으로 볼 때, 나보다도 뛰어난 소녀들이다. 세 명 전원은 무리라도 두 명까지는···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아리샤 빼고는 다 성공할 거 같긴 해.
“아, 내가 설명이 부족했군. 시련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자네일세.”
“네?”
“잠시 기억을 잃겠지만··· 뭐, 잘 해보시게.”
“으응?”
-띠링~
하프 연주가 들리자 시야가 어질거리며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시련의 주체가 나라고? 대체 무슨 소리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흐릿해진 시야가 맑아지더니 앙구스가 눈앞에 있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자네 굉장하구만.”
“으··· 대체 무슨 소립니까?”
“첫 번째 시련은 통과일세. 이렇게나 압도적인 성과를 낼 줄이야. 이 사랑의 다난, 자네에게 진심으로 감복했다네.”
“통과요? 뭘 했다고 통과······.”
“참고로 세 소녀는 탈락했네. 이야~ 압도적인 완패였지.”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