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6
파도를 연주하는 남자, 코린 로크(3)
여기 바반 시라는 요정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고혹적인 하얀 드레스를 흩날리며 사내를 유혹하고, 피를 빨아먹어 죽여버리는 영체(英體).
어떤 사내든 바반 시를 목격하게 되면 현혹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 보기만 하면.
“룰루루~”
‘······뭐야, 왜 나 개무시하는데!’
숲을 침입한 침입자를 상대로 치맛자락을 흔들며 아무리 유혹해도 사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수백 년 동안 이승을 떠돌던 고루한 마령은 자신의 매료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사내는 처음 봤다.
하얀 여왕이라 불리는 자신을 이토록 무시하다니!
‘어어? 진짜 가? 진짜로 가? 그냥 갈 거야?’
애처로운 목소리로 제지해도,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어떻게 자신의 마성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는 거지? 이 목소리에 현혹되지 않는 사내는 없었는데!
수백 년 여왕의 프라이드는 처참히 무너졌다. 이토록 강고한 정신력의 사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경악했다.
‘흥! 내 유혹을 무시한 건 큰 실수야. 하다못해 극상의 쾌락을 맛보다 죽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바반 시는 사내를 따라 야릇한 유혹을 계속하면서도 그가 가는 방향에 있는 영체를 주시했다.
‘흑, 흐흑···!’
사내의 진로 방향에는 음침한 노파 형태의 ‘밴시’가 있었다.
구슬픈 울음소리를 터뜨리는 여자. 그녀가 사내를 인지하고 꾹꾹 목소리를 눌러 담았다.
‘뭐야? 밴시를 보고도 안 피해?’
이대로 가면 즉사다. 사내를 죽일 생각으로 유혹한 바반 시지만, 너무나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사내를 보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어리석게도 밴시의 코앞까지 다가간 사내 앞에서··· ‘밴시의 통곡’이 울려 퍼졌다.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밴시의 통곡을 들은 자, 절명하리라.
영체인 바반 시도 눈살을 찌푸릴 만큼, 끔찍한 비명소리.
내성이나 항마력이 없다면 절명해버리는 즉사기. 사내는 꽤 강고한 정신력과 육체를 가진 모양이지만, 코앞에서 터진 밴시의 통곡에 노출된 이상──
“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
‘키이?’
너무나. 멀쩡하다.
밴시의 통곡소리를 듣고도 살아남는 이야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고막이 터지거나 피눈물을 흘리거나··· 하다못해 영체들조차 눈살은 찌푸린다.
밴시는 자신의 통곡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고 흥얼거리는 사내를 보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얘 뭐임?’
‘나도 몰라.’
밴시 뿐만이 아니다. 밴시의 통곡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몰려온 금지된 숲의 사령들.
‘뉴비 왔드아아아아!’
‘내꺼! 내꺼야!’
‘헠헠! 신선한 숲린이 냄새다!’
‘뉴비 들박 드간다아아아아!’
금지된 숲의 사령들.
본디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나 마법사들에 의해 강제로 사역되어 숲지기가 되어버린 그들은 오랫동안 자극에 굶주려 있었다.
침입자를 농락하고 찢어발기는 것이야말로 그들 삶의 낙. 가끔 마탑의 보물들을 훔치러 오는 겁 없는 도둑들이 아니면 유희를 즐길 대상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최악의 사령필드 의 실체. 한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온 숲의 사령들이 몰려가는 이유였다. 그리고······.
‘뭐임? 뭐임?’
‘이 새끼, 뭐임?’
한 사내··· 가당찮게도 홀로 금지된 숲에 들어선 코린 로크를 상대로 들러붙은 사령이 벌써 4천.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영력을 뽐내며 코린 로크를 난도질했다.
밴시의 통곡, 바반시의 매료 등 이쯤이면 드래곤도 나자빠지지 않을까 싶은 필살기 총출동이다.
‘???’
‘???’
그러나 공격이 더해질수록, 지형이 뒤집히며 숲이 비명을 질러도··· 코린은 아무런 대미지조차 없다.
「나는 령(靈)을 인지하지 않는다.」
코린 로크 제2의 계율, 세계에 대망을 추구하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이 계율은 약간의 말장난으로 세계의 마(魔) 절반을 프리패스로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어어? 저기는?’
그리고 여기. 마탑의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실험을 위해 뿌려둔 영초들이 있다.
마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법실험과 마학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끝없는 실험과 그 실험에 드는 자재가 필요한 법.
그렇기에 마탑의 마법사들은 실험을 위해 오랫동안 사역해온 사령들의 마굴에 씨앗을 뿌렸다.
대표적으로 만드라고라부터 시작해 회복의 샘물, 마법의 도토리나 머나먼 동방에서 공수해 키우고 있는 만년삼 ‘고려산삼’까지.
이곳은 세계 모든 영초들의 보고인 셈이다.
그러나 마법식물의 생장은 느리고 오래 걸리는 법.
여기에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백 년에 이르는 온갖 영초들이 잠들어 있었다.
특히 동방에서 토양째로 퍼 날라 구해온 ‘고려산삼’쯤 되면 사령왕이라 불리는 특급 마령이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엄중하고 애지중지하며 지켜온 마탑의 보물.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영초들이······.
“이제부턴 다 내껍니다.”
한 사람의 도둑놈에 의해 모조리 털리게 생겼다.
* * * *
노다지다! 노다지를 발견했다···!
강철 군도의 은 그야말로 노다지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곳이었다.
마법사들이 애지중지하며 키워왔을 귀하디 귀한 영초들.
에서도 끝도 없이 몰려오는 폭주 사령들을 피해 한 뿌리, 한 뿌리 캘 수밖에 없는 영초들이 지금 내 손에 쑹덩쑹덩 뽑히고 있었다.
“만드라고라··· 는 무시하고! 아니, 이건? 아즈라이트 탄산수! 얼릉 먹어야지~”
-추웁추웁! 후르릅! 짭짭!
[아즈라이트 탄산수를 섭취하셨습니다.]– 오러 등급이 상승합니다.
– 마력 등급이 상승합니다.
– 최대 오러량이 2,000 증가합니다.
– 최대 마력량이 1,500 증가합니다.
[옥봉의 꿀을 섭취하셨습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혈제비의 집을 섭취하셨습니다.]– 인공적인 제비집입니다. 효과가 반감됩니다.
– 【제비의 감각】을 습득합니다.
【제비의 감각】
– 바람의 감각을 피부로 느끼며 위기감지에 민감합니다.
몇몇 영초들은 그 자리에서 섭취하고, 영초를 발견하는 족족 가지고 온 보따리에 쌓았다.
여기 있는 영약들이 엄청나긴 하지만, 모두 섭취할 수는 없다. 대책 없이 많은 영약을 섭취했다가는 몸이 갈무리하지도 못할 테니까.
당장은 아즈라이트 탄산수로 만족해야겠지. 이것만 해도 히든피스에 필적하는 영양이었으니까
‘어디 보자. 내가 마지막으로 스테이터스 검사를 했던 거에 이번에 얻은 걸 더하면······.’
오러 – { 상중(13,130) }
마력 – { 상중( 11,920) }
초상능력 – { 끈질긴 전사의 재생, 고통내성, 영역이해, 트리플 코어, 마기방출, 괴력, 룬 증폭, 제비의 감각}
근력 : 233
민첩 : 165
체력 : 160
오러 : 174
마력 : 174
“후··· 대충 이 정도였나. 이만하면 스펙만으로 루니아 이상.”
특히 마력은 아르게틀람을 장착하며 엄청난 증폭율을 벌이니 흡혈귀가 되기 전 마나의 축복을 받았다던 마리에 이상이다.
물론 기사계 끝판왕 화란이 구속을 풀면 십만 단위의 오러량을 자랑하고, 흡혈귀가 된 마리에의 마력등급이 특상에 마력량은 7만에 육박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 멀었다고 여겨지지만.
애초에 그 둘은 레이드 보스잖아! 일개 플레이어가 이 정도면 엄청난 거라고!
무엇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반복 파밍필드 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약.
사령왕을 쓰러뜨리고 1.5%의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극악 입수 난이도의 물건이 지금 내 앞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주변에 특급 마령인 사령왕이 있겠지만, 특급이고 나발이고 내 앞에선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이상, 그 어떤 영체도 내게 간섭할 수 없으니.
“후··· 나 지금 떨고 있니?”
가슴이 떨린다. 언젠가 입수하러 올 생각이긴 했지만, 그것도 3학년 때나 되어서야 갈 줄 알았지.
흙더미를 조금씩 판다. 조심스럽게··· 살살. 새빨간 열매가 살랑살랑 흔들리며 나를 현혹하고 있다.
이 요망한 것! 그야말로 사람을 유혹하는 잔망스러운 요물이로다!
“흐흐흐······.”
조금씩, 조금씩.
마치 아기의 피부를 다루듯이.
손톱 사이에 흙이 들어가는 것 따윈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오, 오오오···!”
기어코 모습을 드러낸 영롱한 자태. 흙더미 속에서도 숨겨지지 않는 광채가 나를 반긴다.
이것이야말로,
이 영초야말로···!
녹파의 수장 엘더 드레리안이 학파의 10년 치 예산을 쏟아부어 동방에서 공수해왔다는 전설의 영초!
온갖 마법 영양분과 약초를 달여 애지중지 키우고 그 효과를 증폭시킨 물건이다.
【고려산삼】
황금의 만드라고라, 세계수의 열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영약 중 하나.
금지된 숲에서 얻을 수 있는 히든피스였다.
‘요건 챙겨두고.’
미리 챙겨둔 보관함에 고려산삼을 고이 모셔두고 보따리 안에 넣는다. 나중에 마리에에게 탕약으로 달여달라 부탁해야지.
영초를 판 자리에는 대신 마리에에게서 받은 감자 씨알들을 심어 흙으로 덮었다.
금지된 숲은 마탑의 마법사들이 영초를 키우기 위해 최상의 환경과 마법의 영양제를 놓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라면 ‘크리니우크의 씨앗’도 틀림없이 잘 자랄 테지.
이렇게 이틀을 파밍과 씨앗 심기를 반복하며 보내니 챙겨온 보따리가 산타클로의 선물 보따리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걸 들고 마탑으로 갈 순 없으니 ‘와드네에 매달아 놓고’ 적당한 곳에 숨겼다.
“자, 슬슬 일할 시간이다.”
슬슬 약속한 시간. 꿀 같은 파밍을 끝내고 마탑으로 향했다.
* * * *
강철 군도에는 네 가지 테마의 필드가 존재한다.
첫째는 본섬 서쪽의 금지된 숲. 마법사들이 마법약 재료를 지키기 위해 수만의 사령들을 뿌려둔 반복 파밍 필드.
그리고 섬 남쪽의 물자를 수송하는 항구가 있으며 철광과 마석 광산이 있기에 수많은 키메라와 마법사들이 상주한다.
그리고 섬 동쪽과 북쪽을 아우르는 ‘얼어붙은 땅’. 머나먼 고대, 다난과 거인들의 전쟁에서 패해 거인들이 스러져간 시신들이 남은 장소.
거인 부활의 시초가 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마탑 지하 하수도. 마탑에서 처리하는 모든 오수와 오물들이 흘러 바다로 쏟아지는 장소다.
“후우······.”
질척거리는 바닥이 끈적하게 신발 밑창에 들러붙는다.
텁텁한 공기는 코를 간질였으며 숨을 쉴 때면 악취가 신경을 갉아 먹었다.
“다른 하수도도 비슷하지만, 여긴 유독 심하군.”
강철 군도 인근 해역이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오염된 해역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마탑 놈들, 온갖 실험을 자행하면서 그 찌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수도에 버리니까.
그러고 보면 마탑 토벌 장의 사이드 퀘스트에서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하수도의 괴물’이 등장하기도······.
-푸드덕!
“음···!”
재빠르게 적창 게 데르그를 들어 소리가 난 방향을 향했다.
방금 그 소리는 새의 날개짓 소리에 가깝다. 이런 곳에서 새? 박쥐라도 있는 건가?
『ᛞ』──다가라즈
어둠 속에서 시야를 밝혀주는 룬을 새기자 빛 한 점 없는 하수도의 시야가 훤하게 보였다.
이곳은 엄연히 몬스터가 출몰하는 필드 중 하나. 전투는 가급적 피할 생각이지만······.
-꿀렁!
그 순간, 하수도의 물길에서 요동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평범하게 수귀 계열이라면 좋겠지만, 저 크기는···!
“끼이이이이···!”
작은 파도를 일으키며 뛰쳐 오르는 괴물.
“칫···!”
질척거리는 하수도 바닥을 밟아 뒤로 도약해 피한다. 쾅! 하고 놈의 머리가 하수도 벽을 박살 냈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어 보였다.
습격해온 놈을 응시한다. 눈은 퇴화한 건지 껍질이 덮여 있었고, 입은 수십 겹으로 갈라져 모 좀비 게임에서 나올 법한 인상.
“아오···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필드보스 지하 하수도의 괴물.
마탑의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구슬픈 짐승.
본래라면 파티 레이드를 통해 공략해야 할 1급 마물이다.
‘시간을 끌면 마법사들의 시선을 끌겠지. 속전속결이다’
내가 마력을 집중하자 왼팔에 광채어린 은팔··· 아르게틀람이 형성됐다. 아직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지만, 압축된 태양의 힘이라면 녀석을······.
“뀨우?”
그때였다. 나를 당장이라도 씹어먹을 것처럼 아가리를 벌리던 녀석이 귀여울 정도로 당황스러운 소리를 낸 것이다.
-꺼어, 꺼어?!
무언가에 잡힌 것처럼 녀석이 끌려갔다. 덜 자란 발이 필사적으로 바닥을 긁어댔지만, 힘의 격차가 압도적이다.
“뀨우우우우우?!”
곧 녀석은 꼬리 째로 들려져──
-꽝! 꽈꽝!
-꽝! 꽈르릉! 꽈앙!
하수도 여기저기에 패대기쳐지며 비명소리마저 무너져가는 하수도 소리에 삼켜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
이런 불합리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는 내가 알기로는 한 명.
괴물의 거체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하수도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수녀복 소녀.
화란이 필드 보스 ‘였던 것’의 꼬리를 뜯어서 들고 있었다.
“이거 구워줘.”
“그거 지지야, 지지. 버려.”
············
·········
······
마탑의 지하 하수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된 관리실이 존재한다.
이 거대한 시설의 하수도치고는 낡고 관리조차 되지 않는, 먼 선대가 지어놓은 방은 플레이어에게 좋은 은신처가 되었지.
그나저나 마탑 녀석들, 어지간히도 하수도 관리 따위 안 하는 건지, 하수도에는 아예 접근 자체를 안 한다.
기껏해야 키메라와 사령들을 풀어놓은 정도일까?
이래서 인텔리만 추구하는 녀석들은 안 돼. 세상에는 조금 더럽고 힘든 일이라도 해야하는 일이 있는 법인데.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는 여기서 잠시 지내자.”
케케묵은 먼지가 가득한 관리실에 배낭을 살포시 내려놓는다. 언제 마리에와 에린 스승님, 조제핀 여사가 올지 모르니 최소한의 청소는 해야겠지.
“근데 언제 온 거야? 나도 굉장히 빨리 온 편인데.”
예상하는 합류 날짜는 이틀 뒤였다. 나야 령을 인지하지 않는 계율 덕에 프리패스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사령과 마물들을 헤쳐나가며 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리에와 화란은 특급 마인의 특성 덕에 어중간한 녀석들은 죄 도망치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다.
“까마귀로 변··· 아니, 그냥··· 뛰어왔어.”
“어··· 들킨 건 아니지?”
“안 들켰어.”
화란의 속력이라면 확실히 섬을 주파하는데 몇 시간도 안 걸리겠지만······.
문득 짐을 정리하고 먼지를 청소할 준비를 하는데, 성큼성큼 다가오는 화란.
“너··· 다친 곳은 있어?”
“어? 별로?”
“응.”
그러더니 휙 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뭔가 궁시렁거리면서.
“고양이로··· 변신··· 들켜? ······그럼 늑대로?”
란하고 대화 중인가 보다. 그래, 생각해보니 청소라면 란하고 해도 괜찮겠어.
“화야, 잠깐 일로 와봐.”
“어? 나?”
“그래그래. 부탁할 게 있어.”
그 말에 눈에 띄게 화색이 되어 총총총 뛰어오는 화란. 언제부터 얘가 내 말을 이렇게 잘 듣게 됐을까? 이게 다 마음을 연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겠지?
“왜? 뭔데?”
“란하고 좀 바꿔줄래?”
“·········왜?”
갑작스레 텐션이 떨어지는 화. 원래 무뚝뚝하긴 한데, 지금은 눈에 띌 정도로 표정이 가라앉았다.
“란한테 청소 좀 같이 하자고 하려고.”
너 청소하는 거 싫어하잖아.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그, 그래? 그럼 부탁해도 될까?”
“응.”
휙 고개를 돌리더니 청소를 시작하는 화. 란이 무언가 항의한 듯 화가 ‘시끄러워’라며 일축했지만.
“······.”
질풍노도의 사춘기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