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65
에스텔 하닷사 엘 라스(7)
마탑 토벌은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크리니우크의 씨앗을 싹터 강철군도 전체에 내린 마하의 저주술로 남자 마법사들을 모조리 무력화시켰고, 대량의 흐레스벨그를 동원해 상륙한 정예부대로 정신 차리기도 전에 마탑을 제압했다.
마지막으로 탈출하던 마법사들을 사로잡고 황금의 대마법사 에이드린과 왕의 수하 둔 스카이스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세계의 대적을 쓰러뜨렸습니다.」
[둔 스카이스, 대마법사 에이드린]※ 난이도 : A++
※ 보상
-160포인트 균등 분배
– 오러등급 상승 { 상중 } -> { 최상 }
– 마력등급 상승 { 상중 } -> { 최상 }
– 에테르 이해 획득
– 전쟁기수 획득
“후우······.”
둔 스카이스 그리고 에이드린. 둘을 쓰러뜨린 보상은 달달했다.
【에테르 이해】
– 마법의 구조를 직감으로 이해합니다.
【전쟁기수】
– 당신은 전장의 상징이 됩니다. 모든 전쟁에서 가장 빛나는 기수이며, 쓰러져선 안 되는 중심입니다.
– 전장에서 주목받습니다. 아군의 선망에 따라 능력치가 변화합니다.
– 당신이 쓰러질 경우 모든 아군이 심리불안에 빠집니다.
“······.”
의외로 둘 다 게임에서 본 패시브다. 에테르 이해는 마법사들에게 유용한 능력이었지. 전 회차 박씨도 이걸 가지고 있었는데.
「노캐스팅이 좀 편해져.」
대충 그런 느낌의 패시브였다. ······내가 써먹을 곳이 있나?
아무튼, 써먹을 데가 있겠지. 다음은 전쟁기수··· 이건 플레이어의 명성과 관계된 스탯 보정이다.
플레이어가 명성 높은 인물일 수록 병사들의 선망이 쌓이고, 그가 패배하면 믿었던 병사들도 쉽게 무너진다.
양날의 검이지만, 어차피 플레이어가 지면 전쟁 지는 거니까 리스크는 없는 셈이지.
“슬슬 나도 규격 외가 되어가나.”
둔 스카이스와 에이드린을 쓰러뜨림으로서 오러와 마력등급이 최상이 됐다. 이 다음은 특수의 영역.
즉 규격 외를 말하는 영역이다.
등급이 특상이었던 강자들은 하나 같이 시나리오 보스 캐릭터들이다.
가령 특상의 오러 화란. 특상의 마력 마리에.
만능의 미왕 오하드 브레스가 양쪽 모두 특상이었고, 타테스 발타자르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타테스는 계율 버프까지 더해 아예 괴물 그 자체가 되니 내가 노려할 건 최소로 잡아도 오러와 마력 특상등급이다.
이쯤되면 이미 인간을 벗어난 천외천의 경지. 내가 알기로 이 정도 수준의 괴물은 셋이다.
최종보스 타테스 발타자르.
만능의 미왕 오하드 브레스.
박시후.
광명과 태양. 그리고 초월자.
한 명 한 명이 전인미답의 영역에 들어선 진정한 괴물들.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이 편린에 들어서게 되겠지. 아니··· 이미 내디뎠다.
“뭐, 스펙만 키워서 다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최종전의 직전. 박시후는 분명 타테스 발타자르를 스펙에서 압도하고 있었다.
계율을 공략당한 그는 플레이어에 비해 명백히 열세였다.
그럼에도 타테스는 승리했고 박시후는 졌다.
그 결정적인 차이가 눈에 보이는 스펙은 아니었을 것이다.
“코린! 여기 다 정리 됐어!”
생각을 정리하는 가운데, 마리에가 내가 있는 천막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됐어요?”
“응! 생포한 마법사들은 전부 우리 관할로 넘어왔어! 내 쪽에서 관리하는 걸로 될 텐데, 괜찮아?”
“안 될 건 뭐예요. 그래서 몇 명이었죠?”
“457명! 좀 많이 죽긴 했는데, 그래두 엘더급 둘에 프로페서급이 여섯이야.”
“알차게 먹었네요.”
이번 마탑 토벌은 왕국이 공인한 무한 약탈 허가였다.
마탑이 애지중지하는 영초들이야 내가 털어먹었고, 중요한 건 인적자원이다.
사실 전 회차에선 마탑 털어먹겠다고 따로 인부도 고용하고 별짓을 다했지만, 물적자원? 마리에가 있는데 그게 왜 필요해.
물적자원을 깔끔하게 포기하고 우리는 인적자원 확보에 주력했다.
바로 마하의 저주에 당해 무력화된 마탑의 마법사들을 줍고 다닌 것이다.
“흐흐, 마법사 노예가 457명이라니. 이거 완전 횡재네요.”
“일일이 선짓국 끓이는 건 번거로우니까 그냥 피를 먹여야 할까 봐.”
“하긴 그렇죠.”
선짓국으로 구울화한 건 엿 먹으라는 의미도 있었으니 굳이 비효율적으로 권속화할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457명이라. 일단 피 뽑는 것부터 일이겠다 싶은데, 마리에가 몸을 베베 꼬며 붉게 상기된 얼굴을 했다.
“그래서 그런데 코린··· 당분간 나랑 신선한 피를··· 생산해야 할 거 같아.”
“아~”
마법사들에게 공급할 피를 제작하려면 마리에도 상당한 피를 소모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데 지금부터라도······.”
-꿀꺽!
평소 자주 해오는 일이긴 했지만, 최근 마리에와의 관계가 진전되다 보니 이 흡혈행위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피를 빨다보면··· 마리에는 제 가슴을 꾹꾹 눌러오는 통에 심장소리까지 들려버리니까.
맞닿은 보드라운 피부는 어떻고? 목덜미를 쪽쪽 빨다가 날름 혀로 핥으면 온몸이 화끈거렸다.
“그··· 지금 괜찮긴 한데.”
“그, 그럴까?”
생각해보면 흡혈과 관련해서 마리에는 조금도 사양하질 않았다. 삐죽 튀어나온 송곳니가 내 목덜미를 물려는 순간.
“뭐해?”
“헙?!”
불쑥 튀어나온 화란의 손아귀가 내 목덜미 대신 물렸다.
“으윽···!”
돌덩이를 씹은 것처럼 이맛살을 찌푸리는 마리에. 그러거나 말거나 화란은 덤덤한 표정으로 나와 마리에 사이에 끼었다.
“어, 화냐.”
“응.”
화란이 있는 이상, 마리에와 둘이서 뭘 하기도 글렀다. 남에게 보여줄 만한 모습은 아니었으니.
좀 남사스러운 장면이기도 했고, 에둘러서 말을 돌리자.
“그보다 화란 넌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다들 널 못 봤다던데.”
“그때. 나도 나왔어.”
그때라면 마법진에서 스카이스에 의해 튕겨 나갔을 때인가?
“너, 찾으려고 했는데. 안 보여서. 계속 찾다가 소란스럽길래.”
그래서 왔더니 발로르와 싸우던 중이라 난입했다 이건가?
“용케 안 들켰구나.”
“······응.”
다 때려 부수는 재능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숨는 재능도 뛰어났던 모양이다.
“그보다 웬일이야?”
“······성녀가 보재.”
에스텔이? 전쟁의 마무리를 위해서인가? 성녀이자 왕녀인 에스텔을 구했으니 뭘 주려나?
성녀가 임시로 모셔진 천막으로 향하기 위해 일어났을 때였다. 천막이 들춰지며 핑크머리 미녀가 들어왔다.
“안녕, 후배님.”
에스텔이 반가운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
······
···
이번 사태에서 나와 코린 가디언즈의 활약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나라의 제1왕녀이자 신교단의 정신적 지주인 성녀를 독대하는 건 절차상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안전 문제도 있지만, 권위의 문제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스텔은 만류하는 성직자들을 뿌리치고 나와 독대했다.
“후후, 어때? 이 나라의 영웅이 된 소감은?”
“뭘 영웅까지야.”
“왜 부끄러워? 그럼 용사님이어도 좋은데?”
싱글싱글 웃고 있는 에스텔은 내게 더없이 호의적이다. 같이 한 가죽 덮고 잔 사이니까 뭐.
“크흠···!”
남사스럽긴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였으니.
“나, 성력이 봉인되어 있었잖아. 그 원인을 찾았어.”
“어? 진짜요?”
에스텔은 주변을 살짝 둘러보더니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감았다.
“주의 장막에 머무를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사는 자 누구오니이까.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실천하고 진실을 말하니. 망령된 자의 눈을 멸시하리라.”
그녀의 기도가 끝나자 천막 내부에 성스러운 빛이 휘감기 시작했다.
성력··· 클라우 솔라스나 운드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력의 정체는 이 땅에서 사라진 신들이 남긴 ‘신앙’의 에너지였으니까.
결국 이 세계의 종교가 가진 신앙심과 성력은 다난들의 신위에서 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증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알린다 해도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 굳이 밝힐 생각은 없지만.
“아무도 바깥에서 듣지 못할 거야.”
“무슨 말을 하시려고요?”
“일단··· 고맙다는 것부터. 코린 후배님,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
강철 군도에서와 달리 편안해진 그녀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넘쳤다. 여유를 되찾은 거겠지.
“맨입으로요?”
“후후, 걱정하지 마. 왕실 차원에서 보상이 있을 테니까. 교단에서는··· 쪼끔 바빠질 것 같으니까 기다려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하긴 성녀가 납치됐으니 수습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에스텔은 교단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실질적인 지도자였다. 성녀란 존재는 그 존재만으로 반칙 같은 존재였으니.
인간의 손으로 선출된 교황과 신이 선택한 성녀. 어느 쪽에 저울이 기울어질지는 말할 필요도 없지.
그래도 에스텔 본인이 그런 권력의 파워밸런스 쪽에는 관심 없는 쪽이라 ‘배교자’ 시카리 이스카리옷 교황은 최종전 직전 교단을 장악하고 구교단과 합병한다.
신교단의 배교자··· 즉 낙원도래파를 끌어내리는 작업도 슬슬 시작해야──
“교단에 배신자가 있어.”
순간 싸늘해진 목소리. 그녀는 반짝이는 금색 로사리오를 책상 위에 떨어뜨렸다.
“이건···?”
“성력을 흡수하는 성물이야. 이단 심문관들이 성직자들을 처벌할 때 쓰는 물건이지.”
그렇군. 성녀의 성력을 어떻게 봉인했는가 했더니 그런 거였나. 그렇다면 설명이 된다.
이 로사리오와는 나도 밀착해 있었다. 내 마력이··· 클라우 솔라스의 신력이 빨려 들어간 건 이게 원인이었나.
“앞으로 좀 바빠지겠어. 교단으로 돌아가 서둘러 쥐새끼들을 청소해야 하니까.”
“흠······.”
여기서 고민이었다. 어디까지 말해주어야 할까. 과연 말한다고 그녀가 믿을까?
신앙인으로서의 그녀는 불량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신실함이 퇴색되는 건 아니다.
평생을 신교단의 성녀로서 살아온 그녀가 진실을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겠지. 그렇다면 차선으로······.
“성녀님.”
“응?”
“조사를 하실 때, 최소 추기경급부터 뒤져보세요. 이만한 물건을 만들려면 그 정도 위치는 돼야 할 테니까요.
“그건 아니야.”
딱 자른 부정이었다. 그녀는 장난스러운 평소의 표정과 달리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추기경들은 모두 성력의 검증을 끝낸 신앙인들이야. 그들이 삿된 마음을 품었다면 추기경이 될 수도, 정기적으로 성력을 사용해야 하는 축일에서 금방 밑천이 드러났겠지.”
지금 교단의 추기경 중에 그런 사람은 없다. 성력 그 자체가 증거라는 건가.
성력의 근원. 그 자체에 대한 종교적 논쟁을 벌일 순 없다. 성직자와 그런 논쟁을 벌이는 건 무의미한 일이니까.
“자,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후배님!”
짝! 하고 손바닥을 부딪치며 싱긋 미소 짓는 에스텔.
“우리 말이야. 가까워졌으니까 말 놓을까?”
“예?”
여태 잘만 말 놓아놓고 이제 와서 뭘······.
“성녀님은 너무 정 없다. 그치? 이제부터 날 누나라고 불러도 돼. 자, 누나~ 해봐. 코린 동생.”
“아니, 불경죄로 잡혀갑니다.”
“뭐, 어때. 아카데미는 신분도 계급도 통용되지 않는 곳이거든?”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옆자리에 찰싹 앉는 에스텔. 아니, 이 누나가 갑자기 왜 이래?
“그러고 보니 구해주면 키스를 받고 싶다고 했지?”
“어어··· 그,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리얼 프린세스한테 키스 받아보는 게 나름 로망이라고 할까······.”
“찐득한 키스를 해줄 테니까 마음의 준비를 해.”
아니, 이 누나 박력이?
나는 도발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올려다보는 에스텔과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면··· 저 장난스러운 페이스에 휘말릴 것 같아!
“어허, 누나가 말하잖아.”
“아니, 이런 건 말이죠. 그··· 검이라도 가져와서 코린 경. 그대를 기사로 임명합니다, 어깨 톡톡 하고 손등에 키스하시오 하며 반지에 입 맞추게 하는··· 그런 로망이 있는 거거등요? 입술에 필요 없고 그냥 뺨에 한 번 해주시면······.
“어허!”
내 말을 가로막는 부드러운 손가락. 그녀는 효과적으로 날 닥치게 하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누나를 구해준 포상이야.”
-꿀꺽!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스륵 내 무릎 위로 올라타는 에스텔.
-하아······
발갛게 달아오른 에스텔의 귓가. 살결에서 흘러나오는 분내와 따뜻한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달콤하다.
미르 왕녀처럼 퇴폐적인 달짝지근함이 아니라 복숭아 껍질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단내.
그녀가 끈적하게 달라붙는 벌꿀 같았다면, 에스텔은 부드럽게 베어 물 수 있는 복숭아 과육 같다.
“큼···!”
내가 헛기침을 하자 맞닿은 허벅지가 움찔거리며 에스텔의 성복이 살짝 말려 올라갔다. 고작 1cm. 그 정도의 노출에도 현기증이 날 것처럼 야릇하다.
서서히 가까워지며 존재감을 확실히 밝히는 에스텔의 입술.
강철 군도에서 그렇게도 살을 부대꼈음에도 생존이 급급해 느끼지 못했던 살내음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자극적이다.
한동안 그녀의 초원 같은 눈동자와 마주치자니 부끄러웠는지 귓가에 붉은 기운이 뺨까지 올라왔다.
“눈··· 감아.”
말하면서 동시에 제 눈도 감는 성녀. 이에 응해 눈을 감자 곧 입김이 가까웠졌고···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포개었다.
겹쳐진 입술과 입술의 촉감. 거칠고 부르튼 나와 달리 에스텔의 입술은 폭신폭신하다.
촉촉하게 젖어가는 입술. 살짝 떼어지는가 싶더니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무언가.
치열을 훑으며 지나가는 살결의 분내가 혓바닥과 꾸물꾸물 얽히고설킨다. 천장과 맞닿은 딱딱한 촉감······ 딱딱?
“어?”
“히히.”
눈을 뜨니 나를 내려다보며 배시시 웃고 있는 에스텔이 보인다. 그녀의 촉촉한 입술은 진작 내게서 벌어져 있다. 그럼 내 안으로 들어온 건······.
쏙! 하고 제 손가락을 빼는 에스텔. 번들거리는 미려한 손가락이 장난스럽게 내 코를 콕 찌른다.
·····················
“젠장.”
“요 앙큼한 꼬맹이. 너도 남자구나?”
“······.”
“기대했어? 기대했지? 얼굴 빨개진 거 봐. 거울 보여줄까?”
“아쫌! 성녀님도······.”
“누나라고 부르라니깐?”
“어떻게 그럽니까. 지켜야 할 규율이 있는데.”
“교단에선 내가 법이고 규율이야. 그러니까 오늘부로 코린 동생은 에스텔 누나를 누나라 부른다! 땅땅!”
“권력남용입니다······.”
지적에 아랑곳 않고 가늘게 뜬 눈으로 슬쩍 거리를 좁히는 에스텔.
좀 전까지 내 입술과 포개어졌던 봉숭아빛이 귓가에 맞닿으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내 귀를 간지럽힌다.
“그거 알아? 구교단과 달리··· 우리는 성직자도 결혼할 수 있어.”
성녀라기엔 다소 악마적인 미소로, 에스텔은 입술을 스릅 핥아 올렸다.
“이다음은··· 좀 더 친교를 다진 뒤에 하자? 코린 동생.”
“그만 좀 놀리십쇼.”
이 누나가 큰일 날 소리를 하네.
* * * *
포개었던 입술의 감촉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성녀가 납치됐다는 대사건을 수습하고 교단으로 돌아온 에스텔은 며칠 전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후후···.”
에스텔의 뺨에 풋풋한 붉은빛이 떠올랐다. 그녀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귀여웠지.”
실은 좀 더 포상을 줘도 괜찮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건 그 순간, 에스텔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기 때문이었다.
강철 군도에서 몸을 부대끼며 지낸 며칠간. 남성과 그렇게 오랫동안 몸을 밀착시켰던 건 그때가 처음인지라.
조금. 많이 의식해버린 것이다.
“뭐, 그 정도면 충분한 포상이 됐겠지.”
암. 제가 누군데? 이 나라의 제1왕녀이자 교단의 유일무이한 성녀 아닌가?
물론 그에겐 이런 포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귀하디귀한 성녀님의 첫 키스 외에도 왕실과 교단 차원에서 포상이 있을 예정이다.
‘뭐, 왕도에서 따로 자리를 잡으면 되겠지.’
여름방학에는 왕도로 귀환할 생각이었으니. 그때쯤이면 다시 한번 보게 될 것이다.
“성녀님, 교황 성하와의 접견입니다.”
“그래?”
그 전에 먼저 교단 내부의 쥐새끼들을 처리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