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0
여름은 파란을 안고(2)
왕도는 엘 라스 왕국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다.
왕궁이 위치한 덕에 모든 행정부처가 밀집했을 뿐 아니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지.
의외로 게임에서는 자주 와볼 기회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왕녀들과 관련된 이벤트나 플레이어가 공식적인 왕국의 영웅으로 부상할 때까지는 올 일이 없거든.
그건 전 회차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나도 왕도는 몇 번 안 와봤다.
“하~”
“애그러셰여?”
파르페를 우물거리며 중얼거리는 아리샤. 대충 뜻은 알겠다만.
“아니, 왕도는 별로 좋은 추억이 없어.”
-꿀꺽!
“코린 씨 고향이 왕도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귀족들도 성가시고 아픈 청춘을 보냈달까.”
“아~ 귀족분들. 조금 알 거 같아요. 그 사람들 시선은 쫌······.”
“왕궁에 가본 적 있어?”
“언니 성인식 할 때요.”
“좋은 꼴은 못 봤겠네.”
대충 상상이 갔다. 사생아니 뭐니 하며 깎아내렸겠지.
이 세계의 귀족은 대부분이 명예직으로 전락하고 왕궁 귀족이 된 현재, 그들의 커뮤니티는 황색언론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 있다.
옛날만큼 영향력이 없다 보니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음습함은 더욱 늘었단 소리다.
“그런데 코린 씨가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평범한 시민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공주님 부마였··· 아니, 어쩌다가 엮이긴 했어.”
“으웅?”
“사장님.”
그때, 내 소맷자락을 붙잡는 렌. 중학생쯤으로 성장한 론과 달리 렌은 여전히 어린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사장님, 나 저거. 저거 먹고 싶어요.”
렌은 저마다 화려한 왕도의 거리에 매료된 모양이다.
“용돈 줄 테니까 먹고 와.”
“사장님도 같이 먹어요.”
“그럴까?”
렌이 사달라고 하는 건 거리에서 파는 양념꼬치다. 빈말로라도 좋은 품질은 아니지만, 길거리 음식은 저마다의 풍미가 있는 법이지.
“코리이인~!”
렌과 나를 따라 아리샤와 화란도 꼬치를 하나씩 집어 먹고 있는데, 저 멀리서 마리에가 뛰어오고 있었다.
“기다렸지! 뭐 좀 챙겨오느라고!”
“왕도 지점에서 뭘 좀 많이 챙겨줬나 봐요?”
“응응! 미리 준비하라고 시킨 것도 있었구!”
마리에는 뭔가를 바리바리 들고 있었다. 상자와 쇼핑백 비슷한 것들이다.
“줘요. 덕구 부를 수도 없으니까.”
“아, 고마워.”
자연스럽게 마리에가 들고 온 상자들을 받는다. 이거 생각보다 묵직한게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마리에 선배. 이게 다 뭐예요?”
“히히, 지금부터 코린네 부모님 뵈러 가잖아. 선물 좀 준비했지.”
“아니, 뭘 이런 걸 다······.”
잠깐··· 나는 이제 학습되어 있다.
마리에 듀나레프. 25개 작위와 남부 도시들의 주인. 실시간으로 돈이 복사가 되는 초재벌!
그런 그녀가 준비한 선물이 평범한 것일까?
“뭐··· 보석이나 금화 다발 그런 거 아니죠?”
“읏··· 가만 보면 코린은 나에 대해 되게 편견이 있는 거 같아.”
“아니에요?”
“아니야! 이거 다 먹을 거라구. 제철 작물이나 말린 과일 같은 거!”
“아···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마리에 선배에 대해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부자들이라고 만날 와인 따고 철갑상어알만 먹진 않겠지.
이 사람들도 다 평범한 일상이 있을 것이다.
“코린 씨, 저도 코린 씨네 부모님께 드릴 선물 사뒀어요.”
“뭘 이런 걸 다.”
아리샤도 슥 하고 물건을 보여준다. 왕도 지점의 아덴가 도장에 들르더니 무명천으로 예쁘게 싼 선물상자를 받아온 모양이다.
“다들 번거롭게 뭘 이런 걸 준비해놨어. 근데 그 안에 든 건 뭐야?”
“동부산 말고기 육포요. 언니가 챙겨가랬어요.”
“오~”
그거 한번 먹어보고 싶네.
“······.”
두 사람이 방문 선물을 이것저것 보여주는 반면, 화란은 안절부절못하며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다.
“나, 나··· 잠깐 어디 좀.”
“괜찮아, 마음만 받으마.”
귀엽기는. 사회생활이 없다시피 한 녀석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미안.”
“뭘 미안할 것까지야.”
그래도 기특하긴 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같았던 화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사회성을 지니게 되다니.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내 손을 밀어내는 화.
“머리 만지지 마······.”
“그래그래.”
“그렇게 웃지도 마.”
“알았다알았어.”
삐졌나?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화도 이럴 땐 귀엽기 그지없다. 요망한 란을 상대하다보면 가끔 이렇게 귀여운 화를 상대하고 싶을 때가 있지.
란은 너무 날 좋아해주니까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할까.
“그런데 코린. 코린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야?”
“평범해요. 두 분은 식당을 하시고 여동생은 왕립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죠.”
“와~ 식당? 대단하시다~”
이 세계에 온 뒤로 내게 집이란 어색한 공간이었다.
코린 로크의 기억과 껍데기를 차지했을 뿐인 지구에서 온 이방인이 아닌가, 하는.
뭐, 흔한 고민이긴 했지. 박시후는 끝까지 부정했지만, 나는 긍정했고 받아들였다.
사실 이런 고민은 전 회차에서 끝냈고, 그냥 내가 코린 로크라고 믿기로 했다.
나는 나라고.
사람이 기억 말짱하면 그게 다 똑같은 사람이지 뭐.
이견의 여지는 있겠지만, 그냥 그런갑다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후~ 오랜만에 뵙는거라, 좀 죄송스럽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뵈었던 게 전 회차의 서리거인전 이후니까··· 참 오래됐다. 그땐, 좀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 * * *
코린의 부모님 루딘 로크와 수엘 로크는 때아닌 손님의 방문에 비상상태였다.
“이거 제가 불편을 끼쳐드린 건 아닌가 싶네요. 하하······.”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영광이지요.”
세상에 이리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은발의 미녀는 스스로를 메르카바 아카데미의 이사장이라 밝혔다.
단지 그뿐이라면 이렇게 젊은 사람이 어찌 아카데미의 이사장이냐고 물었을 테지.
로크 부부에게 아카데미 이사장이란 딸이 다니는 왕립 아카데미처럼 후덕하고 뱃살이 불룩한 노인의 이미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를 보좌하듯 따라온 또 다른 미녀가 의심을 일축했다.
“조, 조제핀 클라라?”
로크 부부도 왕년에는 아카데미에 다녔던 이들이다. 엘 라스 왕국은 평민의 교육비용도 빈민층이 아니라면 그리 부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역사책에서 보았던 마녀혁명의 주인공 조제핀 클라라를 바로 알아봤다.
당시 타테스 발타자르나 복면으로 스스로를 가린 에린에 비해 조제핀은 마녀 사냥의 당사자로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에 대륙에 사는 누구나가 아는 얼굴이다.
“그··· 메르카바라면··· 큰 아들놈이 다니는······.”
“코린이라면 정말 훌륭한 학생이랍니다. 저희 아카데미의 2학년 수석인걸요.”
“그, 그 정도입니까?”
아들로부터 받은 편지로는 알 수 없는 정보였다. 망할 자식놈, 제 이야기를 영 안 하니 알 수가 있나.
“그리고 코린과는 개인적으로도 사제 관계랍니다.”
“개, 개인적인 사제 관계요?”
“제가 그 아이에게 직접 창술을 가르치고 있지요. 코린은 아주 훌륭한 기사구요.”
“그, 그렇군요.”
“헌데··· 이사장님께서는 저희 집에 어쩐 일로.”
“아···!”
에린은 이제야 용건이 떠오른 듯 손뼉을 쳤다.
“원래는 코린과 함께 인사드리러 오려고 했습니다만.”
인사드리러? 단어 선택이 좀 그러십니다, 라는 말을 두 사람은 감히 하지 못했다.
“제가 왕궁에서의 일이 좀 바빠서 이렇게 먼저 찾아뵙게 되었어요. 클라라?”
에린의 말에 조제핀은 슬쩍 지팡이를 휘둘러 공간의 균열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물건들.
“별건 아니고요. 인사차, 그리고 빈손으로 오기 좀 그래서 선물을 좀 싸 왔답니다.”
“어어, 이것들이 말입니까?”
드러난 물건들에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하는 부부.
“이건 루흐타이너라고 아는 오라버니가 만들어주신 자개장과 대리석 식탁이고요,”
“저건 크레드네 오라버니가 만든 보석함이에요.” “이건 고브니 오라버니가 주신 마법의 쇠꼬챙이랍니다. 저 꼬챙이에 꿰어 구운 고기는 남자의 활력증진에 좋다고 하네요.”
에린이 늘여놓는 물건들은 하나 같이 천년 이상의 세월을 지닌 보물들이었다.
그 역사를 두 사람이 알 길은 없지만, 신들이 막내 여신에게 선물한 물건들은 그 존재 자체로 광을 내고 있었으니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굉장히 귀한 물건들이라고.
“어, 어찌 이런 귀한 것들을······.”
도저히 받을 수가 없다. 이것들은 너무나 값어치 큰 보물들이다. 어째서 이런 걸 아카데미의 이사장이 선물한단 말인가?
“바, 받을 수······.”
그때였다. 거절하려던 루딘 로크의 손을 에린이 슬쩍 붙잡은 것이다. 그녀는 곧 수엘 로크의 팔도 함께 잡으며 인자한 목소리와 얼굴로 그들을 응시했다.
“괜찮답니다. 두 분께선 정말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어요. 코린이 제게 해준 것들은 훨씬 큰걸요.”
어째서일까? 분명 눈앞의 미녀는 저들보다 스무살은 어려 보이는데··· 어찌 느껴지는 관록은 아득한 웃어른처럼 인자하고 자애로울까?
“허허, 코린 그놈이 아카데미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럼요. 우리 코린이 얼마나 참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는지 몰라요.”
‘응?’
‘우리 코린’
뭔가 묘한 단어 선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부부는 자애로운 미소로 말을 이어가는 에린을 멍하니 쳐다봤다.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알고, 스승님이 땀 좀 흘리면 바로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요리도 잘한답니다. 보양식이라고 삼계탕을 끓여오기도 했죠. 아, 그런데 제가 고양이 혀라 뜨거운 걸 잘 못 먹어요. 그랬더니 호호 불어서 먹여주는 거 있죠? 어찌나 그리 자상하고 잘생겼는지~”
“······.”
“······.”
“제자가 스승님을 지켜주겠다고 보여주는 등은 또 얼마나 듬직한지! 다 잘 될 거라며 말할 때면 얼마나 믿고 싶어지는지··· 아주 훌륭한 어른이랍니다, 코린은. 맞다. 스무 살 위로는 다 친구라던데 아버님과 어머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 그런 말도 했나요?”
“그럼요. 그래서 평소에는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아~ 멋진 말 아닌가요? 스무 살 위로는 다 친구라니. 그렇지 클라라?”
“지당하십니다.”
“그리고 나보고 젊고 예쁘다고 했어! 얼마나 살았든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도 했고. 그지그지? 마음이 청춘이면 나이는 상관없는 거지?”
뭔가··· 점점 더 푼수 같다.
분명 부모는 자신들일 텐데, 이야기를 듣자하면 에린이 더 자식자랑하는 엄마 같다는 느낌. 게다가······.
‘이건··· 그거지요?’
‘그··· 렇지요?
뭔가 싸안 직감이 부부를 관통했다.
“훌륭한 아드님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아예··· 그, 고맙습니다.”
“주셔서······.”
“아, 벌써 가야 할 시간이네요. 왕궁에서의 접견 예정이 있는지라.”
두 사람의 말을 들을 새도 없이 자리를 떠나는 에린과 클라라. 두 사람은 로크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그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 주책이었을까?”
“엄청요.”
“클라라가 보기에도 그래?!”
“‘제가 보기에도’라니··· 무슨 뜻이죠?”
“”···············.””
부부는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보며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그리곤 루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이다.
“그··· 약간 연상도, 괜찮을 거 같긴 해.”
“그래도 며늘아가가 저희보다 나이가 많으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자식새끼와는 다르게 부부는 눈치가 평범하게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에린이 바리바리 싸온 혼수···로 추정하기 두려운 보물들을 정리하는 사이, 새로운 방문객이 문을 두드렸다.
“여기가 로크 부부의 집입니까?”
“어, 예! 그렇습니다! 누구십··· 헉!”
“여보? 누구길··· 헉!”
부부가 똑같이 반응한 주인공은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디언이다.
“루니아 아덴입니다. 코린 로크의 양친 되십니까?”
루니아 아덴. 가디언 잡지에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현역 최강의 기사 중 한 명.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검제 가란드 아덴의 손녀딸을 모르는 왕국민은 없다!
“루, 루니아 기사님이 여긴 대체 어쩐 일로?”
“음? 아, 듣지 못하셨나 보군요. 아버님.”
“엑?”
“아버님?”
루니아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버선발로 두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왕국의 유명인사가 대체 왜 일개 식당 주인들에게 이리도 깍듯이 대한단 말인가? 아버님은 또 뭐고?!
“비록 정식은 아니지만, 아드님과는 약혼의 연을 맺었던 루니아 아덴이라고 합니다.”
“어어, 어어어?”
“야, 야야약혼?!”
마른 하늘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다. 약혼? 누가? 누구하고? 내 새끼가? 루니아 아덴하고?
“왕실의 부름이 있어 왕도를 방문한 김에 인사만 드리러 왔습니다. 제니.”
그녀의 말에 시종처럼 뒤에서 길쭉한 상자를 하나 가져오는 오검의 일각 제니.
그녀는 상자에서 천으로 곱게 싸인 물건을 루니아에게 건넸다. 루니아는 그것을 그대로 부부에게 건넸고.
“받으시지요. 악령을 쫓는 퇴산검입니다. 장식용으로 두시면 마령이 침입하지 못하는 결계를 형성합니다. 영감이 좋으시다면 악령을 직접 베시는데 쓰셔도 괜찮습니다.”
즉, 마법 아티팩트. 돈 주고도 못 구할 귀한 물건이란 소리다.
“아, 아니, 이걸 대체 왜······.”
“피앙세의 양친께 삿된 것들이 꼬여선 안 되니까요. 이 루니아 아덴의 작은 마음이라 생각하시고 받아주시지요.”
“아, 아예··· 가, 감사합니다.”
“말씀 놓으십시오. 코린의 아버님이니, 제게도 아버님 되시지 않습니까.”
“그, 그런가요? 그럼··· 며늘아가?”
퍽! 하고 부인에게 옆구리를 찔리는 루딘 로크.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루니아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는 안 계시나 보군요. 왕립 아카데미의 학생이라 들었는데, 가방에 악세사리처럼 메고 다닐 수 있는 비도를 챙겨왔습니다. 소소하지만 받아주십시오.”
“어, 어어, 어?”
떠넘기듯이 물건을 받은 두 사람은 이 꿈 같은 현실에 무어라 말하지도 못하고 떠나는 루니아를 배웅해야 했다.
“······여보.”
“네.”
“코린 놈이 이런 것도 편지에 썼소?”
“······전혀요.”
“이 새끼는 대체··· 기사가 되라고 아카데미에 보내놨더니 연애만 하고 다니나?”
“그, 그래도··· 취향은 확실하네요. 연상··· 당신하고 같나봐요.”
“크, 크흠···!”
부부는 폭풍이 휩쓸고 간 집안을 정리하며 마음을 졸였다.
메르카바 아카데미의 이사장과 동부 검술명가 아덴의 차기당주. 어느 쪽이든 며느리로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상대였던 것이다.
“오늘은 장사를 좀 쉬어야겠소.”
“그러게요. 어유, 저게 다 얼마야. 나 가슴이 벌렁벌렁거려요.”
그렇게 오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이 그들 집 대문을 두드렸다.
“코린이 왔나봐요!”
“크흠···! 내 얼른 가서 물어봐야겠소이다. 양다리라니···! 양다리라니!”
루딘 로크와 수엘 로크는 1년 반 만에 집에 돌아온 탕아를 반기며 얼른 대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연 대문.
아들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안녕하세요. 마리에 듀나레프라고 해요.”
“아, 아리샤 아덴이에요. 코린 씨의 친구··· 예요.”
“안녕··· 하세요.”
“사장님··· 아니, 오라버니께 신세 지고 있는 렌이라고 해요.”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소녀들. 아들이 양옆에 끼고 온 소녀들은 시부모님들을 찾아온 것처럼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마이 파더! 마이 마더! 유어 썬이 돌아왔습니다!”
“············.”
“············.”
아니겠지?
설마 이 후레잡놈이 아카데미 가서 여자만 꼬시다 온 건 아니겠지?
부부의 불안한 직감은 얼추 들어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