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illed the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8
업보(1)
2학년 교양수업. 약초학 심화 실습시간이 막 끝나고 같은 교실에서 듣게 되는 교양수업을 기다리던 때였다.
“후아암~”
라크가 피곤한 듯 한숨을 내리 쉬며 기지개를 폈다.
“잠 안 잤냐? 오늘 내내 피곤해 보이던데.”
“시험공부 하느라··· 2학년 전공과목이 생각보다 빡세네.”
범생이 녀석. 잘 땐 자라고 하려는데, 예거 쪽에서 킬킬 웃었다.
“벼락공부해서 성적이 늘겠냐. 시험은 평소 실력대로 보는 거야, 임마.”
“만년 꼴찌는 닥치세요.”
“몰라~ 난 졸업하면 모험가가 될 거야.”
하여간 무식하긴, 하고 혀를 차는 라크. 녀석은 곧 내게로도 시선을 옮겼다.
“코린 넌 공부 안 하냐?”
“이 부분에 한해선 예거 의견에 동의하지. 시험 성적은 평소 실력으로 보는거여.”
“너 성적 중상위권 아니었어? 공부 전혀 안 하는데, 그 정도면 공부하는 머리는 있는 편인 거 같은데.”
“어차피 나중에 다 까먹어. 애초에 내가 성적 좋게 나와서 어따 쓰겠냐.”
“하긴, 차기 특급이시니.”
필기시험이야 개판으로 쳐도 실기고사에서 보충하면 내 성적은 중상위권 수준은 된다.
그 이상의 성적은 필요 없기도 했고. 난 라크처럼 스마트한 쪽으로 갈 길이 없으니.
“근데 졸라 재수 없어.”
“끌끌끌···! 꼬우면 너도 1급 가디언 해라.”
예거도 낄낄 거린다. 이 녀석도 올해 여름방학쯤에 2급 기사를 단 실력자다. 성적 좀 조져도 상관없다는 느낌이지.
세 명 중 두 명이 시험에 관심이 없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다음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가을 수확제를 아카데미에서 하지?”
“작년에는 페스티벌이었으니까.”
가을 수확제.
여느 문화권에나 있는 농사의 추수를 기념하는 축제기간이다.
2년에 한 번 있는 타 아카데미와의 교류인 페스티벌과 달리 수확제는 매년 전국적인 규모로 치러진다.
올해는 페스티벌도 없으니 아카데미에서도 행정전반을 수확제에 주력하는 모양새였지.
“올해 가을의 여인은 누가 될까?”
아~ 그러고 보면 그런 것도 있었다. 예거는 기대된다는 듯 씰룩거렸고.
“흐흐, 기대되는데. 근데 이 동네는 어떻게 선정하는데?”
“음? 지역마다 선정방식이 달라?”
그거 미녀 콘테스트 아니었나?
“다르지! 우리가 살던 도시에선 그해에 가장 많은 아이를 낳은 사람이 됐었거든.”
“오··· 라크 쪽은?”
“우린 인기투표였어. 가을의 여인 후보들이 온 도시를 멋들어진 마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꽃을 얼마나 많이 받았냐로 정했지.”
아무래도 가을의 여인을 뽑는 건 지역 별로 달라던 모양이다. 전국적인 축제니 이런 차이가 있는 거겠지.
“아카데미에서는 그거였지. 인기투표하곤 비슷한데 시스템이 좀 특이해.”
“맞아맞아, 나도 들어본 적 있어. 메르카바의 가을의 여인 선정은 독특하다고.”
라크는 들어봤다는 듯 맞장구를 쳤고, 예거는 그게 무엇이냐며 물었다.
“얼마나 다른데?”
“가을의 여인은 축제의 가장 마지막 날에 뽑고, 그 전에 하는 대회들에서 1, 2, 3위 하는 사람들이 받는 리본이 있거든. 그걸 가을의 여인 참가자들에게 선물하는 거였지.”
메인 시나리오의 퀘스트이기도 했다. 플레이어가 여캐일 경우에는 가을의 여인으로 선정되기 위해 유세를 펼치거나 활약을 해야 했고, 남캐일 경우에는 최소 한 개의 대회에서 우승해 히로인에게 선물해야 했다.
“사냥대회, 요리대회, 경매회, 올해의 기사, 마법박람회, 여장대회, 토너먼트, 해괴한 재판들···.”
“많네.”
“학부 별로도 나뉘어서 참가할 수 있는 대회는 한정적이니까.”
예거는 내가 말해준 대회들을 곱씹더니 질문해왔다.
“너 토너먼트 안 나가냐? 솔직히 니가 다 씹어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서 안 돼.”
“으응?”
토너먼트는 말 그대로 기사, 마법사 상관없이 학생들을 모아놓고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결을 하는 거다.
심플하게 결승전 우승자가 상패와 상품을 거머쥐는, 실제론 플레이어도 참여하는 대회였지.
전 회차에선 나가서 내가 우승했었지만··· 지금은 참가 자체가 ‘불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던 그때,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세요, 오빠.”
란이다. 그녀는 예거와 라크와도 인사를 했다.
“토너먼트 규정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중이었어.”
“아··· 그건 우리 화가 민폐를 끼쳤네요.”
란의 말에 예거가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화가 여기서 왜 나와?”
“작년에 화가 페스티벌 토너먼트에 나와서 다 씹어먹었잖아. 그때, 이후로 비공식이라도 특급은 토너먼트 같은 대회에는 참가를 자제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왔거든.”
이건 게임 시나리오에서도 나오는 이야기다.
“란은 나가고 싶은 대회 있어?”
“음~ 전 요리대회요.”
“판매회? 아니면 요리회?”
참고로 판매회는 가장 높은 매상을 올린 학생점포를 말하고, 요리회는 요리대회에서 심사가들의 고평가를 받는 쪽을 말한다.
“요리회요! 오빠한테 먹여드리고 싶어서 요리연습 많이 했거든요!”
“크흠···!”
“부러운 새끼······.”
란의 풋풋한 발언에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예거와 라크. 대충 무시하자.
“하지만 토너먼트라··· 원작대로라면 토너먼트 우승 상품도 좀 아쉬운데.”
난 옆자리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아리샤를 보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필기성적은 개판, 실기성적은 최상위권인 아리샤다.
“아리샤. 마. 일어나 봐.”
“흠냐··· 코린 씨이?”
졸다가 침까지 질질 흘리는 녀석의 입가를 닦아주며 비몽사몽한 녀석에게 말했다.
“너 토너먼트 참가해라.”
“왜요오?”
“우승상품 가지고 싶어.”
“으음··· 그럴게요오.”
비몽사몽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아리샤.
좋아, 검귀와의 결전에서 각성한 아리샤는 최소로 잡아도 준특급이다.
나처럼 눈에 띄는 사건에서 나대는 타입이 아니라 비공식으로도 1급 취급이니.
우승은 확정이군.
예거와 라크는 물론이고 이쪽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학우들의 시선이 묘해졌다.
-제비 새끼.
-기둥서방.
이젠 감내하기로 한 시선이었다.
“코리인~ 간식 싸왔어!”
강의실 문에서부터 다가오는 이는 다름 아닌 마리에. 여느 때처럼 삶은 감자가 든 광주리를 들고 온 그녀는 모든 이들에게 인사하면서도 가장 먼저 내게 달려왔다.
“선배, 설탕 있죠?”
“그럼! 기다려 봐!”
책상 앞에 광주리를 내려놓고 차곡차곡 삶은 감자와 메쉬 포테이토, 감자튀김들을 꺼내는 마리에.
설탕과 케첩까지 내려놓자 순식간에 감자 간식 풀세트가 구비되었다.
“다들 먹어! 오늘은 감자 상태가 아주 좋아! 목 막힐 테니까 여기 주스도 마시고!”
“”감사합니다!””
마리에가 감자 바리바리 싸오는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다들 익숙하다. 곯아떨어졌던 아리샤도 구수한 감자냄새를 맡고 깨어났고.
강의실에 풀풀 풍기는 구수한 감자냄새. 다들 감자 한 덩이씩 집어먹던 그때였다.
“맞다, 마리에 선배님. 선배님은 올해 가을의 여인에 나가십니까?”
“응?”
누군가가 한 말이었다. 마리에는 갸웃거리며 뺨을 긁적거렸다.
“딱히 생각이 없네. 수확제 때는 항상 바빴었거든. 1학년 때는 다른 거에 더 관심 있었구.”
하긴, 수확제의 근간은 추수를 감사하는 축제다. 대륙의 젖줄을 담당하는 듀나레프의 여식에게 가을의 여인은 식상한 주제였을지도.
“실은··· 아카데미에 오기 전 남부에 있을 때는 매해 선정됐었어···!”
“오···.”
선정의 공정성에 대해 논하는 건 그만두도록 하자. 남부에서 마리에 이외의 선택지가 있기나 했을까 싶다.
올해는 플레이어도 없으니까 누가 될지는 미지수이긴 하다. 보통 히로인들이 될 텐데.
“코린 동새애애애앵!”
돌연.
왈카닥! 하고 존재감만으로도 구분이 가는 성녀님이 등장했다.
“성녀님···.”
“누나라고 부르라니깐?”
에스텔은 다른 학생들이 보거나 말거나 호다닥 달려와 나를 껴안았다.
“남들이 봅니다······.”
“뭔 상관? 누나 없는 동안 심심했지? 오늘 수업 끝나고 누나랑 놀까?”
“할 일 없어요?”
“복학생이니까! 다들 날 꺼려하거든!”
복학생이 무서운 사람 취급받는 거야 국룰이긴 한데, 댁은 좀 다를 거다.
어느 누가 이 나라의 왕녀이자 성녀인 에스텔을 편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맞다, 동생! 이거 봐봐!”
에스텔은 대뜸 내게 웬 종이 한 장을 들이밀었다. 그걸 보곤 의아한 눈을 했다.
“가을의 여인에 참가해요? 메르카바에서?”
“응응! 누나가 나가서 다 쓸어버릴 거야!”
“······아니, 댁 수확제 때, 성지로 돌아가야 하지 않아요?”
에스텔은 성녀다. 물론 이제 순수한 교단의 성녀가 아니라지만, 공적인 입장이 그랬다.
성녀로서 성지에서 행사에 얼굴도 비치고 성녀 보겠다고 모여든 신도들한테 축복도 내리고 해야 할 텐데?
특히나 교단을 대숙청해버리는 또라이짓으로 한바탕 뒤집어 엎은 직후라면 더더욱.
교황과 추기경들 뚝배기를 깨버린 이상 사실상의 유일무이한 종교 지도자로서 에스텔의 임무는 막중하다.
“그래서 수확제 종반에 돌아올 거야! 4일은 성지에서 하고 가을의 여인 선정이 있는 마지막 날에 돌아올 거거등!”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할··· 조제핀 여사님이 해준다고 했군요?”
“요즘 우리 디게 친해졌다?”
그런 방법이라면야 가능하겠군. 하긴 앞으로 우리 계획의 핵심 중 하나인 에스텔이다. 조제핀 여사도 꽤 적극적으로 그녀를 돕고 있었지.
“아무튼 뭐··· 축하, 드립니다? 사실 성녀씩이나 돼서 이런 대회 나가는 건 좀 비매너 아닌가 싶지만요.”
에스텔이 나간다면 사실상 우승확정 아닌가? 성녀이자 왕녀인데.
“코린 동생, 나 리본 줄 거지?”
“어음··· 리본 얻으려면 대회 나가야 하는데요?”
그것도 최소 3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응. 그러니까 대회 하나 나가서 우승하고 황금리본 하나 줘.”
“귀찮은데······.”
이번 수확제는 그냥 놀고 먹을 생각이었거든. 마지막 날에 스승님과 해야 할 것도 있고.
“아, 좀 해줘! 해주란 말이야아아~ 누나 삐진다아?
“으억, 성녀님! 누님! 애들 앞! 애들 앞이요! 이거 스캔들이야!”
“그럼 책임지고 나랑 결혼해!”
-저저씹새끼.
-성녀님마저!
-죽여버리고 싶다. 제발 신이시여! 내게 저 무도한 자를 벌할 힘을 주소서!
내 평가가 올라갈 일은, 이제 졸업할 때까지 없겠구나······.
“성녀님.”
“응? 마리에 후배?”
같은 학년이지만, 복학생인 입장인지라 엄연히 선배인 에스텔이 마리에를 슥 쳐다봤다.
“코린이 싫어하잖아요.”
오오, 마리에. 그래, 남부 감자제국의 황녀인 마리에 정도 되면 성녀이자 왕녀인 에스텔한테 한마디 할 수 있구나!
“아닌데? 싫어하지 않는데? 그치~ 코린 동생.”
“아니, 그런 건 아닌──”
“코린, 확실히 말해야 해. 높으신 분들은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자기 의견을 강요하시거든.”
“어······.”
마리에의 시선이 어째 싸늘하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넌 말만 하면 돼, 라는 시선이다.
“흐음~”
에스텔의 시선이 마리에와 교차한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고 있지 않아!
험악한 분위기 속. 마리에가 대뜸 내게 말했다.
“코린, 나도 가을의 여인에 참가할래.”
“예? 선배 관심 없다면서······.”
“당연히 나한테 리본 줄 거지?”
······요.
나뿐만 아니라 주변도 경악으로 물들었다. 대놓고 성녀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니까.
“코린 오빠.”
그리고.
“코린 씨.”
도전자는.
“저도 나갈래요.”
“신청서 내고 올게요.”
한 명이 아니었다.
“어?”
사건이 발생했다.
대사건을 예고하는 폭풍전야처럼.
“오빠, 저한테 주실 거죠?”
“코린 씨, 기대할게요.”
어어?
이, 이게 이렇게 된다고?
“에휴, 내 이랄줄 아라따.”
“언젠가 터질 일이었지.”
예거와 라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꼴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좆된 건가?
* * * *
다가올 가을 수확제에 대해 논의하는 교직원 회의.
아카데미의 말단 조교수부터 조제핀 수석교수와 에린 이사장까지 모인 자리에서 에린은 교수들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멍을 때렸다.
「이번 수확제 마지막 날이요.」
지금도 선명한 제자의 얼굴. 잘생긴 우리 제자가 제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목걸이를 달아주던 황홀한 밤.
「그날 밤, 저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으세요?」
같이 있어줄 것을 부탁했다. 대체 왜?
하필이면 축일의 자정에? 함께 보내면 결혼하게 된다는 그런 소문이 있는 날을 콕 집어서?
‘프, 프로포즈?’
아, 안 돼! 난 스승이고, 넌 제자인 걸!
-이사···.
하지만 만약 제자가 제게 사랑을 고백한다면, 그 고백을 거절한다면 코린이 상처 입지 않을까?
-이··· 장······!
안 될 일이다. 그 아이가 상처받아 시무룩해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에린의 가슴이 쥐어뜯길 듯 괴로웠다.
그럼 받아들여야 하나?
‘나, 나이 차도 있는 걸······.’
수천 년을 살아온 자신이었다. 특수한 상황이긴 해도 이제 겨우 스무 살도 안 된 청년을 상대로 어찌······.
“이사장님!”
“어?! 클라라? 아, 무, 무슨 일이죠?”
에린은 저를 두드리며 말하는 조제핀에 화들짝 놀라 횡설수설했다.
“업무과다로 피곤하신 건 알지만, 회의에 집중해 주십시오.”
“으, 으응··· 알겠습니다, 조제핀 수석교수.”
혼났다.
조제핀의 시선에는 뭐 때문인지는 알겠는데, 작작 좀 하라는 책망이 담겨 있었다.
에린은 쭈그러진 가죽공처럼 수그러들었다.
“그보다 슬슬 저희도 정해야 하지 않습니까?”
화두를 꺼낸 건 기사학부의 오우겐 교수다. 마법학부 진로담당인 에드거 교수도 맞장구를 쳤다.
“여 교직원 중에서도 슬슬 이야기를 나눠볼 때가 됐지요. 루라라 교수님은 어떻습니까?”
“저는 4년 전에 참가해서 그해 됐었거든요~ 우승자는 중복참여하지 않는 게 매너예요.”
“그렇군요. 그럼 같은 이유로 조제핀 수석교수님도 안 되시겠고, 우리 중에는···.”
에드거의 시선이 데이나 교수에게 향한다. 그녀는 고개를 홱홱 저으멱 거부했다.
“힘들어요! 이번 마법박람회를 위해 준비할 게 많아요! 연구성과도 제출해야 되고, 이번에야말로 연구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면···!”
작년 있었던 철산의 왕 사태로 빈궁한 생활을 이어 나가던 데이나 교수는 필사적인 표정이다.
회의의 주체를 파악하지 못한 에린이 슬쩍 조제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던 그때였다.
“이사장님이 나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 말을 꺼낸 건 의외로 하먼 웰스치 영감이다. 꼬장꼬장한 근육질의 노교수는 에린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어엇? 제가요?”
“예, 이번 ‘가을의 여인’에 나가실 만한 교직원은 이제 이사장님 정도 뿐인 것 같습니다만?”
하먼 영감의 말에 오우겐 교수가 맞장구를 치고, 에드거 교수가 수긍했다.
“오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확실히··· 이사장님의 미모라면 올해 가을의 여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군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회의. 에린은 무어라 말할 여지도 없이 올해 가을의 여인에 참가하는 교직원이 되었다.
“어음··· 열심히 해볼게요.”
얼떨결에 된 것이지만, 에린은 내심 기대를 품었다. 당연한 기대였다.
‘코린이··· 나한테 리본을 주려나.’
파국을 예고하는 시작이 다가오고 있었다.